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의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 -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 늘 하던 일을 하고,  남편은 직장에서, 아들은 학원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기념 가족여행을 다녀온 터라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차분하게 보낼 계획이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크리스마스에 별다른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선물과 카드를 주고 받으며 들떴던 마음보다는 그저 주중에 선물처럼 주어진 공휴일이 되었다.
은행동으로 나간다면 소란스럽지만 활기차고 흥겨운 크리스마스가 될수 있겠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냥 빈둥빈둥 뒹굴며"보내야 할 것 같다.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영화... 나홀로 집에 보다는 러브 액추얼리

짝사랑, 어린 아이의 첫사랑, 친구의 아내를 사랑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 특히 스케치북 편지 프로포즈와 휴그랜트가 혼자 관저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들은 정말 잊을 수 없다. 특히 올 겨울 개봉한 어바웃 타임을 본 후, 러브 액추얼리를 다시 보니 감동이 두배 !!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세상 사는 것이 울적해 질 때면, 나는 공항에서 재회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우리는 증오와 탐욕 속에 산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굳이 심오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아내와 남편......남자 친구, 여자 친구, 오랜 벗..... 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무너졌을 때, 그곳에서 휴대폰으로 사람들이 남긴 마지막 말은 증오나 복수가 아닌 모두 사랑의 메세지였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랑은 실제로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러브액추얼리 중에서 -

사랑을 빼면 우리 삶에서 남은 것이 무엇일까 ?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신 것도 사랑의 결정판인 것을... 우리의 삶이 유한한데 마치 영원한 시간 속에 사는 것처럼 미움과 욕심 속에 사는 게 부끄럽다. 이번 겨울에는 다 용서하고 싶다. 우선은 실수투성이인 나를 용서하고,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도 용서하고, 내가 미워했던 자들도 용서하고 싶다. 결국 사랑만이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거리에 사람들은 모두 선물을 한아름 들고 바쁘게 집을 향해 가고 있다. 엄마 신발을 신고 거리로 나와 추위에 떨면서 성냥을 파는 소녀에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소녀는 따사로운 불빛이 새어나오는 어느  집 창 밑에서 성냥을 하나씩 켜며 서서히 죽어간다.

언제 들어도 마음이 짠하게 슬퍼지는 동화... 안데르센은 왜 이렇게 슬픈 동화를 많이 쓴걸까 ?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꼭 이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이 난다. 특히,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에게 신발을 뺏긴 후, 맨발로 거리를 걷던 소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시절 애니메이션으로 본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어 꼭 내가 맨발로 눈 위를 걷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언제나 떠오르는 동화... 그리고 지금도 어디선가 외롭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을 아이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책읽기는 영혼을 놀라게 한다. 책읽기는 자신의 내부에 등록된 모국어, 그곳에서 속삭여지며 의식의 형태로 감시하는 반향 효과를 흐트러뜨린다. 책읽기는 사고의 시공을 확장시킨다. (214쪽)

모든 강물은 끊임없이 바다로 휩쓸려 들어간다. 나의 삶은 침묵으로 흘러든다. 연기가 하늘로 빨려들 듯 모든 나이는 과거로 흡수된다.

(11쪽)

배우는 것은 강렬한 쾌락이다. 배우는 것은 태어나는 것에 속한다. 몇 살을 먹었든 간에 배우는 자의 육체는 그 때 일종의 확장을 체험한다. (29쪽)

-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에서 -

파스칼 키냐르....국내에 번역된 9권의 책을 모두 구입했지만 제대로 읽은 책은 세상의 모든 아침 뿐이다. 2014년 독서 목표는 밀란 쿤데라와 파스칼 키냐르를 전적 독서하기로 세웠는데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심란한 연말을 지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1월부터 도전해야 겠다. 읽다가 덮어 둔 은밀한 생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키냐르와 쿤데라가 나를 진정으로 만나주기를 소망한다.

 

 

 

 

조용하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살짝 서운했는데, 남편이 퇴근 길에 케익과 샴페인을 사가지고 왔다. 가족들끼리 샴페인을 마시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부드럽고 달콤한 생크림 케익과 톡 쏘는 맛을 내는 사과맛 샴페인을 함께 마셨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은 처음 마시는 샴페인에 흥분했고 그런 아들을 보니 제법 컸구나 싶은 마음에 흐뭇했다. 우리 부부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아들과 샴페인을 마시는다는 것은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몇 번의 크리스마스를 온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을까 ?

이제 중3이 되는 아들은 친구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년 쯤은 우리 부부만 집에 남게 될 것 같다.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겠지... 아니 어쩌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며 즐거워했던 아들의 어린 시절을 못 견디게 그리워할 수도 있다. 

지난 일들은 왜 이리 아름다운 걸까 ?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어린 아들의 앳된 모습이 눈에 선하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그 많은 레고는 다 어디로 간 걸까 ? 그 작고 앙증 맞은 손으로 레고를 조립하며 즐거워하던 아들은 어디로 가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머리를 쥐어 뜯으며 괴로워하는 사춘기 소년만 남은 것일까 ?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은 조용히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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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2-2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아이와 함께 누릴 수 있는 기쁜 빛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하루하루 아름답게 품으셔요.

모레가 되고 글피가 되면
오늘이 또 애틋한 이야기로 되살아나겠지요.

착한시경 2013-12-25 10:19   좋아요 0 | URL
행복한 크리스마스~ 내년 크리스마스도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고 싶은 바램이예요^^아들이 커가면서 서운한 마음도 들고 기특한 마음도 들고 그러네요~^^

마녀고양이 2013-12-2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 좋아하고 친구가 우선인 사춘기 딸 여기 하나 더 있답니다. ^^
하지만 아직도 집이 최고, 엄마랑 있는게 가장 편해~ 라고 해주니 고마운 마음도 들구요,
제가 우리 딸에게 좋은 엄마구나 하는 자랑스러움도 쪼~~~금 있습니다.

한 발자욱씩 제게서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를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수많은 힘든 아이들과 부모들을 보면서 잘 자라는 딸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함께 느끼고 있어요.

착한시경 2013-12-25 10:28   좋아요 0 | URL
저희 아들은 요즘 혼자놀기를 제일 좋아하는 듯 싶어요~ㅠ.ㅠ 그래도 곁에 있는 지금이 행복한거겠죠^^ 내년에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한발짝 뒤에서 응원하고 싶어요,,, 마고님도 가족들과 해피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appletreeje 2013-12-2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분들과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셨군요~
'성냥팔이 소녀'는 늘 이맘때만 되면 생각나는 동화지요.^^
저도 지금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눈의 여왕'과 함께
아련하고 알싸하게 떠올리는 책.
서재분위기가 더욱 예뻐졌어요~
프로필 사진,의 인디고 서원의 모습도 참 좋네요~
착한시경님! 오늘도 행복하고 좋은 날 되세요~*^^*



착한시경 2013-12-26 20:33   좋아요 0 | URL
인디고서원....언제가도 예쁘고 반가운 곳이예요^^ 전 트리제님 덕분에 늘 좋은 시를 읽게되니...고마운 맘이 커요~ 새해에는 서재에서 더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