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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바람에 실려, 날숨과 들숨에 실려 세상을 떠돈다.
어느날 사랑이 찾아 왔을 때, 우리는 변한다. 어느 날 사랑이 떠났을 때도 , 우리는 변한다. 되찾은 사랑 앞에서도, 다시 잃은 사랑 뒤에서도 우리는 변한다. 사랑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사랑의 움직임을 좇아 우리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사랑은 우러만진다. 사랑은 할퀸다. 상처를 내는 것도 사랑이고, 상처를 아물리는 것도 사랑이다. 사랑은 약이면서 독이다. 사랑은 두사람의 코뮤니즘이다. 
- 고종석의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개정판 서문 중에서 -
 
 
 
 
 
 

인간의 뇌는 애초부터 책 읽으라고 설계된 것이 아니다. 문자가 등장하는 역사는 5000년, 지금 같은 형태의 종이인쇄 책의 역사는 600년에 불과하다. 자연선택이 사냥과 채집 같은, 인간종의 생존에 필요한 다른 여러 기능들을 수행하도록 설계한 뇌 건축물의 부수적 파생 효과 가운데 하나가 책을 쓰고 책을 읽는 기능이다. 말하자면 그 능력은 덤으로 얻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덤'이 참으로 중요하다.
- 고독한 성찰과 불안한 의식의 극장 중에서 -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 번엔 좀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를테다.
덜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련다.
좀 더 편해질 것이며
지금보다 더 가득할 것이다.
진짜로, 심각한 일은 조금만 만들 것이며
덜 깔끔 떨련다.
위험을 더 감수할 것이며
더 많은 곳을 여행할 것이며
더 많은 석양을 볼 것이며
더 많은 산을 오를 것이고
더 많은 강에서 헤엄치련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갈테다.
아이스크림을 더 먹을 거고, 
콩은 조금만,
더 많은 (진짜) 근심거리를 가지고,
상상만 하는 일은 조금만 하련다.
나는 매 순간을 신중하고 풍성하게 살아갈 사람 중의 하나이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즐거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다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좀 더  좋은 순간을 위해 노력하련다.
인생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른다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지어니
나는 체온계와 보온물병 그리고 우산과 낙하산 없이는
어느 곳도 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 밝은 곳으로 여행할 것이다.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맨발로 일해 볼 것이다.
손수레도 더 끌어볼 것이다.
좀더 많은 일출을 바라보고, 더 많은 아이들과 놀테다.
내게 인생이 더 허락된다면 - 하지만 난 85세이다.
- 그리고 내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봄비가 꽃비와 함께 내리는 날... 
가지에서 떨어져 나온 개나리꽃과 흰 벚꽃들이 온통 도로 위를 수 놓았다. 가을비에 젖은 낙엽을 밟으면 왠지 모를 우울에 빠져 드는데, 봄꽃들을 밟고 걸어야 하는 거리는 아쉬움 속에서도 생명이 느껴진다. 
꽃을 먼저 피우는 벚꽃은 단연 봄의 전령사이다. 
꽃을 살피면 소박하고 수수하지만 나무 전체를 바라보면 그 화려하고 화사한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벚나무가 줄지어 선 도로를 지나다 보면 당장이라도 창문을 내리고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해마다 벚꽃길을 걸으면 기억 저편에서 불현 듯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초록 지붕 2층 작은 창문에 턱을 괴고 혼자 아름다운 상상에 빠져 있는 앤이 벚꽃과 함께 기억 속에서 살아난다. 
대청호 가는 길...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전군가도를 자전거로 달린 김훈을 떠올렸다.
속수무책으로 온 천지에 떨어지는 벚꽃을 맞으며 온 몸을 작게 웅크리고 쩔쩔 매었다는 김훈의 봄을 생각했다. 이 봄...나를 쩔쩔매게 하는 건 무엇일까 ? 사쿠라 꽃이 피면 여자 생각이 난다는 김훈의 문장을 읽으며 짜릿한 전율과 함께 절망했다.
김훈보다 더 고급스럽고 관능적이까지 한 봄의 문장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고운 벚꽃 잎이 바람에 흩어져 가는 풍경을 한없이 바라본다. 절정을 이루고, 절정에서 죽고, 절정에서 떨어져 내린다는 벚꽃...찰나의 운명을 지닌 벚꽃들이 아름답고 슬퍼서 오랫동안 바라봤다. 봄비가 절정으로 치닫아가는 봄을 한숨 돌리게 한다. 자기 열정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달리던 봄이 비를 만나서 숨을 고르며 느긋하게 우리 옆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4월 첫주...봄꽃은 절정인데 봄바람의 끝은 매섭다. T.S 엘리엇이 말한 잔인한 4월의 시작은 뒤늦은 꽃샘 추위와 함께 찾아왔다. 죽었던 땅에 봄비와 봄볕이 와 닿으면 생명이 불어 넣어진다. 그 생명의 틈새로 땅은 녹고, 꽃은 핀다. 예전에도 내가 이렇게 봄을 좋아한 적이 있었던가 ? 자연의 변화에 예민해졌고, 그 작은 움직임에도 눈길이 간다.  지난 주에 대청호 둘레길로 두 번이나 벚꽃 구경하고 왔는데도 떨어지는 꽃잎은 늘 아쉽다. 일요일 오후..시내 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구입했고, 커피를 마셨다. 지난 주에 알라딘에서 새책처럼 깨끗한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9권을 구입하며 당분간 책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사벨 아옌데의 수필집 '모든 삶이 기적이다'와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에세이 '보통의 독자'가 어느새 내 책상에 놓여 있다. 이 책을 언제 다 읽을 것인가 ? 대답은 언젠가는... 하워드진의 교육을 말한다와 필립로스의 '포트노이의 불평' 그리고 허밍웨이의 단편선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의 충만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최근에 내가 가장 관심있게 읽고 있는 책은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다.

내가 그 동안 왜 이런 작품을 몰랐을까 ? 더 한심한 일은 이 작가의 책이 내 책꽂이에 두 권이나 있었다는 사실이다. 무분별한 구매가 불러온 부작용이다.

마르코 폴로와 칸의 대화를 통해 접하게 된 신비롭고 아름다운 도시들의 아포니즘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소설과 시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문장들과 환상 속에 존재하는 도시들을 머릿 속에 그려본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걔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 보이지 않는 도시들 208쪽에서 -

 

 

 

 

 

보이지 않는 도시를 마무리하며 칼비노의 책을 알라딘 장바구니에 모조리 담아뒀다. 이 책을 읽고나니 작가의 나머지 책들이 너무 궁금했다. 교외로 나가는 시간보다 훨씬 더 즐거운 일요일 오후였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오천원짜리 책 한권으로 세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아름다운 책을 만난 오늘 이 순간 나의 삶은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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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착한시경 2014-11-25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네,,,나름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북플 어플 다운 받고~바로 서니데이님께 친구 신청했어요~ㅎㅎ 앞으로 자주 뵙고~핸드메이드샵이라면 주로 어떤 제품들인가요? 앞으로 자주 인사해요~ 대전은 날씨가 우울해요~^^

서니데이 2014-11-25 12:19   좋아요 0 | URL
며칠만에 여기 날씨가 좋아요.^^ 실제로는 쌀쌀하지만 창문 밖으로는 따뜻해보이는 그런 날이에요. 여기도 한동안 흐리고 비오고 그랬거든요.
저희는 패브릭 소재로 만드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티코스터랑 파우치, 그리고 가방이나 주방에서 쓰거나 책상에서 쓸만한 것들을 만들어요. ^^ 상품란에 없는 것은 신청도 받는 중이구요. 연말과 크리스마스 앞두고 이것저것 살펴보는 중이에요.
북플이 생겨서 새 글을 읽고 왔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 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 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 하자고. (D에게 보낸 편지 88~89쪽 중에서)

 

 

 

 내가 만일 플라타너스라면 그 그늘에 들어가 쉴테요

 내가 만일 책이라면 잠 없는 밤, 지침 없이 읽을 테요

 내가 만일 연필이라면

 손가락 사이에서 나른히 있지만은 않을 테요

 내가 만일 문이라면

 선인에겐 열어 주고 악인에겐 닫아걸 테요

 내가 만일 창이라면, 커튼이 달려 있지 않은 드넓은 창이라면

 온 도시 전체를 내 방으로 불러들일 테요

 내가 만일 하나의 단어라면

 아름다움을 공정함을 진실함을 요청할 테요

 내가 만일 말이라면

 나는 내 사랑을 나직이 말할 테요.

 ( 존 버거의 모든 것을 소중히하라 44~45쪽 중에서)

 

 

1.

칼로 오려낸 것인가 ?  붓으로 그려 낸 것인가 ?

조화신공(造化神功)이 사물마다 야단스럽다.

정극인의 상춘곡의 한 구절로 봄의 즐거움에 빠져 있는 내 마음을 대신해 본다. 고전문학을 읽다보면 옛 사람들의 풍류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이기지 못하여 소리마다 교태로다...

엊그제 겨울을 지나고 봄이 찾아오니, 연두빛 싹들이 소리없이 땅 위로 올라오고, 온갖 꽃나무들은  봉우리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을 이겨낸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들의 생명력을 조물주의 신기한 재주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주인없는 자연은 누구나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참 공평하고 감사한 일이다. 따사로운 봄 기운은 세상의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을 가릴 것 없이 희망을 안고 다가 온다.  부귀도 날 꺼리고. 공명도 날 꺼리니 바람과 달 이외에 어떤 벗이 있겠냐고 말한 정극인의 마음에 100배 공감하는 이 봄이 그냥 좋다. 마냥 좋다. 

물론 나에게 특별히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생긴 것은 아니다. 난 여전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계절이 주는 특별한 힘이 나를 즐겁게 한다. 봄 기운을 이기지 못한 새처럼... 봄이 되면 자꾸만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사로 잡힌다. 지난 주부터 시작한 북바인딩 수업은 또 다른 도전이다. 난 유난히 손재주가 없는 편인데, 예를 들어 바늘을 잡으면 손이 떨리고 자꾸만 땀이 난다. 그리고 뜨개질이나 십자수을 하다보면 두통까지 와서 끝까지 완성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손으로 제도를 하고 하드 보드지로 표지를 재단한 후 꼼꼼하게 풀칠을 해서 연결하는 작업을 하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너무 재미있게 했다. 아직은 표지를 만드는 작업만 완성된 상태인데, 속지를 실로 엮는 바인딩 작업이 너무 기대된다. 지금은 가장 기초가 되는 다이어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데 최종적으로는 아끼는 책들을 새롭게 바인딩해서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올 겨울 쯤이면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을 가죽으로 새롭게 바인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뭔가 배우는 일은 언제나 신선한 자극이고 즐거움이다.

그리고 아주 아주 멋 훗날, 알라딘 서재에 쓴 내 글들을 모아서 바인딩해두고 싶다. 세상에서 유일한 핸드 메이드 책으로... 늘 이렇듯 생각만 야무지다.

 

 

 

 2.

욕망과 욕심의 차이는 무엇일까 ?

욕심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것을 정도에 지나치게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며, 욕망은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람 또는 그러한 마음을 의미한다.

이번 달에도 나는 욕심인지 욕망인지 알 수 없는 마음에 사로잡혀 여러 책들을 구입했다. 나름대로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선별해서 구입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서재에 올라온 리뷰를 읽거나, 책을 읽다가 작가가 인용한 책을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든다. 신간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김중혁의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과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 그리고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를 구입했다. 최근에 가장 관심있게 읽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은 존 버거이다.  거짓과 불의, 새로운 형태의 독재에 대해 저항라고 말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의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밝히고 있다.  몇해 전부터 열화당 사진문고 시리즈를 꾸준히 모으고 있는 중인데 존 버거의 대다수의 책들이 열화당에서 출간되어 더 반가웠다.

 

모든 욕망이 다 자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유란 하나의 욕망이 인정받고 선택되고 추구되는 과정과 경험에 다름 아니다. 욕망의 목표는 대상에 대한 소유가 결코 아니다. 욕망의 목표는 대상의 변화다. 욕망은 바라는 것이다. 바로 지금 바라는 것이다. 그 바람에의 성취가 모두 자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는 그 바람이 지고(至高)함을 확인해 준다.

하느님은 지금 가난한 자의 곁에 계신다.

(존 버거의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 13쪽에서)

 

 

 

 

 

 

 

 

 

 

 

 

 

 

 

 

 

 

 

 

 

 

 

 

 

 

 

제목과 책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 그리고 목차와 머릿말이나 옮긴이의 말, 뒷표지만 읽어도 책에 대한 기본 예의는 지킨 것이니 책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말자. 인생은 길고, 시간은 많다. 느긋한 마음으로 마음가는대로 읽어보자... 이번 주에 읽은 책 중 단연코 최고의 책은 D에게 보낸 편지이다. 남편 앙드레가 거리막염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아내에게 쓴 가슴 저린 편지글이다. 서로 만난지 60년 만에, 결혼한 지  58년 만에 오랫동안 살아온 정든 집에서 함께 삶을 마감한 부부의 이야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국내 작가의 소설을 참 오랫만에 구입했는데, 김중혁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날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3.

크기는 작았지만 탱글탱글한 딸기가 향이 너무 좋아 한 바구니를 구입했다. 그런데 너무 작아서 그냥 먹기는 좀 그렇고, 우유와 꿀을 넣어서 갈아 먹으니 한결 맛이 좋다. 이른 저녁을 먹고 출출한 마음이 들어 오랫만에 야식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번잡한 생각이 들었지만 최근 주부놀이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열심히 만들었다.하지만 먹고 나니 느는 것은 몸무게요, 쌓이는 것은 설거지 뿐... 식구들의 반응은 뭐 그닥 그랬다. 도대체 감사를 모르는 족속들이다. 편하게 앉아 개콘을 보며 일요일 밤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열심히 닦고 썰고, 사리면까지 삶아서 만들었는데... 맛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아니 그냥 침묵하며 먹는다. 아들을 키우는 일은 참 드라이 한 일이다. 도통 재미가 없다. 결국 내가 만들어서 내가 제일 많이 먹어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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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4-03-2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마지막에서 그만......빠 ㅇ! 지송~~

착한시경 2014-03-27 19:58   좋아요 0 | URL
ㅎㅎ 누가 가을이 식욕의 계절이라고 했을까요~ 전 봄이 되니 세상 모든 음식이 너무 맛나서 고민이예요,,, 제가 만들고 제가 다 먹고~^^

서니데이 2014-03-2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엄마가 많이 먹어, 하고 말하면, 이 글 생각날 거 같아요. ^^;;
(그렇지만 사진 속의 간식은 좋아 보이는데요??)

착한시경 2014-03-27 20:00   좋아요 0 | URL
그쵸,,,사진은 그럴 듯 하죠~ 전 먹을만 하던데~ 그들은 너무 MSG에 익숙한지 앞으로는 사다 먹자고 하네요 ㅠ.ㅠ 흑~

잘잘라 2014-03-26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도대체 감사를 모르는 족속들이다. 에서 한 번,
내가 만들어서 내가 제일 많이 먹어서 슬프다. 에서 또 한 번.
빵 터집니다. 아이고. 이를 우째.. 저 눈물 맺혔어요. ㅎㅎㅎㅎㅎㅎㅎ

착한시경 2014-03-27 20:02   좋아요 0 | URL
샤방샤방한 원피스 입으려면 몸무게 감량에 돌입해야 하는데,,, 어쩜 좋죠~ 하여튼 그날 혼자 배터지게 먹고,,, 서러운 맘에 잠들었어요~ㅎㅎ
 

인생의 의미에는 단순한 주관적 행복 외에도 변화와 성장, 배움과 진보 같은 가치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관적 만족은 우리를 행복한 현재에 머무르게 하려는 속성을 가진다. 반면 의미는 우리를 만족스런 현재에 머무르지 말고 더 나아가도록, 변화하고 성장하도록 앞에서 손짓한다.

(책 108쪽에서)

 

 

 

 

 

 

 

 

행복, 그것은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사랑하게 되는 것,

젊은 가슴에 사람들이 한 번도

불러주지 않은 신비한 이름을 간직하는 것,

부드러운 손 안에서 은밀한 말을 가만히 속삭이는 것,

말로 할 수 없는 결합을 온화함으로 받아들이는 것,

흩어지는 물을, 날아가 버리는 구름을 시샘하는 것,

한 마디 음성에 떨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을 느끼는 것,

사람들이 좋아하고, 질투심으로 따라가는 발자취를 아는 것,

빛나는 낮을 꿈꾸는 것,

밤을 불사르고 비틀어버리는 것,

무엇보다 영혼이 잠들어 있는 나이를 슬퍼하는 것,

여인들의 모든 시선을 받으며 항상 괴로워하는 것,

4월의 모든 덤불, 진홍빛 하늘의 불꽃들 가운데 고통을 견디는 것,

하나의 시선, 한 송이 꽃, 하나의 태양만을 추구하는 것이려니 !

- 책 128쪽 빅토르 위고의 그래서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중에서 -

 

 

 

- 일단 환락의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야 한다.

- 자신이 먹을 것은 자기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즉 육체 노동을 해야 한다.

- 모든 사람을 형제처럼 사랑해야 한다.

- 착하게 살고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

-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

- 곡물과 채소만 먹어야 한다.

- 술과 담배는 끊어야 한다.

- 어렵고 복잡한 예술은 다 버려야 한다.

-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

(책 285쪽에서)

 

 

어느 시점에서는 상대방에게도 꼭 그만큼의 목숨 건 사랑을 기대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대방은 나처럼 그렇게 헌신적인 사랑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나한테는 네가 전부인데 너한테는 내가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이런 식의 생각은 곧 근거없는 의심과 질투로 발전해 나간다. 안나는 이런 고전적인 심리적 동요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는다. (책 59쪽에서)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璧)에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긴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여 붉고,

구석에 그늘 지여

무가 순돋아 파릇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風雪)소리에 잠착하다.

산중에 책력(冊曆)도 없이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 정지용의 인동차 -

 

1.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 겨울왕국 Let it go의 선율에 잠시 현관문 앞에 멈춰 섰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겨울 왕국을 보고 돌아온 후, 피아노를 치는 아들이 악보를 출력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 곡이다. 생각보다 어렵다고 며칠동안 끙끙거리며 연습에 몰두하더니 이제 제법 음이 끊어지지 않고 연주가 된다. 평소 모습대로라면 학교에서 돌아와 피아노 학원에 가기 전까지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간식을 먹으며 빈둥거리고 있었을텐데 진지하게 몰입해서 피아노 연습을 하는 것을  보니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일곱 살 가을... 처음으로 피아노를 쳤을 때, 고사리처럼 작고 여린 손은 어느새 내 손보다 크고 듬직해졌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우리 부부가 함께 세웠던 목표가 있다.

아들에게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악기와 운동을 찾아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끝까지 시키는 것이었다. 남자 아이가 꾸준히 한 악기를 배우는 일이 쉽지 않았을텐데 긴 시간동안 성실하게 연습해준 덕분에 지금까지 쉬지 않고 올 수 있었다. 대학 입시까지는 4년 그리고 앞으로 평생을 피아노와 함께 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100배의 노력이 필요할텐데...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때로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피아노 치는 아들때문에 쇼팽, 베토벤,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슈만까지 늘 클래식을 들을 수 있으니 덤으로 얻은 행복도 크다.

피아노를 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뿌듯함과 동시에 미치도록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나의 사물에 지나지 않는 악기에 사람들이 숨결을 불어 연주를 하면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가 된다.

이번 달에 처리해야 하는 여러가지 분주한 일들을 마무리하면 악기를 하나 배워보고 싶다. 현악기 소리를 좋아하는데 비교적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우쿨렐레에 관심이 간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직접 연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막연하고 허황된 꿈이 아니라 꼭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면...... 아들은 피아노로, 나는 아쿨렐레로 Let it go를 연주할 날이 올 수 있다면 좋겠다. 해마다 악기를 배워야 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늘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꼭 도전해 봐야 겠다. 때로는 아들도 내 삶에 신선한 자극이 된다...

 

2.

'굿바이 카뮈',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를 읽고 있는 중이다. '굿바이 카뮈'는 최근에 탄력을 받아 열심히 읽고 있는데 거의 마지막 부분만 남기고 있다. 카뮈의 시지프스 신화를 예로 들어 삶의 의미를 묻고 있는 책이다. 객관적 가치와 주관적 만족을 둘 다 이룬 삶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두가지를 만족시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처음 부분은 쉽게 접근이 가능하지만 읽을수록 고민과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는 정말 심심할 때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책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톨스토이를 비롯해서 클레지오, 빅토르 위고, 앙드레 지드, 알랭, 장 지오노와 오스카 와일드, 모파상 등이 생각하는 행복에 대한 정의를 다양한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는 안나 카레리나를 통해 톨스토이의 삶과 문학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한마디로 톨스토이 입문서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정신없게도 세 권의 책을 번갈아 가며 읽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틈틈히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를 읽었는데 톨스토이의 결혼생활을 다룬 부분을 읽으며 흥미롭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톨스토이의 삶과 문학에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의미있는 시간이다.

 

이틀동안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경험했다. 절기상으로는 입춘이라 했지만 피부로 체감한 날씨는 올 해 들어서 가장 추웠다.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책을 구입하기 위해 늦은 밤 시내에 다녀왔다. 내일 퇴근 길에 사다 주겠다는 남편에게 반은 협박 반은 애원하며 졸랐더니 결국 함께 서점에 가 주었다. 한 권만 사겠다고 다짐하고 왔지만 결국 세권을 구입해서 신나게 돌아왔다.

남편에게는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당장 읽지 않더라도 그 책이 집에 있어야 기쁘고 흐뭇한 마음이 드는 걸 어쩌란 말인가 ?

 

 

 

 

 

 

 

 

 

 

 

 

 

 

 

 

이렇게 추운 날은 즉석에서 보글보글 끓여먹는 음식이 확 와 닿는다. 오랫만에 남편과 즉석 떡볶이를 먹었다.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반가운 마음에 먹었는데, 그때처럼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선은 조미료 맛이 너무 많이 나서 많이 먹을 수 없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먹을 만 했다. 한참 먹다가 식당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가 가장 연장자였다. 대부분이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나 생기 발랄 대학생들이다. 어느새 그런 식당에는 어울리지 않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 버리다니... 그래서 세월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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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07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쿨렐레 즐겁게 배우셔서 아들과 함께 집안공연을 해 보시기를 기다립니다~

한 마디 말은 언제나 사랑일 때에 빛나고,
시골에서 밭을 일구는 일은 '육체 노동'이라기보다 '즐거움'이 되겠지요~ ^^

착한시경 2014-02-07 12:00   좋아요 0 | URL
따뜻한 삼월부터 시작해 보렵니다^^
아들이랑 같이 연주할 날이 속히 와야 할텐데,,,
게으른 제가 잘 할수 있을까 싶어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세실 2014-02-0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콤한 즉석 떡볶이 먹고 싶네요.
아드님이 피아노 전공하는군요.
아쉽게도 우리 집안엔 음악 전공자가 하나도 없어서 선망의 대상입니다.
울 아들이 하는 우쿨렐레, 쉬워 보이더라구요.

착한시경 2014-02-07 12:02   좋아요 0 | URL
대전 시내에 있는 즉석 떡볶이 가게 였는데,,,아이들이 많더라구요~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어요...
저도 악기를 다룰 줄 몰라서~ 아들보며 대리만족 중인데
더 나이 먹기 전에 배워보려고 결심했어요....^^

단발머리 2014-02-0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 치는 아들, 완전 멋지지요.
착한시경님 아드님도 듬직한 뒷모습 보이며 '겨울왕국' 연주한다니, 너무 멋진대요.
저는 아롱이랑 할려고 사다 놓은 책 A-B-C 중 A 하다가 중단한 상태거든요.
남자아이들이 피아노치기 더 어려운가요. 아니면 피아노 앞에 앉기 더 어려운가요.@@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눈팅하고 갑니다. 톨스토이님은 너무 빡빡하셔서, 가까이 있기엔 조금 부담스러울것 같기는 한데, 착한시경님 소개글 읽어보니, 책으로 만난다면야, 뭐... 즐거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셔요^^

착한시경 2014-02-07 12:05   좋아요 0 | URL
피아노 칠 때와 잠 잘때만 멋지고 착한 아들이예요ㅠ.ㅠ
이제 그 무섭다는 중2를 보냈으니 좀 의젓해지겠죠,,
남자 아이들은 대체로 에너지가 많아서~ 오래 앉아서 하는 일은
힘들어 하더라구요,,,특히 어렸을때...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와 안나 카레리나를 같이 읽음 더 줗을꺼 같아요~
 

설 연휴 마지막 날 밤이 고요하게 지나가고 있다. 내일부터 반짝 추위를 알리는 일기예보를 보고 꼼꼼하게 문단속을 했다. 유난히 길게 만 느껴졌던 이번 겨울도 어느 새 2월에 접어 들었다. 물론 꽃샘추위도 남았고, 때를 맞추지 못한 눈이 3월에 내릴지라도... 나에게 3월 1일부터는 봄이다.

"봄"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니 따뜻한 온기가 다가온다는 의미와 '보다'라는 말의 명사형 '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맞다... 봄은 겨울과는 달리 볼 것들이 참 많다.  겨우내 얼었던 강물과 땅이 녹기 시작하고, 그 땅에 따뜻한 봄볕이 들어 새싹을 움트게 한다. 메말랐던 나뭇가지에도 생기가 돌고, 흙 한줌 사이에서도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얼굴을 내미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이유없는 우울과 답없는 고민들도 이 겨울 끝자락에 묻어두고 난 눈부신 봄 햇빛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몇년 전부터 시를 공부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오랫만에 연락을 받았다. 등단을 준비 과정에서 겪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대체 나는 그동안 뭘하며 살았던가 ? 하는 후회와 자책감이 밀려 왔다.

한 걸음씩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고 있는 친구와 달리 좌충우돌하며 늘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보니 참 한심스럽다. 하지만 우울한 기분은 떨쳐 버리고 으싸으싸 하기로 한다. 마음을 다잡고 펼쳐든 책이 녹색평론 1-2월호이다.

 

 

 

 

 

 

 

 

 

 

 

 

 

 

 

 

 

 

 

 

 

 

 

 

 

 

 

몇 년전부터 꾸준히 녹색평론을 구독 중이며 단행본으로 나오는 책들도 대부분 소장하고 있을만큼 나는 녹색평론사의 열렬한 독자이다.

특히 무위당 장일순의 나락 한알 속의 우주,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그리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의 간디의 물레를 관심있게 읽었다. 녹색평론 독자모임이 대전에 없다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다. 대전보다 작은 소도시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모임이 대전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어쩌면 나처럼 남들이 만들어 놓은 모임에만 나가려는 소극적 독자들이 대전에 많을지도 모르겠다. 녹색평론을 읽으면서 세상과의 소통과 이해의 폭이 좀 넓어진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들이 내 삶에서 작은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더 의미 있는 일이 될텐데...늘 아는 것과 삶이 별개가 되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번 호 녹색평론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읽은 기사는 안드레 블첵의 시와 라틴아메리카의 혁명이다. 이 글은 남아메리카의 변화와 혁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시와 노래에 관한 에세이다.

 

세 개의 집, 혹은 세 군데 거처가 있는데, 그것들은 모두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의 한 사람, 즉 칠레에서는 돈 파블로, 세계 전역에서는 파블로 네루다로 알려진 사람에게 속했다. 이 세개의 근사한 집들은 모두 시인이 손수 거들어 지어진 집들이었다.

하나는 칠레의 산티아고, 보헤미안의 동네인 벨라비스타의 언덕에 붙어 있다. 두 번째 집은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에 있는데, 항만과 바다를 지나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기막힌 전망을 가진 집이다. 마지막 집은 이슬라네그라 혹은 '검은 섬'이라고 불리는 소박한 해안 마을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이 마을은 실제로는 섬이 아니라 찬란한 바위 해안을 따라 모여 있는 집들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여기가 대서양의 엄청난 파도를 바라보며 작은 목재 오두막에서 파블로 네루다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시 몇 편을 썼던 곳이다. (책 137쪽에서)

 

이야기와 책, 시와 음악, 춤과 연극 - 그것들은 모두 필수적인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의 혁명은 어떤 것이라도 그것들 없이는 일어날 수 없었다.

바리케이드로 나갈 것을 결정하기 전에, 이 대륙의 사람들은 단지 확신을 갖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감동을 받고 마음을 움직여야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과 대중에게 수백만 권의 책들을 나눠주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돈키호테>와 같은 고전작품들이 문자 그대로 무료로 나라 전역에서 배포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서점들에서는 시와 세계문학의 걸작들이 또한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우루과이와 에콰도르 그리고 그 밖의 나라들의 투쟁은 실제로 매우 기본적인 휴머니즘의 원칙을 위한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칼 맑스나 마오 주석, 혹은 레닌이나 차베스의 책으로 달려갈 필요는 없었다. 빅트르 위고와 세르반테스, 막심 고리키와 톨스토이, 타고르가 쓴 고전적인 작품들 속에 그 모든 것의 정수가 들어있는 것이다.

(책 140쪽에서)

 

예술은 가르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도록 부추긴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선과 악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알게 도와준다. 이러한 자질을 결여한 혁명은 어떤한 것이라도, 이미 많은 불행한 장소에서 그랬듯이, 살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

(책 142쪽에서)

 

예술은 사람들에게 꿈꾸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그 꿈들은 사회를 전진시켜준다.

칠레의 혁명을 이끌었던 시는 네루다의 장엄하고 위대한 '마추픽추 봉우리들'이 아니라, 그가 사랑한 여인에게 바쳤던 단순하고 소박한 시였다고 한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고 있는 중이었는데, 네루다와 칠레 그리고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야기가 나와서 먼저 읽어 봤다. 한동안 유럽여행을 꿈꿨었는데 최근에는 기회가 된다면 쿠바나 칠레, 아르헨티나를 여행해 보고 싶다. 정말 멋진 나라들이다.... 특히 돈키호테를 무료로 나눠주었다는 베네수엘라의 정부의 정책이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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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03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바와 칠레, 여기에 페루를 함께 마실해 보시면...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울까 싶어요.

중남미는 고대문명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여러모로 돌아보거나 생각할 대목을
많이 베풀어 주는 삶터이지 싶어요.

페크(pek0501) 2014-02-04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보는 <녹색평론>입니다. 사서 본 적이 있어요.
저도 한때 정기구독을 할까 고민 중에 있었던 책인데...
그런데 지금은, 책을 읽지 못해 밀릴까 봐 구독 결정을 못 내려요.
<시와 시학>을 여러 권 갖고 있는데, 다 읽지 못했거든요.

으싸으싸 하시기로 한 것 잘한 일입니다. 응원하겠습니다. ^^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으니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오후에는 따사롭게 비추는 햇살을 받으니 왠지 기분까지 한결 밝아졌다. 일하는 틈틈히 혼자 있는 시간이면 주로 책을 보거나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지드는데 생각의 파편들을 아무리 모아봐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추억들이 있다. 

지금처럼 잡지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았던 때,  80년대 유명한 만화 잡지였던 보물섬 몇 권이 우리 집에 있었다. (도무지 보물섬 몇 권이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집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고지식했던 부모님이 만화책을 정기 구독해 주었을 가능성은 없고, 그 당시 내성적이고 주변머리 없었던 내가 친구에게 그 만화책을 빌려 왔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하여튼 보물섬은 나에게 신천지처럼 새롭고, 사탕처럼 달콤한 유혹이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그 몇 권의 보물섬을 마르고 닳도록 봤으며 그 후 가끔씩 친구를 따라 동네 만화 가게가서 한 권에 50원 하는 순정만화를 봤던 추억이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만화가는 김동화였는데 지금도 영어선생님이나 목마와 시 그리고 아카시아를 잊을 수 없다. 줄거리는 가물가물 잊혀졌지만 만화를 읽으면서 느꼈던 그 설레임을 아직도 기억한다. 나에게도 만화책 속에 나오는 멋진 영어선생님이 계셨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훨씬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지 않았을까?? 뭐... 이런 말도 안되는 핑계도 대보면서 잠깐이지만 즐거운 추억에 빠져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에는 우리나라 만화가 중에서 허영만이나 이현세, 강풀이나 박흥용, 최규석, 윤태호와 같은 남자 만화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순정 만화를 그리는 여성 만화가는 딱히 원수연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최근에 좋아하는 만화가는 단연 다니구치 지로이다. 열네살을 시작으로 해서 번역되어 나오는 작품들은 모두 소중하고 있다. 열네 살을 읽은 후... 나는 다니구치 지로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아끼는 만화책... 베르사유의 장미, 피아노의 숲, 맨발의 겐, 마스터 키튼,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가지고 있다. (난 지금도 명탐정 코난과 신의 물방울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물론 허영만의 식객 전 권과 사랑해 12권도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그리고 강풀의 만화도 전부 가지고 있다. (정말 대책없는 욕심인데... 아주 먼 훗날 나의 서재를 찾는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도 갖추어두고 싶다는 마음에서 구입했다.)

 

 

 

 

 

 

 

 

 

 

 

 

 

 

 

겨울 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기에는 만화가 진리인 듯 싶다. 머리맡에 만화책을 가득 쌓아두고 새우깡을 아작아작 씹으며 만화책을 읽고 싶다. 옛날 옛날을 추억하면서 말이다.

오늘은 지금 읽고 있는 누비처네를 잠시 미뤄두고 오랫만에 열네 살을 다시 읽고 싶다. 물론 내가 지금 간절히 읽고 싶은 책은 김동화의 만화지만 구할 수 없으니 열네 살로 대신해야 겠다.

 

 

 

- 영어선생님 만화를 보고, 강인원이 만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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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뚱 2014-01-2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김동화만화가의 만화책 무~진장 읽었드레요,,,

착한시경 2014-01-28 23:40   좋아요 0 | URL
중고서적에서 요정핑크 4권을 18만원에 팔더군요...허걱했습니다... 김동화의 다른 만화도 모두 고가에 판매되고 있어서 놀랐답니다...

서니데이 2014-01-29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시경님, 명절과 설연휴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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