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섀도우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원제 - Dark Shadows

  감독 - 팀 버튼

  출연 - 조니 뎁, 에바 그린, 미셸 파이퍼, 조니 리 밀러,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헬레나 본햄 카터, 벨라 헤스코트

 

 

  감독 이름과 출연진을 보는 순간, 어찌된 일인지 더 이상 기대가 되지 않았다. 문득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기 색이 분명한 감독과 다양한 변신 능력이 있는 배우들이 만났는데, 어쩐지 식상한 내용이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참 곤란한 문제다. 생각해보자. 한식 중식 양식까지 다 다루는 주방장 한 명이 있는 분식집 음식은 굳이 다 먹어보지 않아도 맛이 어떨지 알 수 있다. 어차피 김밥 헤븐의 거의 모든 메뉴는 어느 집이나 맛이 비슷하니까. 또한 주력 종목 두세 가지만 미는 주방장이 있는 식당의 음식도 여러 번 먹다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계절 한정판 요리라든지 신 메뉴 개발에 열을 올리는 걸지도 모른다. 조리법을 달리한다거나 양념을 바꾼다든지 해서 말이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여러 번 먹어본 음식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슬슬 질리기 시작하는 단계.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화사하고 강렬한 색이 공존하는 공간적 배경. 좋게 말하면 몽환적이며 동화 풍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정쩡하다.

 

  그리고 언제나 주인공으로 나오는 조니 뎁. 그는 어딘지 모르게 거의 모든 역할의 성격이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초콜릿 공장 사장에서부터 모자 장수 그리고 이번 배역까지, 차이가 별로 없다는 인상을 준다.

 

  저택의 여러 하녀들과 즐기던 바나바스. 하지만 안젤리크는 그를 사랑했고 콜린스 부인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매정하게 그녀를 차버리고 진정한 사랑 조셋을 만난 바나바스. 하지만 알고 보니 안젤리크는 마녀. 그녀는 조셋을 자살하게 만들고 그를 흡혈귀로 바꾸어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마을 사람들을 조종해, 바나바스를 산 채로 묻어버리기까지 한다.

 

  200년 후, 공사덕분에 관에서 깨어난 바나바스. 안젤리크는 그의 후손들까지 몰락시키면서 분노를 풀고 있었고, 조셋은 빅토리아로 환생했다.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픈 그였지만, 안젤리크의 방해는 멈출 줄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안젤리크가 참으로 집착이 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혼녀를 죽이고 그를 생매장한 것도 모자라, 후손들에게까지 손을 대다니. 무려 200년 동안 그들 주위에 맴돌면서 말이다.

 

  어쩌면 이건 그녀가 그 구역의 미친년이기 때문에, 바나바스가 차버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주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년 동안 사랑하는 님을 기다린 순정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에게 피해 받은 한 남자의 사랑 찾기가 된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갖고 논 것은 그였는데! 나쁜 것은 그였는데!

 

  그렇다. 이건 순전히 바나바스와 빅토리아의 사랑에 정당성을 주기 위함인 것이다. 그녀가 소유욕이 너무 심한 미친년이라, 차버린 그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정당성.

 

  후반에 콜린우드를 공격하는 그녀의 모습은 진짜 제대로 미친 것 같았다. 백금발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런 긴 머리에 창백하다 못해 푸른 기가 도는 피부와 다크 서클이 완연한 커다란 눈 그리고 붉은 입술. 이 영화에서 엔젤리크 역을 한 에바 그린이 제일 돋보였다.

 

  사랑했다고 외치는 그녀와 경멸했다고 받아치는 그.

 

  둘 사이에서 제일 피해보는 건 그들의 후손이었다.

 

  미셸 파이퍼는 가문을 지키려고 애쓰는 여주인으로 나왔다. 안정적이고 균형 있게 배역을 잘 소화한 느낌이었다. 다소 둥둥 떠다니는 분위기의 두 남녀 사이에서 안정감을 잘 찾아줬다.

 

  결말은 음, 200년에 걸친 애증의 끝은 너무 힘이 약했다. ‘그런 식으로 끝날 거면, 200년 전에 하지…….’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처음부터 바나바스가 행동을 확실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성격이었기에 사건을 더 키웠다고 생각한다. 괜히 희망을 주다가 빼앗고. 그러니 분노는 더 커져가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애인님이 말했다. ‘옛날 노래들이 참 좋네.’

 

  난 에바 그린이 제일 기억에 남았고, 애인님은 노래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사실 딱 그것뿐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이야기에 어색한 부분이 느껴졌다. 왜 마을 사람들과 경찰은 그냥 돌아갔을까? 그리고 안젤리크는 마녀면서 왜 그를 그대로 놔뒀을까? 자기 집으로 관을 몰래 가져갈 수 있었을 텐데. 그래야 자기만이 그를 볼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데. 어쩌면 그녀는 그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가 자기 발 아래 꿇고 비는 것을 보고 싶었을 뿐이 아니었을까?

 

  감독과 출연 배우들의 이름에 비해, 영화는 다소 실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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