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제트의 초록양말 파랑새 그림책 74
카타리나 발크스 글 그림, 조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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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어린이 책을 읽으면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있는데 이 책은 몇 번이나 빗나갔다. 우선 오리처럼 보이는 리제트가 나들이를 가다가 양말을 줍는 장면에서 한 번. 처음에 한 짝을 주웠을 때 이렇게 예쁜 양말을 줍는 것은 흔치 않은 행운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리제트가 양말을 주워서 주인을 만나 돌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나머지 한 짝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다가 한 짝을 못 찾아서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가 깨끗하게 빨아준 양말을 보고 친구 베베르는 모자 아니냐며 머리에 써 본다. 그럼 그냥 여기서 모자로 쓰는 것으로 끝나는구나. 그러나 역시 아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는 마투와 마토슈가 리제트가 그토록 찾아 다니던 양말 한 짝을 들고 있다. 착한 친구들이 리제트를 위해 양말을 찾아서 갖고 오다니. 훈훈한 이야기인걸. 그러나 이 역시도 빗나갔다. 둘은 심술궂게 일부러 연못 속에 빠트린다. 처음에 리제트가 양말을 찾아다닐 때 만났을 때는 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빗나갔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그림을 보니 좀 심술궂게 생기긴 했다.

결국 양말을 못 찾고 집으로 돌아온 리제트에게 엄마가 양말과 똑같은 모양의 나머지 한 짝을 떠 준다. 그래서 베베르와 리제트는 똑같은 모자가 생겼고 심술궂은 마투와 마토슈 '덕분에' 물고기에게도 담요가 생겼다.

이처럼 계속 예상이 빗나갔다. 마지막에는 모두 행복해지고 즐겁게 이야기가 끝났지만 처음에 주운 물건을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약간 당혹감을 느꼈다. 아이들이 읽는 책에서는 작은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만약 리제트가 잃어버렸던 양말이었다면 그런 염려는 필요없었을 텐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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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달라 파랑새 그림책 73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조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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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달라. 어디선가 들어본 단어다. 하지만 '다르다'는 말을 반복해서 쓴 것일 수도 있기에 그냥 읽었다. 하지만 조금 지나자 내가 생각했던 단어가 맞았다. 달라달라는 작은 버스를 말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이런 버스가 있다는 것을 들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 섬이라고 하는 것과 비행기를 보며 아프리카로 간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아프리카는 아닌 셈이다.

어쨌든 지은이는 일본인이지만 작가가 활동하는 곳은 프랑스란다. 그러면서 일본도 아니고 프랑스도 아닌 곳의 이야기를 하다니. 셋의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책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지만 그에 대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알라 신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슬람을 믿는 어느 나라라는 것 정도다. 그러면 이제 단 한 가지만 남았다. 그냥 이야기에 충실하는 것.

쥐마는 달라달라를 운전하는 아버지가 밤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함께 지낸다. 할아버지도 젊었을 때는 달라달라를 몰았단다. 쥐마는 그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멋져 보여서 자기도 나중에 달라달라 운전사가 되겠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모두 동일한 것일까. 자신의 아이만은 자기보다 훨씬 좋은 일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쥐마가 좋은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지만 대화는 거기서 끝난다. 그렇게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 쥐마가 스스로 자신의 직업을 결정하는 것으로 맺는다.

아빠가 쉬는 날이면 쥐마를 데리고 아무 곳으로나 놀러 가는 것으로 보아 힘들게 살아가는 가족이지만 사랑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쥐마는 엄마가 없나보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쥐마의 천진하고 명랑한 생활을 보여준다. 바닷가에 가서 큰 배도 보고 비행기를 보면서 나중에 자신도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꿈을 꾼다.

커다란 줄거리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한적하고 아름다운 바다가 반 이상을 차지해서인지 편안함을 준다. 게다가 소박한 어느 섬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흠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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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네 장 담그기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6
이규희 글,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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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마다 엄마는 메주를 만드신다. 간장은... 글쎄. 매년 담그는지 잘 모르겠다. 그만큼 장 담그는 것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리라. 시골에 계신 부모님은 올해도 어김없이 콩을 수확해서 책에 나오는 것처럼 도리깨로 콩을 털었다. 둘째는 할아버지가 하는 모습을 보고 쉬워보였는지 자기도 하겠다고 덤볐다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도리깨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시골에 갔을 때는 마침 콩을 삶아서 메주를 만들던 날이었다. 아이들은 그것이 그저 신기한 일이며 네모로 메주 만드는 일이 장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일 년 음식을 책임질 귀중한 과정이다. 메주가 잘못되면 고추장도 된장도 간장도 모두 잘못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정작 직접 해 본 적은 없으며 그나마도 엄마 혼자 하시기 때문에 볼 기회도 줄어들었다. 이 책을 보니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아, 맞아. 이렇게 햇었지하고 말이다.

콩을 수확해서 메주를 만들고 띄운 다음 그것을 가지고 간장을 만드는 과정을 찬찬히 보여주고 있는 이 그림책은 꼭 살아남았으면 하는 전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미 도시에서는 메주를 직접 만드는 집도 없을 뿐더러 장을 직접 담그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니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책으로 보여주면 적어도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 얼마나 의미있는 작업인가.

지금도 간장을 담글 때 금줄을 치고 버선을 다는 집이 얼마나 있을까. 그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실은 나도 처음 알았다. 간혹 항아리 겉표면에 유약을 발라 반짝이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장을 담그면 장 맛이 덜하다고 한다. 바로 숨 쉬는 항아리가 아니기 때문이라지. 이처럼 하나하나가 모두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건만 우리가 그것을 지키고 계승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의 어른들이 그 역할을 해야하는데 나도 전혀 모르니... 그림책을 보며 별 생각이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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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된 친구들 (그림책 + 한글자모스티커 + 놀이용공책) - 한글자모 예술놀이책 -1 재미마주 A'Q시리즈
이호백 글.그림 / 재미마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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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한글을 처음 가르칠 때 통문자로 할 것인가 아니면 구조적으로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특정 교재로 가르칠 때야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양육자가 직접 가르치기로 결심하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내 경우는 그냥 통문자로 가르치고 나중에, 그러니까 한글을 다 이해하고 나서 자음과 모음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한글의 원리에 대해 조금 더 깊게 고민하고 난 후에 보니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과는 상관없이 자모체계의 과학성은 꼭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곧 한글의 우수성이니까.

아마도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서 글자를 만들어 보는 기쁨을 누린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가끔은 사용하지 않는 글자를 만들어 놓고 발음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이처럼 한글의 자모는 일종의 놀잇감처럼 사용해도 된다. 그렇다면 글자만 가능할까. 이 책을 보고 나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빨간 표지를 넘기면 나타나는 원색의 그림들. 그런데 그 그림은 바로 한글의 자음이다. 이어서 어떤 그림이 나타나는데 그것도 자음과 모음으로 만들어졌다. 토끼도 나오고 강아지도 나오고 나비, 잠자리 등 생각지도 못했던 모양들이 연달아 나온다. 그럴 때마다 입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다른 것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음과 모음으로만 이런 모양을 만들다니.

그런데 이것만으로 다가 아니다. 조금 더 넘기면 커다란 소가 두 페이지 가득 나오는데 어쩜, 눈이 커다란 소가 꿈벅꿈벅 앉아 있는 게 자음과 모음으로 만든 것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또 다음에 나오는 꽃밭은 어떻고. 아기자기 예쁜 꽃들이 모여있는 그림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대개 한글을 가지고 만든 그림책은 자음이나 모음을 가지고 어떤 형상을 나타낸 것인데 반해 이 책은 자음과 모음이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놀잇감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아이들이 한글을 친근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특히 부록으로 들어있는 한글자모스티커를 가지고 놀며 아이들이 상상의 세계를 모험하다 보면 금방 한글과 친구가 될 것이다. 단순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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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밟을 확률 - 됨됨 이웃그림책 2
안느 장부아 지음, 장 마르크 마티스 그림, 배영하 옮김 / 됨됨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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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특이하고 재미있다. 아니 거창하게 들려서 책을 펼쳤는데 그림은 아주 단순하다. 그러니까 확률이라는 단어 때문에 뭔가 큰 지식이 들어있을 거란 생각은 틀렸다는 얘기다. 이야기가 확률과 비슷한 개념으로 흘러가지만 똥을 밟는다는 이야기에 끌려서 다른 생각은 하지 않게 된다.

우리에게 우유를 주는 고마운 젖소. 그러나 모든 동물이 똑같이 하는 일인 똥도 만든다. 우유는 괜찮다. 하지만 쇠똥은 아니다. 아니, 목장에 떨어질 때는 괜찮다. 문제는 길에 떨어질 때다. 아니, 길에 떨어졌더라도 사람이 없으면, 그리고 있다해도 쇠똥을 보면 괜찮다. 그러나 만약 모든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로 가다보면 결국...

그래서 결국 젖소가 만드는 것은 우유와 쇠똥 그리고 똥 밟을 확률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모든 상황을 확률로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그렇게 힘들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냥 이런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만 알아도 된다. 몰랐는데 뒷장에 보니 확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확률을 이해할 만한 정도의 그림은 아니고 그냥 어느 경우에 똥을 밟게 되는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도식화했다고나 할까. 큼직큼직 시원한 그림과 짧은 글, 게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 이야기. 확률은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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