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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봄...봄...봄이 왔어요

아무리 추워도 3월이 되면 봄의 기운에 맘이 설레인다. 봄은 피부의 촉감으로 느끼기 전에 맘으로 부터 먼저 오는 것 같다.

겨울을 벗어 버리고 성큼 다가 온 봄을 맞으러 가족들과 함께 전주로 소풍 다녀왔다.

긴 방학 동안 나름대로 바쁘게 지내온 아들에 대한 대견함과 안쓰러움이 있어 개학 하기 전까지

기회가 된다면 가까운 곳에라도 자주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만만한 곳이 전주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 대신 남부시장 2층에 있는 청년몰에 다녀왔다.

 

 

 

복잡한 시장 골목을 지나서 계단을 올라가니...철사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주전자 풍경이 바람에 부딪치며 쨍그랑 쨍그랑 소리로 반긴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구호가 눈에 띈다.

아기 자기 하면서도 소박하고 개성있는 작은 가게들이 남부시장 2층에 나란히 들어 서 있다.

 

   

 

손님도 느긋하고 주인은 더 느긋하다.

주인 혼자 커피를 내리고, 와플을 굽고, 고구마도 튀겨낸다.

하지만 오래 걸린다며 재촉하는 손님도 없고... 주인 역시 주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씻어놓은 고구마를 자르고 설탕에 버무려 튀겨낸다.

그 사이 손님들은 가게 안에 틀어놓은 음악을 듣거나 약간 빈티지한 가게를 사진기에 담아낸다.

불같이 뿜어져 나오는 뜨거움보다는

어설프지만 꺼지지 않는 화롯불처럼 은근한 힘이 느껴지는 곳이다.

 

 

 

착한 보이는 청년 직접 재배한 고구마로 맛탕을 만들어 파는 고구마니아에서 맛탕 한 접시를 이쑤시개로 콕콕 찍어 맛있게 먹었다.

뽕나무 요리집인 뽕의 도리, 볶음 요리 전문점인 더 플라잉 팬,  핸드 메이드 강습소인 그녀들의 수작, 환경을 생각하는 재활용 디자인 가게인 나는 나, 식충 식물을 파는 범이네 식충이 그리고 고양이 테마카페인 카페나비는 핸드 드립커피를 판다.

 

 

가게 이름 만큼이나 파는 것도 특색있고 나름대로 의미있는 제품과 먹거리들을 팔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청년들도 많은데... 소박하지만 소신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청년들이 모인 곳이라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꿈을 파는 곳...

꿈 꾸며 살기를 소망하는 청년들이 모인 곳에서 봄 기운 담뿍 느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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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05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드는 말입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ㅎㅎ
전주에 다녀 오셨군요. 아이구, 저 냥이 튼실하니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ㅋㅋ
아몬드를 솔솔 뿌린 맛탕도 참 맛나 보이고, 샵들도 참 맘에 드네요~~
착한시경님 덕분에 오늘도 행복한 시간 보내다 갑니다.^^
평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착한시경 2013-03-07 00:26   좋아요 0 | URL
저희 가족은 전주를 너무 좋아하고..자주 가는 편인데..언제나 가도 참 좋은거 같아요..특히 한옥마을 안에 있는 전동성당은 종교를 떠나서 참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에요..최근에 성당기행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종교 건축물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기회가 되시면 꼬옥 가보세요^^ 청년몰도 좋았어요..

appletreeje 2013-03-07 09:44   좋아요 0 | URL
전주는 저희 가족도 참 좋아하는 곳이지요~^^
전동성당도 그렇구요. 남부시장의 청년몰은 몰랐었는데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네요.^^
ㅎㅎ '성당기행'. 저도 이번에 반값도서로 읽고 친구에게 선물했어요.
디자인하우스에서 나온 책들을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는데 이번에 성당기행으로 다시 만났네요.^^
착한시경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직지사는 예쁜 봄꽃이 피면 다시 오기로 하고 오늘은 자산동 벽화마을에 다녀왔다.
하늘 아래...첫번째 동네

겨울의 끝자락에서 좁은 골목길에는 아직도 다 타버린 연탄재 더미가 가득 쌓여있다.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의 담벼락에 무궁화도 피고, 민들레도 피고, 해바리기 꽃과 연꽃도 활짝 폈다. 꽃바구니에 담긴 이름 모를 꽃이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흙에 뿌리를 내리진 못했지만 햇빛과 비를 맞아 담장에서도 꽃을 피웠나 보다.

 

 

 

또...좁은 샛길 담벽에는 빨간 자두꽃과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 그리고 때 이른 수박이 덩쿨째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따라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 표정이 잼있어 죽겠다는듯...익살스럽다.
특히 이 마을에는 꽃그림 벽화가 많아 인상적이다.
김천에서 가장 먼저 아침과 밤을 맞이 하는 달동네...

그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는 꽃들이 벽과 벽을 타고 이어졌다. 심심한 벽이 그림과 만나 살아있는 거리가 되었다...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요렇게 멋진 글귀도 그림과 참 잘 어울린다. 모처럼 먼 곳까지 놀러 온 맑음이도 신났고...잠시나마 메이플 세계를 잊은 민규도 즐거워 보인다.

부실한 캠코더로 열심히 우리를 찍으러 다니는 남편은 혼자 VJ특공대 놀이에 빠졌다.

그래도 민규는 아빠의 놀이에 나름 맞춰주려 노력하고~나는 렌즈를 열심히 피해 다녔다...아~앞으로 당분간 VJ놀이가 계속될꺼 같아 살짝 불안할 뿐이다.

한동안 DSLR에 빠져 열심히 찍사를 하더니...이제는 생생한 현장감을 담아야 한다며  캠코더로 동영상을 찍는다.

 


벽화마을을 한바퀴 돌고, 김천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중국만두'에 갔다.
너무 허름해 보여서~문 앞에서 살짝 망설였는데...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손님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그리고 주문을 해 놓고 차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는데...맛을 보니 기다려 사 올만 곳이다.
중국 화교 부부가 하는 직접 운영하는 만두집인데...메뉴도 만두와 찐빵 두 종류 뿐이다. 남편은 손반죽을 해서 만두피를 밀고, 아내는 배추와 돼지고기 소를 넣어 만두를 빚는다.
그리고 아들로 보이는 청년이 무쇠솥에 연실 뜨겁게 만두를 쪄 낸다.
느끼한 맛이 없이 달고 너무 맛있다. 양념간장도 특이하고 양도 푸짐하다.

간식이 아니라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우리가 먹는 동안에도 포장 손님이 너무 많아서 살짝 정신없이 먹어야 하는게 단점이지만... 이렇게 맛있는 만두를 우리 동네에선 맛볼수 없으니 이 정도는 감수하고~ 참 맛나게 먹었다.
더 날씨가 따뜻해지면 중국만두가 또 먹고 싶어서 다시 와야 할 것 같다.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나들이였다. 봄이되면 왠지 집에서 주말을 보내는게 너무 아쉽다. 오늘처럼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찾아... 담 주에도 봄바람 쐬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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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04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시경님께서 올려 주신, 푸른 벽의 진달래와 너무나 예쁘고 환상적인 벽화들 덕분에 이 밤 너무 행복합니다~^^ 제 맘에 아름다운 봄이 벌써 활짝, 핀 것 같군요.^^
ㅎㅎ 중국만두도 참 맛있어 보이네요.
착한시경님! 좋은 밤 되세요.*^^*

착한시경 2013-03-05 01:23   좋아요 0 | URL
방명록에 남겨주신 글을 오늘 봤네요^^제 안부를 궁금해 해주시는 분이 계시다는게 신기하고 고마웠어요~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구요~꾸준히 와서 글만 읽다갔답니다..늘 좋은 시 올려 주셔서 늘 감사히 읽고 있어요~
 

내가 전주 예찬론자가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전주의 맛 때문이다.  

음식은 역시~ 전라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하지만 무엇보다 맛이 좋다. 

전주하면 비빔밥이지만...우리는 꼭 한옥마을 근처에 있는 반야돌솥밥에 간다. 

갓지은 돌솥밥... 집간장에 듬성듬성하게 썬 파와 통깨로 맛을 낸 담백한 양념장을 슴슴하게 비벼먹으면 된다.. 특히 갓 무쳐 나오는 제철 나물들과 겉절이가 별미인데... 가짓수만 채운 반찬들보다는 정말 먹을만한  맛깔스런 반찬들만 나와서 좋다... 

 

한옥마을을 한바퀴돌고 잠깐 쉬고 싶다면 한옥마을 끝자락에 있는 외할머니 솜씨의 찰떡팥빙수를 강추한다.  집에서 삶아 낸 팥과 큼직한 찰떡... 흑임자가루로 고소한 맛을 냈다~ 여름이면 자꾸만 생각날꺼 같다~ 

 

그 밖에 쫄면과 칼국수로 유명한 베테랑 칼국수와 마패호두과자...전주의 명물 콩나물국밥집인 왱이집~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들이 완전 좋아하는 이연국수^^ 아무리 배가 불러도 꼭 먹고와야할 만큼 정말 맛있는 국수집이다^^ 달착지근하면서도 매콤한 비빔국수와 깔끔한 멸치육수로 맛을 낸 물국수... 갈때 마다 뭘 먹을까 갈등하게 만드는 곳~ 특히 내가 사랑하는 이연국수... 전주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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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부터 우울한 민규와 아닌 척했지만 더 우울한 부모...의욕도 없고 특별히 할 일도 없어 각자 놀고 있다가 갑자기 마곡사에 가게 되었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말인 힐링하러~ 자연 속에 살짝 묻어 들어가 맘도~ 몸도 치유 받기 위해... 가까운 공주로 나들이 갔다.  
게임을 하다 아이템을 사기 당하거나 아이디를 정지 당할 때를 제외하고는 결코 울지 않는 민규가 토요일에 울었다.  내가 신기해서 민규 운다라고 말했더니~ 날 째려보면서 뚝뚝 눈물을 흘렸다. 그래~ 때로는 독한 맘도 필요한거다~ 제이부페는 다시 한주 미뤘지만... 이번에 니가 느낀 좌절과 실패를 잊지말고 기억하렴... 어떤 성적표 앞에서도 꿋꿋하게 뭐 어때 하던 놈이 그래도 피아노에는 기대가 컸었구나~ 

 


바람도 쐴 겸... 오랫만에 찾은 산사~ 
은은한 풍경소리와 마른 단풍은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마지막 고운 빛깔마저 우리에게 다 보여주곤 땅 속으로 들어 가 거름이 될 준비 중 인가보다.  
마곡사 올라가는 길에 보기만 해도 이빨이 달달 떨리는 맑은 물이 흐르고~ 그 물 위로 산 그림자 어리운다.  
군밤 한 봉지를 까 먹으며... 천천히 걷다보니~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감도 보이고~
알맹이를 내놓기 위해 몸을 반으로 가른 아픔을 견뎌낸 밤송이도 보인다. 산책로 갓길... 작은 흙더미 위에서 이름모를 풀들이 푸릇푸릇 돋아나고 있었다.
꼬물꼬물~연약한 줄기와 잎이 이 추위를 어찌 견뎌낼까?  짧아진 낮의 햋빛을 잘 모아 두고~ 긴 겨울밤을 참아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크고 웅장한 절이 아니어도...좋다.
오래된 절에서 나는 묵은 나무 향도...좋다.
흙과 돌로 엉성하게 지어올린 나즈막한  담벼락도..참 좋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반질해진 댓돌도 좋다.
냇물 위에 제각각 모양과 크기로 놓인 징검다리...그리고 그 사이로 유유히 흘러 가는 물도 좋다.
작은 돌들로 쌓아 올린 소원 탑에서... 민규도 돌을 올렸다.  
자연의 모든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조화가 잠 신비롭다...  
다시 내려오는 길... 어느 새 너무 어두워졌다.  도시에서는 인공의 빛이 많아  진짜 어둠을 느끼기 힘들지만~ 산 속 절의 어둠은 두려움보다는 평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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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아름다운 광안대교를 마주보며 천사 커피를 마시는 중...부산은 바람이 참 착하다.  

바닷가 근처인데도 찬 바람이 아니라 시원한 바닷  바람이 불어 온다.  한 겨울 날씨라고 보기에는 하루 종일 너무 따스한 부산... 

 

눈 온 흔적조차 없고 그저 비만 내린 듯... 온 도시가 안개로 촉촉하게 젖어있다.  오후에는 안개마저 맑게 개어...겨울 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했다.  감천문화마을과 인디고서원에 다녀오니 벌써~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부산은 형형색색 불빛을 뿜어내며 도시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자랑한다.  광안리 바닷 바람...  고운 모랫길...터지는 순간 고운 빛으로 사라지는 불꽃들... 쏟아질 듯 다가와 부서지는 파도들...길게 늘어선 광안대교의 풍경...  저렇게 많은 차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낯선 도시에서 맞는 토요일 밤도 좋고,  오랫만에 보는 바다도 좋다.


연인들은 사랑을 불꽃에  실어 보내고..가족들은 아이들의 꿈을 하늘 높이 실어 보낸다.  짧은 시간~온 몸을 태워 빛을 내는 불꽃도 아름답지만...꺼진 듯 싶지만 긴 시간 온기를 품고 있는 화로의 숯불도 좋다.  

 

 


민규는 인디고 서원에서 사 온 책을 읽고... 남편은 음악를 듣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혼자서 부산에 오려 했는데~ 또 이렇게 가족들과 엮여 함께 왔다.  
하루 종일 중얼중얼 꽁알 거리는 민규랑 투닥거리는 것도~ 부산에 왔지만 회를 먹지 않는 까탈스런 남편의 식성도~ 사랑하니까 다 용서한다.  새로 산 책이 재밌다며 열심히 읽는 민규 옆에서 운전에 지친 남편이 졸고 있다. 평화~평화로다~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

이번 겨울방학에 부산 바다 저 끝자락 쯤에 있는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모두가 평화롭기를~ 그리고 오늘 함께 오지 못한 우리 맑음이의 홀로 보내야 하는 밤이 외롭지 않기를... 갑자기 맘이 짠하다...맑음아~엄마가 미안해...낼 니가 좋아하는 개껌이랑 과자 사갖구 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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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착한시경 2013-03-05 00:20   좋아요 0 | URL
완전 깜짝 놀랐어요..댓글 확인하고...프레이야님 서재에서 자주 글을 읽는데~^^ 겨울에 가족들하고 몇 번 부산에 다녀왔어요..보수동헌책방골목도 좋고 인디고서원,백년어서원도 너무 좋아해요~특히 저희가 여행갈때마다 날씨가 따뜻해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2013-03-05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7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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