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보물창고 50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자기 전에 이를 닦으러 간 둘째가 한참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다. 나중에 왔길래 뭐했느냐고 했더니 책 책을 봤다고 한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헌데 알고 보니 바로 이 책을 봤다는 얘기다. 아무 부제도 없이 '책'이라고만 씌어 있는 책. 제목은 단순하지만 지은이와 옮긴이를 독특하게 적었다. 꼬마 아이가 도망가며 소리치며 지은이를 알려주고 있고 그 뒤로 (아마도)후크 선장과 앨리스, 홈즈와 삐에로가 따라간다. 그림은 모두 위에서 내려다 본 것처럼 되어 있다. '책'이라는데 이 사람들이 나오는 책인가. 

책장이 닫히면 책 속에는 밤이 오고 책장이 열리면 아침이란다. 정말 그렇군. 책장이 열려 아침이 되자 책 속에 사는 가족 모두 일어난다. 강아지도 물고기도. 그런데 이 모든 상황들을 독자는 위에서 내려다보도록 되어 있다. 글씨조차 그런 구조다. 설명은 별로 없고 등장인물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을 독자가 들여다본 듯한 구조다. 이런 구조는 끝까지 이어진다.  

여자아이는 책 속에 살고 있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찾아 길고 긴 여행을 떠난다. 독자의 얼굴을 보고 정말 크다고 말하는 걸 읽는 순간 독자는 잠시 헷갈린다. 마치 책 속 여자아이와 내가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일종의 메타픽션 형태의 책이라고 봐야 하나. 

어쨌든 그 다음부터 여자아이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헨젤과 그레텔, 개구리 왕자, 신데렐라, 빨간 모자 등 웬만한 이야기는 다 만난다. 게다가 셜록 홈즈까지! 온 곳을 헤매고 돌아다니던 아이는 드디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온전히 자신만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독자에게 정중히 부탁한다. 자고 싶으니 책을 덮어달라고. 그리고 캄캄한 방에 침대와 고양이가 있는 간지를 끝으로 여행은 끝난다. 휴, 아이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서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제 독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 차례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까, 아니 만들어갈까. 

흔히 파란만장한 삶을 이야기할 때 '책 몇 권은 될' 거라고 표현한다. 정말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다. 실제로 만나서 듣는 이야기도 참 다양하다. 비슷한 곳에서 살고 있어도 어쩜 이리 살아가는 게 다른지, 때론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렇듯 모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간다. 아니, 만들어간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모두 자신의 책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다만 책이라는 형태로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