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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이를 먹을래 ㅣ 알맹이 그림책 8
실비안 도니오 글, 도르테 드 몽프레 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3월
평점 :
귀여운 악어. 악어가 귀엽다고? 무시무시한 이빨과 울퉁불퉁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 악어가 귀여울 리 없다. 직접 악어를 보게 되면 멀리서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어야만 보게 되는 동물이 바로 악어인데 귀엽다니 말도 안 된다. 실제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책에서라면 충분히 귀여울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쉴같은 악어라면 더욱 더.
어느 그림책에서 악어가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채식을 고집하는 악어가 나온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악어의 고뇌가 기억난다. 또 영화 <마다가스카>에서도 육식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사자가 나온다. 이처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에서는 본능을 거부하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때로는 이성이 본능을 이기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본능에 무릎 꿇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아쉴 가족이 채식을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싱싱한 바나나를 '당연하게' 먹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아쉴이 꼬마를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단식을 감행한다.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본능이 아니었을까. 엄마와 아빠는 아쉴을 설득하기 위해 커다란 소시지도 줘보고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어 주지만 아쉴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그러다 아쉴이 우연히 꼬마 아이를 만났는데 웬걸. 꼬마는 아쉴을 보더니 무서워하기는 커녕 작아서귀엽다며 괴롭히기까지 한다. 아쉴이 그동안 꼬마 먹을 생각에 다른 것을 너무 안 먹었나 보다. 꼬마와 함께 있는 그림을 보면 악어가 어찌나 작던지 정말 귀엽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새끼 악어라도 기본적인 힘이 있어서 무섭기 마련인데 이 그림만 보자면 전혀 아니다. 결국 꼬마에게 내팽개쳐진 악어는 집으로 와서 바나나를 많이 달라고 소리친다. 얼른 먹고 커야겠다나. 그래야 나중에 꼬마를 먹을 수 있으니까.
별다르게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지만(그래서 별 대섯 개를 주기는 약간 망설여진다.) 아이들은 무시무시한 악어를 꼬마가 간단하게 제압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 할 것이다. 무서운 악어가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다가오는 이야기. 단순한 그림과 배경이 동일한 상태에서 아쉴의 표정 변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