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혼의 세 가지 소원 동화는 내 친구 54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이주희 옮김, 에드워드 고리 그림 / 논장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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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을 꽤 본다고 봤는데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트리혼 시리즈가 있으며 꽤 유명하단다. 그래서 은근히 기대를 했다. 그러나 약간 뭐랄까. 내가 생각했던 그런 게 아니라고나 할까. 아니면 이 책이 트리혼 시리즈의 마지막에 해당된다는데 처음부터 봤어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려나. 만약 트리혼이 온갖 모험을 겪는 이야기부터 읽었다면 지금처럼 이런 허망함은 안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트리혼을 이 책에서 처음 만났으니 거기에 충실해야겠다. 트리혼은 생일날 식구들에게 어떤 선물을 받을까 무척 기대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가만히 식구들의 행동을 들여다 보면 트리혼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정말 트리혼의 생각처럼 몰래 놀래켜주려고 그러는 걸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 듯하다. 어디 트리혼의 엄마 아빠 뿐인가. 친구 모시도 자기가 할 말한 하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도 자기와 관련된 것 외에는 전혀 듣질 않는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서로 대화라는 걸 하지 않는다. 대화라고 해봐야 엄마 아빠가 가계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정도다. 게다가 병 속에서 나온 지니는 피곤하다며 좀 쉬겠단다. 참 나 원. 이 책에 나오는 인물은 이렇듯 모두 독특하다. 

결국 지니한테 세 가지 소원을 말해서 이루어졌는데 그게 바로 생일 케이크와 촛불이다. 이름이 씌어진 생일 케이크. 보통 아이들이라면 좀 더 거창한 소원을 빌려고 애쓸 텐데 트리혼은 전혀 그렇지 신경 안쓴다. 세 번째 소원은 좀 더 신중하게 이야기할 거라고 다짐했는데도 결국 이름 쓰는 걸 말했으니까. 

트리혼이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것으로 끝나는데 난 왜 이야기가 슬프게 느껴질까. 마치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고 싶어 애쓰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로 여겨진다. 작가를 '어린이의 생활에 대한 통찰력과 기묘한 유머 감각'을 가졌다고 하는데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기묘한 유머 감각이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겠는데 어른의 행동이 거슬리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작가는 그걸 꼬집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림책 판형이지만 두께도 꽤 되고 글밥도 꽤 많다. 왼쪽은 전부 글이 차지하고 오른쪽은 그림이 나온다. 병 속에서 나온 지니가 좀 초췌해보이긴 한다. 피곤하니까 마지막 소원이 준비되면 불러 달라는 지니. 우리가 흔히 알라딘의 요술 램프에서 나온 요정이 '주인님'하며 복종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아, 그러고 보니 작가는 그런 것들에서 기묘한 유머를 사용하는구나.



둘째에게 소원에 대해 글을 써 보라고 했다. 지금까지 소원이 거의 다 이루어졌단다. 하긴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했는데 키우고 있고, 이층버스 타보고 싶다고 했는데 비록 영국에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타보았으니 그것도 이루어졌다. 그런데 사람이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더니 이젠 새로운 소원이 생겼단다. 어른이 돼서라도 꼭 하겠다는데 과연 그 때도 이 소원이 그대로 유지가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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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보물창고 50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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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날 자기 전에 이를 닦으러 간 둘째가 한참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다. 나중에 왔길래 뭐했느냐고 했더니 책 책을 봤다고 한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헌데 알고 보니 바로 이 책을 봤다는 얘기다. 아무 부제도 없이 '책'이라고만 씌어 있는 책. 제목은 단순하지만 지은이와 옮긴이를 독특하게 적었다. 꼬마 아이가 도망가며 소리치며 지은이를 알려주고 있고 그 뒤로 (아마도)후크 선장과 앨리스, 홈즈와 삐에로가 따라간다. 그림은 모두 위에서 내려다 본 것처럼 되어 있다. '책'이라는데 이 사람들이 나오는 책인가. 

책장이 닫히면 책 속에는 밤이 오고 책장이 열리면 아침이란다. 정말 그렇군. 책장이 열려 아침이 되자 책 속에 사는 가족 모두 일어난다. 강아지도 물고기도. 그런데 이 모든 상황들을 독자는 위에서 내려다보도록 되어 있다. 글씨조차 그런 구조다. 설명은 별로 없고 등장인물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을 독자가 들여다본 듯한 구조다. 이런 구조는 끝까지 이어진다.  

여자아이는 책 속에 살고 있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찾아 길고 긴 여행을 떠난다. 독자의 얼굴을 보고 정말 크다고 말하는 걸 읽는 순간 독자는 잠시 헷갈린다. 마치 책 속 여자아이와 내가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일종의 메타픽션 형태의 책이라고 봐야 하나. 

어쨌든 그 다음부터 여자아이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헨젤과 그레텔, 개구리 왕자, 신데렐라, 빨간 모자 등 웬만한 이야기는 다 만난다. 게다가 셜록 홈즈까지! 온 곳을 헤매고 돌아다니던 아이는 드디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온전히 자신만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독자에게 정중히 부탁한다. 자고 싶으니 책을 덮어달라고. 그리고 캄캄한 방에 침대와 고양이가 있는 간지를 끝으로 여행은 끝난다. 휴, 아이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서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제 독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 차례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까, 아니 만들어갈까. 

흔히 파란만장한 삶을 이야기할 때 '책 몇 권은 될' 거라고 표현한다. 정말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다. 실제로 만나서 듣는 이야기도 참 다양하다. 비슷한 곳에서 살고 있어도 어쩜 이리 살아가는 게 다른지, 때론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렇듯 모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간다. 아니, 만들어간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모두 자신의 책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다만 책이라는 형태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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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사랑 처음 만나는 철학 4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박상은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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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전에 딸이 친구와 통화하면서 '우리 엄마는 동생과 싸워도 신경도 안쓴다'는 말을 했다. 마치 엄마가 방치하고 있다는 듯이. 내 딴에는 둘의 문제는 둘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해야한다는 나름대로의 육아원칙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한 행동일지라도 상대에게는 충분히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중에 아이에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안 그러면 계속 오해하고 있을지도 몰라서. 

이 책을 읽는 순간 그 일이 떠올랐다. 어디 그 일 뿐이겠나. 남편과 있었던 일도 생각났고 아이들과 티격태격 했던 일들도 떠올랐다.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반대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만난다면 어떨까. 둘이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지 않는 한 상당한 오해가 생길 게 뻔하다. 마치 딸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형제자매는 괴롭히고 귀찮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대부분 형제자매 본인들이고 반대로 서로 돕고 의지하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대개의 부모들일 게다. 그만큼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다. 그러나 그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후자라는데 동의하긴 한다.  

서로 반대되는 생각을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하나가 옳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게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어느 것이든 절대적인 건 없으니까. 아이들에게 조금 힘든 주제일 수도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므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다면 그들이 나중에 자라면 훨씬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게 바로 삶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진정한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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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이를 먹을래 알맹이 그림책 8
실비안 도니오 글, 도르테 드 몽프레 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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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악어. 악어가 귀엽다고? 무시무시한 이빨과 울퉁불퉁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 악어가 귀여울 리 없다. 직접 악어를 보게 되면 멀리서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어야만 보게 되는 동물이 바로 악어인데 귀엽다니 말도 안 된다. 실제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책에서라면 충분히 귀여울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쉴같은 악어라면 더욱 더. 

어느 그림책에서 악어가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채식을 고집하는 악어가 나온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악어의 고뇌가 기억난다. 또 영화 <마다가스카>에서도 육식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사자가 나온다. 이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에서는 본능을 거부하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때로는 이성이 본능을 이기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본능에 무릎 꿇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아쉴 가족이 채식을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싱싱한 바나나를 '당연하게' 먹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아쉴이 꼬마를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단식을 감행한다.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본능이 아니었을까. 엄마와 아빠는 아쉴을 설득하기 위해 커다란 소시지도 줘보고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어 주지만 아쉴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그러다 아쉴이 우연히 꼬마 아이를 만났는데 웬걸. 꼬마는 아쉴을 보더니 무서워하기는 커녕 작아서귀엽다며 괴롭히기까지 한다. 아쉴이 그동안 꼬마 먹을 생각에 다른 것을 너무 안 먹었나 보다. 꼬마와 함께 있는 그림을 보면 악어가 어찌나 작던지 정말 귀엽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새끼 악어라도 기본적인 힘이 있어서 무섭기 마련인데 이 그림만 보자면 전혀 아니다. 결국 꼬마에게 내팽개쳐진 악어는 집으로 와서 바나나를 많이 달라고 소리친다. 얼른 먹고 커야겠다나. 그래야 나중에 꼬마를 먹을 수 있으니까. 

별다르게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지만(그래서 별 대섯 개를 주기는 약간 망설여진다.) 아이들은 무시무시한 악어를 꼬마가 간단하게 제압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 할 것이다. 무서운 악어가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다가오는 이야기. 단순한 그림과 배경이 동일한 상태에서 아쉴의 표정 변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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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발레 학교 신나는 음악 그림책 7
안드레아 호이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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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보다 더 접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발레다. 물론 여자 아이들은 어렸을 때 잠깐이라도 발레를 배웠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남자 아이에게는 너무나 먼 당신이다. 발레에 대해 친숙하지 않을 뿐더러 기본 상식이 없다 보니 발레 공연을 구경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만약 공연을 보더라도 내용을 음미하기보다는 동작의 화려함과 신기함에 의미를 둔다. 

클래식 음악회나 다양한 악기에 대해 지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읽고 나면 저절로 알게 되는 책을 쓰는 안드레아 호이어가 이번에는 발레를 이야기한다. 특히 여자 아이 뿐만 아니라 남자 아이도 등장시켜 누구나 발레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다지 작위적이지 않으면서도 발레에 대한 웬만한 내용은 거의 들어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전에 나왔던 책들에 이어 이 책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파울은 발레를 직접 배우는 동생을 데려다 주고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조금씩 발레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다. 마틸데의 발레 선생님이 파울에게 같이 할 것을 권유할 때 파울의 반응은 아마 대부분 남자 아이들의 반응이 아닐까 싶다. 바로 여자들이나 하는 무용이라고 생각하는 점. 그러나 우연히 연습에 참여하게 된 파울은 발레가 꼭 여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재미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걸 직접 깨닫는다. 정말이지 여기서 파울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일반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어쩌면 독자는 그래서 더 공감하며 읽는지도 모르겠다.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하기 위해 연습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대략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레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이를테면 까치발을 하고 종종 걷는 것은 두려움이나 불안을 나타내고 펄쩍펄쩍 뛰는 것은 기쁨이나 강한 힘을 표현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상식을 모르고 발레 공연을 본다면 그 느낌이 완전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발레에 대해 낯설지 않게끔 해주는 좋은 역할을 한다. 지나치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으면서 발레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감상하면 되는지를 저절로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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