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4 : 끝나지 않은 전쟁 - 아웃케이스 없음
폴 W.S. 앤더슨 감독, 밀라 요보비치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Resident Evil: Afterlife

  감독 - 폴 W.S. 앤더슨

  출연 - 밀라 요보비치, 알리 라터, 웬트워스 밀러, 킴 코아테스




  1편의 감독이 다시 돌아왔다. 이런 경우 대개 내가 시작한 것은 내가 마무리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이 영화 5편으로 이어진다. 마무리가 아니라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거였나?


오프닝은 참으로 멋졌다. 분위기도 좋고 노래도 어울리고. 일본의 번화가. 한 여인이 비를 맞고 서 있다. 가냘픈 몸매에 예쁘장하면서 우수에 찬 얼굴. 입을 열기 전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다음 순간, 입을 쫙 벌린 그녀는 지나가는 행인을 공격한다. 아, 이런 바이러스 감염자였다.


  지상에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자기들은 지하 깊숙히 숨은 치사한 엄브렐러 녀석들. 물론 앨리스가 가만히 둘 리 없다. 3편에서 복제상태에 있던 자신의 분신을 모두 끌고 온 그녀. 수많은 앨리스들이 벌이는 지하 기지의 액션장면은 참으로 통쾌했다. 문득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켰다. 건물 내부의 전투라든지 슬로우와 정지를 적절하게 사용한 것 등등. 그리고 초반에 도쿄가 무너지는 장면을 보고는 속으로 몰래 ‘오오, 나이스!’를 외쳐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진짜 앨리스도 복제 앨리스를 소모품 취급한다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는 그들을……. 자기와 닮은 존재를 부정하고 싶은 거였을까? 이른바 동족 혐오?


  전투가 끝나고 그녀는 3편에서 안전한 지역으로 먼저 간 사람들을 찾는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걸까? 게다가 전편에서 같이 싸웠던 여자는 가슴에 이상한 장치를 붙이고 그녀를 공격한다. 겨우 제압하고, 장치를 떼어내니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


  영화의 중반을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영화 ‘새벽의 저주’가 떠올랐다. 외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좀비로 가득 차 있고, 커다란 건물에 몇몇의 생존자들만이 살고 있는. 다만 ‘새벽의 저주’는 쇼핑몰이어서 먹을 게 많았지만, 여기는 감옥이라 건물이 튼튼하다는 장점밖에 없다. 하여간 안으로 들어오려는 좀비들과 아카디아라 추정되는 커다란 배로 가려는 사람들의 대격돌.


  그 와중에 커다란 못 박힌 쇠망치를 가진 거구의 좀비와 얼굴이 갈라지는 이상한 좀비가 나온다. 그런데 이상한 좀비를 보자, 웨슬리 스나입스가 나왔던 영화 ‘블레이드’가 떠올랐다. 거기서도 비슷한 형태의 괴물이 나왔었다. 살짝 인용한 걸까 아니면 디자이너가 같은 사람인걸까 그것도 아니면 뭔가 과학적인 실험을 통한 생체 변환 측정 결과 그렇게밖에 변하지 않는 걸까?


  후반은 또 분위기가 달라진다. 전반과 마찬가지로 정지와 슬로우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1편에서 나왔던 좀비 개가 또 등장한다. ‘어머 반갑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역시 흉측한 모습으로 바뀐다.


  그리고 별로 재미있지 않은, 감독과 대본가 둘이서만 좋아했을 코믹 설정 하나. 아니면 내 개그 코드와 맞지 않은 거일지도.


  겨우 아카디아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만났건만, 어디선가 대규모 군용 헬리콥터 수 십대가 날아들기 시작한다.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서.


  그러니까 엄브렐러 회사에서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이미 지표 위의 인간들은 거의 다 좀비로 변한 상태. 그렇다면 저 많은 군인들은 어디서 나온 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앞에서 앨리스가 박살낸 도쿄 지하는 본거지가 아니었다는 걸까? 그렇다면 이제 전 세계는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고,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


  영화는 이런 식으로 다음 편이 또 있음을 대놓고 말한다. 극장은 놓쳤으니, 빨리 DVD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아, 궁금해서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이에요, 빨리 DVD 주세요.’ 이런 철지난 드립을 날려본다. 혹시나 해서.




  그런데 갑자기 든 급궁금증 하나. 도대체 그녀는 어디서 화장품을 구한 걸까?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짙은 눈썹과 아이라인, 붉은 입술 그리고 스프레이나 무스로 빗어 넘긴 것이 확실한 머리. 그 어디에도 화장품 가방은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궁금증 둘. 애인님은 오리지널 앨리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난 이번 편의 앨리스가 1편부터 이어지는 그녀가 아니냐고 했는데, 애인님은 아닐 것이라 한다. 그들이 그녀를 지칭하는 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능력도 예전과 달리 너무도 막강하니, 이건 실험용이 아니고는 가질 수 없다는 것의 애인님의 주장 근거였다. 하지만 난 이번 편 초반에 회사 직원이 그녀에게 주사를 놓고, 그녀가 인간으로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오리지널이 맞는다고 했다. 누구 아시는 분 답변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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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 3 - 일반 킵케이스 - 아웃케이스 없음
러셀 멀케이 감독, 밀라 요보비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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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Resident Evil : Extinction

  감독 - 러셀 멀케이

  출연 - 밀라 요보비치, 오디드 페르, 알리 라터, 이아인 글렌

 

 

  미래는 암울했다. 이제 T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퍼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좀비로 변하고 말았다. 몇몇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것들과 싸우면서, 또는 남을 등쳐먹으면서 그것도 아니면 지하에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어서 살아가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앨리스가 나체인 상태로 눈을 뜨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역시 밀라 언니 몸매는 짱이다. 이번 편 역시 욕조에서 그녀가 눈을 뜨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으음? 1편의 배경이었던 지하 기지와 너무도 흡사한 곳이다. 하지만 더 위험하고 온갖 함정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녀는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린다. 이건 뭐지?

 

  아, 사실 그녀는 복제 인간이었다. 엄브렐러 사의 특별 실험을 위해 수많은 앨리스들이 만들어지고 폐기되고 있었다. 진짜 이놈의 자식들은 개념이 박힌 건지……. 하긴, 머리에 제대로 생각이 박힌 것들이면 애초에 바이러스를 만들어 인간 실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 이놈들은 같은 연구원끼리도 기꺼이 실험을 위해서라면 희생시킬 족속들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런 놈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상상하니, 끔찍했다.

 

  거기에 전편보다 더 막강해진 앨리스의 능력은 무섭기까지 했다. 문득 컴퓨터를 해킹하는 능력을 보니, 예전에 신일숙씨가 그렸던 만화 ‘199년생’이 떠올랐다. 거기서 컴퓨터를 의자에 앉아서 정신력으로만 해킹하는 능력자가 나오기도 했다.

 

  감염이 되지 않은 유일한 곳이라 알려진 알래스카. 사람들은 그곳을 향해 떠난다. 하지만 엄브렐라 사가 앨리스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게다가 엄청난 능력을 가진 그녀이기에 그들은 꼭 잡아야만 했다. 실험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앨리스가 수많은 자신의 시체를 보고 분노를 느끼는 장면은 ‘에일리언 4’를 떠올리게 했다. 거기서도 시고니 위버가 실험에 실패해 병에 담긴 자신의 분신을 보면서 격렬한 반응을 보였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앨리스는 전 세계의 숨어있는 엄브렐러 사에 전쟁 선포를 보낸다.

 

  마지막 장면은 진짜 멋있었다. 조금 섬뜩하기도 했지만, ‘오오~’하면서 감탄했다.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뚜렷한 자의식으로 자기 앞길을 개척해가는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이 좋다. 그래서 이 영화와 에일리언 시리즈를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주인공이 둘 다 내 취향이다.

 

  좀비와 모래 폭풍이 휩쓸고 간 미래는 참으로 암울했다. 어째서 자유의 여신상과 에펠탑이 같은 장소에 있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혹시 그들이 간 곳이 설마 영화 세트장?

 

  중간에 히치콕의 영화 ‘새’를 연상시키는 장면은 ‘역시 까마귀는 흉조구나’라는 세상의 소문을 확고히 해주었다. 아니, 서양에서만 흉조던가? 하지만 그 장면을 보면, 충분히 ‘까마귀 = 재수 없는 새’라는 공식이 저절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편은 좀비들의 외모가 더욱 더 흉측해졌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최종 보스 격인 놈은 참으로 끔찍하고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미친놈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진짜 그러고 싶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보면서 이놈의 자식들은 뇌 구조가 어떻게 생겼기에 저런 짓을 하는 거냐고 욕하다가, 애인님에게 고운 말 쓰라고 잔소리를 들었다. 쳇, 이건 다 엄브렐라 사 때문이다. 나쁜 놈들! 죽을 때까지 용서하지 않겠다! 저주하겠어!

 

  모든 것을 인공위성을 통해서 관찰하고 조종하고는 그들을 보면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제목이 뭐더라, 윌 스미스가 나왔던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Enemy of the State’가 떠올랐다. 정부나 인공위성을 보유한 기업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볼 수 있던 영화.

 

  문득 저게 다 허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위성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는 이미 구글 지도가 처음 나왔을 때 논란이 되었던 문제이다. 그러니 신약 개발에 따른 부작용도 무조건 영화라고 뻥이라고 여길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하니, 미래가 참으로 암울했다. 많은 SF 작가들이 왜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상상했는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몫일 것이다.

 

  으음, 격투기를 배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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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D] 레지던트 이블 2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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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Resident Evil: Apocalypse

  감독 - 알렉산더 위트

  출연 - 밀라 요보비치, 시에나 길로리, 오디드 페르, 토마스 크레슈만

 

 

  엄브렐라 사는 무자비했다. 자기들이 만든 바이러스가, 자기들의 실수로 지상으로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사람들이 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퍼지자마자 일부 고위층인사나 과학자와 그 가족들만 대피를 시킨 야비함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라쿤 시티’ 전체를 봉쇄.

 

  이제 앨리스는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과 함께 도시를 탈출해야 한다. 동시에 여자 아이도 구하고, 해독제도 찾고. 그러나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앞에 나타난 흉측한 생체 병기. 하긴 언제나 자잘한 것들을 물리치면 막판에 가장 강하고 압도적인 최종 보스가 나타나긴 한다. 그런데 이 막판 보스, 알고 보니 엄브렐러 사의 생체 실험의 희생양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싸우는 앨리스.

 

  근데 여기서 뭔가 억지 감동을 주려는 감독의 센스에 화가 나버렸다. 왜 어떤 영화감독들은 꼭 ‘자, 여기서 관객 눈물 흘리거나 감동받을 준비 하시고. 배우 연기 시작!’ 이러는 걸까? 굳이 그렇게 티를 내지 않아도, 눈물 흘리고 싶은 장면이면 알아서 흘려주는데 말이다.

 

  감독은 멋진 액션과 찡한 감동 두 가지를 다 잡고 싶었던 걸까? 그런 의도였다면 멋진 액션 하나만 잡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찡한 감동 덕분에 손에 땀을 쥐고 봐야할 결투 장면의 김이 새버렸다.

 

  영화는 기업의 음모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처절한 사투 그리고 앨리스의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기업의 생체 실험으로 인해, 이미 그녀는 인간이라 부르기엔 애매한 존재가 되었다. 일명 ‘앨리스 프로젝트’의 결과였다. 또한 최종 보스는 ‘네메시스 프로그램’의 일환이었고 말이다.

 

  왜 그 회사는 인간 실험까지 하는 걸까? 단지 약을 팔아먹기 위해서? 아니면 지구 정복?

 

  그런데 기껏 최첨단 기술로 생체실험을 해놓고, 주먹 싸움으로 누가 더 강한지 대결해보라는 건 좀 우스웠다. 아니 왜? 그러면 단지 육체의 강함을 발달시키기 위해 그 난리를 피운 거? 총 맞아도 안 죽고 벽을 타고 날아다니고 이러는 게 다 강한 군인을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건 알지만……. 총알 값을 아끼기 위함인가? 그런데 무기도 보니까 엄청 최신식이던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소림사나 닌자 학교에 보내면 돈도 아끼고 피해도 줄였을 텐데……. 나뭇잎 마을의 닌자들은 분신술도 하고 최면도 걸고 여러 가지 다하던데 말이다. (나루토를 안 보신 분들은 죄송.)

 

  뭐 그래도 밀라 언니는 예쁘고 잘 싸우기만 한다. 같은 팀이 된 형사 언니도 밀라 언니보다는 덜 예쁘지만 그래도 나름 매력 있고 잘 싸우고. 두 언니들의 모습에 넋을 잃고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영화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언론이 어떻게 조작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돈의 힘은 참으로 막강하다. 가해자를 피해자로, 피해자를 가해자로 바꾸어버렸으니 말이다. 거기다 모든 일의 원흉인 기업이 감사의 인사까지 받고 말이다. 영화건 현실이건 세상이 개판인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런데 앞 편을 복습하는 내 마음대로 붙인 ‘성지순례’를 하는 동안 ‘레지던트 이블 5’가 우리 동네 극장에서 내려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아 놔. DVD나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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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섀도우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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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Dark Shadows

  감독 - 팀 버튼

  출연 - 조니 뎁, 에바 그린, 미셸 파이퍼, 조니 리 밀러,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헬레나 본햄 카터, 벨라 헤스코트

 

 

  감독 이름과 출연진을 보는 순간, 어찌된 일인지 더 이상 기대가 되지 않았다. 문득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기 색이 분명한 감독과 다양한 변신 능력이 있는 배우들이 만났는데, 어쩐지 식상한 내용이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참 곤란한 문제다. 생각해보자. 한식 중식 양식까지 다 다루는 주방장 한 명이 있는 분식집 음식은 굳이 다 먹어보지 않아도 맛이 어떨지 알 수 있다. 어차피 김밥 헤븐의 거의 모든 메뉴는 어느 집이나 맛이 비슷하니까. 또한 주력 종목 두세 가지만 미는 주방장이 있는 식당의 음식도 여러 번 먹다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계절 한정판 요리라든지 신 메뉴 개발에 열을 올리는 걸지도 모른다. 조리법을 달리한다거나 양념을 바꾼다든지 해서 말이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여러 번 먹어본 음식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슬슬 질리기 시작하는 단계.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화사하고 강렬한 색이 공존하는 공간적 배경. 좋게 말하면 몽환적이며 동화 풍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정쩡하다.

 

  그리고 언제나 주인공으로 나오는 조니 뎁. 그는 어딘지 모르게 거의 모든 역할의 성격이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초콜릿 공장 사장에서부터 모자 장수 그리고 이번 배역까지, 차이가 별로 없다는 인상을 준다.

 

  저택의 여러 하녀들과 즐기던 바나바스. 하지만 안젤리크는 그를 사랑했고 콜린스 부인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매정하게 그녀를 차버리고 진정한 사랑 조셋을 만난 바나바스. 하지만 알고 보니 안젤리크는 마녀. 그녀는 조셋을 자살하게 만들고 그를 흡혈귀로 바꾸어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마을 사람들을 조종해, 바나바스를 산 채로 묻어버리기까지 한다.

 

  200년 후, 공사덕분에 관에서 깨어난 바나바스. 안젤리크는 그의 후손들까지 몰락시키면서 분노를 풀고 있었고, 조셋은 빅토리아로 환생했다.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픈 그였지만, 안젤리크의 방해는 멈출 줄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안젤리크가 참으로 집착이 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혼녀를 죽이고 그를 생매장한 것도 모자라, 후손들에게까지 손을 대다니. 무려 200년 동안 그들 주위에 맴돌면서 말이다.

 

  어쩌면 이건 그녀가 그 구역의 미친년이기 때문에, 바나바스가 차버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주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년 동안 사랑하는 님을 기다린 순정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에게 피해 받은 한 남자의 사랑 찾기가 된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갖고 논 것은 그였는데! 나쁜 것은 그였는데!

 

  그렇다. 이건 순전히 바나바스와 빅토리아의 사랑에 정당성을 주기 위함인 것이다. 그녀가 소유욕이 너무 심한 미친년이라, 차버린 그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정당성.

 

  후반에 콜린우드를 공격하는 그녀의 모습은 진짜 제대로 미친 것 같았다. 백금발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런 긴 머리에 창백하다 못해 푸른 기가 도는 피부와 다크 서클이 완연한 커다란 눈 그리고 붉은 입술. 이 영화에서 엔젤리크 역을 한 에바 그린이 제일 돋보였다.

 

  사랑했다고 외치는 그녀와 경멸했다고 받아치는 그.

 

  둘 사이에서 제일 피해보는 건 그들의 후손이었다.

 

  미셸 파이퍼는 가문을 지키려고 애쓰는 여주인으로 나왔다. 안정적이고 균형 있게 배역을 잘 소화한 느낌이었다. 다소 둥둥 떠다니는 분위기의 두 남녀 사이에서 안정감을 잘 찾아줬다.

 

  결말은 음, 200년에 걸친 애증의 끝은 너무 힘이 약했다. ‘그런 식으로 끝날 거면, 200년 전에 하지…….’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처음부터 바나바스가 행동을 확실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성격이었기에 사건을 더 키웠다고 생각한다. 괜히 희망을 주다가 빼앗고. 그러니 분노는 더 커져가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애인님이 말했다. ‘옛날 노래들이 참 좋네.’

 

  난 에바 그린이 제일 기억에 남았고, 애인님은 노래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사실 딱 그것뿐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이야기에 어색한 부분이 느껴졌다. 왜 마을 사람들과 경찰은 그냥 돌아갔을까? 그리고 안젤리크는 마녀면서 왜 그를 그대로 놔뒀을까? 자기 집으로 관을 몰래 가져갈 수 있었을 텐데. 그래야 자기만이 그를 볼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데. 어쩌면 그녀는 그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가 자기 발 아래 꿇고 비는 것을 보고 싶었을 뿐이 아니었을까?

 

  감독과 출연 배우들의 이름에 비해, 영화는 다소 실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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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 - [할인행사]
폴 앤더슨 감독, 미셸 로드리게즈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원제 - Resident Evil

  감독 - 폴 W.S. 앤더슨

  출연 - 밀라 요보비치, 에릭 매비우스, 미셸 로드리게즈, 제임스 퓨어포이

 

 

  몇 년 전에, 친구네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 겸 송년회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집이 멀었던 몇 명은 자고 가기로 했는데, 밤에 텔레비전을 켜니 아주 예쁘고 섹시한 여배우가 총질을 하면서 괴물들과 싸우는 영화를 하고 있었다. 거의 후반부터 봐서, 제목을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비디오 가게로 향했다.

 

  그 때부터였다. 나의 ‘레지던트 이블 앓이’가 시작된 것이. 이후 새로운 편이 개봉할 때마다 앞부분을 복습하는, 이른바 ‘성지 순례’를 시작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건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건 ‘쏘우’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 그 영화는 놓아주려고 한다. 권태기인가보다. 물론 이 영화도 슬슬 마음이 뜨고 있다. 뭐든지 박수칠 때 떠나야한다는 말이 맞다보다. 매번 비슷한 패턴의 반복에 슬슬 짜증이 나고 있다. 게다가 너무 시리즈가 길고.

 

  ‘앨리스’는 기억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동화에 나오는 어린 소녀가 아니라,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아가씨가 되었다. 그녀는 토끼가 아닌 군인들을 따라 지하 동굴로 뛰어든다. 어릴 적에는 호기심이었지만, 이번에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녀는 긴 금발 머리를 찰랑이며 허리를 질끈 동여맨 원피스에, 무릎까지 오는 양말과 샌들을 신은, 로리콤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던 19세기의 앨리스가 아니었다. 21세기의 앨리스는 금발의 단발머리에 몸매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고 양 손에 총을 든 강한 여전사이면서, 동시에 보호해주고 싶은 가냘픈 이중적인 이미지의 여인이 되어버렸다.

 

  이상한 나라에는 이제 모자 장수나 체셔 고양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도 차가운 카드 나라의 여왕도 더 이상 있지 않았다. 더 이상 낭만적이면서 동화 같은 곳이 아니라,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살벌한 전쟁터가 돼버렸다.

 

  무자비하지만 바보 같은 여왕이 다스리던 동화속의 나라는 자본주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다른 인간의 생존권은 지나가던 파리의 충권쯤으로 치부하는, 더 악랄하고 잔인한 기업이 다스리는 세상으로 변했다. 모자 장수는 기업에 대항하던 남자로, 체셔 고양이는 슈퍼컴퓨터 ‘퀸’으로 대체되었고, 카드 나라 사람들은 좀비들로 바뀌었다.

 

  자칫 잘못하면 그들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퀸의 보호 장치에 몸이 산산조각날 수도 있다. 무사히 살아서 지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과거를 회상하며 '집이 더 좋아, 엄마한테 갈래' 라며 칭얼대는 소녀는 이제 더 이상 매력적이지가 않다. 대신 '과거는 묻지 마세요.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 라며 앞으로 나가는, 소녀 같으면서 때로는 세련된 여인이 대세이다. 음, 그래서 앨리스가 기억을 잃은 걸까? 어찌되었건 밀라 요보비치는 강하면서도 여린 여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거기다 무지 예쁘다! 몸매도 짱이고.

 

  십 년 전에 나온 영화지만, 몇몇 장면들은 참으로 멋지다. 특히 슈퍼컴퓨터인 퀸을 제거하러 갈 때, 그녀의 보호 장치가 작동하는 부분은 ‘오오!’하고 감탄사가 나올 뿐이다. 영화 ‘큐브’에서 보았던 설정이지만, 더욱 더 세련되고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음, 큐브가 먼저였나, 이 영화가 먼저였나? 헷갈린다. 아마 큐브일 것이다. 그걸 동생과 같이 봤으니.

 

  이 영화에서는 좀비가 왜 생겨나는지 그 이유를 나름 과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전까지 좀비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걸로만 다루고 있는데 말이다. 여기서는 대기업에서 만든 바이러스 치료제의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죽은 세포를 다시 살리는 것으로, 의약품으로 만들면 앉은뱅이도 걸을 수 있게 만드는 좋은 것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들이 감염된 경우에는 그냥 이성은 마비되고 식욕만 남아있는 좀비로 살아나는 것이었다.

 

  1편의 마지막 장면은, 앨리스가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온 땅으로 말이다. 어쩌면 그녀의 집은 사라진 지 오래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앨리스는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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