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 밤이 고요하게 지나가고 있다. 내일부터 반짝 추위를 알리는 일기예보를 보고 꼼꼼하게 문단속을 했다. 유난히 길게 만 느껴졌던 이번 겨울도 어느 새 2월에 접어 들었다. 물론 꽃샘추위도 남았고, 때를 맞추지 못한 눈이 3월에 내릴지라도... 나에게 3월 1일부터는 봄이다.

"봄"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니 따뜻한 온기가 다가온다는 의미와 '보다'라는 말의 명사형 '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맞다... 봄은 겨울과는 달리 볼 것들이 참 많다.  겨우내 얼었던 강물과 땅이 녹기 시작하고, 그 땅에 따뜻한 봄볕이 들어 새싹을 움트게 한다. 메말랐던 나뭇가지에도 생기가 돌고, 흙 한줌 사이에서도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얼굴을 내미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이유없는 우울과 답없는 고민들도 이 겨울 끝자락에 묻어두고 난 눈부신 봄 햇빛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몇년 전부터 시를 공부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오랫만에 연락을 받았다. 등단을 준비 과정에서 겪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대체 나는 그동안 뭘하며 살았던가 ? 하는 후회와 자책감이 밀려 왔다.

한 걸음씩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고 있는 친구와 달리 좌충우돌하며 늘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보니 참 한심스럽다. 하지만 우울한 기분은 떨쳐 버리고 으싸으싸 하기로 한다. 마음을 다잡고 펼쳐든 책이 녹색평론 1-2월호이다.

 

 

 

 

 

 

 

 

 

 

 

 

 

 

 

 

 

 

 

 

 

 

 

 

 

 

 

몇 년전부터 꾸준히 녹색평론을 구독 중이며 단행본으로 나오는 책들도 대부분 소장하고 있을만큼 나는 녹색평론사의 열렬한 독자이다.

특히 무위당 장일순의 나락 한알 속의 우주,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그리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의 간디의 물레를 관심있게 읽었다. 녹색평론 독자모임이 대전에 없다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다. 대전보다 작은 소도시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모임이 대전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어쩌면 나처럼 남들이 만들어 놓은 모임에만 나가려는 소극적 독자들이 대전에 많을지도 모르겠다. 녹색평론을 읽으면서 세상과의 소통과 이해의 폭이 좀 넓어진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들이 내 삶에서 작은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더 의미 있는 일이 될텐데...늘 아는 것과 삶이 별개가 되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번 호 녹색평론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읽은 기사는 안드레 블첵의 시와 라틴아메리카의 혁명이다. 이 글은 남아메리카의 변화와 혁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시와 노래에 관한 에세이다.

 

세 개의 집, 혹은 세 군데 거처가 있는데, 그것들은 모두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의 한 사람, 즉 칠레에서는 돈 파블로, 세계 전역에서는 파블로 네루다로 알려진 사람에게 속했다. 이 세개의 근사한 집들은 모두 시인이 손수 거들어 지어진 집들이었다.

하나는 칠레의 산티아고, 보헤미안의 동네인 벨라비스타의 언덕에 붙어 있다. 두 번째 집은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에 있는데, 항만과 바다를 지나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기막힌 전망을 가진 집이다. 마지막 집은 이슬라네그라 혹은 '검은 섬'이라고 불리는 소박한 해안 마을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이 마을은 실제로는 섬이 아니라 찬란한 바위 해안을 따라 모여 있는 집들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여기가 대서양의 엄청난 파도를 바라보며 작은 목재 오두막에서 파블로 네루다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시 몇 편을 썼던 곳이다. (책 137쪽에서)

 

이야기와 책, 시와 음악, 춤과 연극 - 그것들은 모두 필수적인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의 혁명은 어떤 것이라도 그것들 없이는 일어날 수 없었다.

바리케이드로 나갈 것을 결정하기 전에, 이 대륙의 사람들은 단지 확신을 갖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감동을 받고 마음을 움직여야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과 대중에게 수백만 권의 책들을 나눠주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돈키호테>와 같은 고전작품들이 문자 그대로 무료로 나라 전역에서 배포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서점들에서는 시와 세계문학의 걸작들이 또한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우루과이와 에콰도르 그리고 그 밖의 나라들의 투쟁은 실제로 매우 기본적인 휴머니즘의 원칙을 위한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칼 맑스나 마오 주석, 혹은 레닌이나 차베스의 책으로 달려갈 필요는 없었다. 빅트르 위고와 세르반테스, 막심 고리키와 톨스토이, 타고르가 쓴 고전적인 작품들 속에 그 모든 것의 정수가 들어있는 것이다.

(책 140쪽에서)

 

예술은 가르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도록 부추긴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선과 악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알게 도와준다. 이러한 자질을 결여한 혁명은 어떤한 것이라도, 이미 많은 불행한 장소에서 그랬듯이, 살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

(책 142쪽에서)

 

예술은 사람들에게 꿈꾸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그 꿈들은 사회를 전진시켜준다.

칠레의 혁명을 이끌었던 시는 네루다의 장엄하고 위대한 '마추픽추 봉우리들'이 아니라, 그가 사랑한 여인에게 바쳤던 단순하고 소박한 시였다고 한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고 있는 중이었는데, 네루다와 칠레 그리고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야기가 나와서 먼저 읽어 봤다. 한동안 유럽여행을 꿈꿨었는데 최근에는 기회가 된다면 쿠바나 칠레, 아르헨티나를 여행해 보고 싶다. 정말 멋진 나라들이다.... 특히 돈키호테를 무료로 나눠주었다는 베네수엘라의 정부의 정책이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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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03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바와 칠레, 여기에 페루를 함께 마실해 보시면...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울까 싶어요.

중남미는 고대문명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여러모로 돌아보거나 생각할 대목을
많이 베풀어 주는 삶터이지 싶어요.

페크pek0501 2014-02-04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보는 <녹색평론>입니다. 사서 본 적이 있어요.
저도 한때 정기구독을 할까 고민 중에 있었던 책인데...
그런데 지금은, 책을 읽지 못해 밀릴까 봐 구독 결정을 못 내려요.
<시와 시학>을 여러 권 갖고 있는데, 다 읽지 못했거든요.

으싸으싸 하시기로 한 것 잘한 일입니다. 응원하겠습니다. ^^

 

 

 

 

 

 

 

 

 

 

- 연휴 기간동안 가족들과 본 영화 -

 

봄은 어디쯤에서 움트고 있는걸까 ? 오후부터 겨울비가 봄비처럼 내렸다.

주부된 이후로 명절은 마음의 부담이나 엄청난 노동의 시간이니 특별히 반가울 리가 없다. 오죽하면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싶은데 시댁 식구들과도 오랜 시간이 흐르니 좀 편해졌다고 해야 할까 ? 이제는 특별히 좋다, 싫다의 감흥조차 무뎌졌다.

 

내가 이번 설에 살짝 우울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건강때문이었다.

연휴 시작하는 날부터 소화가 되지 않아 미슥거림이 계속되더니 시간이 갈수록 두통까지 더해져 정말 너무 힘들었다. 몸이 아프다고 설날 음식 준비에 빠질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시댁에 가서 전을 부치고 만두를 빚었다. 시댁은 큰집인데다 친척도 많고 명절날 아침이면 늘 오촌까지 모여 함께 식사를 해야 하니 준비하는 음식의 종류도 정말 많다.

떡국에 쓸 사골을 우려내고, 나물을 미리 씻어 데쳐두고, 종류별로 전을 부쳐야 하고, 고기를 손질해 양념을 재워야 한다. 물론 나는 서열상 막내이기 때문에 아직 시댁에서 한 번도 칼을 잡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가장 고달프다는 설거지를 주야장천해야 한다. 하루종일 이것 저것 나오는 그릇들을 씻다보면 저녁 때 쯤되면 손끝이 쪼글쪼글해질 정도이니 가히 식당 설거지 쯤 된다.

 

소화가 되지 않아 굶고 계속 약을 먹었는데 갑자기 서글픈 맘이 왈칵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몸이 좀 안 좋으면 하루 정도 푹 자거나 쉬면 절로 나아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 약을 먹어도 좀처럼 괜찮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자주 아프다. 정말 신체 나이는 극복하기 힘들다. 친정이나 집이었으면 잠시 일을 미뤄두고 쉴 수도 있겠지만 시댁이니 도통 쉬는 것도 내 맘대로 할 수없다.

내 몫의 만두는 남편이 대신 빚어주고 심지어 내가 해야 하는 설거지도 남편이 대신했다.

꼬박 이틀 정도 앓고 나니 조금 나아져서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해졌다. 설날 음식도 완전히 그림의 떡이었다. 이제 맛있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많이 먹는게 부담스럽다. 이래서 늙는건 슬픈거다.... 도통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말이다.

 

설날 저녁, 몸이 좀 회복되어 남편과 커피를 마시러 외출을 했다가 우연히 안경원에 들렸다.

얼마 전부터 이유없는 두통이 심심찮게 반복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력검사를 했는데...이건 또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 검사 결과 난시에 안경을 써야 한단다. 20대 초반까지 1.2 정도의 시력을 유지했고 그 후에도 누구보다 눈이 좋다고 자부했다. 또 내 눈으로 보는 세상은 늘 환하고 화창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시력에 맞춘 안경을 쓰니 정말 세상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시력이 떨어지면서 눈이 피로해 두통이 올 수 있다고 하니 안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눈도 노화가 온 것이다...

물론 나는 아직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경을 맞추는 것을 하루 늦추고 돌아왔다.

나이 먹는 게 이런 기분일까... 아주 확 늙어 버린 기분이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 박범신의 은교 중에서 -

 

청춘 사진관에서 곱게 화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던 70대 할머니 오말순이 주변 사람들은 그대로 인체 혼자만 20대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설정,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오드리햅펀의 이름을 따서 오두리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20대의 삶을 살아간다.

버스 창문에 비친 얼굴을 보며 경악하는 오말순 여사가 자신이 누려보지 못한 20대를 신나게 누려가는 모습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특히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가 로데오 거리에서 옷을 사는 장면을 패러디한 듯한 오두리 변신 모습 그리고 자기가 정말 하고 싶어했던 가수의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 오래 전 유행했던 노래를 다시 듣는 것도 반갑고 좋았다.

늙음과 젊음이 무엇인가 ? 최근 갑자기 늙어버렸다는 기분에 좀 슬펐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물론 오두리가 하얀나비를 부르면서 과거의 삶을 회상하는 부분과 늙은 아들과 20대의 모습을 한 엄마가 만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먹먹해져서 보는 내내 엄청 울었다.

울다가 웃다가 두 시간 동안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봤다.

겉모습은 20대, 경험과 정신은 70대로 살 수 있다면 난 뭘 할까 ? 영화 속 말순할머니처럼 내가 20대에 이루지 못했던 꿈을 향해 신나게 가 볼까 ? 아니면 인생 뭐 별거 있어 이러면서 정말 신나게 놀아볼까 ?

이런 영화가 이렇게 마음에 확~ 와 닿는걸 보면 나도 늙은게다....

 

 

 

 

 

 

 

 

 

 

 

 

 

 

 

 

연휴 기간동안 책 세권과 세렌디피티 DVD를 구입했다.

읽지 못한 책은 여전히 쌓여가고, 최근에는 보지 못한 영화까지 같이 쌓여 간다. 내일 안경을 맞춰야 하나, 아니면 좀 더 참아야 하나를 고민 중이다.

노화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신의 노화를 막기 위해서는 역시 밀린 책을 열심히 읽어야 겠다. 물론 영화도,,음악도 들으면서 말이다.

설날 아픈 몸으로 우울하게 보냈는데, 영화 한 편으로 너무 즐거워졌다.

역시 행복은 이렇게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게 맞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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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2-02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들면 조금만 과식해도 더부룩함으로 직결되니 서글퍼요.
제 또래도 노안으로 돋보기 쓰는 모습 보면 ㅜㅜ
안경은 맞추심이 좋을듯요~~
수상한 그녀는 요즘 강추하는 영화랍니다. 마지막 김수현의 '워뗘, 후달려?' 는 대박이죠~~~
설 연휴 아직 하루 남은것에 위안받고 있답니다.

강백호오빠 2014-11-03 19: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세살잉요 오늘 고생많이하구요 오늘 대신에서 해도 오늘도 열심히하겠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때문에 일나서 그악속들있어서 해서 내가 매일로 보내기 보내줄게요
나는 그리고 한마디인데 가수인데 보내로 여기로 보내줄래요

2014-02-02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2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백호오빠백호씨 2014-11-03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대신에서 문자 보내줄래요 너는 히ㅐㅁ들겠습니다 열심히겠습니다 그만하세요 온,ㄹ
최송합니다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으니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오후에는 따사롭게 비추는 햇살을 받으니 왠지 기분까지 한결 밝아졌다. 일하는 틈틈히 혼자 있는 시간이면 주로 책을 보거나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지드는데 생각의 파편들을 아무리 모아봐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추억들이 있다. 

지금처럼 잡지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았던 때,  80년대 유명한 만화 잡지였던 보물섬 몇 권이 우리 집에 있었다. (도무지 보물섬 몇 권이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집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고지식했던 부모님이 만화책을 정기 구독해 주었을 가능성은 없고, 그 당시 내성적이고 주변머리 없었던 내가 친구에게 그 만화책을 빌려 왔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하여튼 보물섬은 나에게 신천지처럼 새롭고, 사탕처럼 달콤한 유혹이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그 몇 권의 보물섬을 마르고 닳도록 봤으며 그 후 가끔씩 친구를 따라 동네 만화 가게가서 한 권에 50원 하는 순정만화를 봤던 추억이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만화가는 김동화였는데 지금도 영어선생님이나 목마와 시 그리고 아카시아를 잊을 수 없다. 줄거리는 가물가물 잊혀졌지만 만화를 읽으면서 느꼈던 그 설레임을 아직도 기억한다. 나에게도 만화책 속에 나오는 멋진 영어선생님이 계셨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훨씬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지 않았을까?? 뭐... 이런 말도 안되는 핑계도 대보면서 잠깐이지만 즐거운 추억에 빠져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에는 우리나라 만화가 중에서 허영만이나 이현세, 강풀이나 박흥용, 최규석, 윤태호와 같은 남자 만화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순정 만화를 그리는 여성 만화가는 딱히 원수연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최근에 좋아하는 만화가는 단연 다니구치 지로이다. 열네살을 시작으로 해서 번역되어 나오는 작품들은 모두 소중하고 있다. 열네 살을 읽은 후... 나는 다니구치 지로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아끼는 만화책... 베르사유의 장미, 피아노의 숲, 맨발의 겐, 마스터 키튼,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가지고 있다. (난 지금도 명탐정 코난과 신의 물방울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물론 허영만의 식객 전 권과 사랑해 12권도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그리고 강풀의 만화도 전부 가지고 있다. (정말 대책없는 욕심인데... 아주 먼 훗날 나의 서재를 찾는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도 갖추어두고 싶다는 마음에서 구입했다.)

 

 

 

 

 

 

 

 

 

 

 

 

 

 

 

겨울 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기에는 만화가 진리인 듯 싶다. 머리맡에 만화책을 가득 쌓아두고 새우깡을 아작아작 씹으며 만화책을 읽고 싶다. 옛날 옛날을 추억하면서 말이다.

오늘은 지금 읽고 있는 누비처네를 잠시 미뤄두고 오랫만에 열네 살을 다시 읽고 싶다. 물론 내가 지금 간절히 읽고 싶은 책은 김동화의 만화지만 구할 수 없으니 열네 살로 대신해야 겠다.

 

 

 

- 영어선생님 만화를 보고, 강인원이 만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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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뚱 2014-01-2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김동화만화가의 만화책 무~진장 읽었드레요,,,

착한시경 2014-01-28 23:40   좋아요 0 | URL
중고서적에서 요정핑크 4권을 18만원에 팔더군요...허걱했습니다... 김동화의 다른 만화도 모두 고가에 판매되고 있어서 놀랐답니다...

서니데이 2014-01-29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시경님, 명절과 설연휴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세요.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 고린도 전서 13장 1절~13절 말씀 -

 

 

 봄비처럼 따사로운 겨울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토요일 오후, 뿌옇게 습기가 서린 커다란 카페 창가에 앉아 편하게 책을 읽었다.

 

마음이 부서지고 또 부서진다.

부서지면서 살아간다.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돌아설 수 없는 길을 갈 때

마음은 부서져 한다. - 스텐니 쿠니츠의 실험나무 중에서 -

 

 

 

 

 

 

 

 

 

 

 

 

 

 

이번 주에 주문한 세 권의 책 중 편안하게 읽을 만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제일 먼저 읽어 보기로 했다. 생각을 너무 많이해야 하는 책, 이해하려면 한참을 고민해야 하는 책 그리고 속도가 너무 더디 나가는 책에 좀 지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가볍게 볼 만한 책을 골라 들었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가슴 저린 토끼인형의 여행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 버렸다. 에드워드를 따라 여행하는 동안 나도 마음 아팠고, 슬펐고 그리고 기뻤다.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사랑만큼 식상해진 단어가 있을까 싶다가도 사랑을 빼면 우리의 삶에 남는게 무엇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모든 영화, 소설, 드라마, 노래의 테마는 결국 사랑이다.

 

"하지만 어디 대답해 보렴.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날 수 있겠니?"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며, 그 사랑이 유지되고 소멸되기를 반복한다. 무지개의 일곱 색이 모두 아름다운것처럼 사랑은 모양과 형태, 색을 달리해도 모두 아름답다.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빛나는 별'과 같이 소중한 존재이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이 세상을 이토록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며,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너무 흔해져서 퇴색하고 변질된 사랑이라는 말은 공장에서 찍어낸 플라스틱 제품처럼 메마르게 느껴진다. 미세하게 금이 간 유리 그릇처럼 겉으로는 사랑이 가득차 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는 누구나 서서히 사라져가는 순수한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

 

 

인형이지만 인형이라 불리는 것을 싫어하는오만한 토끼인형 에드워드 툴레인있다.

에드워드는 멋진 옷과 화려한 장식구, 옷장 그리고 태엽 시계를 갖고 있으며 늘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특별한 토끼인형이다. 밥을 먹을 때도, 산책을 할 때도,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잠자리에세도 애빌린과 에드워드는 늘 한몸처럼 함께 였다. 하지만 사랑을 받을 줄만 알고 할 줄 모르는 에드워드는 늘 교만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런 에드워드가 어느 날...자신을 사랑해주던 애빌린 가족들과 이별하게 되는데...

 

 

사랑은 기다림이다.

 

애빌린과 헤어져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은 에드워드는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사랑은 경청이다.

 

"에드워드는 자기가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걸 깨닫고는 깜짝 놀랐어요. 전에 애빌린이 이야기할 때는 모든게 아주 지루하고 쓸모없이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지금 넬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처럼 느껴져서 마치 자기 인생이 넬리가 하는 말에 달려 있기라도 한 듯이 열심히 들었어요."(책 75쪽)

어부 부부를 새롭게 만난 에드워드는 수잔나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 어부의 아내 넬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산책을 하고 자장가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랫동안 소박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한다.

 

 

 사랑은 그리움이다.

 

"밤에 불과 루시가 잠을 자는 동안, 에드워드는 뜬눈으로 계속 별자리를 올려다보았어요. 별자리의 이름을 말

하고 자기를 사랑해 주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말해 보았죠. 애빌린을 시작으로 넬리, 로렌스 그리고 불과 루시까지" (책 98쪽)

떠돌이 개 루시와 불을 만난 에드워드는 말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며 그들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언제나 땅바닥에서 별빛을 받으며 잠을 자야했지만 에드워드는 슬프지 않았다. 불의 노래를 들으며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그들을 그리워했다.

 

 

사랑은 마음 깊은 곳의 고통이다.

 

'작별 인사를 할 틈도 없이 헤어져야 하는 일을 얼마나 더 계속해야 할까 ?"

외로운 귀뚜라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에드워드는 귀를 기울였어요.

마음 깊은 곳 어딘가가 아팠어요.

에드워는 울고 싶었답니다. (책 108쪽)

또 다시 이별을 경험한 에드워드는 헤어짐으로 인한 고통과 공허, 절망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채소밭의 허수아비가 된 에드워드는 하모니카를 부는 소년 브라이스를 만나게 된다.

 

 

사랑은 희생이다.

 

에드워드는 이제껏 누가 자기를 아기처럼 흔들어 준 일은 없었어요. 애빌린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거든요. 넬리도 그렇고요. 불도 절대 그러지 않았고요. 누군가 그렇게 넘치는 애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니 한없이 겁고 격렬한 감정이 생겨났어요. 에드워드는 도자기로 된 몸이 온통 따스하게 데워지는 걸 느꼈답니다. (책 129쪽)

 

에드워드의 가슴은 텅 빈 것 같았을 뿐 아니라 매우 아팠어요. 도자기로 만든 몸 곳곳이 다 아팠어요. 사라 루스 때문이었죠. 사라가 자기를 안아 주었으면 했어요. 사라를 위해 춤을 추고 싶었죠.

'날 보세요, 할머니가 소원을 빌었잖아요. 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건 끔찍한 일이었어요. 아파요, 마음이 아프다고요. 날 도와줘요.' (책 150쪽)

 

쟁글스가 되어 병들고 가난한 브라이스와 사라 남매와 함께 살게 된 에드워드...연약한 사라의 생명이 꺼져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에드워드는 별똥별에게 소원을 빈다. 자신의 팔 다리를 실로 묶어 춤을 추게 해도 사라가 웃을 수 있다면 에드워드는 행복했다.

 

 

사랑은 자신의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딱 두 가지 방법 중에 선택하는 거지. 네 친구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어. 네가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널 포기한 거지. 정말 특별한 우정이야." (책 172쪽)

동생이 죽은 후 브라이스는 에드워드(쟁글스)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런 브라이스에게 쟁글스는 유일한 가족이며 친구이다. 하지만 브라이스는 깨진 에드워드(쟁글스)를 다시 고쳐주고 자신은 떠난다.

 

 

 사랑은 기대이다.

 

"난 이미 사랑을 받아 봤어. 애빌린이라는 여자아이의 사랑을 받았지. 그리고 한 어부와 그의 아내, 떠돌이와 그의 개에게 사랑을 받았어. 또 하모니카를 부는 남자애와 죽은 여자애에게 사랑을 받았고, 나에게 사랑에 대해 말하지 마. 나도 사랑을 알아."

(183쪽)

"마음을 열어,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라고. 하지만 먼저 네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해" (책 191쪽)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제자리를 찾은 에드워드... 애빌린과 어부 부부 그리고 떠돌이와 사라 남매를 만나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을 배우며 돌아 온다.

 

혼자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마음이 울컥해서 훌쩍거렸다. 에드워드를 따라 여행하며 나도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생각했다. 에드워드와 함께 한 시간 여행을 마친 후  내가 내린 사랑의 정의는 기다림, 그리움, 경청, 공감, 희생, 고통, 기대...

나처럼 아직도 별과 소나기처럼 순수한 사랑이 있음을 믿는 철없고 대책없는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랑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고린도 전서 13장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페이퍼를 쓰기 전에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고린도 전서를 읽고 나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편안한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덮은 후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서 마음이 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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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2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책이로군요.

마음이나 몸이 많이 힘들 적에는
아름다운 만화책을 읽어 보셔요.
아름다운 만화책들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데에
무척 좋더라고요.

착한시경 2014-01-26 23:37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만화책...저도 읽고 싶어요... 소개 부탁 드려도 될까요 ?
아주 옛날.. 김동화 만화를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영어 선생님과 아카시아..ㅎㅎ

서니데이 2014-01-2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뉴스에서도 나왔다고 해요. 드라마에서 나와서 관심을 가진 분들도 계시겠지만, 평이 좋은 걸로 봐서는 그동안은 숨어있던 좋은 책이었나봅니다.

착한시경 2014-01-26 23:42   좋아요 0 | URL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전 참 좋았어요^^ 카페에서 읽으면서 혼자 울컥해서 훌쩍거리다 왔어요... 특히 사라가 죽는 부분에서 에드워드가 아픔을 느끼며 사랑을 깨달아가는 장면에서 ㅠ.ㅠ 사랑은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을 다 주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7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시경 님은 페이퍼를 작성할 때 참... 정성'이 보입니다.
잃지 말아야 할 소녀의 감수성도 보여서 좋습니다.

착한시경 2014-01-28 23:44   좋아요 0 | URL
와~칭찬 감사합니다. 곰곰발님처럼 멋진 글을 못 쓰니...사진으로 대신하는거예요^^ 언제나 서재에 올리신 글 잘 읽고 있답니다... 설날 즐겁게 보내세요~

미스코리아 뚱 2014-01-2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경님의 서재를 보고 당장 신기한 여행을 읽었답니다,,^^
브라이스의 선택에서 눈물이 나더군요,,감동의 눈물,희생의 눈물,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과연 난~뭘 선택할까??내욕심,,을 위해 사랑하고 내만족을 위해 희생이라고 가장하지는 않았는지,,내가 브라이스였다면...마음이 짠하게 감동을 준책~추천 감사요..
 

책 중독 현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책이 눈앞에 없으면 안절부절 못한다. 길을 걸을 때도 책이 손에 들려 있지 않으면 불안을 느낀다.

둘째, 책이 없으면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따분해서 견디지 못한다.

셋째, 책이 없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읽을 책을 찾아낸다.

넷째, 책 중독자는 물불 안 가리고 책을 사들이는 책 수집광이 되기도 한다.

다섯째, 인생의 다른 중요한 일을 제치고 책 읽기에만 몰두한다.

- 정수복의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중 13쪽에서 -

 

 

 

 

 

너무 많은 공장들
너무 많은 음식
너무 많은 맥주
너무 많은 담배

너무 많은 철학
너무 많은 주장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공간
너무나 부족한 나무

너무 많은 경찰
너무 많은 컴퓨터
너무 많은 가전제품
너무 많은 돼지고기

회색 슬레이트 지붕들 아래
너무 많은 커피
너무 많은 담배연기
너무 많은 종교
너무 많은 욕심
너무 많은 양복
너무 많은 서류
너무 많은 잡지

지하철에 탄 너무 많은
피곤한 얼굴들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사과나무
너무나 부족한 잣나무

너무 많은 살인
너무 많은 학생 폭력
너무 많은 돈
너무 많은 가난

너무 많은 금속물질
너무 많은 비만
너무 많은 헛소리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침묵 

- 알렌 긴스버그의 너무 많은 것들 -

 

 

 

 

 

 

빛도 사라지고 소리도 사라져야만 진정한 밤이다.

밤은 둠과 오직 자연의 소리만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빛과 소리가 쉬지 않고 생산되는 이 도시에서 온전한 밤의 평화가 존재하는 걸까 ?

인간이 만들어낸 소리가 낮을 지배한다면, 밤은 온전히 그 자리를 자연에게 내주어야 한다.그러나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밤의 시간마저 차지해 버리는 욕심을 부린다.

흐르는 강물과 밤 하늘의 별과 달 그리고 밤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움직임, 메마른 흙 사이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이름 모를 풀들,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바위와 돌, 점점 삶의 자리를 잃어가는 산짐승과 풀벌레들... 그들이 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을 돌려주어야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시간을 빼앗겼다고 한 번도 불평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밤을 빼앗겼다고 한 번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그 시간을 돌려받기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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