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울
파트릭 시베르센 감독, 루타 게드민타스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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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rowl

  감독 - 패트릭 시베르센

  출연 - 커트니 호프, 루타 제드민타스, 조슈아 바우먼, 퍼디타 윅스

 

  애프터 다크 호러 페스트 출품작

 

  앰버라는 한 소녀가 있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무료하고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거의 매일 피를 뒤집어쓰는 꿈을 꾸는, 남들보다 훨씬 잘 달리고 아주 우연히 술에 취한 엄마의 잠꼬대로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 드디어 마을을 떠날 기회를 얻는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도시에 있는 아파트를 얻은 것.

 

  배웅 겸 여행 겸 친구들과 함께 도시로 향한 그녀. 하지만 중간에 차가 고장 나고, 다행히도 마음 좋은 트럭 운전수를 만나 짐칸에 얻어 타게 된다. 그러나 신나게 놀던 그들이 도착한 곳은 버려진 폐 공장. 설상가상으로 휴대 전화는 불통이고, 기이한 사람들이 나타나 그들을 공격한다.

 

  처음에 친구들과 차를 타고 신나게 떠드는 모습을 보고는, 이건 분명히 영화 ‘데드 캠프’ 류라고 생각했다. 철없는 애들이 숲이나 사막에서 길을 잃고 살인마 집단에게 쫓기는 그런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다 트럭을 얻어 타는 부분에서 영화 ‘셔틀’을 떠올렸다. 트럭에 타기 전에 차와 운전기사의 사진까지 찍어서 친구들에게 전송하는 치밀함을 보이는 장면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지만, 분명히 저 차는 인신매매나 인육을 판매하는 일당의 것이라 굳게 믿었다. 애들이 다 젊고 나름 예뻤으니까.

 

  그런데 폐허가 된 공장에 들어가면서 예상이 빗나갔다. 사람을 공격하는, 벽을 타고 올라가는 저 것들은 뭐지? 이건 뱀파이어도 아니고 늑대 인간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좀비는 더더욱 아니었다. 생각도 하고 말도 하고, 집단으로 모여 활동한다. 정체가 뭐지? 하여간 그런 것들이 아이들을 하나둘씩 잡아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쩐지 주인공은 남들보다 냄새도 잘 맡고, 이상한 환상도 보고, 게다가 잘 달리고, 심지어 그 무리 중의 하나를 잡기도 하고. ‘설마’하는 예감이 들었다. 그건 애인님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중반까지는 진짜 긴장감이 철철 넘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았다. 아이들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기대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주인공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이런 상황이 되었다.

 

  얼굴이 피로 물든 주인공의 표정이 참으로 애매했다.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허탈해하는 것도 아니고, 안도하는 것도 아니고. 묘했다. 과연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을 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집이라고 믿었던 그곳으로 돌아갈 지, 아니면 새로운 집으로 갈 지. 그것도 아니면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지.

 

  조금은 거리가 멀어진 그녀와 친구를 보면서, 어쩌면 예전처럼 살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발을 내딛었다. 의도했건 아니건 말이다.

 

  결국 인간은 자기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살아가는 종족이다. 그리고 그 밖에 있는 것은 적으로 인식하거나, 동류라고 여기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왕따를 만들어 괴롭힐 수 있고, 사람을 강간하고 죽이고, 팔아넘기고, 학대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약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원 밖에 있는, 나와는 다른 종족이니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패거리를 만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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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티빌 호러 - [할인행사]
앤드류 더글라스 감독, 멜리사 조지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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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Amityville Horror

  감독 - 앤드류 더글라스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멜리사 조지, 필립 베이커 홀, 제스 제임스

 

  여름이었을 거다. 동생과 둘과 나른한 일요일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영화가 있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발견한 거라 처음부터 보지는 못해서 제목도 생각이 안 나지만, 갑자기 정전이 되는 바람에 끝을 못 봤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었다. 제일 인상적인 것은 그 집이 정면에서 해골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비디오 가게에서 그 영화를 발견하였다. 표지덕분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아미티빌 호러’였다. 예전 영화였지만 낮에 봐도 충분히 무서웠다. 그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을 가해서 새로 만든 것이 지금 감상문을 쓸 이 작품이다. 인터넷에 영화 제목을 검색해보면, 실제로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느니 사실은 영화 홍보용 거짓말이었다느니 루머가 참으로 많다. 뭐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덧붙여서 얼마 전에 '퍼틀 그라운드'를 보고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빈 것 같아서, 다시 귀신이 나오는 집의 대명사격인 이 영화를 보고 싶기도 했다.

 

  영화는 총을 들고 갑자기 식구들을 한명씩 쏴 죽이는 청년으로 시작한다. ‘오빠, 왜 그래?’라는 예쁜 여동생의 눈망울도 무시하고 ‘타앙!’

 

  그리고 일 년 후. 한 가족이 집을 보러 온다. 그런데 그 때 부동산 업자는 뭔가 이상한 걸 알았지만 숨긴다. 이사한 첫날부터, 가족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점점 추워지는 집. 매일 똑같은 시간에 들리는 이상한 소리와 환상들. 설상가상으로 지하실에서 작업을 하던 새 아빠는 조금씩 사람이 달라지고, 아이들의 눈에 낯선 존재들이 보이는데…….

 

  아, 어린이가 나오는 귀신 영화는 다 조마조마하다. 아직 어려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잘 구별하지 못하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 그럴 것이다. 자신을 보호할 줄 모르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니까.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악령의 습격에 무방비상태로 놓여있다면, 게다가 어른들은 그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 슬프고 무서운 일이다.

 

  영화는 아주 야금야금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면서 사람을 긴장시킨다. 냉장고의 알파벳 자석이 이상한 글자를 만든다던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뭔가 있다던가, 이상한 꿈을 꾸고 환각을 보는 등등.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평온한 장면이 나와도, ‘이러다가 뭔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에 숨을 죽이고 있게 한다. 심지어 신부님이 집에 축도를 드리는 장면도 무시무시했다. 성직자가 겁을 먹고 도망칠 정도로 무서운 뭔가가 숨어있는 집이라니…….

 

  새 아빠가 보는 환상은 너무도 끔찍했고, 서서히 잔인하게 변해가는 그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아이들에게 어떤 짓을 할 지 모르니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부모에게 좌절을 느끼고, 변해가는 그들의 모습에 겁을 먹는다.

 

  단란했던 가정이 의심하고 눈치를 보고 의심하는 관계로 변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쩌면 그 자체가 공포일지도 모른다. 보호받고 편안해야 할 집이 도망치고 싶은 무서운 곳이 된다면, 그건 이 세상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다는 말이 될 테니까.

 

  영화의 결론은 이거다. 집을 살 때, 잘 알아보고 사자. 싸다고 무조건 계약하면 큰일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조상님의 말씀은 진리다. 그리고 종교를 믿는 건 좋지만, 그걸 남에게 억지로 강요하거나 자신의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괴롭히지 말자. 죽이는 건 더더욱 안 된다.

 

  몰랐는데 다시 보니 새로 이사 온 가족의 어린 딸이 클로이 모레츠였다. 아, 귀신과 친구 먹었던 소녀는 커서 지구를 지키는 용사가 되는 거구나!

  거기에 악령의 습격을 받았던 베이비시터는 미국 드라마 ‘크리미날 마인드’에서도 나왔고, 최근에 스펠링이 어려운 ‘Continuum’의 주연을 맡은 배우였다. 그러면 역시 악령의 습격을 받았던 청소년은 범죄자와 싸우고 시간 여행자가 되어 지구를 지키게 된다는 말인가?

 

 문득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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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 오브 더 밴쉬
알렉스 오웰 감독, 르네 코크란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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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cream Of The Banshee

  감독 - 스티븐 C. 밀러

  출연 - 로렌 홀리, 마르셀 배어, 에릭 F. 아담스, 르네 코크란

 

 

  애프터 다크 호러 페스트 출품작

 

 

  영화의 도입부는 진짜 멋졌다. 때는 12세기.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백마를 타고 도망가는 금발 여자와 그녀를 쫓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 뜻밖에도 그녀의 전투력은 뛰어나서 기사들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한 남자가 던진 상자에 그녀는 봉인되고 만다. 여기까지는 진짜 멋졌다.

 

 

  그런데 현대로 돌아와서, 유물을 복원하는 대학 연구팀이 우연히 학교의 숨겨진 벽 너머에서 그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여니, 그 안에는 미라 화된 흉측한 머리가 하나 들어 있었다. 그런데 엄청난 비명과 함께 그 머리는 터진다. 연구팀과 건물을 지키던 경비는 괴성 때문에 귀에서 피가 줄줄 흐를 정도. 이후 그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 자리에 있던 연구원들이 하나둘씩 헛것을 보고 죽어가기 시작한 것. 남은 사람들은 그 머리의 정체를 밝히고, 누가 왜 그것을 학교에 숨겼는지, 살아날 방법은 있는지 찾기 시작한다.

 

 

  영국 쪽에 ‘밴쉬’라는 여자 귀신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울면 꼭 죽는 사람이 생긴다는 괴담의 주인공이다. 이 영화도 그 점에서 착안했나보다. 다른 점은 여기의 밴쉬는 우는 게 아니라 비명을 질렀고, 자신이 직접 사람을 죽이고 다녔다는 것이다.

 

 

  유물 복원 팀이 나오기에, 소피 마르소가 나왔던 박물관의 이집트 미라 귀신 영화가 떠올랐다. 제목이 뭐더라. 아! ‘벨파고’ 그런데 그건 아니었다. 아쉽게도.

 

 

  영화는 도입부를 지나면서, 조금 느슨해진다.

 

 

  아니, 유물 복원한다는 사람이 골동품 건틀릿을 끼고 장난을 치면 될까? 아무리 엄마가 팀장이라지만 건물 벽을 뚫어놓고 ‘나 갈래.’라고 튀면, 뒷정리는 누가 하고? 게다가 뭐가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열고 본다? 안에서 뭐가 나올 줄 알고? 그리고 그런 경우라면 대비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궁금한 것은 인터넷 검색을 한다. 대학 연구팀이면, 고서적을 조사하고 막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몇 백 년 전 기록이라면 고문서를 봐야지, 왜 구글을 찾는 건지. 도대체 컴퓨터에 올라와있는 모든 기록이 100% 맞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다고.

 

 

  그런 소소한 것들이 쌓이면서, 진짜 얘들이 직업에 대한 사명 의식이 있는 프로 유물 복원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문가랍시고 일만 벌이는 부류의 인간들이 아닐까 하는 불신도 생겼다. 그리고 사건의 전개나 마무리까지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는 예측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 속담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영화는 결국 ‘이건 아닌데…….’라고 중얼거리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아, 이런 갑작스런 전개라니. 이건 마치 처음 만난 소개팅 자리에서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라는 뜬금없는 제의를 받은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대개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 짓 하려고 소개팅 나왔냐? 미친…….

 

 

  그리고 무엇보다 밴쉬가 하나도 안 예뻤다. 영화 ‘크립쇼’에 나온 해골처럼 생겨서, 마음이 아팠다. 아마 악령이라고 해도 800년의 세월은 이길 수 없다보다. 사람을 죽이면서 조금씩 과거의 미모를 찾아가는 설정도 괜찮았을 텐데. 아, 나도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인간이란 말인가. 슬프다. 자기도 안 예쁜 주제에 귀신 못생겼다고 타박이나 하고 있고. 반성하자.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전직 교수로 나온 남자를 보고 애인님이 ‘헉!’하고 놀랬다. 애인님이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밀레니엄’의 주인공이자,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인조인간으로 나왔던 그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분도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는지,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긴가민가했었다. 거기다 주인공으로 나온 여배우는 미국 드라마 ‘NCIS’에서 사람 속 터지게 했던 국장님으로 나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속 터지게 만들었다. 이 배우는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역할을 확실히 잘 소화하는 가보다.

 

 

  그 두 사람을 본 반가움과 놀라움. 그리고 밴쉬의 빨간 망토가 참 예뻐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싶었다는 것만 빼면 그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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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즈 어파트
안토니오 니그렛 감독, 사만다 드로크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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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econds Apart

  감독 - 안토니오 니그렛

  출연 - 올란도 존스, 에드문드 엔틴, 게리 엔틴

 

  2011년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상영작

  2011년도 애프터 다크 호러 페스트 출품작

 

  ‘부천영화제를 충격에 빠뜨린 놀라운 반전을 만난다! 쌍둥이 형제를 통해 인간의 악마성을 탐구하다!’라는 광고 카피에 ‘혹시나’하는 마음과 ‘어차피 저게 다겠지…….’라는 생각이 마구 충돌했던 영화. 하지만 솔직히 포스터에 나오는 쌍둥이 형제가 잘 생겨서 보기로 결정했다. 아, 이건 애인님에게는 비밀! 애인님에게는 그냥 호러 스릴러 영화니까 보자고 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찍는 쌍둥이 형제가 있다. 오직 그들만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접근은 허용하지 않는 조나와 세스.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친밀한 유대감을 가진 둘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러다가 세스가 한 여학생과 사귀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 일어난 네 학생들의 자살 사건에 의심을 가진 형사가 둘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그들을 의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데…….

 

  영화는 초중반까지 그들의 기이한 능력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소름끼칠 정도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무표정하게 죽어가는 사람을 보다가, 미소 짓는 두 형제의 얼굴이 그렇게 무서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후반까지 그럭저럭 연결되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환각과 현실 그리고 범죄 현장과 평온한 일상을 번갈아보여주면서 적절하게 긴장감과 느슨함을 유지시킨다.

 

  하지만 한편으로 영화는 불친절했다. 뭐 하나 명확하게 말해주는 것이 없다. 그냥 관객들에게 짐  작을 해보라고 넌지시 떡밥만 잔뜩 뿌려줄 뿐이다.

 

  쌍둥이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찍는다. 그리고 그것을 재생하면서 ‘느낌이 없다.’고 말하며 아쉬워한다. 도대체 그들이 원하는 게 뭐였을까? 흥분? 만족감? 오르가즘? 행복감? 두려움? 공포?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야 그들은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름답고 겁이 난다.’고도 말한다. 대충 감은 오지만, 정확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덕분에 애인님과 아주 잠깐 토론의 시간을 가지긴 했다.

 

  그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동기 부분이 불명확했기에, 영화는 그냥 미친놈들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래 미친놈의 정신 상태는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실험의 결과로 그들이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태어날 때부터 그랬는지, 제대로 드러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형사가 클리닉을 수사할 때 ‘혹시나’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리고 그들의 엄마 대사에서도 얼핏 짐작은 간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게 맞는다는 느낌은 강하게 온다. 클리닉에서 처방해준 약물의 부작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형사가 가끔 보는 환상은 도대체 왜 그런 걸까? 과거에 그가 당한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는 형사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 아닌가? 음주 취조에 음주 운전을 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형사가 날카롭고 예리하긴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같이 붙어있던 둘의 사이가 악화된 것은 동생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이후부터였다. 형에게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자기만의 색을 찾으려는 동생 세스. 그런 그를 용납하지 못하는, 오직 동생과 자기만의 세상을 꿈꾸던 형 조나.

 

  이 영화는 어쩌면 소년이 청년으로 자라는 변화의 시기를 쌍둥이 형제의 상황에 빗대어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커가면서 놓아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그리고 간직해야할 것의 구별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다. 지나친 집착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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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틀 그라운드
아담 지에라쉬 감독, 레이샤 헤일리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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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ertile Ground

  감독 - 아담 기에라스크

  출연 - 게일 해롤드, 레이샤 하일리, 첼시 로스, 제이미 바스만


  애프터 다크 호러 페스트 출품작


  이 감독의 전작을 찾아보니, ‘오텁시 Autopsy’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안나지만 딱 한 장면. 병원에 있던 미친놈이 우연히 들른 대학생의 장기를 주렁주렁 마치 나뭇가지가 울창하게 퍼진 것처럼 병실 가득 걸어놓은 장면만 생각난다. 그것도 산 채로.


  이 영화는 그렇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을 생각하면 좀 섬뜩하긴 하다. 어쩌면 내가 여자라서,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 그것도 특히 임산부나 어린 소녀가 나오는 영화에 더 무서움을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임신을 해본 적은 없지만, 어쩌면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친구들을 불러서 임신 축하 파티를 하던 중, 에밀리는 유산을 하고 만다. 다시는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말과 유산의 우울증이 겹친 그녀. 남편 네이트는 그런 그녀를 위해 시골의 어느 집으로 이사를 한다. 화가인 남편의 작업실은 별채에 만들고, 적응을 하던 그녀. 하지만 지하실에서 그 집의 원래 주인에 관한 물건을 발견하면서, 점차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전 주인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나 임신 시기가 자신들과 비슷하고, 남편과 죽은 주인의 얼굴이 너무도 비슷한 것이다. 문제는 전 주인은 남편의 손에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것. 그와 동시에 그녀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린다. 급기야 집에서 해골까지 발견되면서, 그녀의 불안감은 극도에 달한다.


  음, 처음 보는 영화에서 익숙한 예전 영화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새로 이사한 집에 뭔가가 있어서 영향을 받는 소재는 흔하다. 제일 유명한 게 아마 영화‘아미티빌 호러’일 것이다. 이후 비슷한 설정의 영화가 많이 나왔고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거기에 한 가지 더 첨부시켰다. 바로 가족력이다. 대대로 자살이나 살인 실종같은 비극적인 과거를 가진 집안. 그리고 그 가문의 후예가 살인을 저지른 조상과 똑같이 생겼다는 것은 그냥 우연일까? 아니면 조상이 살인자면 후손도 당연히 그 길을 걷는 걸까? 이건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살인자라고 해서 자식까지 그러라는 법은 없으니까.


  가문과 집의 저주가 뒤엉키면서 영화는 나름 으스스한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부족했다. 그것도 음료수 이름처럼 2%가 아니라 한 200% 정도? 흔하지만 나름 매력적인 저 두 가지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느슨하고 맥 빠지는 영화를 만들다니, 아쉽기만 했다.


  중간 중간에 영화의 챕터처럼 소제목이 나오는데, 사실 그 부분이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라고 아예 대놓고 광고를 하는 영화라니. 이건 마치 이제 놀랄 준비하라고 말하는 것과 흡사했다. 이건 공포 영화인데 말이다! 공포 영화는 마치 남자가 여자를 유혹할 때 천천히 에로틱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식당에서 침대로 리드하는 것과 비슷하다. 초반에는 평온하다가 서서히 조여 오는 오싹함으로 분위기를 잡으면서, 중간에 두어 번 리드미컬하게 놀라움을 주고 결정적 한 방의 충격을 줘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걸 대놓고 알려주다니……. 실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미티빌 호러’를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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