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
미카엘라 먼틴 지음, 홍연미 옮김,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 토토북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어른이든 아이든 하지 말라는 것은 더욱 하고 싶은 법이다. 그러니 이 제목을 보고도 책을 열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꼭 열어보라고 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인 제목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을 보자마자 아이들이 얼른 펼쳐든다.

사실 겉표지를 봐도 어느 정도 그림의 특성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책을 여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소개부터 글씨가 지금까지 보아오던 책과는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림은 또 어떤가. 아이들이야 무척 좋아할만한 그림이지만 정리된 것을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눈동자가 자기도 모르게 커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몰랐지만 책을 다 보고 다시 앞장을 보니 그게 바로 책 만드는 장면인 것이다. 아마 처음에는 놀라서 어질러진 것에만 신경을 쓰느라 그냥 지나쳐서 알아보지 못했나보다. 그렇게 본문을 들어가면 이제는 혼날 각오를 해야한다. 우리의 주인공 돼지가 제목을 못 보았느냐고 야단을 친다. 뭐, 사람의 심리가 그런 걸 어쩌라고. 근데 돼지의 설명을 들으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그럼 진작 그렇게 말을 하던가.

뒤죽박죽인 단어들을 조합해서 멋진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 돼지를 방해했으니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 혼자 있어야 글이 잘 써진다면서 그래도 여전히 독자에게 말을 건다. 그래놓고는 빤히 보고 있어서 글을 쓸 수가 없다질 않나, 왜 아직도 여기 있냐고 화를 낸다. 내 참...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는지 뒤죽박죽이던 단어들을 잘 조합해서 멋진 글을 만들어낸 돼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마지막까지 독자를 웃음짓게 만드는 여러 장치들 때문인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작년에 이 책을 둘째 반에 가서 읽어줬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찾아오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봤던지 새책이 일주일 만에 헌책이 되어 돌아왔다. 아무렴 어떤가.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다는 증거인데. 아무리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이라도 이 책은 안 열어보고 못 배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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