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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야단법석,,,,고3 아들의 정신 없었던 수시 일정이 거의 마무리되어 간다. 경부선 타고 서울 톨게이트 지나가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기본 50대 1이요,, 60대 1의 경쟁률을 보며 망연자실했던 가슴을 진정 시키고 도시락까지 싸 가면서 수시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부족한 아들의 실력을 엄마의 지극 정성으로 채워볼 요량으로~ 신을 한번 감동시켜 운명의 지침까지 돌려 보겠다는 열혈엄마의 의지로 버텼다. 아니 그냥 견뎠다.

공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입시 당일 컨디션과 조별 배정 시간, 실기 순서 추첨까지 음대 입시내내 살얼음판 딛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긴장때문에 첫 음을 놓치면, 피아노 앞에 줄지어 앉은 10명의 교수님들이 뿜어내는 포스 앞에 주눅이 들어 박자를 제대로 못 잡고 들어가면 혹은 덜덜 떨리는 다리가 주책없이 페달을 잘못 눌렀다면...첫음 시작과 동시에 딱 1분 30초만에 끝나는 입시가 주는 중압감을 누가 알까?
입실한 이후 아이와는 완전 단절이다. 아이가 나올 때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바라 본 캠퍼스...입시생 부모에게는 그곳이 유토피아다. 캠퍼스를 오가는 대학생들은 대체 어떻게 그 지옥같은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서게 된 걸까? 애써 잡념을 밀어내며 그저 간절하게 애타는 마음으로 실수가 없기를 그리고 후회없이 잘 표현하고 내려오길 기도했다.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린다.
오랫만에 몇 권의 책을 구입했다. 집 뒷편 단풍나무 가로수길을 걷다보면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아담한 카페가 있다. 깊어가는 가을 그 카페에 앉아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보겠다.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첫번째 관문 앞에 선 아이에게 온 기운을 몰아주고 싶다. 책을 읽기 위해 찾은 카페에서 나는 오직 아이의 생각만 하다 오겠지....리베카 솔닛에게는 미안하지만 당분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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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과 별 사이를 즐겁게 나는 상상력은 또 별과 인간을 잇고, 지상의 별들인 사람과 사람의 가슴 사이에, 사람과 개구리 사에 길을 놓는다. 이야기는 단순 오락이 아니다. 그것은 상호 반응이며 길 놓기이고 연결하기다. 이 연결의 능력이 상상력이다. 
 
-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19쪽에서 -
 
 
 
 
 

 
 
   

인생은 당신이 배우는 대로 형성되는 학교이다.
당신의 현재 생활은 책 속의 한 장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지나간 장들을 썼고, 뒤의 장들을 써 갈 것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저자이다.
사람이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왜 국경에서 멈추는가 ?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당신의 사상을 하늘 위에 불로 새겨 놓은 것처럼 그렇게 사고 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온 세상이 단 하나의 귀만으로 당신의 말을 들으려고 하는 듯이
그렇게 말하라, 진실은 그렇게 하라.
당신의 모든 행위가 당신의 머리 위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행동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당신의 신이 존재 확인받기 위해 당신을 필요로 하듯이 살아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 아름다운 사람, 사랑 그리고 마무리 중에서 -
 

 

 

백목련이 고운 자태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면, 꽃을 먼저 피우는 벚꽃은 봄의 절정을 예고한다. 분명 아침에는 봉우리 채로 서 있던 목련이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자 활짝 꽃을 피웠다. 담벼락을 타고 줄지어 핀 노란 개나리도 정겹고, 꽃집 앞에 이름모를 작은 화분들에도 저절로 눈길 간다. 

올 봄 내가 유난히 집착하는 건...꽃무늬 패턴이 그려진 옷들인데 옷가게 마다 나를 보며 손짓하는 꽃무늬 원피스를 보면 절로 지갑을 열고 싶어진다. 

 

평소 자주 입지 않던 옷도 입고 싶고, 머리 모양도 바꿔보고 싶어지는 건 아마 봄이 주는 마음이 아닐까 ? 나이를 먹으면서 계절의 변화가 더 섬세하게 관찰되고, 느껴진다. 최근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보라색 큰 꽃무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스커트를 사는 만행(가족들의 반응이다)을 저질렀다. 하지만 인생 뭐 있니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친구의 말에 힘입어 화사한 구두까지 사 신고, 뛰어보자 팔짝 하는 마음으로 신나게 다니고 있는 중이다.

 

라디오에선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모차르트 피아노 연주곡이 흐르고, 익숙한 목소리의 DJ는 소소한 일상의 사연들을 읽고 있다.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는 이 시간과 제법 잘 어울리는 도정일의 에세이 두 권이 책 상위에 놓여 있으니 봄날 아침 풍경이 퍽 그럴 듯 하다.

봄은 햇살과 잘 어울려서, 여름은 더위를 피하는 시원한 카페가 좋아서, 가을은 이유없이 외로운 마음이 들어서 그리고 겨울은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책을 찾아 읽는다. 이른 아침 외출을 준비하면서 가방에 넣어 나갈 책을 고르는 일은 늘 황홀한 고민이다. 버스 안에서 읽기 딱 좋은 에세이 한 권도 좋고, 호흡이 짧은 아포니즘도 좋다. 지금 내 가방 안에는 도정일의 ‘별들 사이에 길을 넣다’와 강유원의 ‘책과 세계’가 들어있다.

 

 

 

 

며칠 전 자주 가는 서점 사장님이 도정일 에세이 서문에 자기 이야기가 나왔다며 반가워하셨는데, 정말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의 서문에 대전의 큰 책방 계룡문고 사장님과 작가의 인연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 게 아닌가 ? 괜시리 내 얘기가 나온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어 호들갑스럽게 축하 인사를 건냈더니 사장님도 그동안 알고 지내 온 작가들과의 인연들을 신나게 이야기 하신다.

일행들과 커피를 마시며 한비야, 정호승, 도정일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작가들과의 에피소드를 듣는건 너무 신나는 일이다.

비록 도정일은 아니지만 계룡문고 사장님이 책에 나태주의 짧은 시를 넣어 사인을 해주셨다. 혼자 읽기보다는 모임에 속해서 함께 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저런 모임을 소개 받았다. 서점과 작가, 출판사 그리고 독자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어렸을 때부터 서점에서 꼭 한번 일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언제나 환영한다며 꼭 와서 일하라고 하신다. 청년 실업자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경력도 없는 아줌마에게 확실한 일자리까지 보장해주다니..역시 단골이 좋다.

특히 알라딘에 밀려 침체된 노랑 책방(계룡문고에서 운영하는 헌책방)의 텅빈 서가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특히 노랑 책방의 판매 수익은 지역의 불우 아동들에게 책을 사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취지는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구입할 책이 없다보니 나 역시 훓어 보고 나오기만 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봄날 외출은 언제나 즐겁지만 이렇게 뜻하지 않은 만남과 대화가 있어 더 즐겁다. 다음 주에 서점에서 열리는 동화작가 엄혜숙의 그림책 콘서트에 초대를 받았다. 난 알라딘도 사랑하지만 사명감을 갖고 지역에서 열심히 독서 운동을 하는 계룡문고를 더 사랑한다.

나 역시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지고 있어 신간은 계룡문고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서점에서 직접 구입해야 겠다.

파랑새가 집 안에 있었던 것처럼 지금 행복은 내 가방 속에 있다. 특별한 일이 없어 지루해 하기 보다는 아무 일 없음에 감사하고 싶은 봄날... 나른한 오후에 느긋하게 앉아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있으니 기쁘다.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책을 쓰고 또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존재하니 나처럼 책 사는 일에 목숨 거는 사람이 즐겁게 살 수 있어 좋다.

 

 

2.

북 바인딩 2차 수업... 지난 주에 제도를 하고 하드 보드지를 이용해서 다이어리의 겉 표지를 완성했다. 드디어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책을 직접 묶는 바느질 작업에 들어갔다.

아! 절망... 송곳으로 섹션 별로 구멍을 뜷을 때까지만 해도 속도를 내며 신나게 작업을 했는데, 면사에 초칠을 해서 홈질로 책을 꿰매는 작업을 하면서부터는 마치 수전증 환자처럼 손을 떨었다. 도대체 이미 뚫린 구멍으로 바늘을 넣었다 빼는 단순한 홈질을 반복하면 되는 데도 불구하고 어찌 그리 바늘은 미끄럽고 구멍은 작은지... 바느질 중간에는 길게 잘라 놓은 실이 꼬여 버렸고, 섹션끼리 연결하는 매듭 작업에서는 오른쪽과 왼쪽을 연거푸 헤매여서 계속 선생님~ 선생님을 불렀다. 7권의 얇은 섹션을 실로 연결한 후 다시 책등에 한지를 잘라 풀칠을 했다. 그리고 책갈피를 연결하고, 마감하는 작업을 하는데 꼬박 두시간 반이 걸렸다. 바늘은 손 끝에서 미끌미끌 따로 놀았으며,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작업을 하다보니 어깨와 목 결림까지 왔다.

 

 

 

 

 

 

 

 

이번 주까지 다섯 시간에 걸쳐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완성하지 못한 다이어리다.

아마 다음 주에 책과 표지를 연결하는 작업을 할 것 같다. 핸드 메이드 티를 팍팍 낸 나의 첫 작품...

분명 하얀색이였던 속지는 손 때를 타 회색빛으로 꼬질꼬질해져서, 졸지에 빈티지한 다이어리가 되어 버렸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선생님... 죽을 것 같아요~ 했더니 그냥 웃으신다. 성경과 내가 아끼는 책을 가죽으로 바인딩하겠다는 야무진 첫 다짐은 벌써 마구 흔들리는 중이다. 지금처럼 인쇄소에서 대량으로 책을 만들기 전까지는 분명 이런 작업들을 일일이 손으로 했다는 얘기인데, 정말 그 수고와 노력이 놀랍다.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그만 두라는 주변 친구들 보란 듯이 멋진 책을 만들어 볼테다... 나의 첫 번째 작품을 가족들에게 선물하려 했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 내가 가져야겠다.

이렇게 확실한 핸드메이드 다이어리를 거부하다니.... 나중에 엄청 후회하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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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3-29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빠라기가 새로운 판으로 다시 나왔군요!
아아. 언뜻 보기로도 예쁘게 나온 듯한데,
아무튼 언제나 문제는 번역일 테지요 ^^;

그나저나 대단한 공부를 하시네요.
책장과 얽혀서
이세 히데코 님이 선보인 그림책이 있어요.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였지 싶은데
차근차근 꼼꼼히 익히셔서
착한시경 님이 아끼는 책에
새로운 숨결 불어넣으시기를 빌어요.
두근두근 기다립니다 ^^

착한시경 2014-03-31 19:52   좋아요 0 | URL
소개해주신 그림책,,,꼬옥 읽어볼께요^^ 아끼는 책에 숨결을 불어 넣으라는 말씀~ 와 ~넘 멋져요~^^ 열심히 해보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9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계룡문고 사장님 말씀 들으니 이게 바로 서점이 살아나갈 수 있는 기회인것 같군요.
서점이 독자와 모임을 연결해서, 그러니깐 읽기 모임 같은 거 말이죠.
굉장히 좋은 기획인데요. 많은 소규모 서점들이 그런 모임을 주선했으면 하네요.

착한시경 2014-03-31 19:55   좋아요 0 | URL
지역서점이지만...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 서점이랍니다...
출판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서점, 독자, 작가 그리고 출판사가 서로 협력해서
공생해야 한다고 얘기하셔서~공감했는데...쉽지 않은 일일것 같아요~

그렇게혜윰 2014-03-2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이용하시는 서점도 있으시고...부럽네요^^ 북바인딩은 손과 힘이 많이 가는듯하여 선뜻 하겠다 용기낼순 없지만 시경님 작품 기대하겠어요^^

착한시경 2014-03-31 19:57   좋아요 0 | URL
제가 해보니...눈썰미와 꼼꼼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더라구요,,,
이번주 수요일에 드디어 첫번째 작품이 완성되겠네요~
제가 사진으로. 올릴께요^^

페크pek0501 2014-03-2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남의 서재를 구경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물론 서점에서 잘생긴 책들이 쌓여 있는 것도 좋은 구경이라서
동네 서점에 드나들지요.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책을 하나 사서
들고 오기도 하지요. 인터넷 서점이 책값이 싸긴 하지만 이렇게 동네 서점에서도
구입해야 동네 서점이 사라지지 않겠죠. 형편 어려워 문 닫는 서점이 많잖아요.

인터넷 서점이 계획적인 구매라면 동네 서점은 즉흥적, 충동적 구매예요.
둘 다 좋아요. ^^

착한시경 2014-03-31 20:00   좋아요 0 | URL
저도 꼬옥 한번 일해보고 싶기는 해요,,,
그냥 책이 많은 곳이 좋으니까요~ 사라져가는 동네 서점이나 참고서만 파는
서점을 보면 안타까울 뿐,,,앞으로는 좀더 자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들어요~
 

 

 

 

 

 

 

 

 

 

 

 

 

 

 

 

 

 

 

 

 

 

 

 

 

 

 

 

 

 

 

 

 

 

 

 

 

 

 

 

 

 

 

 

 

 

 

 "사람들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람들을 사랑하라."

"당신이 착한 일을 하면 사람들은 다른 속셈이 있을 거라고 의심할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당신이 성공하게 되면 가짜 친구와 진짜 적들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성공하라."

"오늘 당신이 착한 일을 해도 내일이면 사람들은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정직하고 솔직하면 공격당하기 쉽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게 살아라."

"사리사욕에 눈 먼 소인배들이 큰 뜻을 품은 훌륭한 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다. 그래도 크게 생각하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호의를 베푼다. 하지만 결국에는 힘 있는 사람 편에 선다. 그래도 소수의 약자를 위해 분투하라."

"몇 년 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도 탑을 쌓아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면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덤빌 수도 있다. 그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라."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헌신해도 칭찬을 듣기는커녕 경을 칠 수도 있다. 그래도 헌신하라."

- 켄트 케이스의 그래도 중에서 -

 

봄이 왔다. 하늘하늘한 꽃 무늬 원피스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옷장에서 꺼내 입으려다 아직은 이른 감이 있어 약간 도툼한 옷을 입고 외출을 했는데...

웬걸,,, 길거리에는 샤랄라한 옷차림으로 활기차게 다니는 사람들로 넘쳐 나고 있었다.

봄의 기운은 참 특별한 힘이 있어... 다들 적당히 상기된 얼굴 표정들로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

봄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우선 이번 봄에는 빈 화분들에 예쁜 꽃들을 심었다.

그리고 김치를 직접 담가 먹었다. 난 오늘 저녁에도 마트에서 산 배추 한통을 이용해서 겉절이를

담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무우 생채를 시작으로 해서 배추 겉절이 그리고 오이 소박이

를 만들어 볼 예정이다. 배추 한 통을 사서 반은 겉절이를 담고 반은 배추전과

배추쌈까지 만들어 먹었다. 식구가 적고, 친정과 시댁에 김치를 가져다 먹을 수 있어 한 번도 김치

를 담그지 않았는데 해보니 제법 재미가 있어 요즘 열심히 만들어 보는 중이다.

따사로운 봄의 기운을 받아 기분도 업 시키기 위해서... 무언가를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오후 내내 문화센터와 평생교육원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강좌를 찾아 봤는데

마음에 와 닿는 배울꺼리가 눈에 띄었다. 물론 책과 관련된 일인데,,,, 좋은 취미가 될 성 싶다.

새로운 피아노 레슨 선생님을  만든 아들이 요즘 피아노 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레슨곡만 연습했는데

요즘은 집에서도 혼자 악보를 찾아서 다양한 곡을 연주해 나를 즐겁게 해준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주제곡들을 연습하는 중인데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습 중이다. 아들은 정말 피아노를 칠 때만 제정신인 듯 싶다. 나머지 시간들은

대체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 같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 지구인이라면 저럴 수 없다는 생각

이 절로 든다. (신은 나에게 도민준 같은 외계인을 안 보내주셨다... 짱구를 보내줬다)

출장을 간 남편을 시내에서 만나기로 해서 오후에 혼자 시내에 갔다.

서점에서 책을 몇 권 구입했고, 혼자 아이스 커피를 마셨고, 유니클로에 가서 구경을 하다가 예쁜

반팔 티셔츠를 두 장 구입했다. 29,000원짜리 옷을 5,000원에.... 기쁜 맘으로 친구에게 줄 티셔츠도

한장 골랐다.

나이를 먹는걸까 ?? 자꾸만 화사한 꽃무늬 옷이 입고 싶다...

주절주절 썼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이번 주부터는 책을 정말 열심히 읽을테다 다짐을 하지만

도통 지켜지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다.

지난 주에는 한강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그리고 장영희의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읽었다. 3월 달에 새로 산 책들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 주에는 차분하게 책을

좀 읽어야 겠다. 그렇지만 봄바람이 불고 햇빛이 좋으면 어찌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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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3-17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과 김치와 피아노와 예쁜옷과 봄빛이 여러모로 잘 어울리지 싶어요~ 아침볕이 참 곱습니다~^^

hnine 2014-03-1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김치 담그려고 배추 두통 사다놓았네요. 아직도 잘 못 담그지만 계속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질지 모르겠어요. 맛없는 김치 먹어주는 식구들에게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몇해전부터 저도 화사한 꽃무늬 옷에 자꾸 눈길이 가는게, 나이먹는 증거였나봐요.
책과 관련된, 새로운 배울꺼리 찾아내셨다는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저도 지난 주부터 배우기 시작한게 있는데 책과 관련된건 아니고요.
아드님은 예술가 기질이 다분한 것 같아요.
 

 "만약 당신이 젊은 시절 파리에서 살게 되는 행운을 얻는다면 그 후에 당신이 어느 곳에서 살든 파리는 당신을 따라다닐 것이다.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니까" 20대 젊은 시절 6년 동안 파리에서 살았던 헤밍웨이가 만년이 돼서 젊은 작가에게 한 말이다. 그의 말 그대로 "움직이는 축제"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회고록에는 그가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파리 시절 생활에 보탬을 준 은인으로 '실비아 비치가 경영하는 서점이자 도서관'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등장한다. 그 밖에도 이곳에는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에즈라 파운드, 그리고 스콧 피츠제럴드같은 작가나 시인들이 모였다.

- 책 160쪽에서 -

 

 

 

 

1.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때의 향기 그대로.... 이 봄이 가기 전에~

하루 종일 봄,봄,봄을 흥얼거리며 이 노래를 100번 쯤 들었다.

이른 아침...며칠째 계속되는 꽃샘 추위에도 목련 나무에 여린 꽃봉오리가 맺혀 있다. 보송보송한 솜털에 쌓인 봉오리를 보고 있자니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하던지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완연한 봄이라고 하기에는 바람이 제법 차게 느껴졌지만 단연코 3월은 봄봄봄...봄인게 틀림없다.

낮이되면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어린 잎사귀들이 봄바람에 나폴거리고, 아스팔트 좁은 틈새로 작은 풀꽃들이 앞 다투어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두터운 겨울 외투를 벗은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에서 봄은 다가온다. 나는 이 봄의 발랄함과 경쾌함을 긴 겨울동안 그리워했다. 막연히 봄이되면 즐거운 일, 기쁜 일이 나에게 다가올 것만 같은 기대에 가슴이 설레인다. 행여 우울한 일이 생기더라도 금방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계절이 봄이다. 짧은 봄은 우울해하거나 슬퍼할 겨를 조차 없다.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인 김영랑처럼 봄이 지나면 그 뿐 나의 한해는 다 가고 말아 나는 하냥 섭섭할테고 다시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찬란한 봄을...너무 찬란해서 슬퍼지는 봄을 말이다.

봄이 되니 우선 마음에 이유없는 기쁨이 강처럼 넘치고, 다양한 나물들로 식탁이 풍성해지고, 새학년이 시작되어 아들이 학교에 다니니 다시 자유가 찾아왔다. 아파트 상가 앞에 나물을 내어 놓고 파는 노점상 좌판을 구경하는 재미도 크다. 달래와 냉이, 취나물, 돌나물, 참나물, 방아나물... 그리고 향기 좋은 딸기는 보기만 해도 상큼하다. 그저 봄에는 땅에서 자란 나물을 막 삶아서 무쳐내거나 바로 물에 씻어 송글송글 물기가 맺힌 상태로 쌈을 싸 먹는것이 제일 좋다. 마트에서 랩에 포장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재래시장이나 노점에서 소쿠리에 푸짐하게 담긴 것을 사는게 좋다. 무엇보다 한 줌 더 집어 넣어주는 덤이 있어 좋고 봄의 기운까지 더불어 오니 흥겹다. 식구가 적다며 극구 사양하지만 할머니는 꼭 한 주먹을 더 넣어 주신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한 잎도 헛으로 버리지 못하겠다. 어제도 속이 노랗게 꽉찬 배추를 한 포기 사서 된장국을 끓이고 듬성 썰어 겉절이를 해서 먹었다. 깨소금과 매실청, 고추가루를 넣어 버무린 겉절이를 보니 식탁에도 봄이 한가득이다.

나는 풍성한 이 봄이 너무 좋다.

 

 

 

 

2.

재활용 수거일에 버리려고 모아 두었던 쥬스병을 이용해서 색연필 꽂이를 만들었다. 씻어서 색연필만 담아 두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여서 면 레이스로 장식을 해 보니 제법 그럴 듯 해 보였다.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어 사진까지 찍어두고 가족들에게 자랑을 했다. 다이소에서 천원 주고 산 레이스 끈을 크기에 맞춰 자르고 글루건을 이용해서 고정시켰다. 12개 음료수 병 중 4개는 색연필꽂이로 사용하고 나머지 4개는 원두를 넣어 방향제로 쓸 예정이다. 그리고 나머지 4개 병은 지끈으로 묶어서 화병으로 사용할까 ?

바쁘게 지낼 때는 필요한 것은 대부분 돈으로 해결했는데 요즘은 느긋한 오전 시간에 청소를 하거나 빈 화분에 꽃을 심거나 아니면 이렇게 손으로 만드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지난 주에는 원단 시장에 가서 연두색 체크 무늬 천과 광목 천을 떠서 커텐을 만들어 왔다. 큰 돈이 아니어도 좋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그 작고 소박함이 좋아졌다. 천원짜리 작은 화분에 오백원짜리 다육 식물을 옮겨 심으며 느꼈던 흙의 감촉과 정겨움이 좋아서... 그저 봄이 되면서 새롭게 시작된 모든 일들이 고맙고 기쁘다.

내가 손수 심고 보니 다 예쁘고 귀하다. 빈병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다 쓸모있어 보인다.

손을 움직여 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지 알아가는 봄이다.

 

 

 

 

3.

우리 가족은 봄이 되면 꼬옥 전주 나들이를 간다. 차분한 마음으로 전동 성당을 둘러보고, 고즈넉한 한옥마을 골목들을 느릿느릿 걸으며 예쁜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도 기웃거려보고, 길거리에서 파는 군것질거리들로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하지만 몇 해전부터는 도이름도 알 수 없는 간식들과 줄을 길게 선 식당들로 인해 도통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외할머니 솜씨와 풍년제과 그리고 수제만두 가게는 줄이 너무 길어서 뭔가를 먹거나 사겠다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리고 이런 번잡함 자체가 싫다. 시끄러움을 피하고 싶어서 찾았던 곳이 점점 상업화되는 게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팡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니며 먹고 있었고, 꼬치를 한입 가득 물고 있거나 사람 머리보다 큰 솜사탕을 손에 든 사람들도 많았다.

요즘 전주는 사람 구경하러 간다고 하는게 더 맞다. 남편과 함께 예쁜 소품 파는 가게에 들렀는데 노숙자인 듯 한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로 가게 바닥을 치며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낮부터 술을 드신 듯... 알아들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가게 입구를 막고 계시니 다시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워 참 난감했다.

젊은 가게 주인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는데... 남편이 할아버지 옆에 앉아 조근조근 말을 붙이고 있는게 아닌가 ? 좁은 마음에 손을 뻗어 남편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눈짓을 마구했다. 괜시리 끼여들었다가 술 취한 할아버지가 휘두르는 지팡이에 맞기라도 하면 어쩔까 ? 그리고 가게 주인이 해결해야 할 일을 왜 나서고 그럴까 ? 하지만 남편은 아랑곳없이 할아버지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뭘 도와드리면 되겠냐고 친철하게 묻는다.

112를 불러달라고 하시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갑자기 낡은 신발을 벗기 시작하신다.

겨우내 꽁꽁 얼어 동상에 걸린 발은 검붉은 색으로 변하여 퉁퉁 부어 있었다. 발이 아프다며 112를 불러 달라고 하신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차분하게 다 들어주니 할아버지의 화도 조금은 누그러지신듯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우지셨다. 우리는 112를 불러 상황을 이야기 한 후 가게를 나왔다.

누군가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좀 더 빨리 귀 기울였다면 그리 화를 내지 않으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할아버지가 겪은 겨울이 얼마나 혹독하고 힘들었을지를 그 발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 아픈 발로 온 거리를 헤매고 다니셨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니 아프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저녁값이라도 드리고 올 걸 하는 후회를 했다. 착한 일을 할 기회였는데 또 망설이다 기회를 놓쳤다. 그 할아버지에게도 이 봄이 희망이 되길 기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한 남편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4.

 

 

 

 

 

 

 

 

 

 

 

 

 

 

 

 

 

 

 

 

 

 

 

 

 

 

 

 

 

최근에 장영희 수필집을 읽고 있는 중이다. 이 봄에 읽기 좋은 편안한 문장들과 소개된 시와 책들이 참 좋다. 그리고 박완서의 노란집은 하루종일 세 군데의 카페를 돌아다니며 커피를 네 잔 마시며 다 읽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그런데 봄 햇볕이 좋은 날은 책을 읽기보다는 꽃구경을 갈 예정이다. 나는 지금 벚꽃이 눈처럼 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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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3-11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씨가 할아버지 마음을 읽으셨나 봐요.
아저씨한테서는 맑은 빛이 흘러나오는가 봐요.
그 맑은 빛이 온 집안에 감돌기에
착한시경 님도 예쁜 손을 놀려
멋진 연필꽂이를! 책꽂이에 살포시 얹으셨군요~
 

그때부터 두 사람은 사냥하는 법, 물고기를 잡는 법, 폭우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오두막을 짓는 법, 먹을 수 있는 과일을 고르는 법을 배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밀림의 세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터득하는 일이었다. (책 53쪽에서)

 

 

 

 

 

 

 

 

  

소담스럽게 쌓인 눈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겨울이 가고 있다.

열흘동안 책을 싸고, 책꽂이를 새로 맞추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아 정리하면서 2월의 마지막을 분주하게 보냈다. 이번에는 필요 없는 책은 버리거나 친구들에게 나눠 주려고 마음 먹었지만 결국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대부분의 책들은 먼지만 털어 다시 나의 책꽂이로 돌어갔다. 이번에도 찾기 쉽게, 같은 책을 다시 구입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제대로 정리해보자 마음 먹었지만 게으름과 피곤함 때문에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어 버렸다.

책이 엄청난 짐이 될 수 있음을 온 몸으로 체험한 시간들이었다. 책정리를 핑계로 한동안 책도 읽지 못했고 덩달아 알라딘에도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2월달에 읽으려 했던 책들은 대부분 3월로 미뤄야 겠다.  "작가란 무엇인가?"와 "꼬리치는 당신"을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집어들었다.

무슨 일이든지 꾸준히 흐름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쉬었더니 오히려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다시 읽으며 정리했다.

 

 

 

 

 

나는 글을 읽을 줄 알아. 그것은 그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을 게 없었다. (책 75쪽에서)

 

밀림의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야말로 진정 살아 있는 자연의 소리라고 할 수 있을 거야.

노인은 <낮에는 인간과 밀림이 별개로 존재하지만, 밤에는 인간이 곧 밀림이다>는 수아르 족 인디오의 말을 떠올리며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책 130쪽에서)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런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러기에 그에게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돋보기가 틀니 다음으로 아끼는 물건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책 46쪽에서)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손수건으로 감쌌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책 180쪽에서)

 

 

 

문을 열면 물씬 풍기는 나무 향기와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들 그리고 아끼는 책들과 클래식 음악이 은은히 울려 퍼진다. 책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나오면 언제나 메모할 수 있는 예쁜 노트와 잘 깎여진 연필도 있다. 힘들었지만 정리하고 꾸며놓고 보니 나름 마음에 드는 공간이 되었다. 이제는 커다란 창을 통해 비와 햇빛 그리고 바람도 다 느낄 수 있으니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새로운 공간은 설레임과 동시에 낯설음도 준다. 쏟아져 버릴 것 같은 책들과 정리 불가했던 잡다한 잡동사니들이 가득했던 예전의 공간에 비하면 넓고 훌륭한 공간이지만 아직은 적응이 필요하다.

 

사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아마존 밀림을 개발하려는 백인들과 그곳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원주민과 연애 소설을 읽는 한 노인 그리고 암살쾡이의 이야기이다.

아마존 밀림 속 엘 이딜리오 마을에 사는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원주민 수아르 족과 생활하면서 그들에게서 자연속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아내을 불임으로 인한 온갖 소문에서 벗어나고자 아마존 밀림에서 그들은 죽자살자 열심히 땅을 일구어 갔지만 우기를 겪으면서 모든 것들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악몽을 반복한다. 그곳에서 자연에 맞선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사냥하는 법, 물고기를 잡는 법, 폭우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오두막을 짓는 법, 먹을 수 있는 과일을 고르는 법을 배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밀림의 세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터득하는 일이었다. (책 53쪽에서)

 

백인 밀렵꾼들에게 새끼와 수컷을 잃은 암살쾡이의 잔혹한 복수와 자연이 자신에게 허락한 모든 것에 자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인의 연애소설 읽기가 묘하게 어우러진 소설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오만하고 하찮고 이기적인 존재인가를 보여주고 있지만 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에 더 크게 감동을 받았다.

내가 이런 아마존 밀림에서 홀로 살아 간다면 어떤 책을 가져갈까 ?

우선은 아직 한번도 제대로 읽지 못한 성경 한 권과 어려워서 읽다 포기한 책들을 좀 가져가야 할 듯 싶다. 그리고 노인처럼 몇 권의 연애소설을 가져 가고 싶다.

폭풍의 언덕, 안나 카레리나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알랭드 보통의 소설도 좋다. 책 속의 아름다운 문장과 단어 그리고 장면들을 반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책읽기 방식... 많이 읽기 보다는 깊이 읽어야 하는데 아직도 유치하게 많이 읽기에 집착하고 있으니 참 부질없다.

며칠 남지 않은 2월은 좀 쉬면서 마무리해야 겠다. 그리고 3월달에는 다시 으쌰 으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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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2-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공간이네요. 사진으로 올려주셨던 카페보다 이곳이 더 훌륭한걸요.

착한시경 2014-02-26 14:4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별 말씀을요~^^ 그냥 책이 최고의 인테리어인거 같아요~ 앞으로는 사는 일보다 읽는 일을 열심히 해보려구요,,, 즐거운 오후 되세요~

숲노래 2014-02-2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은 서재? 또는 식탁? 책상에 얹은 꽃무늬 천이 책꽂이와 책빛하고 몹시 잘 어울려요. 이곳에서 차 한 잔이나 밥 한 그릇 먹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한참 생각해 봅니다.

착한시경 2014-02-26 14:45   좋아요 0 | URL
서재도 아니고 식탁도 아니고,,, 일터~^^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그러면서 편히 쉴수 있는 공간도 되면 좋으련만...아직도 익숙하지 않네요^^ 차차 정이 들겠죠~

서니데이 2014-02-2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정리에 이어 책장도 새로 맞추셨군요.^^ 공간의 가운데에 테이블이 있어도 좋네요.

착한시경 2014-02-26 14:48   좋아요 0 | URL
세상은 역시 더불어 사는구나...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친구부부와 친구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멋진 책장도 만들고 정리도 쉽게 할 수 있었어요~ ㅎㅎ 즐거운 오후 되세요~

자목련 2014-02-2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착한시경 님^^
매번 눈으로만 귀한 글을 읽었는데, 넘 예쁜 공간이라 손으로도 인사를 남겨요.
정말 예쁘네요. 저 곳에서 있으면 책을 읽는 동안, 차를 마시는 동안, 아주 아주 충만할 것 같아요^^

착한시경 2014-02-26 17: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즘 사진기가 성능이 좋은가봐요~ 사진이 더 예쁘게 나왔네요
가까운 곳에 계시면 정말 향 좋은 커피 대접하고 싶은데요~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꿈꾸는섬 2014-02-2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사한 책상에 앉아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분위기 정말 좋은데요.
깊이 읽기에 대한 고민은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름다운 공간, 멋지네요.^^

착한시경 2014-02-26 18:00   좋아요 0 | URL
많이 읽기가 아니라,,, 깊이 읽기를 해야 하는데... 사실은 둘 다 부족해요ㅜ.ㅠ
그동안은 많이 사기였는데 이제는 제대로 읽기 한번 해보려고요~ 따뜻한 저녁시간 되세요^^

다락방 2014-02-26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으로 꽉꽉 찬 공간, 근사해요!
저도 언젠가 혼자 살게 된다면, 방 안 전체를 책으로 꽉 채워보고 싶어요. 멋집니다!

착한시경 2014-03-03 23:44   좋아요 0 | URL
언제가 둘이 같이 살게 된다면... 이렇게 되시길...ㅎㅎ
다락방님처럼 센스있고, 재미있고, 책도 좋아하시는 분 만나서...근사한 서재 만드세요.. 늘 다락방님이 올리신 글 열심히 찾아 읽고 있어요~ 어제 읽어도 유쾌한 글 감사합니다.

세실 2014-02-2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참 멋진 공간입니다. 책장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나무향 솔솔~~~~
저도 안방을 서재로 만들긴 했는데 옷장도 그대로 있고, 피아노도 있어서 폼이 안나네요.
음 다시 시작해 볼까요? 끙!!!

착한시경 2014-03-03 23:47   좋아요 0 | URL
책 정리하고 옮기는 일로 이번 겨울은 마무리 했네요...
나무 책장이 주는 느낌과 향은 저도 무척 좋아했는데,,, 나무 책장은 저도 퍽 맘에 들었어요.. 가까이 계시다면 서재에서 만난 분들을 초대해서 차 한잔 마시면서 소소하게 수다 떨고 싶네요...물론 세실님은 당연 초대하고 싶구요~

단발머리 2014-02-26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져요. 책장도 근사하구요.
첫번째 사진은 '이미지저장'하고 싶어요.
저도 이렇게 꾸미고 싶군요*^^*

착한시경 2014-03-03 23:50   좋아요 0 | URL
와...과분한 칭찬~
정말 핸드폰 사진기 성능이 120% 발휘된 것 같아요... 여전히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뒤죽박죽 마구잡이로 꽂혀있답니다~ 그렇지만 나무 책장은 제 맘에도 쏙 들어요..ㅎㅎ
예쁘게 봐주셔서 저두 감사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이렇게 멋진 서재라니..... 아이구야.. 이거 전 그냥 책 창고가 되어서리...
음 이번 기회에 저도 아예 .. 아니다... 그냥 집 사면 방 크기에 맞게 주문 해야겠어요.

착한시경 2014-03-03 23:52   좋아요 0 | URL
사진만 멋지게 나온건데...ㅎㅎ 직접 보면 책장만 멋있는,,, 정리안된 창고 수준이예요^^ 그래도 봄이 시작되기 전에 대충 마무리 되어...알라딘 서재에 축하를 받으니 기분 좋은데요...특히 제가 좋아하는 곰곰발님께 멋진 서재라는 댓글까지...감사해요~

페크pek0501 2014-03-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놀러 가서 책 외양을 감상하며 차 마시고 싶은 서재에요. ^^
멋져요, 멋져...

착한시경 2014-03-03 23:54   좋아요 0 | URL
오세요...오세요... 언제라도 오신다면 열렬하게 환영합니다.
페크님과 맛있는 커피 한잔 같이 마실 수 있다면 저도 영광~ 페크님 올리신 글은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읽고 있는 중이예요~ㅎㅎ 봄에도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nada 2014-03-0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집니다.책으로 꽉찼으니 질리군요.
좋은 책들 많이 보시고 좋은 글들 많이 올리시기 바랍니다.
저는 초보입니다.
첫나들이했습니다.

착한시경 2014-03-03 23:56   좋아요 0 | URL
와~저도 서재에서 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같은 초보네요^^
자주 놀러오세요~ 알라딘 서재에서 뵙는 분들이 가까운 곳에 계신다면 초대해서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요~ㅎㅎ 앞으로도 자주 뵈요...

그렇게혜윰 2014-03-0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 좋은 공간이네요. 저도 3월엔 착한시경님 따라 꼬리치는 당신 읽을까봐요^^ 진짜 저런곳이 존재한다니 검증하고 싶어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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