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책은 남몰래 그대에게 지시한다.
그대 자신으로 돌아가도록
거기 그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다.
해와 달과 별들이
왜냐하면 그대가 물어본 적 있는 그 빛은
그대 자신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대가 오래도록 찾았던
책 속의 지혜가
이제 책장마다에서 빛난다.
이제 그 지혜 그대의 것이 되었으므로
- 헤르만 헤서의 책 -
누군가 나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하라면 단연코 '책'을 선택하겠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책을 선물 받아도 기쁠테지만,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책을 다시 선물 받는다해도 나는 기쁠 것이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은 감동으로 그 책을 읽었으리라 하는 마음의 공감이 느껴지니 행복한 일이다. 밥 한끼 값 정도의 돈으로 가장 오랫동안 소유의 행복을 주는 데는 책만한 것이 없다. 책에 관한 한 나는 절대 다다익선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 싶다.
자신의 집에는 3000권의 책이 있을 뿐, 나머지 5만권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따로 집을 구했다는 움베르트 에코의 서재처럼 나도 내 책을 여유있게 보관할 공간을 갖고 싶다는 작은 소원이 있다.
책장에 겹쳐져 꽂혀진 책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여유있는 공간을 언제쯤 갖게 될까 ?
이런 저런 생각 중에 책을 보관할 장소를 고민하기 보다는 책을 읽는 일에 더 시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나는 정말 바쁜가 ? 의미없이 보낸 많은 시간들, 분주하기만 하고 정리되지 않은 여러가지 일들 속에서 늘 변명거리만 찾으며 살았다.
사는 일보다 읽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겠다. (하지만 정말 이 부분이 너무 힘들다. 사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좋은 책들은 더 많다.)
커다란 창가에서 멀리 대청호가 내다 보이는 홍차카페 소정...
소정 앞 마당에서 책을 소재로 사진 몇 장을 찍으며 놀았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와 밤은 선생이다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책이고, 디어 라이프는 내 가방 속에 있던 책이다.
나는 카페에서 책을 놓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데, 책을 놓은 자리는 지적이며 아름답고 우아해진다. 책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테리어 소품이다. 아니...책을 놓으면 책이 주인공이 되고 나머지가 소품이 되버린다. 내 눈에는 그렇다. 요즘 카페에 가면 소품으로 책을 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카페에서 좋은 책을 만나기 쉽지 않은 것도 참 아쉽다. 최근 여러가지 사정으로 텔레비전이 사라진 자리에 책을 쌓아두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인테리어가 된 셈이다.
홍차를 아직 잘 알지 못해서 소정 주인부부가 추천한 차를 마신다.
이번에는 쥬뗌므와 샹글릴라를 마셨다. 느긋함과 입안에 맴도는 달콤함을 즐기면서 마시는 홍차는 정말 매력적이다. 홍차와 책..화사한 꽃무늬 러너가 너무 잘 어울렸다.
사진찍는 기술의 부족이 아쉬울 뿐이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이 책 세 권을 모두 읽을 수 있을까 ? 차분하게 마무리 해야 할 것 같다.
분주한 금요일 오후... 홍차 한 잔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