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티는 다 알아 그림책은 내 친구 20
애널레나 매커피 지음, 앤서니 브라운 그림 / 논장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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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척 보면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아이들도 금방 알아챈다. 비록 이름은 모르더라도 '무슨 책 쓴 사람' 아니냐고 한다. 이 책도 그림, 특히 인물을 보면 알 수 있다. 겉표지의 그림은 마그리트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앗, 그러고보니 구름 중 하나는 구름이 아니라 나비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볼 때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마지막에서 날아가는 나비의 얼굴이 커스티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커스티가 상상하는 세계가 나오고 다음엔 커스티가 처한 현실이 반복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커다란 침대에 누워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커스티가 처음에 나와서 예쁜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다음 장의 커스티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가 커스티를 위해 갖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이벤트를 열어주는 상상의 세계와 달리 현실에서 아빠는 실업자에 엄마는 힘겨운 삶을 산다. 

학교에서도 커스티는 틈만 나면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특히 노라가 괴롭힐 때는 더욱 더. 어찌보면 커스티는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커스티에게 왕심술을 부리지만 전혀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노라가 이상해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다. 결국 그런 노라가 뻥 터지고 만다. 커스티의 방에 있는 그림을 보면 머리 모양이 노라와 닮았다. 그만큼 커스티에게 노라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글에서는 그냥 커스티는 다 알고 있을 뿐이라고만 말한다. 무엇을 알고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책 소개글에는 커스티가 상당한 몽상가이며 나중에는 다정하게 느껴질 것이라는데 난 오히려 그 반대였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힘든 현실을 자신이 바꿀 힘이 없기 때문에 상상 속으로 빠져든 것 같아 안타까웠다. 마지막도 난해하다. 어떤 결론을 낼 수 없는 일이긴 하겠지만 솔직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또 중간중간 나오는 알파벳은 뭘까. 앤서니 브라운은 워낙 그림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찾느라 별별 궁리를 다 해보았다. 그런데 도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사람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눠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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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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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책은 참 낯설다. 여기서 '낯설다'는 말의 의미는 작가를 잘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표현 방식이 기존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그래서 볼수록 자꾸 새로운 것이 보인다. 이 책 역시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것을 생각해 낼 수가 있지. 

사람들이 어떤 일에 대해 급하게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면 물소가 방향을 알려준다는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물소는 어떻게 알았을까 의문을 갖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다음 장을 넘긴다. 그러나 거기에는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아주 특이한 교환학생 에릭에 대한 이야기. 글에서는 단순히 교환학생이며 에릭이 하는 질문에 모르겠다거나 그냥 원래 그런 거라고밖에 할 말이 없단다. 그러나 그림을 보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왜 맨홀의 모양은 그런 모양인지, 글자는 왜 이런 모양인지 질문하니 그럴 수밖에.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 궁금했던 것이다. 이렇듯 그림과 글을 함께 봐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곱씹어보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다. 환상적인 그림과 독특한 소재, 그리고 덤덤하게 무심한 듯 풀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다른 세계로 들어가 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은 막다른 골목을 만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막다른 낭떠러지를 만나기는 했다.  

보통의 그림책인줄 알고 펼쳤다가는 숨가쁘게 오로지 글자만 읽을지도 모른다(내가 그랬다). 원래 한 번 잡은 책은 끝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대개의 독자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읽은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속에서 조금씩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 참 이상한 것은 처음에 숨가쁘게 읽었더라도 다음에 다시 책장을 펼치면 그 이야기가 모두 생각난다는 점이다. 이 작가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이 느껴진다. 이 책도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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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조선소방관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8
고승현 지음,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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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라고 하면 빨간 불자동차를 타고 급하게 달려가는 현대의 소방관을 떠올리지 조선시대에 어땠는지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이웃집에 불이 난 적이 있는데 그냥 동네 사람 모두가 힘을 합쳐 물을 퍼서 끼얹는 게 다였다. 소방차가 왔었는지는 모르겠다. 30여 년 전에도 그럴 정도였는데 하물며 조선 시대에는 별다른 소방대책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궁궐에서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두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럼 조선시대 소방관들은 어땠을까. 

조선시대에는 목조 건물과 초가집이었기 때문에 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숭례문이 순식간에 타는 것을 겪지 않았던가. 단순히 한 건물만 타는 것이 아니라 쉽게 번지기 때문에 까딱하면 마을 전체가 타는 경우도 있었단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는 어떤 소방대책이 있었을까. 이 책은 그것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지식적으로 궁궐에는 불을 막기 위해 뭐가 있었고, 어떻게 했다는 식의 책이 다였는데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책을 보니 새롭다. 이렇게 들려줄 수도 있구나 새삼 감탄했다.


명종 때 수성금화사 안에 멸화군이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에서는 멸화군을 처음 모집했을 때 오합지졸이라 처음엔 불도 제대로 못 껐지만 열심히 훈련해서 나중엔 훌륭한 멸화군이 되었다고. 집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쉽게 옮겨 붙기 때문에 멸화군들이 마을 중간중간 웅덩이도 파고 집집마다 항아리에 물을 채우게 한다. 또한 집과 집 사이에 돌담을 쌓아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도 했다. 지금도 산불이 났을 때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래 일정 거리에 땅을 파놓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같은 원리일 것이다. 저런 웅덩이가.


그리고 이처럼 불을 직접 끄는 모의 훈련도 한다. 밤에는 종루에서 보초를 서는 멸화군과 마을을 돌아다니며 딱따기를 두드리는 멸화군도 있다. 그때도 이렇게 훈련을 했구나. 


이런 장치를 사용했을지도 모른단다. 물주머니를 멀리 던져서 불을 끄는 장치다. 중국 송나라 때의 병서에는 닭이나오리가죽에 물을 채워 만든물주머니로 불을 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비록 우리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우리도 이런 것을 사용하지 않았을까라는 얘기다. 그러나 근거가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다.

이건 바로 철쇄라고 하는 것인데 처음 알았다. 지붕이 높아서 오르내리기도 힘들고 미끄러워서 위험하기 때문에 만든 쇠사슬이란다. 세종 때 만들었단다. 세종은 여러 모로 대단한 왕이다.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궁궐에 설치한 장치 중 하나인 잡상인데 실질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주술적인 의미로 만든 것이다. 


덕수궁에 있는 드므. 책에 나오는 사진은 깔끔하고 윤이 나지만 실제로 가서 본 것은 많이 낡았다. 이 안에 물을 가득 채워 놓는 것인데 실제로 화재가 났을 때 썼다기 보다 불귀신을 쫓기 위한 도구였다는 설이 강하다. 못생긴 불귀신이 불에 비친 자신의 흉한 얼굴을 보고 놀라서 도망간다나. 

어렴풋이 알지만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을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주며 정보도 알려주는 이 책 덕분에 조선시대 소방대책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우리문화의 틈새를 잘 끄집어냈다고나 할까. 그나저나 뒷표지의 재치있는 글과 그림에 웃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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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 I LOVE 그림책
매리언 데인 바우어 지음, 신형건 옮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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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를 처음 보았을 때가 기억난다. 사실 그리 특별한 내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뭔가 확 끌어당기는 느낌이 있어서 참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아니, 책을 보자마자 확 끌어당긴다기 보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더욱 빨려들어가는 듯했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끌리는 것이 아니라 뭔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의해 서서히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위의 책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책은 그 후속작이라고 할 만한 책이다. 그러나 그림작가만 같을 뿐 글 작가는 다르다. 작가 소개를 보며(위의 책 작가를 기억하지 못했기에) 왜 저 책은 없을까 싶어 찾아보았더니 글 작가가 다르다. 처음엔 반응이 좋아서 후속작이 나왔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사실 첫번째 책이 나오고 두 번째 책이 나오기까지 2년 반이라는 시간차가 있다. 그런데도 첫번째 책을 바로 얼마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첫 책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있었다는 반증이 아닐런지. 자세히 보면 전에 나왔던 것은 남자 아이고 이번에 나온 것은, 그러니가 이 책의 주인공은 여자 아이다. 또 시간이 지나서인지 전에 나온 책에서는 더 어린 아이 같은데 여기서는 조금 커 보인다. 그래서인지 전에는 주로 아기의 모습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서는 비유가 좀 더 많이 쓰였다. 

여하튼 여전히 예쁜 아기그림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기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부모가 아기에 대한 사랑만큼 자연스럽고 당연한)자연현상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데 그 말들이 하나하나가 다 시 같은 느낌으 들 정도로 아름답다. 화사한 노란색 바탕에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곰이 봄 냄새를 사랑하듯이'라고 하는데 어찌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 언제나 토끼 인형을 안고 다니는 천진난만한 아기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저럴 때가 있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에휴, 그땐 정말 예뻤는데... 하긴 지금도 시각만 조금 바꾸면 된다. 이건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어른의 문제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말해주는 예쁜 책, 아기를 무릎에 앉히고 읽어줘도 좋고, 아기가 있는 집에 선물해도 좋은 책이다. 아차, 옆집에서 얼마전에 돌 떡을 얻어먹고 무슨 책을 선물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책으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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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라고 말해 봐 그림책 도서관 46
시빌레 리크호프 글, 소피 쉬미트 그림,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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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먼 사이에 '미안해'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반면 가까운 사람에게는 그 말이 잘 안 나온다. 그런데 아이들은 의외로 미안하다는 말을 잘 한다. 요즘은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분명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상황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말을 선뜻 하지 못하고 혼자 별별 상상을 다하는 다람쥐 이야기다. 나무 위에서 도토리를 먹다가 떨어트렸는데 하필이면 잠자고 있는 맷돼지 코위로 떨어졌다. 맷돼지 로미오는 귀찮게 하면 사나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람쥐 루키가 더 놀랐는지도 모른다. 만약 상대가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라면 오히려 금방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이때부터 루키는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로미오가 복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부터 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일러바칠거라는 걱정, 자기가 그런 걸 못 봤을지도 모른다는 합리화, 로미오가 코를 다쳐서 굶어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차라리 다른 열매를 딸 껄 그랬다는 후회와 자책까지 별별 생각을 다한다. 그러다 도망치기로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당장이라도 로미오가 쫓아올 것 같아서. 

그러다 결국 토끼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토끼도 루키를 숨겨줄 만한 곳이 없다. 토끼는 루키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아챘는지 루키를 데리고 맷돼지에게 데려간다. 둘을 양자대면 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간신히, 정말 어렵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자 로미오는 아주 쉽고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루키는 그동안 괜한 걱정을 한 셈이다. 

그런데 마음은 간사한 법이다. 로미오가 루키의 도토리를 이미 먹어버렸다고 하자 지금까지 두렵고 미안했던 감정은 어디가고 오히려 로미오가 괘씸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팔짱을 끼고 한 발을 굴러대는 루키의 표정이란. 그러나 로미오가 이번에도 역시나 쿨하게 미안하다고 말하자 루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다고 말하고 상황을 끝난다. 루키의 고민도 당연히 끝나고.  

마지막 장면에서 글에서는 둘이서 무얼 찾는지 두고보자고 했는데 그림에서는 셋이 걸어간다. 그리고 덩치가 큰 로미오가 가운데 있고 루키가 왼쪽(오른쪽 페이지에서 왼쪽이기 때문에 겹치는 부분 때문에 잘 안 보인다.)에 있어서 오히려 토끼가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마치 맷돼지와 토끼 이야기인 것처럼. 그 점이 약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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