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조선소방관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8
고승현 지음,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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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라고 하면 빨간 불자동차를 타고 급하게 달려가는 현대의 소방관을 떠올리지 조선시대에 어땠는지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이웃집에 불이 난 적이 있는데 그냥 동네 사람 모두가 힘을 합쳐 물을 퍼서 끼얹는 게 다였다. 소방차가 왔었는지는 모르겠다. 30여 년 전에도 그럴 정도였는데 하물며 조선 시대에는 별다른 소방대책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궁궐에서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두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럼 조선시대 소방관들은 어땠을까. 

조선시대에는 목조 건물과 초가집이었기 때문에 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숭례문이 순식간에 타는 것을 겪지 않았던가. 단순히 한 건물만 타는 것이 아니라 쉽게 번지기 때문에 까딱하면 마을 전체가 타는 경우도 있었단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는 어떤 소방대책이 있었을까. 이 책은 그것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지식적으로 궁궐에는 불을 막기 위해 뭐가 있었고, 어떻게 했다는 식의 책이 다였는데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책을 보니 새롭다. 이렇게 들려줄 수도 있구나 새삼 감탄했다.


명종 때 수성금화사 안에 멸화군이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에서는 멸화군을 처음 모집했을 때 오합지졸이라 처음엔 불도 제대로 못 껐지만 열심히 훈련해서 나중엔 훌륭한 멸화군이 되었다고. 집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쉽게 옮겨 붙기 때문에 멸화군들이 마을 중간중간 웅덩이도 파고 집집마다 항아리에 물을 채우게 한다. 또한 집과 집 사이에 돌담을 쌓아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도 했다. 지금도 산불이 났을 때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래 일정 거리에 땅을 파놓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같은 원리일 것이다. 저런 웅덩이가.


그리고 이처럼 불을 직접 끄는 모의 훈련도 한다. 밤에는 종루에서 보초를 서는 멸화군과 마을을 돌아다니며 딱따기를 두드리는 멸화군도 있다. 그때도 이렇게 훈련을 했구나. 


이런 장치를 사용했을지도 모른단다. 물주머니를 멀리 던져서 불을 끄는 장치다. 중국 송나라 때의 병서에는 닭이나오리가죽에 물을 채워 만든물주머니로 불을 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비록 우리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우리도 이런 것을 사용하지 않았을까라는 얘기다. 그러나 근거가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다.

이건 바로 철쇄라고 하는 것인데 처음 알았다. 지붕이 높아서 오르내리기도 힘들고 미끄러워서 위험하기 때문에 만든 쇠사슬이란다. 세종 때 만들었단다. 세종은 여러 모로 대단한 왕이다.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궁궐에 설치한 장치 중 하나인 잡상인데 실질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주술적인 의미로 만든 것이다. 


덕수궁에 있는 드므. 책에 나오는 사진은 깔끔하고 윤이 나지만 실제로 가서 본 것은 많이 낡았다. 이 안에 물을 가득 채워 놓는 것인데 실제로 화재가 났을 때 썼다기 보다 불귀신을 쫓기 위한 도구였다는 설이 강하다. 못생긴 불귀신이 불에 비친 자신의 흉한 얼굴을 보고 놀라서 도망간다나. 

어렴풋이 알지만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을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주며 정보도 알려주는 이 책 덕분에 조선시대 소방대책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우리문화의 틈새를 잘 끄집어냈다고나 할까. 그나저나 뒷표지의 재치있는 글과 그림에 웃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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