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 - 옥이네 봄 이야기 개똥이네 책방 4
조혜란 글.그림 / 보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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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산을 깎아 만든 아파트라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면 나무가 올려다보인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우중충한 색만 보였는데 며칠새 연두색으로 변했다. 삐죽 나온 잎사귀가 금새 손바닥만한 잎사귀로 변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봄이 늦었지만 어쨌든 봄이 오긴 했다. 지금쯤 시골 논두렁에는 쑥이 한창 자랐겠지. 봄이면 거의 매년 쑥을 뜯는다. 옥이 할머니와 옥이처럼 쑥을 뜯어다가 떡을 해먹기도 하고 아주 가끔 쑥국을 끓여먹기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쑥버무리를 잘 해주셨는데 난 할 줄 모른다. 가장 만만한 게 바로 쑥개떡이라 냉동실에 얼려 놓고 여름에도 간식으로 먹곤 한다.  

책을 보는 데는 계절이 없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제철에 보는 게 '맛'도 나고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다. 아마 이 책을 보고 유난히 마음에 와닿은 이유가 바로 계절이 꼭 맞았기 때문일 게다. 옥이 할머니네 마루 한켠에 진달래꽃을 꽂은 병이 놓여 있다. 아마도 옥이 할머니가 꽂아 놓은 것이겠지. 지금은 산에서 나무를 꺾으면 안되지만 예전에는 이른 봄에 진달래 가지를 꺾어다 방에 놓으면 조금 일찍 꽃이 피곤 했다. 햇볕을 잘 안드는 곳에 놓으면 연분홍색 꽃이 피었다. 지금은 온실에서 키운 꽃을 일찌감치 볼 수 있으니 아이들이 그런 맛을 느낄 수 있으려나. 

아직은 초록색보다는 누런색이 더 많은 들판에서 옥이랑 옥이 할머니가 열심히 쑥을 뜯고 있다. 헌데 옥이 광주리는 풀이 반이다. 원래 아이들이 쑥을 뜯으면 검불과 풀이 섞여 골라내는데 한참 걸린다. 그래도 뜯는 것 자체가 대견해서 그냥 놔두곤 한다. 옥이 할머니처럼. 그렇게 뜯어온 쑥을 가지고 누구는 쑥전을 하고 누구는 쑥버무리를 한다. 그런데 옥이 할머니는 쑥개떡을 만들어 사람들과 나눠먹고 일부는 시장에 내다 판다. 그림을 보면 옥이는 항상 목에 분홍색 보자기를 두르고 다닌다. 할머니를 찾으러 갈 때도 보자기를 휘날리며 뛰어가더니 시장에 갈 때도 보자기를 두르고 간다. 나중에 보면 이 보자기가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어떤 때는 간식 먹는 깔개였다가 어느 때는 옥이가 신발 벗고 노는 놀이터였다가 또 어느 때는 나물을 담는 보자기 본연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봄에 만날 수 있는 쑥, 엄나무 순과 고사리를 뜯는 모습과 어떻게 먹는지도 살짝 보여준다. 옥이 할머니는 시장에서 나물 판 돈을 모으던데 과연 무엇을 할까. 아마 무엇을 살지는 마지막 계절인 겨울 이야기에 나오겠지. 마지막에 고사리 판 돈 중 만 원이 없어졌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의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다. 시골에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그러나 가끔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야기, 삐죽빼죽 머리가 인상적인 옥이(게다가 코를 개에게 물린 모습은 어찌나 웃긴지 모른다.)와 애들 같은 모습의 할머니가 만들어내는 어느 시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표지 안쪽의 옥이네 동네 그림을 보며 나름대로 옥이의 발자취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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