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봄...봄이 왔어요

아무리 추워도 3월이 되면 봄의 기운에 맘이 설레인다. 봄은 피부의 촉감으로 느끼기 전에 맘으로 부터 먼저 오는 것 같다.

겨울을 벗어 버리고 성큼 다가 온 봄을 맞으러 가족들과 함께 전주로 소풍 다녀왔다.

긴 방학 동안 나름대로 바쁘게 지내온 아들에 대한 대견함과 안쓰러움이 있어 개학 하기 전까지

기회가 된다면 가까운 곳에라도 자주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만만한 곳이 전주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 대신 남부시장 2층에 있는 청년몰에 다녀왔다.

 

 

 

복잡한 시장 골목을 지나서 계단을 올라가니...철사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주전자 풍경이 바람에 부딪치며 쨍그랑 쨍그랑 소리로 반긴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구호가 눈에 띈다.

아기 자기 하면서도 소박하고 개성있는 작은 가게들이 남부시장 2층에 나란히 들어 서 있다.

 

   

 

손님도 느긋하고 주인은 더 느긋하다.

주인 혼자 커피를 내리고, 와플을 굽고, 고구마도 튀겨낸다.

하지만 오래 걸린다며 재촉하는 손님도 없고... 주인 역시 주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씻어놓은 고구마를 자르고 설탕에 버무려 튀겨낸다.

그 사이 손님들은 가게 안에 틀어놓은 음악을 듣거나 약간 빈티지한 가게를 사진기에 담아낸다.

불같이 뿜어져 나오는 뜨거움보다는

어설프지만 꺼지지 않는 화롯불처럼 은근한 힘이 느껴지는 곳이다.

 

 

 

착한 보이는 청년 직접 재배한 고구마로 맛탕을 만들어 파는 고구마니아에서 맛탕 한 접시를 이쑤시개로 콕콕 찍어 맛있게 먹었다.

뽕나무 요리집인 뽕의 도리, 볶음 요리 전문점인 더 플라잉 팬,  핸드 메이드 강습소인 그녀들의 수작, 환경을 생각하는 재활용 디자인 가게인 나는 나, 식충 식물을 파는 범이네 식충이 그리고 고양이 테마카페인 카페나비는 핸드 드립커피를 판다.

 

 

가게 이름 만큼이나 파는 것도 특색있고 나름대로 의미있는 제품과 먹거리들을 팔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청년들도 많은데... 소박하지만 소신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청년들이 모인 곳이라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꿈을 파는 곳...

꿈 꾸며 살기를 소망하는 청년들이 모인 곳에서 봄 기운 담뿍 느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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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05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드는 말입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ㅎㅎ
전주에 다녀 오셨군요. 아이구, 저 냥이 튼실하니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ㅋㅋ
아몬드를 솔솔 뿌린 맛탕도 참 맛나 보이고, 샵들도 참 맘에 드네요~~
착한시경님 덕분에 오늘도 행복한 시간 보내다 갑니다.^^
평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착한시경 2013-03-07 00:26   좋아요 0 | URL
저희 가족은 전주를 너무 좋아하고..자주 가는 편인데..언제나 가도 참 좋은거 같아요..특히 한옥마을 안에 있는 전동성당은 종교를 떠나서 참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에요..최근에 성당기행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종교 건축물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기회가 되시면 꼬옥 가보세요^^ 청년몰도 좋았어요..

appletreeje 2013-03-07 09:44   좋아요 0 | URL
전주는 저희 가족도 참 좋아하는 곳이지요~^^
전동성당도 그렇구요. 남부시장의 청년몰은 몰랐었는데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네요.^^
ㅎㅎ '성당기행'. 저도 이번에 반값도서로 읽고 친구에게 선물했어요.
디자인하우스에서 나온 책들을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는데 이번에 성당기행으로 다시 만났네요.^^
착한시경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직지사는 예쁜 봄꽃이 피면 다시 오기로 하고 오늘은 자산동 벽화마을에 다녀왔다.
하늘 아래...첫번째 동네

겨울의 끝자락에서 좁은 골목길에는 아직도 다 타버린 연탄재 더미가 가득 쌓여있다.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의 담벼락에 무궁화도 피고, 민들레도 피고, 해바리기 꽃과 연꽃도 활짝 폈다. 꽃바구니에 담긴 이름 모를 꽃이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흙에 뿌리를 내리진 못했지만 햇빛과 비를 맞아 담장에서도 꽃을 피웠나 보다.

 

 

 

또...좁은 샛길 담벽에는 빨간 자두꽃과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 그리고 때 이른 수박이 덩쿨째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따라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 표정이 잼있어 죽겠다는듯...익살스럽다.
특히 이 마을에는 꽃그림 벽화가 많아 인상적이다.
김천에서 가장 먼저 아침과 밤을 맞이 하는 달동네...

그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는 꽃들이 벽과 벽을 타고 이어졌다. 심심한 벽이 그림과 만나 살아있는 거리가 되었다...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요렇게 멋진 글귀도 그림과 참 잘 어울린다. 모처럼 먼 곳까지 놀러 온 맑음이도 신났고...잠시나마 메이플 세계를 잊은 민규도 즐거워 보인다.

부실한 캠코더로 열심히 우리를 찍으러 다니는 남편은 혼자 VJ특공대 놀이에 빠졌다.

그래도 민규는 아빠의 놀이에 나름 맞춰주려 노력하고~나는 렌즈를 열심히 피해 다녔다...아~앞으로 당분간 VJ놀이가 계속될꺼 같아 살짝 불안할 뿐이다.

한동안 DSLR에 빠져 열심히 찍사를 하더니...이제는 생생한 현장감을 담아야 한다며  캠코더로 동영상을 찍는다.

 


벽화마을을 한바퀴 돌고, 김천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중국만두'에 갔다.
너무 허름해 보여서~문 앞에서 살짝 망설였는데...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손님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그리고 주문을 해 놓고 차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는데...맛을 보니 기다려 사 올만 곳이다.
중국 화교 부부가 하는 직접 운영하는 만두집인데...메뉴도 만두와 찐빵 두 종류 뿐이다. 남편은 손반죽을 해서 만두피를 밀고, 아내는 배추와 돼지고기 소를 넣어 만두를 빚는다.
그리고 아들로 보이는 청년이 무쇠솥에 연실 뜨겁게 만두를 쪄 낸다.
느끼한 맛이 없이 달고 너무 맛있다. 양념간장도 특이하고 양도 푸짐하다.

간식이 아니라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우리가 먹는 동안에도 포장 손님이 너무 많아서 살짝 정신없이 먹어야 하는게 단점이지만... 이렇게 맛있는 만두를 우리 동네에선 맛볼수 없으니 이 정도는 감수하고~ 참 맛나게 먹었다.
더 날씨가 따뜻해지면 중국만두가 또 먹고 싶어서 다시 와야 할 것 같다.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나들이였다. 봄이되면 왠지 집에서 주말을 보내는게 너무 아쉽다. 오늘처럼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찾아... 담 주에도 봄바람 쐬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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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3-04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시경님께서 올려 주신, 푸른 벽의 진달래와 너무나 예쁘고 환상적인 벽화들 덕분에 이 밤 너무 행복합니다~^^ 제 맘에 아름다운 봄이 벌써 활짝, 핀 것 같군요.^^
ㅎㅎ 중국만두도 참 맛있어 보이네요.
착한시경님! 좋은 밤 되세요.*^^*

착한시경 2013-03-05 01:23   좋아요 0 | URL
방명록에 남겨주신 글을 오늘 봤네요^^제 안부를 궁금해 해주시는 분이 계시다는게 신기하고 고마웠어요~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구요~꾸준히 와서 글만 읽다갔답니다..늘 좋은 시 올려 주셔서 늘 감사히 읽고 있어요~
 

 

 

 

 

 

 

 

 

 

 

 

 

 

 

 

 

 

 

 

 

 

 

 

 

 

 

 

기분이 우울할 때...등산을 간다는 친구, 쇼핑을 한다는 친구, 술을 마신다는 친구, 수다는 떤다는 친구...등등 나름대로 각자의 다양한 방법으로 우울을 극복한다.

 

그리고 요즘 나는 살짝 우울하다

이번 주에도 읽지도 못할 책들을 구입해 버렸다. 알라딘 서재에 소개된 책들 중에 리뷰나 페이퍼를 보다 보면 너무 좋은 글들이 많아 도저히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사실 특별히 일상의 변화는 없지만... 매사 심드렁하고 지루하고 울컥하고... 뭐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서 자꾸 여행에 관한 책에 눈이 간다. 여행 에세이는 그동안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구입이 잦아졌다. 오늘도 커핑여행과 남미여행기인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세계 시골마을...시골기행을 구입했다.

 

오랫만에 그림책과 몇 권의 시집도 담아 왔다.

 

그 중 가장 기대되는 책은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이다. 박스를 풀자마자 제일 먼저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기쁨으로 승화된 슬픔 이진아 도서관 편이 마음에 아프게 와 닿는다.

 

미소 짓는 집이 있다.

분노로 찡그린 집이 있다.

눈물 흘리는 집이 있다.

즐거움으로 들썩이는 집이 있다.

 

저기,

마음을 품은 집이 있다.

그 집이 내게 이야기를 걸어왔다.

 

생각해 본다.

 

우리 집은 어떤 집일까 ?

전운이 감도는 폭발 직전의 집이 있다.

사춘기 아들과 격하게 갈등하는 엄마의 한숨으로 무너지기 직전인 집이 있다.

깊은 밤... 잠시 평화가 찾아왔지만 해가 뜨는 동시에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는 집이 있다.

물론 개학이 되면 임시 휴전에 들어갈 것이다.

이 밤의 평화를 즐기면서... 체력을 비축하고 정신을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사춘기 아들과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하지만 난 늘 밀린다)

아들 역시 방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잠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잠 잘때만 천사 같은 모습이다)

얼마 전에 아들 심리학이라는 책을 구입하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데... 마음을 품은 집을 읽고 나면 독파할 예정이다. 밑줄 치면서...열심히 읽어보겠다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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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2-23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들 중에서 일곱 권이 있네요.^^
'마음을 품은 집'이 저도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집에 대한 책들을 좋아하는데, 함성호의 '당신을 위해 지은 집'과
김진애 '이 집은 누구인가', 최범석의 '여행자의 옛집'도 좋았어요.

착한시경님!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착한시경 2013-02-23 21:28   좋아요 0 | URL
저두 건축 관련한 책 좋아요...김진애와 서윤영, 함성호 책은 읽어봤는데..최범석책은 아직 못 읽어봤네요~담에 한번 읽어볼께요^^
오늘 서점에 갔는데... 자꾸 시집에 눈에 가요^^ 너무 많아서 쉽게 고르지 못하겠더라구요..벌써 창비와 문지 시선이 300권을 넘었더라구요~시집을 뒤적이다 결국엔 박남준의 산문집인 '스님,메리크리스마스'를 사왔어요...
시간되시면 시집 몇 권만 꼭 추천해주세요^^

appletreeje 2013-02-23 22:01   좋아요 0 | URL
어머~! 저도 오늘 박남준님의 '스님, 메리크리스마스' 샀는데요.
박남준 시인의 책은,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와 '적막' '꽃이 진다 꽃이 핀다'를 가지고 있어요.
착한시경님과 저는 왠지 같은 책을 많이 공유하는 것 같아 더 기뻐요.
내일이 보름인데 오곡밥과 나물은 맛있게 드셨는지요.^^
착한시경님! 좋은 밤 되세요.*^^*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기 집에 있는 신발을 소개하는 여가수의 표정이 얼마나 진지하던지... 마치 사랑스런 아기를 보 듯 신발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유명한 여자 가수 중에 신발을 애기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하는 분이있다.

그 사람에게 돈을 번다는 의미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신상 신발을 구입하는 일인 것 같다

현관부터 신발장... 심지어 거실 한 가운데까지 신발이다.

 

사실 그 때는 그 여가수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바라보니... 대상이 신발에서 책로 바뀌었을 뿐~

그냥 집에 그들이 있는 것만으로 뿌듯하다. 그리고 기특하다.

물론 신발과 책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뭐,,, 이건 나의 오만한 생각일 수도 있다.

신발은 지극히 물질적인 욕망의 추구이고... 책은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니...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공통점이 있다면 욕심에서 나오는 수집벽이다.

 

토요일에 갑자기 제주도에 대한 열렬한 그리움으로 제주에 관련된 책을 6권이나 주문했다.

그리고 나무늘보 서재(트리제님)의 리뷰에서 본 박성우의 삼학년이라는 시에 확 마음을 빼앗겨..시인의 시집(가뜬한 잠)도 함께 주문했다.

한강의 소설집인 노랑무늬 영원소이진님의 리뷰를 읽고... 보관해 두었다가 이번에 함께 주문했다. (리뷰 속 글의 힘에 완전 압도당함)

내 관심사인 생태에 관련된 우리농업 희망의 대안과 생명의 아픔 그리고 이타카 에코빌리지도 당당히 나의 서재에 입성했다.

일본소설에는 별반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쓰신 리뷰를 읽고 나니... 이 책만큼은 그냥 보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주문했다.

책에 있어서는 충동구매의 달인인 나는 오늘도 절제하지 못하고

이재철 목사님 아이에게 배우는 아빠  이오덕 선생님의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더불어 우리 집으로 데려 왔다.

 

16일 주문한 책을 오늘 오전에 받았다.

어차피 책이 쌓이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니...그냥 마음을 접었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니... 이젠 느긋하다.

내가 죽기 전까지 다 읽지 못한다면... 대를 이어 아들과 손자까지 읽게 하면 된다. (이 얘기를 하자 아들은 시겁했다.)

늙어서 외롭지 않으려고...미리미리 친구를 만들어 놓는 거다. 뭐~이렇게 스스로 변명하면서...

나는 오늘도 16명의 새 친구들을 가족으로 맞이했다.

(자꾸만 책을 의인화 시키는 현상이 생겼다...심지어 혼자 있을 때는 책들에게 말도 시켜 본다)

환영합니다^^

 

물론 카드명세서에 연이어 알라딘~알라딘~알라딘이 찍혀 있을 때는 살짝 후회되기도 하지만...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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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2-2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저도 전에는 댄스교실이나 노래교실 다니는 사람들을 돼먹지 않은 마음으로 약간
무시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가만 생각해보니, 누구나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는 일일 뿐임을 이제는 느껴요. 우리가 책을 사들이고 책에 빠지는 것처럼요.
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노랑무늬 영원'만 읽었네요. 소이진님 정말 대단하지요~^^
저도 이제 읽고 싶은대로 천천히 즐거이 읽고 싶어요.^^

착한시경 2013-02-20 23:00   좋아요 0 | URL
와~너무 신기해요...저 지금...님의 서재에서 열심히 시를 읽고 있었거든요..그리고 몇권의 시집은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구요~트리제님 덕분에 시를 읽게 되었어요..유안진의 계란을 생각하며 읽고~이런저런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네요...굿밤 되세요^^

appletreeje 2013-02-20 23:06   좋아요 0 | URL
앗~앗, 우리 실시간 데이트 하나요~?
ㅎㅎㅎ 서로의 집에서요.
착한시경님의 책들의 대부분이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아서 더 반가웠어요.^^
착한시경님께서도..굿밤 되세요.*^^*

이진 2013-02-2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착한시경님. 서재에 들러 글을 훑어가다가 제 닉네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 리뷰는 한강 겉핥기에 불과해요. 그것도 평론가들이 말한 걸 되풀이하는 앵무새에 다름 아니어요. 흑흑. 당선작에 보면 또 다른 노랑무늬영원 리뷰가 있는데 그 리뷰가 진국이더라구요. 다음 리뷰는 더 좋은 책으로, 더 좋은 글로써 착한시경님을 압도(?)해볼게요. 히히.
한강은, 절대 후회할 일은 없을 거예요.

굳밤되셔요 :D
 

 

유경의 "죽음 준비 학교"라는 책 표지에는 삶의 소풍을 즐기고 있는

이들을 위한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몇 편 되지 않는 시 중에서 천상병의 "귀천"이라는 시

를 좋아하는데...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현재의 삶에 대한 조급한 마음이 여유롭고 느긋해진다.

심지어 상황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해진다.

소풍...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

내 삶은 잠시 다니러 온  소풍이다. 이 소풍이 끝나면 원래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 그 곳은 고통도, 미움도 없고 차별도 없는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 평화로운 곳이다.

 

소풍은 즐겨야 한다. 소풍날 지독하게 날씨가 나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내 소풍 가방 뒤에는 맛있는 김밥도 있고, 과자도 있고, 음료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천상병이 말하는 소풍 끝나는 날이 우리에게는 이 세상과의 이별 곧 죽음을 뜻한다.

죽음 준비 학교...

책 속에는 다양한 죽음이 이야기 된다.

이미 우리 기억 속에는 희미해졌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 되고 있을 다양한 사건들....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 초등학교 소방안전 교육 추락사고,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그리고 다양한 천재지변으로 인한 죽음과 전쟁과 민주화 투쟁과정에서의 죽음 등

그리고 가족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기게 되는 죽음인 자살...

모든 죽음마다 마음 절절한 사연이 있었고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픔조차 마음껏 내색할 수 없는 죽음이 자살로 인한 죽음이다.

남은 가족들은 자살의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자살한 가족들을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긴 시간 고통에 시달린다. 주변의 위로조차 받지 못하며 가족들 간에도 비밀로 묻어둔다.

자살한 자는 이 미 죽음으로써 평화를 맛 볼지 모르지만... 남은 자는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과 무언가 문제있는 집안일거라는 선입견과 맞서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죽음은 금기시되는 단어 중 하나이다.

 

 

책은 요즘 혼동되어 사용되는 안락사와 존엄사의 뜻을 명확히 구분해

주고 있다. 

소생이 가능하지만 환자의 극심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자연적인사망을 앞당기는 것은 '안락사'라고 할 수 있고, 그와는 달리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은 '존엄사'이다.

그래서 존엄사는 자연사이며, 이 때 환자의 통증관리 등을 위한 완화의료행위는 당연히 지속한다.

이 부분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건...생존시 유언서이다.

예를 들어 소생이 불가능할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말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는 최대한 해줄 것을 미리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거나 문서를 만들어 두는 행위이다.

태어나는 방법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죽음의 방식은 이렇듯 준비하고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이 맞이하고 싶은 죽음의 방식을 미리 정해 놓은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두번의 죽음을 경험했다.

첫번 째 죽음은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외할머니의 죽음이었다. 내 어린시절 기억 한편에는 외할머니가 아직도 계시다. 첫 손녀였던 나를 너무나 예뻐해주셨던 할머니... 오랫동안 편찮으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는 몸도 마음도 아주 지쳐 계셨던 것 같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셨는데... 그날 오전에 있을 목사님의 심방예배를 위해 아침부터 깨끗이 목욕을 시켜 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예배를 마친 후,  외삼촌 부부가 잠시 목사님를 배웅하러 나갔다 온 사이에 조용히 임종하셨다.

나중에 외할머니 성경책 속에서 내 어릴적 사진을 발견하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죽음이 무엇인지...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두번 째 죽음은 아직도 겨울이 되면 날 아프게 하는 사랑하는 친정아빠의 죽음이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다 풀어 놓는 것 조차 아직은 너무 아프다. 

삶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분이셨지만... 죽음은 본인이 제일 먼저 예감하는 것지...

수의 대신 평소에 자주 입으시던 등산복을 입혀달라고 하셨다. 모든 장례절차와 그 후 정리해야 할 것들을 차분히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3일만 슬퍼하라고... 더 이상은 울지 말라고 하셨다.

준비하시는 분들께 어렵게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수의 대신 등산복을 입혀주셨다.

아팠던 아빠의 모습이 아니라... 햇살 따뜻한 봄날~ 산에 다녀오마 하고 문을 나서시던 아빠의 모습그대로였다.

고인의 뜻이 뭐였을까 ? 이런 걸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아빠를 보내드리며... 나 역시 그런 죽음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한번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고 싶다. 내 죽음의 방식을 남은 자의 몫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남은 사람들이 편안히 나를 위해 슬퍼하고 차분히 떠나보낼 시간을 주고 싶다면 지금부터 죽음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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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2-20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이 참 특별하신 분이셨군요.
수의대신 등산복을 입으시고 따뜻한 봄날..산에 다녀오마 하고 문을 나서시던 그 모습을
남기셨으니까요. 저는 이 글을 읽으며 놀랐어요.
카톨릭에서는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이 소천하실때, 사제복이나 수녀복을 입히고 그리고 구두까지 신은채 그대로 입관을 하거든요. 이제는 착한시경님 아버님처럼 그렇게 원하시는대로의 방식으로 떠나는 일도 참 아름답고 저도 그러고 싶네요.

착한시경님! 좋은 밤 되세요.*^^*

착한시경 2013-02-20 23:15   좋아요 0 | URL
아버지의 투병과정을 지켜보며...처음에는 본인의 의지와 현대의학에 대한 맹목적 신뢰로 이겨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하셨어요..그런데 결국에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시며 하나님을 무조전적으로 받아들이시게 되셨어요..병이라는 고통이 없으셨다면 절대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으셨을만큼 강한 분이셨거든요~제 삶에서는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깨닫게 된 점도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