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가장 이상한 세 단어 -

 

 

 

 

벌거벗고, 가엽고, 연약한 삶이 친구를 얼싸안고 있다.

고통이 심할수록 사랑이 깊어진다.

살아있는 사람을 돕는 것은 작은 미덕이지만,

보잘것 없는 우정일지언정 죽은 후에도 변치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우정이다.

(책 35쪽에서)

 

몽테뉴는 죽기 몇년 전, <에세>최종판에 주석을 달 때 동물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한, 동물에 대한 그의 자세를 대변하는 글을 덧붙였다.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놀때, 사실은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

우리가 서로 익살스러운 장난을 치며 함께 논다. 내가 장난을 걸거나 그만두겠다고 할 때도 있지만, 고양이가 먼저 장난을 걸어오거나 그만두겠다고 할 때도 있다.

(책 107쪽에서)

 

'마음을 위로하는 에티카 새로 읽기'라는 부제가 달린 '눈물 닦고 스피노자'

부산 인디고서원에 갔을때 추천해준 책을 구입했다.

"혁명은 거창한 단어가 아닙니다. 평생 노동만을 해왔던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세상과의 색다른 관계 맺기도 혁명입니다. 평생 부엌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한 남성이 물의 흐름, 불의 흐름, 음식의 흐름, 쓰레기의 흐름과 음식 가공의 색다른 화음이 있는 부엌일에 나서는 것도 혁명입니다. 기쁨의 관계는 민주적이고, 사랑의 관계가 형성되는 긍정과 생성의 관계입니다. 색다른 관계를 구상한다는 의미에서 혁명인셈이죠."

(책 63쪽에서)

 

 

 

겨울이 오고 있다. 살아 있는 것들에게 겨울은 매우 혹독한 계절이다. 풀은 말라야 하고 나무는 자라기를 그만두어야 하는 계절이다. 새들은 배를 곯아야 하고 산짐승은 먹을 것이 없어서 동면에 들어가야 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봄이 오거든 보라. 자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살아난다.

(책 89쪽에서)

 

 

 

 

 

 

 

 

 

 

2013년 마지막 시간은 온 힘을 쏟으며 가고 있다. 일요일 저녁 북카페 '느린나무'에서 친구 부부와 커피를 마셨다. 연말 시내는 분주하고 정신없었지만 '느린나무' 안은 고즈넉했다. 느린나무에 오기 전, 알라딘에서 마르케스의 '예고된 죽음의 일대기'와 계룡고에서 김연수의 '사월의미, 칠월의 솔'을 구입했다. 김연수의 소설은 표지와 제목이 너무 예뻐서 구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원목 선반 위에 작은 피규어 인형부터 찻잔과 손때 묻은 소품들을 보니, 이 카페의 주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성을 들였는지 짐작이 갔다.  익숙하고 따뜻한 공간이었다. 카페 입구 커다란 책꽂이에는 만화,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어 혼자 오더라도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 싶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연들이 겹겹이 쌓인 카페는 그 자체가 하나의 소설이다. 수 백편의 이야기가 따로 인 듯 싶지만 결국은 인간의 삶과 사랑이라는 거대한 주제로 엮인 연작 소설이다. 나 역시 그 의자에 앉아 삶의 이야기 하나를 더하고 있었다. 메밀차는 덤으로 주었는데 잔이 예뻐서 더 운치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매서운 바람이 불고, 겨울은 쉼없이 이어질 태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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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12-3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밀차, 저도 좋아하는데 잔도 유리항아리도 예쁘네요^^

착한시경 2013-12-30 15:56   좋아요 0 | URL
메밀차도 구수하고 좋던데요~ 찻잔들이 다 특이하게 예뻤어요~^^ 프레이야님도 연말 마무리 잘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숲노래 2013-12-3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이야기를 누리고
새로운 하루를 즐기며
새로운 사랑 오순도순 속삭이면
어느새 새해가 밝겠네요.

착한시경 2013-12-30 15:58   좋아요 0 | URL
새해를 맞이해,,,지금 모든 고민과 걱정들은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새로운이란 단어~맘에 와 닿는걸요~ 함께살기님도 건강하시고 연말 행복하게 보내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3-12-3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착한시경 님 집이군요 ? 엔띠크해서 어디 유럽 내 가정인 줄 알았습니다.

착한시경 2013-12-30 16:00   좋아요 0 | URL
대전에 유명한 북카페랍니다,,어제 저녁 모임을 그곳에서 했거든요~ 저희집이면 좋겠는데 말이죠ㅠ.ㅠ

마녀고양이 2013-12-3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시경님 댁인줄 알고 꼼꼼히 보다가
마지막에 북카페인줄 알았습니다. '느린 나무'라... 참으로 이쁜 이름이네요.

미래, 고요, 아무 것도.... 그렇네요, 진정 그렇네요.

착한시경 2013-12-30 23:29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북카페라고 밝힐것을...ㅎㅎ 느린나무 1호점, 2호점 있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잘되기 힘든데~ 이곳은 늘 자리가 꽉 차더라구요~ 골목 안에 있는 작은 카페인데,,,역시 커피맛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거 같아요...^^

서니데이 2013-12-3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착한시경님 댁에서 찍은 사진인 줄 알았는데요, 페이퍼 끝에 설명을 주셔서... ^^; 사진이, 환하게 보다는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대전에 있는 곳이라 가볼 수 없을텐데, 사진 올려주셔서 잘 봤습니다.^^

착한시경 2013-12-30 23:30   좋아요 0 | URL
저희집 사진을 올려서...비교체험 극과 극을 시켜 드려야 겠네요^^ ㅎㅎ 저희집과는 사뭇 비교되는 예쁘고 따뜻한 카페 사진이였습니다... 이제 2013년도 하루 남았네요..아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그래요...

여울 2014-01-0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린나무에서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아늑하고 좋은 곳이죠!! 이렇게 알게 되어서 반갑군요. 더구나 대전에서요. ㅎㅎ
 

정말 색이 만질 수 있는 거라면 좋겠네요. 그런데 궁색한 위로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색은 아주 적은 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눈은 말이죠. 느낌을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미묘한 색을 아주 단순하게 축소해서 본대요. 정말 게으른 녀석이죠?

- 책 32쪽에서 -

 

 

 

 

 

 

 

 

 

 

 

 

 

 

 

 

 

 

 

 

 

 

 

'악기들의 도서관'을 시작으로 해서 최근에 나온 '모든게 노래'까지 내가 소장하고 있는 김중혁의 작품은 모두 5권이다. 물론 아쉽게도 '악기들의 도서관' 이후 제대로 읽은 책은 거의 없다. 사실 악기들의 도서관도 제대로 읽었다기보다는 마음에 와 닿는 단편 몇 개를 읽었을 뿐이다.

물론 참신한 제목과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작가의 다른 책들을 몇 권 더 구입했지만, 그다지 관심을 갖고 읽지는 못했다. 내가 책을 구입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을 모두 구입해 소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가의 작품에 인용된 작품을 다시 구입해 보는 것이다.

그물처럼 촘촘하게 그 작가에게 영향을 준 작품들까지 읽다보면 훨씬 더 깊이 있게 작가를 이해하게 되는데, 게으름때문에 책을 구입하는 것으로 그칠 때가 많아 늘 아쉽다.

 

올 겨울 가장 강력한 한파를 예고하는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움츠러든다.

나이를 먹으면서 날씨에 민감해지는 것은,  매서운 추위가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덩달아 위축시키면서 우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봄 햇살이 저 뿌연 구름을 뚫고 나를 비춰 준다면 이 기분에서 좀 벗어날 수 있을까, 몇 번의 혹한을 지나야 봄은 오는 걸까 ? 본격적인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 나는 김영랑이 시처럼 찬란한 슬픔의 봄을 매일 기다리는 중이다.

책을 쌓아 놓고 뒤적거리기를 반복하다가 오랫만에 소설책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의 밝고 환한 책 표지가 마음에 들었기 띠문이다.

 

 

'레스몰'이라는 작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은 소형 전자 제품을 전문으로 디자인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자신의 디자인 사무실에 라디오 디자인을 의뢰한 메이비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는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세계 전체를 모래 알갱이만큼 작은 곳에다 압축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쓸모없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슈마허란 사람이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지만 정말 작은 것들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 (책 17쪽에서)

 

기다란 막대 안테나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라디오는 대성공을 거두고 나의 디자인 사무실은 유명세를 타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라디오를 의뢰한 메이비는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라디오를 디자인해줄 것을 부탁한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메이비는 청취자들에게 줄 선물의 디자인을 부탁한다.

 

어떤 디자이너의 말처럼 라디오란 '현세의 규칙 너머에 존재하는' 물체인 것이다. 규칙을 무시할 수 있고 시간을 넘나들 수 있고 공간을 건너뛸 수 있는 것이 바로 라디오다. (책 23쪽에서)

 

메이비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모든 상황들을 한 편의 영화처럼 실감나게 묘사하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으로 야구 중계를 본 나보다 라디오로 야구 중계를 들은 메이비가 훨씬 더 그 경기를 선명하게 기억해 설명하고 있다.

나는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이용해 라디오를 다지인하려 하지만 쉽게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중 메이비가 진행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라디오에 접속하고 방송을 듣게 된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메이비의 무용지물 박물관'이다.

무용지물이란 쓸모가 없는 사람이나 물건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물은 무용지물일 수 있다. 볼 수 없는 자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에서 메이비는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들을 소리로 표현해 낸다. 하지만 메이비의 목소리를 통해 사물과 상황들은 새롭게 의미 부여 되며 재탄생한다.

 

밤늦게 라디오 녹음을 하고 나서 뒷정리를 하다 보면 밤을 꼬박 새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럴 땐 기분이 참 좋습니다. 뭐랄까, 새벽의 모든 것들에게 포위당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시계를 보고 아는 게 아니에요, 절대로 아니죠. 안개 같은 건데요, 블라인드처럼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죠. 제일먼저 느껴지는 건 어떤 소리들이에요. 풀벌레 소리일 때도 있고 자동차 소리일 때도 있죠. 밤 동안 사라졌던 소리들이 조금씩 살아나는 겁니다. 차가 하나도 없던 도로 위로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신문을 배달하는 자전거 체인소리가 침묵의 껍질을 툭툭 치기도 하고요. 그 소리들이 밤을 깨워놓고 나면 그제야 빨간 일출이 시작되는 겁니다. (책 31쪽에서)

 

메이비가 방송에서 설명하는 노란 잠수함을 떠올려 보려고 애를 쓰지만 이미 내 마음 속에 있는 잠수함의 이미지 때문에 소리를 통한 연상이 쉽지 않다. 시각 장애인은 빛이 허락되지 않는 절대적 어둠 속에서 목소리에 의지해 모든 사물을 추론해야 한다. 소리를 이용해 모든 사물을 디자인하는 메이비는 최고의 다지이너였다. 메이비가 묘사한 야구중계 장면이나 사물에 대한 묘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중, 시각은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사물을 볼 때도 눈으로 복사를 하듯 받아들이고 뇌로 분석을 한다. 하지만 시각을 제한당한 사람들은 청각과 다른 감각으로 사물과 지식을 받아들인다. 오히려 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사물에 대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소설의 소재로는 새롭고 참신했지만 사실 암흑의 세계 속에서 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절망할 것 같다.  

 

나는 이 소설에 소재로 등장하는 라디오 이야기에 더 끌렸다.

중학교 입학 선물로 삼성에서 나온 빨간색 마이마이 카세트를 선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아이들이 갖고 다니는 핸드폰이나 MP3에 비하면 무식할 정도로 큰 크기였지만, 그 당시로서는 정말 놀랄 만큼 작고 앙증맞은 디자인의 카세트였다.  나를 팝송의 세계로 인도했던 배철수의 음악캠프, 김희애의 인기가요,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김기덕의 두시의 데이트... 중.고등학교 시절 라디오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또한 오직 성우들의 목소리만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라디오 드라마 속 장면들을 생각하는건 늘 짜릿한 즐거움을 줬다. 겨울 방학이면 따뜻한 이불 속에 배를 깔고 누워 몇 시간이고 라디오를 들었다. 라디오를 들으며 읽었던 모파상 단편집과 제인에어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소리를 듣고 상상하는 아날로그적인 라디오는 느리지만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스무 살 무렵은 더디고 더디지만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기 시작하면 도무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것이다.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처럼 언덕 아래로 사정없이 미끄러지다가 쾅, 하고 박살나버리는 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선 어쨌거나 조금은 가벼워야 할 필요가 있다, 고 나는 생각한다. (책 37쪽에서)

 

첫째 날에는 .
나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에는.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 나서,
서둘러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 종일 인간이 진화해온 궤적을
눈으로 확인해 볼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겠다.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큰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오페라하우스와 영화관에 가 공연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덧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쇼윈도에 진열돼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나를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헬렌 켈러가 그토록 보고자 소망했던 일들을,
우리는 날마다 일상 속에서 특별한 대가도지불하지않고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는 모릅니다.
아니 누구나 경험하고 사는 것처럼 잊어버리고 삽니다.
그래서 헬렌 켈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 보라.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 보라.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고!  
 
내일이면
헬렌 켈러의 간절한 소망을
더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게 되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놀라운 기적 같은 일인지,
뒤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 헬렌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중에서 -

 

헬렌켈러가 쓴 유명한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통해 본다는 것과 듣는 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소홀히 놓쳐 버린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늘 급하게 쫓기며 살았던 삶과 눈으로 보여지는 데로 행동하고 말하며 겪었던 많은 실수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본다고 하지만 그것이 진실일까 ? 허상들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살지 않았을까 ?

차라리 듣는다는게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겠다. 눈은 감고, 귀를 열며 살고 싶다.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리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험을 쌓아야 하는 걸까 ? 짧은 소설 한편을 읽으며 잠깐 잡다한 생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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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8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 즐겁게 아름다운 빛을 보시고,
새해에는 또 새해대로 밝은 빛을 보셔요.

예전에는 몰랐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니
삼성카세트나 금성카세트 모두
일본 것을 베낀 모델이었더라구요.

저한테는 카세트가 없었지만,
내 동무들은 국산은 안 쓰고 다들
쏘니니 아이와니 파나소닉이니
되게 비싼 것들을 어머니를 졸라 사서 쓰더라구요...
흠~

착한시경 2013-12-28 23:30   좋아요 0 | URL
파나소닉, 소니, 아이와...전부 추억의 브랜드가 되었네요^^ 소설 속 라디오이야기를 들으니 그냥 문득 옛날 생각이 아련하게 들었어요...ㅎㅎ
함께 살기님께서도 평온한 밤 보내세요... 대전은 오늘 추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29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전도 춥군요 ? 여긴 정말 얼어죽을 거 같더군요. 밖에 몇 시간 그냥 이었더니 동상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팽귄뉴스 반가운데요... 헛헛....

착한시경 2013-12-29 13:41   좋아요 0 | URL
겨울이 추운건 당연한건만,,,그래도 정말 추운데요~ 곰곰님...감기 걸리세요~ 넘 추운데 계시지 마시길~

프레이야 2013-12-3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날로그 라디오를 늘 가까이 두고 있어요. 주파수 돌려 맞추는 재미^^
시각과 청각이 차단된다면 어떨까요? 심안으로도 보고 여행하시는 분들도 있고.
얼마전 배리어프리 영화를 봤는데 시각과 청각을 가지고 보는 우리들의 감각을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답니다.

착한시경 2013-12-30 16:20   좋아요 0 | URL
저도 생각나요... 지방이라서 들을 수 있는 라디오 프로가 제한되었는데,,,운 좋게 주파수를 잘 맞추면 서울 방송도 들을 수 있었답니다. 찌찌직 거렸던 라디오 소리도 지나고 보니 다 추억이네요... 배리어프리라는 영화 저도 보고 싶어요...한번 볼께요^^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책은 남몰래 그대에게 지시한다.

그대 자신으로 돌아가도록

거기 그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다.

해와 달과 별들이

왜냐하면 그대가 물어본 적 있는 그 빛은

그대 자신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대가 오래도록 찾았던

책 속의 지혜가

이제 책장마다에서 빛난다.

이제 그 지혜 그대의 것이 되었으므로

- 헤르만 헤서의 책 -

 

 

 

 

누군가 나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하라면 단연코 '책'을 선택하겠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책을 선물 받아도 기쁠테지만,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책을 다시 선물 받는다해도 나는 기쁠 것이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은 감동으로 그 책을 읽었으리라 하는 마음의 공감이 느껴지니 행복한 일이다. 밥 한끼 값 정도의 돈으로 가장 오랫동안 소유의 행복을 주는 데는 책만한 것이 없다. 책에 관한 한 나는 절대 다다익선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 싶다.

자신의 집에는 3000권의 책이 있을 뿐, 나머지 5만권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따로 집을 구했다는 움베르트 에코의 서재처럼 나도 내 책을 여유있게 보관할 공간을 갖고 싶다는 작은 소원이 있다.

책장에 겹쳐져 꽂혀진 책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여유있는 공간을 언제쯤 갖게 될까 ?

이런 저런 생각 중에 책을 보관할 장소를 고민하기 보다는 책을 읽는 일에 더 시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나는 정말 바쁜가 ? 의미없이 보낸 많은 시간들, 분주하기만 하고 정리되지 않은 여러가지 일들 속에서 늘 변명거리만 찾으며 살았다.

사는 일보다 읽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겠다. (하지만 정말 이 부분이 너무 힘들다. 사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좋은 책들은 더 많다.)

 

 

 

 

커다란 창가에서 멀리 대청호가 내다 보이는 홍차카페 소정...

소정 앞 마당에서 책을 소재로 사진  몇 장을 찍으며 놀았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와 밤은 선생이다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책이고, 디어 라이프는 내 가방 속에 있던 책이다.

나는 카페에서 책을 놓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데, 책을 놓은 자리는 지적이며 아름답고 우아해진다. 책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테리어 소품이다. 아니...책을 놓으면 책이 주인공이 되고 나머지가 소품이 되버린다. 내 눈에는 그렇다. 요즘 카페에 가면 소품으로 책을 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카페에서 좋은 책을 만나기 쉽지 않은 것도 참 아쉽다. 최근 여러가지 사정으로 텔레비전이 사라진 자리에 책을 쌓아두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인테리어가 된 셈이다.

 

 

 

 

홍차를 아직 잘 알지 못해서 소정 주인부부가 추천한 차를 마신다.

이번에는 쥬뗌므와 샹글릴라를 마셨다. 느긋함과 입안에 맴도는 달콤함을 즐기면서 마시는 홍차는 정말 매력적이다. 홍차와 책..화사한 꽃무늬 러너가 너무 잘 어울렸다.

사진찍는 기술의 부족이 아쉬울 뿐이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이 책 세 권을 모두 읽을 수 있을까 ? 차분하게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

분주한 금요일 오후... 홍차 한 잔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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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마음 담은 책을
언제나 즐겁게 읽으면서
어여쁜 삶과 사랑 키우셔요~

착한시경 2013-12-27 16:01   좋아요 0 | URL
와~감사합니다... 어여쁜 사랑과 삶을 키우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책 읽으면서 착하게 즐겁게 살께요...^^ 행복한 금요일 밤 되세요

2013-12-28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착한시경 2013-12-28 14:08   좋아요 0 | URL
와...반갑습니다...서니데이님^^ 저도 자주 서재에 놀러갈께요~이렇게 서재를 통해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되니 재미있고 즐거운데요... 옥천 국도변에 있는 홍차카페인데,,그곳에서 영화를 찍었다고하네요...그후로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아요..주인부부가 오랫동안 차를 배우고 연구해서 차린 홍차카페인데..저희 부부도 요즘 홍차 맛 때문에 가끔 찾게 되더라구요...앞으로 자주 뵈어요...
 

그렇다면 도대체 소로는 어떤 사람인가 ?

내가 말하는 사람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의미에서, 내 유년기와 이른 청년기의 친구이자 생사를 넘어 나를 도운 은인이다. 이런 도움에 감사하고, 그와의 추억에 경의를 베푸는 일은 당연한 의무라 하겠다. 더군다나 그의 이름과 며예, 삶과 가르침이 머스케타퀴드 근처에 사는 아이들만의 유산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적 자신이 된 마당에는 더 그렇다.

-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 중 23쪽에서 -

 

 

 

 

 

그는 또한 우리에게 숲 속에서의 예의범절을 가르쳤다. 숲은 소란한 자와 부주의한 자에게는 어떠한 보물과 지혜도 나눠주지 않는 법임을. 인간은 뱀이 흉측하다고 죽여서도 안되며, 놀라게 했다고 복수해서도 아니 됨을. 아무리 열심히 새알을 모으는 사람일지라도 대부분의 알을 어미새에게 남겨야 하며, 둥지를 보려 너무 자주 가서도 안된다는 이치를 알려주었다.

-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 중 20쪽에서 -

 

또한 그녀는 대단히 사려 깊었고, 얼마 안 되는 돈으로도 즐거운 가정을 꾸리는 데 비범한 재주를 가졌다. 검소한 식단과 소박한 식재료를 토속의 향미료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명랑함으로 조리함으로써 맛나게 만들었다. 이 착한 부인은 일과 보살핌을 제자리에 둘 줄 알았으며, 삶과 사랑을 무엇보다 앞세울 줄 알았다.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가 전한 바에 따르면 이 집안에서는 수년 동안 평일에는 차나 커피, 설탕, 그리고 다른 사치품을 사용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던 딸들을 위해 피아노를 사줄 수 있었고, 모든 아이들의 교육비를, 특히 둘째 아들의 대학 교육비를 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녀의 식탁은 항상 매력적이었으며, 음식은 풍족했고 맛깔스러웠다. 그녀에게는 두 딸과 두 아들이 있었는데, 헨리는 둘째 아들이었다.

-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 중 33쪽에서 -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만약 내가 나의 오전과 오후를 모두 사회에 팔아야만 한다면, 내게 살아갈 만한 가치를 느끼게 할 어떤 것도 남지 않게 되리라 확신한다. 나는 그렇게 한 사발 죽을 위해 생득권을 팔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아주 근면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생계를 벌기 위해 자기 삶의 더 큰 부분을 소비하는 사람만큼 치명적인 실패자는 없다. 위대한 과업은 자기를 부양하는 일이다. 예컨대 시인은, 증기기관 대패가 깎아낸 대팻밥으로 보일러를 끓이듯이 시로써 자신을 부양해야 한다. 당신은 사랑으로 생계를 벌어야 한다."

-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 중 75쪽에서 -

 

소로와 같은 마을 이웃으로 살았던 저자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이 바라본 소로 이야기...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을 읽고 있는 중이다.

소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풀어보려는 저자의 의도보다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더 마음을 끌었다. 월든과 시민 불복종으로 너무나 유명한 소로... 그런 소로와 이웃하며 따뜻하고 순수한 우정을 나눈 저자가 부러울 따름이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인데 좋은 문장들이 많아 열심히 밑줄을 긋고 있는 중이다.

 

갖가지 질병과 낙담, 그리고 황폐함의 근원은, 자신의 나날들이 어떻게 지니가는지 멀리 떨어져 조망할 여유도 없이, 모두가 그러하듯이 순간순간 살아가고, 그리하여 하루가, 일 년이, 한 평생이 오로지 살기 위한 준비 속에 지나가버린다는 사실이다. 제대로 살게 되는 시간은, 적어도 지상에서는 결코 오지 않게 된다. 소로는 이런 삶을 살 수 없었다. 그는 지상을 조망하고 방향과 거리를 재는, 또 다른 의미의 측량기사였기 때문이다. 월든에서의 그의 삶은 수단과 목적이 적정의 관계에 있게 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그는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 중 74쪽에서 -

 

 

옥천에서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 외딴 국도변을 지나는 중 차에 치여 도로 한 복판에 죽어 있는 고라니를 발견했다. 차 창 밖으로 차디찬 도로 한가운데 고개가 꺾인 채로 누워 있는 고라니가 보였다. 요즘 국도변이나 고속도로를 지나다 보면 이런 동물들의 죽음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세계 속에서 그들과 함께 공존할 방법은 없는 걸까 ?

인간의 편리를 앞세운 무분별한 개발 논리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동물들을 보니 안타운 마음 뿐이다. 자연과 공존을 추구했던 동양과는 달리 서양은 인간을 세계의 중심으로 놓고 자연을 인간이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다. 산과 강이 있던 자리에 도로가 만들어지고, 인간의 거주 공간이 자연 속으로 확장되어 가면서 점점 그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게 되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 잠깐 마주한 모습이지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돌려 죽은 고라니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미 해가 어둑 어둑해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고라니를 발견하지 못한 차들은 무참하게 그 여린 몸을 밟고 지나 갈 것이 뻔한 일이었다. 비록 이미 죽어 식어가는 몸이지만 그 몸이 형태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짓밟힌다면...그건 한번의 죽음이 아닌 것이다.

마음같아서는 땅을 파서 묻어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우선은 추위에 언 땅을 팔 도구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남편이 고라니를 도로 갓길로 옮겨 놓고 있는 중, 마을 주민인 듯한 아저씨 두 분이 오셔서 뒷 처리를 해주겠다고 하셨다.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을 주민 분이신 것 같았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죽은 고라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

그 고라니에게도 가족과 친구가 있지 않을까 ?

어미 고라니는 돌아오지 않은 새끼를 얼마나 기다릴까 ?

왜 산에서 도로로 내려왔을까 ? 고라니가 살았던 산에는 먹이가 충분하지 않았던 걸까 ?

여러가지 생각에 마음이 심란했다. 작은 여린 고라니의 선한 눈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늘 '소로와 함께 한 나날들'을 읽으며 어제 우리가 만난 고라니와 소로의 삶이 떠올랐다. 앞으로만 나가려는 속도의 법칙을 버리고 뒤를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멈춰야 보이고, 천천히 보아야 차세히 볼 수 있다. 그래야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작은 것은 아름답고 모든 것은 소중하다. 자연의 작은 소리와 몸짓에도 귀 기울린다면... 고라니의 불행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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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2-2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게 고라니였군요.
제 책상에 앉아있으면 창문을 통해 바깥 낮은 언덕이 보이는데 어느 날 창문 밖을 내다보니 저렇게 생긴 동물이 휙 지나가는 거예요. 아마 먹이를 찾아 내려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는지. 저게 무얼까 했는데 고라니였네요. 그 고라니는 차가 다니는 길까지 내려가는 일이 없어야할텐데.

착한시경 2013-12-27 09:42   좋아요 0 | URL
자연과 함께 상생할 방법을 모색하는데...요즘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늘 이론만 있을 뿐 실제 제 삶도 그렇지 못해 부끄러워요,,,
차가운 도로에 죽어있는 고라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서 마음이 아프네요...
나인님말처럼 이런 일이 없어야 할텐데...저두 그 생각 뿐...

플라타나스 2013-12-2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은 참으로 소중한 울타리이죠...
돌아오지 않는 새끼 고라니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미 고라니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바쁘게 앞으로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걷던길을...
이제는 잠시멈추어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할 때입니다..

소중한 사람, 소중한 가족, 소중한 자연....
이 보다 더큰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진정 아름다움은 이 모든것을 지키고 보호할때
비로소 가치가 있겠지요..

착한시경 2013-12-27 09:44   좋아요 0 | URL
새끼 고라니는 왜 혼자 큰길까지 내려온걸까요 ? 어미 말을 듣지 않고 호기심에 세상으로 내려온걸까 ? 아니면 먹이가 없어 찾으러 내려온걸까 ?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진 않았던 것 같아 부끄럽네요...

appletreeje 2013-12-2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은 저도 즐겁게 읽었는데 착한시경님의 좋은 글로
다시 읽으니, 더욱 반갑고 좋네요~

이 글을 읽으며 유홍준님의 <북촌-까마귀>속
작가의 '어느 살생자(殺生者)의 수기'라는 부제가 붙은 자서전에도
'고라니의 죽음'에 대한 많은 아픈 이야기가 나오는데...시경님의 고라니 이야기를
읽으니 또 그 이야기들이 떠오르고 더욱 마음이 아프네요..
그나저나, 차를 돌려 죽은 고라니를 갓길로 옮겨놓고 오신 두 분의 마음에
고맙고 따스함이 흐르는 시간입니다.

착한시경님! 오늘도 좋은 글 덕분에 또 우리가 함께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생각케 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아름답고 좋은 날 되세요~*^^*

착한시경 2013-12-27 16:03   좋아요 0 | URL
트리제님은 벌써 읽으셨구나,,, 저도 오늘 마무리될수 있을 것 같아요~
고라니는 지금도 맘이 짠하고~ 뭔가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유홍준의 책도 한번 꼬옥 읽어보고 싶어요~ 따사로운 금요일밤 되세요^,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의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 -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 늘 하던 일을 하고,  남편은 직장에서, 아들은 학원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기념 가족여행을 다녀온 터라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차분하게 보낼 계획이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크리스마스에 별다른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선물과 카드를 주고 받으며 들떴던 마음보다는 그저 주중에 선물처럼 주어진 공휴일이 되었다.
은행동으로 나간다면 소란스럽지만 활기차고 흥겨운 크리스마스가 될수 있겠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냥 빈둥빈둥 뒹굴며"보내야 할 것 같다.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영화... 나홀로 집에 보다는 러브 액추얼리

짝사랑, 어린 아이의 첫사랑, 친구의 아내를 사랑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 특히 스케치북 편지 프로포즈와 휴그랜트가 혼자 관저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들은 정말 잊을 수 없다. 특히 올 겨울 개봉한 어바웃 타임을 본 후, 러브 액추얼리를 다시 보니 감동이 두배 !!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세상 사는 것이 울적해 질 때면, 나는 공항에서 재회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우리는 증오와 탐욕 속에 산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굳이 심오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아내와 남편......남자 친구, 여자 친구, 오랜 벗..... 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무너졌을 때, 그곳에서 휴대폰으로 사람들이 남긴 마지막 말은 증오나 복수가 아닌 모두 사랑의 메세지였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랑은 실제로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러브액추얼리 중에서 -

사랑을 빼면 우리 삶에서 남은 것이 무엇일까 ?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신 것도 사랑의 결정판인 것을... 우리의 삶이 유한한데 마치 영원한 시간 속에 사는 것처럼 미움과 욕심 속에 사는 게 부끄럽다. 이번 겨울에는 다 용서하고 싶다. 우선은 실수투성이인 나를 용서하고,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도 용서하고, 내가 미워했던 자들도 용서하고 싶다. 결국 사랑만이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거리에 사람들은 모두 선물을 한아름 들고 바쁘게 집을 향해 가고 있다. 엄마 신발을 신고 거리로 나와 추위에 떨면서 성냥을 파는 소녀에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소녀는 따사로운 불빛이 새어나오는 어느  집 창 밑에서 성냥을 하나씩 켜며 서서히 죽어간다.

언제 들어도 마음이 짠하게 슬퍼지는 동화... 안데르센은 왜 이렇게 슬픈 동화를 많이 쓴걸까 ?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꼭 이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이 난다. 특히,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에게 신발을 뺏긴 후, 맨발로 거리를 걷던 소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시절 애니메이션으로 본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어 꼭 내가 맨발로 눈 위를 걷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언제나 떠오르는 동화... 그리고 지금도 어디선가 외롭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을 아이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책읽기는 영혼을 놀라게 한다. 책읽기는 자신의 내부에 등록된 모국어, 그곳에서 속삭여지며 의식의 형태로 감시하는 반향 효과를 흐트러뜨린다. 책읽기는 사고의 시공을 확장시킨다. (214쪽)

모든 강물은 끊임없이 바다로 휩쓸려 들어간다. 나의 삶은 침묵으로 흘러든다. 연기가 하늘로 빨려들 듯 모든 나이는 과거로 흡수된다.

(11쪽)

배우는 것은 강렬한 쾌락이다. 배우는 것은 태어나는 것에 속한다. 몇 살을 먹었든 간에 배우는 자의 육체는 그 때 일종의 확장을 체험한다. (29쪽)

-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에서 -

파스칼 키냐르....국내에 번역된 9권의 책을 모두 구입했지만 제대로 읽은 책은 세상의 모든 아침 뿐이다. 2014년 독서 목표는 밀란 쿤데라와 파스칼 키냐르를 전적 독서하기로 세웠는데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심란한 연말을 지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1월부터 도전해야 겠다. 읽다가 덮어 둔 은밀한 생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키냐르와 쿤데라가 나를 진정으로 만나주기를 소망한다.

 

 

 

 

조용하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살짝 서운했는데, 남편이 퇴근 길에 케익과 샴페인을 사가지고 왔다. 가족들끼리 샴페인을 마시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부드럽고 달콤한 생크림 케익과 톡 쏘는 맛을 내는 사과맛 샴페인을 함께 마셨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은 처음 마시는 샴페인에 흥분했고 그런 아들을 보니 제법 컸구나 싶은 마음에 흐뭇했다. 우리 부부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아들과 샴페인을 마시는다는 것은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몇 번의 크리스마스를 온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을까 ?

이제 중3이 되는 아들은 친구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년 쯤은 우리 부부만 집에 남게 될 것 같다.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겠지... 아니 어쩌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며 즐거워했던 아들의 어린 시절을 못 견디게 그리워할 수도 있다. 

지난 일들은 왜 이리 아름다운 걸까 ?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어린 아들의 앳된 모습이 눈에 선하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그 많은 레고는 다 어디로 간 걸까 ? 그 작고 앙증 맞은 손으로 레고를 조립하며 즐거워하던 아들은 어디로 가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머리를 쥐어 뜯으며 괴로워하는 사춘기 소년만 남은 것일까 ?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은 조용히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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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아이와 함께 누릴 수 있는 기쁜 빛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하루하루 아름답게 품으셔요.

모레가 되고 글피가 되면
오늘이 또 애틋한 이야기로 되살아나겠지요.

착한시경 2013-12-25 10:19   좋아요 0 | URL
행복한 크리스마스~ 내년 크리스마스도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고 싶은 바램이예요^^아들이 커가면서 서운한 마음도 들고 기특한 마음도 들고 그러네요~^^

마녀고양이 2013-12-2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 좋아하고 친구가 우선인 사춘기 딸 여기 하나 더 있답니다. ^^
하지만 아직도 집이 최고, 엄마랑 있는게 가장 편해~ 라고 해주니 고마운 마음도 들구요,
제가 우리 딸에게 좋은 엄마구나 하는 자랑스러움도 쪼~~~금 있습니다.

한 발자욱씩 제게서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를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수많은 힘든 아이들과 부모들을 보면서 잘 자라는 딸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함께 느끼고 있어요.

착한시경 2013-12-25 10:28   좋아요 0 | URL
저희 아들은 요즘 혼자놀기를 제일 좋아하는 듯 싶어요~ㅠ.ㅠ 그래도 곁에 있는 지금이 행복한거겠죠^^ 내년에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한발짝 뒤에서 응원하고 싶어요,,, 마고님도 가족들과 해피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appletreeje 2013-12-2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분들과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셨군요~
'성냥팔이 소녀'는 늘 이맘때만 되면 생각나는 동화지요.^^
저도 지금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눈의 여왕'과 함께
아련하고 알싸하게 떠올리는 책.
서재분위기가 더욱 예뻐졌어요~
프로필 사진,의 인디고 서원의 모습도 참 좋네요~
착한시경님! 오늘도 행복하고 좋은 날 되세요~*^^*



착한시경 2013-12-26 20:33   좋아요 0 | URL
인디고서원....언제가도 예쁘고 반가운 곳이예요^^ 전 트리제님 덕분에 늘 좋은 시를 읽게되니...고마운 맘이 커요~ 새해에는 서재에서 더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