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 물구나무 그림책 71 파랑새 그림책 71
송창일 지음, 이승은.허헌선 인형, 이상혁 사진 / 파랑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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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에 이 책을 처음 보았다. 원래 사람이란 간사해서 여름엔 겨울이 좋을 것 같고 겨울엔 여름이 좋을 것 같은 법이니 이 책을 보자 얼마나 겨울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춥다는 느낌보다 시원할 것만 같았으니까.

습관적으로 책을 읽을 때 작가 소개부터 본다. 그런데 글 작가가 생소하다. 표지 안쪽에 나온 작가 소개는 인형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보아 글 작가는 아닌데... 실은 처음에는 부부사진 중 한 명이 글 작가인줄 알았다. 그런데 뒤에 나와있는 소개를 보니 이 일제 강점기에 소년조선일보에 실린 글이란다. 그래서 생소했구나. 별다른 행적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고 한다.

3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일까, 아니면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것일까. (뒷부분을 보니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것이라고 한다.)온종일 눈이 내린 마당에서 놀고 있는 두 소년의 모습과 한복을 입고 상을 들고 가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고드름이 달려 있는 초가집은 요즘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즉 어린 시절에 겪어 보지 않았다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장면이다.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 내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책이 되어 버렸다.

솥이 걸려 있는 부엌 아궁이에서 숯을 꺼내 눈사람의 눈과 입을 만들고 나무 조각으로 코를 만드는 형제의 모습이 다정하게 표현되어 있다. 게다가 대화체가 많아서 생동감도 느낄 수 있다. 담벼락에 매달린 시래기가 특히 눈에 띈다. 아마 요즘 아이들은 이게 뭔지도 모르지 않을까. 

줄곧 같은 눈높이에서 보았기 때문에 인형이 꽤 클 것이라 생각하며 보았는데 뒷부분에 인형 만드는 모습과 작업실 모습을 보니 정말 작다. 집도 작고 인형도 작고... 그러니 소품들은 얼마나 작을까. 이걸 일일이 손바느질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어휴, 감탄하기 전에 걱정이 앞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좋아서 한 일일테니 그 정도야 즐거움이고 보람이겠지. 오랜만에 보는 인형 그림책에 푹 빠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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