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한 탑 그림책은 내 친구 23
콜린 톰슨 지음, 이유림 옮김 / 논장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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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고 있던 작가의 책 두 권을 한꺼번에 보았다. 표지부터 화려한 색상의 그림이 눈에 띈다. 본문에 있는 그림도 여전히 화려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뭔가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에 자꾸 보게 된다.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미래의 어느 날일 게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떠서 달리고 요트 같은 것이 철로 위를 달린다. 그러고 보니 하늘이 노랗다. 밤인가? 그러나 어느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늘이파랗고 태양이 밝게 빛나던 때는 먼 과거의 일일 뿐이다. 손자는 원래부터 이런 세상만 봤으니 할아버지의 말을 책에서 본 것으로 연결시킬 뿐이다. 마치 우리 아이들이 예전에는 걷거나 말을 타고 다녔다고 하면 머릿속에서 연상하는 것처럼. 다음 장에는 동일한 장소의 밤을 보여주는데 도로를 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커다란 바퀴벌레가 돌아다닌다. 그러고 보니 앞장에서도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다. 길고양이들만 보일 뿐이다. 보기만 해도 삭막한 도시의 모습이다. 


할아버지가 자꾸 태양을 그리워하자 손자는 구름을 뚫고 갈 방법을 궁리한다. 그 첫 번째 방법이 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아주 커다란기구에 걸려 있는 작은 집. 거기에는 위성 안테나도 있고 짐가방도 있다. 문득 어떤 영화가 생각난다. 아이들이 보고 있을 때 지나가며 보아서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할아버지와 어떤 꼬마가 기구에 집을 매달고 여행다니는 이야기였지, 아마. 그런데 이 기구는 구름을 뚫고 갈 만큼 높이 올라가지 못한다. 결국 탑을 세우기로 한다. 바로 호주에 있는 유명한 레드 락 위에. 


어디선가 많이 본 이것은 바로 바벨탑이다. 이 때가 십 년이 지났을 때다. 인간의 오만함을 벌주기 위해 바벨탑은 이쯤에서 무너졌는데 그럼 이것도 그럴까 약간 걱정된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태양을 보여드리고 싶어한 손자가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서 급기야 세상의 굉장한 건물들을 몽땅 들어다 올려놓는다. 건물을 쌓아 올린 그림에서 다양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비스듬히 서 있는 모아이 석상과 자금성, 피라미드, 구겐하임 미술관 등 현대의 건축물과 과거의 건축물을 총망라했다. 그 밖에도 여기 있는 건축물은 모두 의미가 있을 것이므로 찾아봐도 되겠다.


그리고 드디어 피사의 탑 위에 올라 앉아 밝게 빛나는 태양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파란 하늘과 빛나는 태양을 보기 위해 세월을 견뎌낸 것일 게다. 그 후로 모든 사람들은 태양을 보기 위해 이곳을 오른단다.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었지만 황폐해진 자연 앞에서는 돈이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모든 것을 탑을 짓는데 쓰기로 한다. 그렇다면 결국 돈이 있으니까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얘긴가. 물질을 바라보는 관점이 명확하지 않아 잠시 멈칫했다. 그래도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것보다 자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거라 생각한다. 또 다른 사람들과 그 혜택을 골고루 나눴겠지.

간간이 나오는 판타지 동화들을 보면 기분이 결코 상쾌하지 않다. 공기는 너무 더러워져서 인공적으로 막을 씌운 곳에서 산다던가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그려진다. 그래서일까. 지금 내리는 비가 왜 그리 고마운지 모르겠다. 또한 파랗게 빛나는 하늘이 더 없이 사랑스럽고 고맙다. 이렇듯 이 책은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숨어 있는 세계의 건축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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