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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형제 토끼 - 현덕 대표 그림동화 ㅣ 처음그림책 1
현덕 지음, 홍영우 그림 / 처음주니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또 다른 노마를 만났다. 현덕의 작품에 항상 나오는 노마. 천진하고 마냥 어린이다운 노마. 지금까지 노마하면 이형진이 그린 고양이 흉내내는 노마가 생각났다. 그런데 여기서는 전혀 다른 모습의 노마가 나온다. 이유는, 물론 그린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현덕의 노마 이야기를 왜 그리 높이 평가하는지 잘 몰랐다. 요즘은 멋진 그림책이 워낙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오래전에 나온(1947년이란다.) 이야기니 아무래도 차이가 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용을 읽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이지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쩜 그렇게 잘 표현했을까 싶고 어린이들의 놀이를 놀이답게 다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눈이 내리는 겨울. 매년 내리는 눈이지만 노마와 친구들은 처음 보는 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모두 자기를 위해 내리는 눈이라고도 생각한다. 언제나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아이들. 이게 바로 아이들 본연의 모습이자 순수한 아이들 모습 아닐런지. 작가는 그러한 아이들을 과장하지도 않고 미화하지도 않으면서 정확히 그려냈다. 또한 눈이 먼 데서 오기 때문에 다리 아파서 아무 곳에나 내린다는 표현을 함으로써 글맛도 느끼게 한다. 노마와 영이, 똘똘이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심심해 하던 아이들이 토끼가 되어 산에서 나무하는 엄마에게 갈 때부터는 이제 아이들이 아니다. 토끼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엄마 또한 단순한 엄마가 아니다. 아이들은 놀이에 쉽게 빠져든다. 또 다른 친구를 쉽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놀러 온 기동이를 보고 놀이에 필요한 늑대를 바로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먼저 늑대란 놈이 와 기다리고 선 것이라고 슬쩍 넘어간다. 이로써 아이들의 놀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비록 기동이가 악역을 맡았지만 그렇다고 끝까지 선과 악으로 나뉘어 싸우지 않는다. 이제는 빡으로 나가 눈에서 미끄럼을 타며 놀고 있다. 놀이는 그냥 놀이일 뿐이니까.
늑대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하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확실히 보면 볼수록 글맛이 느껴지는 노마 이야기다. 자꾸 강렬한 이형진풍의 그림이 연상되어 밋밋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이들일 때와 토끼와 늑대의 모습일 때를 적절히 표현해서 이야기를 도와주고 있다. 특히 소매를 길게 빼고 토끼 귀처럼 표현한 모습이 재미있다. 얼굴 모습이 천편일률적이라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