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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 - 아빠의 방목 철학
이규천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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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한데,,,사교육 없이 음대 입시가 가능한가?
이런 종류 책이 주간편집회의에서 추천된 것 자체가
알라딘의 공신력에 흠집 나는 일이다.
부모 직업이 교수고 대치동 살았단다.
어려운 형편에서 소신껏 자식 키워낸 얘기가 백배 낫다.
이런 종류 책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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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30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착한시경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착한시경 2018-12-30 2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올려주시는 글도 즐겁게 잘 읽어 보고 있답니다
 
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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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쓴다.

서른 즈음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이른 결혼과 육아에 좀 지쳐있지 않았을까? 20대는 찬란한 연애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연애가 지루해질 무렵 돌파구로 찾은 결혼은 육아로 인해 잿빛이었다. 갓 태어난 아이는 그냥 생명체일 뿐...두발로 걷고, 말을 시작하고, 스스로 손을 움직여 음식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키우기 위해서 엄마는 온 힘을 써야 한다. 그 후는 어린이집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까지 교육시키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한국에 사는 보편적인 엄마는 그렇다.
나는 그 당시 학기당 2백만원 정도 하는 사립 대학 등록금을 4년동안 따박따박 내면서 장학금 한번 받지 못했다. 물론 원인은 1학년때부터 시작된 연애 때문이었고, 눈에 보이는게 없었던 나는 오직 졸업만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최소 학점을 겨우 채워 졸업장만 받았다.
아이가 유치원에 갈 무렵 신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어느 날 홀연히 앞치마 벗어던지고 사교육의 꽃이라는 학원를 시작했다. 그 후 30대를 슈퍼우먼 코스프레로 보냈다. 작은 규모의 학원이었지만 학부모를 상대하는 일은 가장 곤혹스러웠다. 기본적인 상식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알지 못하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분노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화가 나고 억울해서 마음에 병이 생길 지경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엿 먹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 기분에 속이 시원했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고,,또 재미진 소설을 만나다니~이번 가을 로또 맞은 기분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88년생 어쩌면 추봉이 불리게 될 뻔한 지혜라는 평범한 이름의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자기가 맡은 일도 잘하고 눈치도 있어서 상황 판단도 빠르다. 비록 대기업에서 구색용으로 운영하는 아카데미 인턴 사원이지만 미래를 위해 영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주 업무는 복사요, 강의실 의자 정리요 거기에 다소 신경질적인 유팀장과 아카데미의 실질 운영자 김부장은 감정 노동까지 강요한다. 언제 정규직이 될지 알 수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지혜의 유일한 탈출구는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남자 친구 정진이다... 82년생 지영이도 힘들지만 88년생 지혜의 삶도 만만찮다. 부족한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정식 직원 채용이 아니라 또 다른 인턴을 채용하는 현실 앞에 실망하지만 그런 세상에 소리칠 용기가 없다. 아니 세상이 변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전복입니다. 눈에 보이는 전복 말고 가치의 전복요.˝
˝그렇게 생각하는 한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질걸요? 억울함에 대해 뒷얘기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죠. 내가 말하는 전복은 그런 겁니다. 내가 세상 전체는 못 바꾸더라도 작은 부당함 하나에 일침을 놓을 수 있다고 믿는 것. 그런 가치의 전복이요.˝
- 책 68쪽에서 -

˝한번 실험해 보는 거예요. 부끄러움을 모를 것 같은 사람이 과연 부끄러움을 알게 될지˝
우리가 당하는 부당함에 등짝 스매씽을 함께 날려줄 규옥이 등장한다. 혼자 밥 먹는게 외로워서 먹방 유튜브를 운영하는 남은아저씨는 떡볶이 소스 비법을 믿었던 동업자에게 사기 당하고 막대한 자본을 소유한 동업자는 골목 상권을 무너뜨리고 현직 국회의원이 되었다.
시나리어 작가 무인은 자신이 공모전에 낸 작품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되고 있다.
유명 교수의 집필을 돕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규옥은 자신이 쓴 글이 교수의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최종 면접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낙하산에게 밀려 번번이 탈락하는 지혜...그리고 또 다른 88년생 지혜였던 공윤의 등장!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는 법, 의기투합한 네 사람이 모여서 부당한 세상에 소심하지만 유쾌한 복수를 시작한다.

상당히 공격적인 질문이었다.
무례하다고 느껴질 만큼. 진짜로 하고 싶은 것. 그 질문을 받았을 때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은 나도 모른다,라고 말하는 게 두려워 억지로 그 질문을 피하고 피하다가 여기까지 와버린건데. 혹은 한때 품었던 꿈이 멀어져간 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더 달려버린 것을...... 그런데 이제 와서 어쩌라고.
- 책 84쪽에서 -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상이 공평하게 돌아가줘야 한다. 열심히 노력해보라고, 그 말이 얼마나 허무한 말인지 우리는 안다.
그 쪽이 나에게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다수의 약자들이 힘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낼 때 세상은 변했다. 세상을 향한 네 사람의 소심하지만 뜨거운 저항을 재미있게 읽었다.
귀찮아서, 손해보기 싫어서, 부딪치기 싫어서 적당히 넘어가며 살았다. 그런데 아이가 어느 새 스무 살이 되어간다.
대학에 가면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열 아홉살 아들이 얼마후면 부모와 선생님을 원망하겠지...내가 적당히 넘어가며 살았던 부당함을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이 떠 안고 살게 될 것이다.

세상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실망하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40대가 됐다. 마흔의 자리에 서 보니 서른은 젊다. 내가 오십대가 되면 마흔을 그리워할지도....
서른에는 비록하지 못했지만 마흔에는 세상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 해외여행 안 가도, 버스타고 다녀도, 아파트 평수를 더 이상 늘리지 않아도 난 행복하게 살겠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편견없이 바라보며 그들의 편에 서겠다고 다짐해본다.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지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 책 232쪽에서

마흔의 반격을 꿈꾸며...내 삶에 무지개를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오랜 소망이었던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동네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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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의 기도 - 삼위일체 하나님과 함께하는 신실한 여정
김요한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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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김현승, 가을에 기도하게 하소서 -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라
하지만 쉬지않고 기도해야 항상 기뻐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다. 왜 기도가 먼저가 아니라 항상 기뻐하라를 먼저 말씀하셨을까?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기뻐해야 할 조건이 온전히 충족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하나님의 딸이며 하나님은 분명 나에게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염려하지말고 오직 기도로 간구하라고 말씀하셨다.
나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가장 알맞은 시간과 때에 따라 응답해주신다. 나의 시간과 하나님의 시간이 다를지라도 선하신 하나님을 의지하고 감사해야 한다...이렇게 살아야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김요한 목사님의 ‘지렁이의 기도‘를 읽으며 ‘기도‘와 ‘신앙‘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기독교 신앙의 근본이되는 ‘삼위일체‘의 하나님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지 못했다. 내가 한동안 지지부진한 신앙생활을 했던 이유도 결국 아버지 하나님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분이 주는 깊은 사랑과 위로를 느끼지 못한 삶은 곤고했다.
세례를 받은 지 20년이 넘었고, 교회에서 하는 제자훈련을 비롯해서 다양한 성경공부를 했다. 간증을 발표할 만큼 뜨거울 때도 있었지만 금새 차갑게 식었다. 내 감정이 시키는대로 믿었다.

아들을 키우면서 감정대로 했다면 벌써 수십 번도 더 헤어져야 했고, 세상에 둘도 없는 원수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사고와 부모에 대한 불순종이 거듭 되어도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아이에 대한 깊은 사랑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미움의 감정이 회복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하나님을 아들만큼도 사랑하지 않았고, 신뢰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허공에 흩어지는 부질없는 말로만 요란하게 떠들었다.

기도는 하나님과 나의 영적대화이다.
가끔 아이가 대화를 거부하거나 대화에 시큰둥하게 반응할때 마음이 울컥했던 적이 많다. 나는 기도를 하지 않았으니 하나님을 서운하게 만든 불순종한 딸이었고, 세상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심드렁했던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철없는 자녀였다.

최근 미친듯이 기도했다. 내 의식이 깨어있는 동안~어쩌면 무의식의 상태에서도 하나님을 찾았는지 모른다.
입시생 아들이 실패없이 한번에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기를 애타는 바람으로 간구했다.
책에서 기도하는 궁극의 목표는 거룩한 존재가 되기 위함이고, 사랑의 사람이 되기 위함이라고 한다.

먼저, 일종의 지표수와 같은 기도의 단계 혹은 수준이 있다. 이 단계에서는 열심히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문자 그대로 다 들어주신다. 우리가 건강을 구하면 하나님께서 건강을 주시고, 돈을 구하면 돈을 주시고, 사업 성공을 구하면 또 그렇게 해주시고 그밖에 우리의 육신적 필요를 구하는 것에 맞춰 하나님께서 그대로 응답해 주시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수준의 기도를 가리켜 ‘기복적인 기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기복적 기도의 가장 큰 특징은 응답을 받으면 기쁨과 감사가 뒤따르는데 반해 응답을 못 받을 경우 낙심에 빠져 감사는 커녕 불평하고 원망한다는 것이다. - 책 243쪽에서 -

나는 오염되기 가장 쉬운 지표수와 같은 기도에 매달렸다.
실기 시험장에 들어간 아이가 시험이 끝나고 나올 때까지 몇 시간동안 고사장 앞에 서서 생전 듣지도 않던 찬송가를 들으며 미친듯 중얼거렸다. 명문대 합격, 대기업 취업, 공무원 시험 합격은 세상 기준의 성공이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 축하 인사를 받고 답례 떡을 돌린다. 시험에 떨어져도 감사하며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목회자도 관심 밖이다.
2단계 기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신앙으로 성장하기조차 힘들다. 열심히 했는데도 응답을 받지 못했을때 그 결과까지 믿음으로 수용하는 성숙한 태도의 기도의 단계이다.
나는 왜 아이의 실패를 두려워 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결국 타인의 시선과 타인에게 인정 받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는 깨달았다. 지하수 같은 기도가 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하는 나의 이기심이다.

가장 성숙한 마지막 기도의 단계가 천연 암반수와 같은 수준이다.

우리가 천연 암반수에 해당하는 신앙의 경지에 들어가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물리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을 때 열심히 기도해서 그 문제를 해결받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문제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더 큰 믿음을 가진 것이다. 나아가 문제와 상관없이 항상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궁극적인 모습이다. - 책 249쪽에서 -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20년동안 1단계 수준 신앙생활을 하면서 늘 징징거리는 나를 아직도 믿고 기다려주시는 하나님이 계시니 감사하다.
자식이 비뚫어지고,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하면 양육한 부모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지금 교회가 그렇다. 하나님은 진리와 사랑으로 우리를 양육하셨지만 자녀된 우리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믿는 자들이 성숙하지 못해서 불신자들이 하나님을 알게 될 기회를 방해하고 있다. 이 책은 기독교와 기도에 대해 선입견을 있는 분들께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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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서 100년의 시간을 인내한 단풍나무가 다시 1년 동안 장인의 손을 거쳐 한 대의 피아노로 태어난다. 세기의 피아니스트 호로비치는 오로지 스타인웨이 피아노에서의 연주만 고집했으며 세계의 유명한 콘서트 홀에는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구비되어 있다.
텅 빈 홀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피아노
하지만 연주자의 손이 닿는 순간 소리와 진동의 울림은 청중을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시대 그리고 쇼팽의 시대로 이동 시킨다. 태초에 인간은 의식주의 충족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로 창조되었다. 동물들처럼 배고픔과 종족 번식의 1차적 욕구를 위해서만 살 수 없는 존재,,,아마 유일무이하게 신과 가장 근접한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동경하고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는 인간에게 예술은 필연적이다.

클래식과 피아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영화 ‘미션‘에서 원주민들은 문자로 가득찬 성경이나 설교가 아니라 가브리엘 신부의 청아한 오보에 연주에 마음의 문을 연다. 그리고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가 교도소 방송실 문을 걸어 잠그고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축음기에 올려 놓자 스피커를 통해 교도소 전체에 음악이 전해진다. 수감 생활에 지친 재소자들은 모두 잠시동안 넋을 잃고 모차르트에 빠져든다. 세상의 소리와 변화무쌍한 인간의 감정들을 다듬고 정제하여 음악이 만들어진다. 음악...특히 시대와 언어, 인종을 초월한 힘을 가지고 있는 클래식은 위대하다.

음악적 재능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며 매일 오랜 시간 연습하고, 그래도 실수하면 어쩌나, 제대로 칠 수 있을까? 오그라드는 위를 붙잡고 밤을 지새우고, 자신의 펑범함에 좌절하면서 음악을 떠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음악가의 기분을 알기나 할까? 책 439쪽에서

아이가 취미가 아니라 전문적인 연주자을 길을 가기 위한 첫번째 관문인 음대 입시를 치루고 있다. 1%의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무수한 노력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어린 시절부터 중앙 콩쿨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서울의 유명 예중과 예고를 졸업한 아이들이 차지하고 남은 자리 언저리에 살짝 다리 하나 걸쳐 놓고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하겠지...아이가 자랄수록 현실적인 고민이 눈덩이처럼 커져 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피아노가 좋다.
나무 상자 속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눈을 반짝이던 어린 시절,,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손열음의 피아노 연주회를 본 후, 아이는 피아니스트가 되어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재능에 대한 갈등과 후회 속에서 몇 번의 고비를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시간...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이 책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했던 일본 하마마쓰 콩쿨을 모델로 구성기간 12년, 취재기간 11년 그리고 총 7년동안 집필한 온다 리쿠의 대표작이다.

제 6회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호프만이 추천서를 써 준 유일한 제자 가자마 진, 양봉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떠돌아 다니며 생활하는 가자마 진은 피아노가 없는 피아니스트...누군가에게는 선물이지만 누군가는 그의 재능을 재앙으로 삼을 것이라는 호프만의 예언처럼 가자마 진은 클래식계에 파격을 선보인다. 음악의 신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16살 천재 피아니스트 가자마 진은 콩쿨 데뷔 무대에서 자유분방한 음악 해석과 거침없는 연주 실력으로 관객과 심사위원을 압도한다.

자신을 피아노의 길로 이끌어준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피아노에서 멀어진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 에이덴 아야...
어린 시절 유수한 피아노 콩쿨에서 우승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성장했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 방향을 잃고 피아노에서 멀어졌다. 소진 증후군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아야가 요시가에 콩쿨을 통해 천재 소녀의 귀환을 알렸다. 한층 더 성숙해진 연주실력으로 사람들의 관심은 집중된다.

줄리어드 음대교수이자 요시가에 콩쿨의 심사위원인 너새니얼이 사사한 마사루...부유한 집안과 이국적인 외모 그리고 뛰어난 연주 실력까지 겸비한 유력한 우승 후보 1순위다. 빠짐없이 다 갖춰져서 오히려 매력이 떨어졌던 인물이다.

내가 가장 주목한 인물은 28살 최고령 참가자 다카시마 아카시다. 온다 리쿠가 아카시라는 인물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이 소설은 음악의 신에게 선택을 받은 천재들끼리 경쟁하는 콩쿠르 이야기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지만 1%의 재능을 선물받지 못한 평범한 연주자들에게는 절망스러운 소설이 될 뻔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할머니 덕분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악기상점 직원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아카시...전문적인 연주자의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은 소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아카시라는 인물에게 가장 공감했다. 비록 3명의 참가자에 비해 천부적인 재능은 타고나지 않았지만 무대에 대한 간절함과 피아노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크다.

우리의 삶에 정해진 시기와 때는 없다. 한 집안의 가장 , 한 아이의 아빠, 악기점의 직원...아카시의 꿈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도 피아노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해 나간다. 2차 예선 진출에 실패한 설정도 아쉽지 않았다. 국제 콩쿠르에서 1차 예선 통과만으로도 다시금 피아니스트의 꿈을 향한 발판이 되었으리라 본다
음악을 향한 3명의 천재 피아니스트들의 대결도 흥미로웠지만 아카시 이야기에 마음이 더 간 이유는 내 아이도 타고 난 재능보다는 좋아하고 꾸준하게 한 길을 걸었다는 점 때문이다.

아아, 정말로 이 세상은 음악으로 가득하다.
문을 여닫는 소리, 홀의 창문을 때리는 바람, 사람들의 발소리,0 대화, 말 하나하나가 감정이라는 음악의 이미지와 함께 발산되어 이 세상을 채운다. - 책 552쪽에서

비록 타고난 천채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쇼팽과 리스트,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는 아들....언젠가는 이 어두운 입시의 터널을 지나서 사람들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연주자의 꿈을 이루게 될 날이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음악을 글로 자세하게 묘사한 작가의 역량도 대단했지만,
역시 음악은 귀로 직접 들을 때가 좋다. 이번 가을~ 이 책 덕분에 클래식이 더욱 친근해졌다. 2주간의 짧은 국제 콩쿠르를 배경으로 700쪽에 가까운 소설을 쓴 작가의 역량에 놀랐고, 1등이 누가될까를 고민하며 읽는 즐거움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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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1-01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착한시경 2017-11-01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저희 딸이 아니라 아들이랍니다^^
 

나는 만약 이 책의 제목이 ˝딸들에 대하여˝였다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딸들은 복수형인데, 딸은 단수형이고 외동딸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호기심때문에 첫장을 넘겼다. 지난 19년동안 연습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된 부모 노릇에 조금 지쳐 있었고, 잘못 된 점을 성찰하고 다시 적용해서 키워 볼 둘째 아이도 없으니...죄충우돌하다가 끝난 허망한 기분에 사로 잡혀 있었다.
엄마와 딸 그리고 딸의 연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요양보호사인 엄마가 돌보는 환자 젠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가족관계는 엄마와 딸 뿐이다. 딸의 레즈비언 애인과 딸 그리고 요양보호사와 환자는 가족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한 공간에서 거주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시간을 견뎌간다.

어느 날 내 딸이 동성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레즈비언인걸 알았다면? 유교적 인습에 사로잡힌 한국사회에서 그중에서도 동성애를 죄악으로 취급하는 기독교인이라면,,,40일 작정 금식기도에 당장 돌입해야 할 상황이다. 악한 령에 사로 잡힌 딸을 위해 기도의 눈물을 뿌리고, 그동안 시원찮았던 종교생활을 회개하며 무릎을 꿇고 주님의 용서를 받아야 한다. 내가 이 책에 흥미를 느낀 이유 중 하나는 엄마가 교회 권사라는 설정이다. 현재 딸이 처한 상황들....성소수자이면서 대학시간강사,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렵다. 이런 딸의 현실적인 문제를 감춰야 하는 종교생활의 이중성이다. 교회공동체에서 모두가 형제자매이며 가족이라는 허울뿐인 말의 잔치,,,남의 작은 치부도 숱한 가십거리를 생산해 내는 종교집단에서 엄마가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들도 절대 가족이 될 수 없다.

딸보다 꼼꼼하며, 솜씨좋고 착한 딸의 애인....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도 포기하면서 오직 딸을 잘 키워보기 위해 헌신한 엄마는 이제 육체노동자가 되어 치매 노인을 돌보며 생계를 이어간다. 누구보다 영민하고 엄마를 잘 따르던 딸, 남들보다 넘치게 배운 딸은 대학교 시간강사지만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엄마는 오직 딸을 위해, 딸만 위해, 딸로 인해...딸의 애인인 레인과 딸에게 모진 말을 쏟아낸다.
보편의 삶에서 멀어져가는 딸을 붙잡기 위해 온힘으로 외친다.

남편이고 아내고 자식이라니. 너희들이 뭘 할 수 있니?
결혼을 할 수 있니? 새끼를 낳을 수 있니? 너희가 하는건 그냥 소꿉장난 같은 가야. 서른이 넘어서까지 소꿉 장난을 하는 사람들은 없다. 책 106쪽에서

나는 책을 읽는내내...책을 덮은 후까지도 오로지 엄마의 입장이었다. 딸이 많이 배우기를 그래서 자신의 삶을 멋지게 개척하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던 엄마가 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긴 시간 피아노를 치며 진로 목표를 세운 아들에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고, 쾌적한 연습실을 대여해줬다. 몸이 약한 아들을 위해 한약을 챙기고, 극성스럽게 먹을 것을 챙겼다.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힘들었지만 훗날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어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비어가는 통장 잔고도 맞벌이 부부로 늘 시간에 쫒기며 사는 일상도 견딜만 했다.
이렇게 키운 아들이 어느 날,,,남자 애인을 데려온다. 책 속 엄마처럼 딸애가 죽어 버렸다면 상실감이, 딸애가 여전히 살아있었다면 배신감에 몸을 떨었을 듯 싶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부당 해고 당한 동료들을 위해 기꺼이 길 위에 투사가 된 딸을 본 엄마의 고통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책 속 딸이 미웠고, 현실 속 아들의 상황도 답이 없었다. 내가 자라면서 가장 듣기 싫었던 말...다 널 위해서야, 너 잘 되라고 그런거야
어느 순간 나도 아들에게 습관처럼 하는 말이 되어 버렸다.
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가 아니라 엄마를 배려하지 못하는 딸에게 너무 화가났다. 책 속 엄마와 딸을 통해 끊임없이 나와 아이를 투영하고 있자니 괴로웠다. 하지만 만고불멸의 진리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것이다.
엄마는 젠을 돌보며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사이만이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는다. 서로 연민을 느끼고 이해하는 관계 그 안에 신뢰와 사랑이 있다면 가족이다.
레인과 그린, 엄마와 딸, 엄마와 첸....모양은 다르지만 가족이었다.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 더 폭넓게 생각하면서 읽지 못해 아쉽지만 나랑 비슷한 엄마를 만나서 위로 받았다. 결과를 기다리는 이 시간들...견뎌가겠다

딸애의 삶을 내 삶으로부터 멀리 던져 버리고
딸애의 삶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서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지지와 격려, 응원같은 좋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106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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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D 2017-10-2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로 태어나서 아직 ‘엄마‘가 되진 못해 관심밖에 있던 책이었어요. 첨부하신 사진이 예뻐 읽기 시작한 리뷰었는데 당장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좋은리뷰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착한시경 2017-10-27 15:39   좋아요 0 | URL
깊어가는 가을... 꼭 한번 읽어보세요
리제님은 딸의 입장에서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전 정말 엄마 마음으로 읽다보니 울컥울컥했어요ㅠ.ㅠ
엄마 마음을 몰라주는 딸을 원망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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