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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마스 감독, 허브 스타펠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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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int

  감독 - 딕 마스

  출연 - 휘프 스타펠, 에그버트 잔 베버, 카로 렌선, 베르트 루페스

 

 

  ‘sint’는 네덜란드 어로 ‘saint’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네덜란드에서 ‘산타클로스’에 해당하는 ‘신터클라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호러 영화인 것이다.

 

  영화 초반에 그는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고 약탈하는 인물로 나온다. 옷은 고위 종교인처럼 차려입고 부하를 끌고 다니면서 온갖 나쁜 짓은 다 저지른다. 그래서 결국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 손에 죽고 만다.

 

  이후 그가 죽은 12월 5일은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가 변질되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로 인식이 된다. 하지만 이후 몇 십 년마다 그 날이 되면 신터클라스, 그러니까 성 니콜라스가 부하들과 죽음에서 돌아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

 

  아, 아이들에게는 보여주지도 말하지도 말아야 할 영화중의 하나이다. 산타가 사실은 살인자였다니, 가끔 귀신이 되어 돌아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니. 동심 파괴 영화다.

 

  예전에도 산타클로스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영화가 있기는 했다.

 

  ‘산타 슬레이(Santa's Slay)’라고, 악마의 아들로 태어난 산타가 천사와의 내기에 져서 착한 짓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매년 애들에게 선물 주는 게 내기에 져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약속된 기한이 끝나자마자, 그동안 억눌려있던 본성을 발휘하여 사람들을 죽이는 내용이었다. 배달된 선물이 열어보니 ‘펑’하고 터져서 아이들이 죽는, 보면서 충격 받은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사일런트 나이트 데들리 나이트 (Silent Night Deadly Night)’라고 산타 복장을 하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에 관한 영화도 있었다. 그건 어릴 때 트라우마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살인자가 된 불쌍한 아이의 이야기였다.

 

  아, 그리고 산타의 옷이 빨간 이유가 피 묻은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만화도 있었다. 산타를 본 아이가 없는 이유가, 다 죽어서였던가? 하여간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영화는 초반부터 사람들을 죽여 간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마을 습격 장면부터 몇 백 년이 지난 후 일가족 몰살 장면까지 숨 돌릴 틈이 없다. 그리고 현대에 접어들면서 학생들이 나오지만, 곧이어 성 니콜라스 데이 축제가 시작되면서 이상한 일이 하나둘씩 일어난다.

 

  보는 나는 이게 누구 짓이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만, 영화 속의 사람들은 모른다. 그래서 자신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 긴장감이 더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다. ‘좀 믿어봐!’ 내지는 ‘뒤를 돌아봐!’라고 외치고 싶었다.

 

  영화 마무리는 좀 찜찜했다.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게 얼마나 쉬운지 잘 보여주고 있다. 다 그런 거라는 허탈함도 드는 동시에, 화도 났다.

 

  영화를 다 보고, 산타가 참으로 쪼잔 하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남들에게 벌인 짓은 생각안하고, 자기를 죽였다고 주기적으로 학살을 벌이니 말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아, 하긴 그러고 보면 산타가 직접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언제나 선물은 엄마아빠와 친척들이 주는 거였다. 아이들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준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완전 돈은 집안 어른이 쓰고, 감사 인사는 관계도 없는 사람이 받는 것이다.

 

  쪼잔 하다못해 교활하다. 그래서 어른들이 산타를 나쁜 놈으로 한 영화나 만화를 만드나보다. 사라진 동심에 대한 아쉬움과 빌고 빌어도 원하는 선물을 받지 못한 어린 시절에 느꼈던 세상 불공평하다는 억울함 그리고 어른이 되어 내 돈 쓰고도 감사하다는 말을 못 듣는 허탈감, 자식들이 원하는 선물을 못 해줄 때의 비통함 등등이 뒤섞여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리고 나이를 먹고서 산타가 나쁜 역할로 나오는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나보다 착하지 않은 아이가 선물을 받았던 이상한 기억과 선물의 유무로 착한 아이 나쁜 아이 편을 가르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 사회와 돈의 필요성에 대해 확실히 가르쳐주었다, 산타는. 그러니까 어릴 때 산타에게서 선물을 못 받은 사람들이 나쁜 아이였던 건 아니었다. 산타가 잘못한 거다.

 

  감상문을 쓰기 전에 검색을 하다 보니, 이 영화 포스터가 재판에까지 회부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한다고. 결과는 감독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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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스트리퍼스
제이 리 감독, 로버트 일글런드 출연 / 소니픽쳐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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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Zombie Strippers

  감독 - 제이 리

  출연 - 제나 제임슨, 로버트 잉글런드, 록시 세인트, 페니 드레이크

 

 

  감상을 쓰기에 앞서, 이 영화를 본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좀비들이 스트립을 하나? 죽은 시체들이 옷을 벗는데 볼게 있을까? 물론 포스터에 나와 있는 야시꾸리한 여인의 모습도 선택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거기에 떡하니 주연으로 나와 있는 이름은, 로버트 잉글런드……. 오잉? 나이트메어의 원조 프레디 아저씨! 어머, 이건 봐야해!

 

  영화의 시작은 조지 부시의 장기 집권을 알려주는 뉴스로 시작한다. 아마 몇 년 전 대선 때, 논란이 되었던 그 사건을 비꼬는 것이리라. 투표 기계의 오류와 대법관인 딸 덕택에 부시는 4번이나 연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거의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인다. 캐나다와 프랑스까지!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군인의 부족을 해결하고자, 좀비 바이러스를 이용한 슈퍼 군대를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안전하다던 연구소에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그곳을 폐쇄하기로 한 부대가 투입된다. 그 과정에서 감염된 군인이 도망친 곳은 어느 비밀 스트립 클럽.

 

  특히나 여자들에게는 전염이 잘 된다는 이놈의 몹쓸 바이러스. 그 때문에 클럽에 있던 스트립 걸들이 하나둘씩 좀비로 변해가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영화 초반에는 전쟁을 일으킨 부시 정권을 비꼬는 힌트들이 숨어있었다. 영화의 배경은 물론이고, 유명한 바위에 조각된 네 명의 얼굴에 조지 부시가 들어있는 것도 웃음을 자아낸다.

 

  비밀 스트립 클럽에서 여인네들의 댄스 장면은 뭐 그렇게 야하지는 않았지만, 애들은 가라고 해야 할 분위기에다가 혹시나 어린 조카나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실까 조마조마했고, 영화에서 열광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다. 내가 여자라서, 같은 여자가 춤을 추면서 상의를 벗는 게 별로 끌리지 않는 걸지도 몰랐다. 남자가 그랬으면 ‘오오!!!!’ 했을까?

 

  슬프게도 몸매와 얼굴이 좋으면, 좀비가 되어도 여전히 몸매는 좋았다. 얼굴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입을 쫙 벌리기에 별로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고 있는 좀비는 죽은 자이기에 말은 고사하고 생각도 못한다고 알고 있는데, 여기 누님들은 대화도 하고 생전에 하던 일도 계속한다. 놀라울 정도로 투철한 직업의식이다!

 

  거기다 죽었다 깨어나면 부끄러움 같은 걸 못 느껴서, 더 화끈하게 춤을 출 수 있다고 한다. 그걸 이용해서 돈 벌 궁리나 하는 클럽 관계자들의 모습은 한숨만이 나왔다. 자기들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 그리고 춤을 잘 추는 동료가 부러워서 자발적으로 좀비가 되려는 댄서들을 보면서, 참 열심히 산다고 감탄했다. 성공을 위한 그들의 욕망! 염원! 덧붙여서 자기들이 죽을 거라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좋아라 돈을 뿌리는 남자들이 한심해보였다. 자세히 보면 여자들이 어딘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이런 불순한 욕망의 노예들 같으니라고!

 

  영화는 중반까지 클럽 댄서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조금 질질 끈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중간에 죽었기에 인간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춤동작에 놀라고, 격렬한 댄스 후에 관객 중의 하나를 골라 식사를 즐기는 장면에 혹여 누가 들어올까 봐 뒤를 힐끔거리기도 하고.

 

  후반에서는 여자들에게 물려 늘어난 남자 관객 좀비들과 살아남은 인간들의 사투, 스트립 지존 자리를 놓고 다투는 두 댄서의 기상천외한 싸움으로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자신이 좀비인지 아닌지 증명을 하라는 부분에서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걸 뭐로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좀비들은 인간과 대화도 하고 생각도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나보다 더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성공하고자 온갖 수를 다 쓰는 욕망이 있는 존재들인데. 아쉽게도 철학자의 명언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내 존재의 증명이 되지 못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 좀 해봐야겠다.

 

  그나저나 엉엉엉 좀비가 나보다 몸매가 훠어어얼씬 더 좋아, 이런 빌어먹을 세상!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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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츠 아이 - [할인행사]
루이스 티그 감독, 드류 배리모어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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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at's Eye

  감독 - 루이스 티그

  출연 - 드류 베리모어, 제임스 우즈, 알랜 킹, 케네스 맥밀란, 로버트 하이즈, 캔디 클락, 제임스 나프톤 등

 

 

  스티븐 킹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애인님이 자랑하던 영화가 있었다. 그의 단편을 모아 만든 영화가 있는데, 드디어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근데 시간이 잘 안 맞았는지, 아니면 내가 빌려달라는 말을 깜박하고 안 했는지, 아니면 나도 알아서 구해보겠다는 오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계속 부러워만 하고 있었다. 나도 스티븐 킹 많이 좋아하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구하게 되었다, 아싸!

 

  이 영화는 1985년 작이다. 그래서 영화 ‘E.T’에서의 모습을 간직한 어린 드류 배리모어가 나온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무척 귀여웠다.

 

  첫 번째 단편은 ‘금연 주식회사’이다. 스티븐 킹의 단편집에도 같은 제목으로 나온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아, 그렇구나.’ 라고 그냥 무덤덤하게 넘어갔었다. 그런데 나이를 조금 더 먹고 주변에 담배 피는 지인들이 늘어가면서 다시 읽었을 때는, 무서웠다. ‘만약에 나보고 고기를 먹지 말라고, 저 회사에서 하는 짓을 한다면…….’이런 상상을 하니 끔찍했다. 그런데 그게 영화로 실사화가 되어 눈앞에서 일어나니, 오싹해졌다.

 

  특히 음악을 틀어놓고 고양이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면서 웃고 있는 인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그건 동물 학대라고!

 

  꼭 저런 짓을 하면서까지 금연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영화는 과장되어 표현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금연 서약서에 사인한 사람이 무심코 담배를 물면, 부인을 잡아다가 전기 고문을 하다니! 그리고 그래도 못 끊으면……. 더 이상의 힌트는 생략하겠다. 그래서 주위에 금연한 사람이 있으면 존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것도 무시무시하지만, 금연하기로 한 사람도 모르게 그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더 무서웠다. 집안에서건 밖에서건 사무실에서건 화장실이건 운전 중이건 밤이건 낮이건. ‘Every Breath You Take'가 잔잔하게 흐르는 파티 장면은 참으로 절묘했다. 주인공이 미쳐가는 심리를 잘 보여주었다.

 

  그런데 단순한 금연 회사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으면, 더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진 단체, 예를 들면 기업이나 정부는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음모론과 ‘우리 오라버니도 빨리 금연하셔야 할 텐데’라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첫 번째 이야기를 보았다. 아! 주인공의 딸이 다니던 학교 이름이 ‘Saint Stephen's School’이라는 게 조금 웃겼다.

 

 

  두 번째 이야기는 단편집에서 조금 시들하게 보았던 ‘위험한 내기’였다. 왜냐하면 아마도 내가 사람의 목숨을 갖고 내기를 건 노인네도 나쁘지만, 무엇보다 젤 악질인 건 그 노인네의 젊은 부인과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야반도주하려던 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이혼을 할 것이지,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는 건 용납할 수가 없다. 아, 여기서는 들켜서 남자가 잡혀왔으니 몰래는 아닌가?

 

  그래서 영화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그 노인네가 좀 인정사정없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이 정나미 뚝 떨어지고 재수 없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난 불륜을 저지른 남자도 처벌받기를 원했다. 물론 그 사람도 죽을 고생을 하긴 했지만, 내 분에는 차지 않았다.

 

 

  세 번째 이야기는 단편집에서 읽지 못한 내용이었다. 이 영화를 위해 특별히 스티븐 킹이 대본을 썼다고 한다. 영화 초반부터 자신을 구해달라고 애타게 부르는 소녀, 드류 배리모어를 찾아 헤매던 고양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금연 주식회사에서 전기 충격을 받기도 하고, 위험한 내기의 노인네가 사는 빌딩에 잠시 머무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얘가 참 고생이 많았다. 거기다 놀라운 연기력까지 보여주고 말이다.

 

  고생 끝에 마침내 소녀와 만난 고양이. 그녀를 노리는 벽장의 난쟁이 괴물과 한판 격투를 벌인다. 진짜 그 괴물 놈도 보는 눈은 있는지, 아주 그냥 애가 자는데 별 짓을 다한다. 나쁜 변태 새끼 같으니라고.

 

  역시 고양이가 귀신을 본다는 말이 맞는 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영화를 보았다. 그래서 난 고양이는 무섭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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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1disc)
타셈 싱 감독, 줄리아 로버츠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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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irror Mirror

  감독 - 타셈 싱

  출연 - 릴리 콜린스, 줄리아 로버츠, 아미 해머

 

 

  이 묘한 조합은 뭐란 말인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이었다.

 

  이건 뭐랄까, 한 소녀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보이지만 결론은 왕자와 결혼하는 얘기 같기도 하고, 남자 잘 만나서 그 돈으로 편하게 살려는 한 여인의 신랑감 고르는 고군분투기 같기도 하고, 주인 복이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까칠한 거울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오늘의 발명왕 난쟁이들의 훌륭한 교육법에 대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고, 똘똘한 시녀의 왕 바꾸기 프로젝트 내지는 멍청하지만 가슴에 털이 많아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한 왕자의 신붓감 찾기일 수도 있다.

 

  영화는 상당히 유쾌하다. 어딘지 모르게 나사가 한두 개는 빠진 게 확실한 왕실 사람들. 그리고 그와 반대로 똘똘한 시녀와 난쟁이들. 이 둘의 대조가 적절하게 까칠한 대사와 조화를 이루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한다. 어이없어서일 수도 있고, 황당할 수도 있고, 재미있어서일 수도 있다.

 

  거기다 왕비가 왕자를 유혹하기 위한 파티 준비를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으악!’하는 비명과 어이없는 웃음의 연속이었다. 새똥을 얼굴에 펴 바르고, 우유로 추정되는 흰 액체를 온 몸에 뒤집어쓰고, 벌레들을 이용해 손톱을 다듬고……. 결혼식을 위해 코르셋을 조이는 부분은, 배경음악만 조금 음산하게 바꾸면 고문 장면으로 보일 정도였다.

 

  영화의 배경은 동화라는 느낌이 강했다. 화려한 궁전과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실내장식들, 왕실 인물들의 화려한 색상으로 범벅이 된 풍성한 의상에 우스꽝스러운 장식들, 그리고 인공적으로 느껴지는 숲의 전경과 거울이 사는 세계까지. 현실이 아니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아! 왕비의 의상은 정말로 화려했다. 그녀 의상 보는 재미도 쏠쏠했으니까.

 

  도둑질을 하는 난쟁이들의 기묘한 발명품들은 ‘멋지다!’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키가 작은 단점을 그렇게 보충할 수가 있구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주요 인물들의 성격이었다.

 

  이 영화의 백설 공주 역시 칼을 들고 싸우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 전에 리뷰를 올린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공주처럼 왕비에게 빼앗긴 아버지의 나라를 되찾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냥 갈 곳이 없어서 난쟁이들에게 빌붙어 살기 위함도 있고 왕비에게 빼앗긴 왕자를 되찾기 위함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말이다. 어떻게 공주로 자란 애가 요리를 그렇게 잘하는지. 시녀들한테 배웠을까?

 

  인간은 다 자기 자신을 위해 산다고 한다. 하지만, 왕비를 내쫓기 위해 왕자의 군대를 끌어들이려던 초반과 비교하면, 후반부는 왕비와 결혼하려는 그를 빼내기 위한 노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영화는, 애석하게도 왕비와 공주가 남자 하나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구도로 되어버렸다.

 

  왕비의 성격은 뭐랄까, 우연히 마법의 거울하나 주워서 그걸 이용해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서 놀고먹으면서 살고 싶어 하는, 얼굴은 무척 예쁘지만 그것이외에는 아무 생각 없는 여자로 보인다. 그녀가 원하는 건 남자가 아니라, 남자의 돈과 그것으로 누릴 풍족한 생활이었다. 그래서 그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사악한 여자라기보다는, 너무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멍청한 여자였다.

 

  물론 원하는 것이 확실한, 집착이 강한 사람은 그만큼 무자비해질 수 있다지만, 영화에서는 그렇게 사악하고 나쁘게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백설 공주’ 만화영화의 왕비보다 덜 무서웠다.

 

  거기다 왕자.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있을지, 어느 나라의 왕자인지 몰라도 그 왕국에 행운이 있기를 빌어본다. 그 왕자가 왕이 된다면 재상이 아주 똑똑하지 않는 이상, 나라 말아먹기 십상이다. 아니, 재상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왜 공주가 그와 결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얘야, 너 정도의 외모와 용기, 마음씨면 다른 괜찮은 남자를 골라잡을 수 있지 않겠니? 그 세계에 왕자가 걔 하나인 것도 아니잖니. 좀 시야를 넓게 보렴. 내가 옆에 있었다면, 그런 충고를 해주고 싶을 정도로 왕자는 바보였다.

 

  하지만 왕비가 십년 동안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갔기에, 그걸 메우기 위해 그와 결혼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긴 애초에 왕비가 왕자와 결혼을 하려고 한 것도, 그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돈이 많아서였으니까.

 

  불쌍한 공주. 왕비를 물리치고 아버지까지 되찾아왔지만, 결국은 나라를 위해 정략결혼의 희생자가 되다니. 그래도 좋다고 해맑게 웃으면서 마지막에 노래까지 부르는 착한 마음씨에 감동했단다. 역시 넌 동화처럼 단순한 아이였어.

 

  어른들이 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엉성하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등장인물들이 덜 매력적이다. 하다못해 왕자라도 멋져야 여자애들이 좋아할 게 아닌가? 거울의 마법에 걸려, 개처럼 왕왕 짖어대는 왕자가 뭐가 멋진가! 내가 그리던 왕자님은 그러지 않아!

 

  아, 빼먹을 뻔 했는데 영화 도입부에 인형극으로 꾸민 부분은 독특하고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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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 아웃케이스 없음
루퍼트 샌더스 감독, 샤를리즈 테론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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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now White and the Huntsman

  감독 - 루퍼트 샌더스

  출연 -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 헴스워스, 이안 맥셰인

 

  “쟤는 여기서도 양다리네.”

 

  영화를 보는 도중 불쑥 튀어나온 애인님의 감상평이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책과 영화로 다 본 애인님은 피식 웃으면서, 위의 저 말을 내뱉었다. 난 ‘현실에서도 양다리였어. 감독이랑…….’이라고 대답해줬다.

 

  우리 커플은 극장에서 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 보면서 ‘이건 무슨 영화 어느 장면이 생각난다.’고 하거나 뜬금없는 감상평을 소곤거리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역시 극장이 아닌, 집에서 보았다. 그리고 그러길 잘했다고 서로 얘기했다. 왜냐하면 중간에 튀어나온 얘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왕비가 목욕하고 나오는 장면에서는 ‘자유의 여신상이다!’하고 외치기도 하고, 공주가 숲에서 정령들을 만날 때는 ‘어쩐지 사자가 나올 거 같아.’라고 킥킥대기도 했다. 어쩐지 그 때 분위기가 꼭 ‘나니아 연대기’ 같았다. 그리고 왕비가 여자들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장면은 ‘동방불패!’라는 말이 나왔고 말이다.

 

  영화는 백설 공주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멍청하지만 얼굴이 예뻐서 왕자 만나 잘 먹고 잘사는 공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경과 고난에 굴하지 않고 넘어서려는 공주를 다루고 있다.

 

  물론 후반에 갑옷입고 말 타고 싸우러가기 전까지는 사냥꾼이나 난쟁이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동화에서는 자기 소리 하나도 못 내던 캐릭터였는데, 여기서는 소리도 지르고 몸싸움도 한다.

 

  보면서 ‘와-’하고 감탄사가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초반에 공주의 아버지가 악의 군대와 싸우는 장면도 멋졌고, 거울이 왕비의 부름에 응답하는 장면도 좋았다. 터미네이터의 ‘T-1000'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특히 왕비가 나오는 모든 장면은 그야말로 대박 멋졌다. 세상에 둘도 없을 사악한 나쁜 년으로 보이기도 하고, 슬픔과 애통함이 절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진짜 미쳤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 그 구역의 미친년은 그녀였다.

 

  배경도 환상적인 분위기로, 예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령들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을 연상시켰지만 말이다. 하지만 눈이 더 컸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머리카락은 좀 더 많았지만, 거기서 거기였다.

 

  영화는 공주가 감옥에서 탈출하면서 뭐라고 해야 할까? 약간 느슨해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 아니, 느슨하다기보다는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그 오랜 시간동안 감옥에서 갇혀있던 공주가 운동신경이 그렇게 좋을 리가? 게다가 갑자기 빛에 나왔는데, 그렇게 쉽게 익숙해질 수가 있는 걸까? 아마도 간수들 눈을 피해서 운동을 아주 열심히 했나보다.

 

  그리고 공주가 사과를 받아먹는 장면은 너무 억지스러웠다. 한겨울에 사과라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저 나라는 눈밭에서 사과를 받아도 아무렇지 않은 걸까? 그리고 그녀가 갑옷을 입고 군대를 지휘하는 마지막 장면도 좀 뜬금없었다. 애가 감옥에서 뭘 배웠다고 지휘를 맡기는 걸까? 단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났기 때문에?

 

  아! 제일 황당한 부분은 사과를 먹고 죽었던 공주가 다시 살아나는 장면이었다. 그 부분은 그야말로 이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어이없음의 결정체였다. 이건 뭐람? 애인님과 나, 둘 다 동시에 '이건 아니지!'라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가장 안쓰러운 것은 공주를 사랑한 왕자였다. 비중도 대사도 모두 사냥꾼에게 밀렸다. 공주가 모든 면에서 왕비에게 밀린 것처럼.

 

  사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공주가 아니라 왕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공주가 나오는 장면이 더 많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감독이 자기 애인한테 잘 보이려고 비중을 높였나봐.’ 애인님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수긍했다.

 

  전반적으로 화면은 예쁜 영화였다. 하지만 주인공인 공주가 왕비에게 밀려서 제대로 살아나질 못했다. 거기다 이야기의 흐름이 초반을 넘어서면서 느슨해지기도 했고. 그래서 많이 아쉬웠다.

 

  왜 일곱 난쟁이가 되었는지 나오는 장면은, 이미 처음 나왔을 때 그 수가 일곱을 넘는 순간 예상했던 일이라서 '역시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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