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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 3 - 일반 킵케이스 - 아웃케이스 없음
러셀 멀케이 감독, 밀라 요보비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원제 - Resident Evil : Extinction
감독 - 러셀 멀케이
출연 - 밀라 요보비치, 오디드 페르, 알리 라터, 이아인 글렌
미래는 암울했다. 이제 T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퍼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좀비로 변하고 말았다. 몇몇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것들과 싸우면서, 또는 남을 등쳐먹으면서 그것도 아니면 지하에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어서 살아가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앨리스가 나체인 상태로 눈을 뜨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역시 밀라 언니 몸매는 짱이다. 이번 편 역시 욕조에서 그녀가 눈을 뜨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으음? 1편의 배경이었던 지하 기지와 너무도 흡사한 곳이다. 하지만 더 위험하고 온갖 함정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녀는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린다. 이건 뭐지?
아, 사실 그녀는 복제 인간이었다. 엄브렐러 사의 특별 실험을 위해 수많은 앨리스들이 만들어지고 폐기되고 있었다. 진짜 이놈의 자식들은 개념이 박힌 건지……. 하긴, 머리에 제대로 생각이 박힌 것들이면 애초에 바이러스를 만들어 인간 실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 이놈들은 같은 연구원끼리도 기꺼이 실험을 위해서라면 희생시킬 족속들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런 놈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상상하니, 끔찍했다.
거기에 전편보다 더 막강해진 앨리스의 능력은 무섭기까지 했다. 문득 컴퓨터를 해킹하는 능력을 보니, 예전에 신일숙씨가 그렸던 만화 ‘199년생’이 떠올랐다. 거기서 컴퓨터를 의자에 앉아서 정신력으로만 해킹하는 능력자가 나오기도 했다.
감염이 되지 않은 유일한 곳이라 알려진 알래스카. 사람들은 그곳을 향해 떠난다. 하지만 엄브렐라 사가 앨리스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게다가 엄청난 능력을 가진 그녀이기에 그들은 꼭 잡아야만 했다. 실험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앨리스가 수많은 자신의 시체를 보고 분노를 느끼는 장면은 ‘에일리언 4’를 떠올리게 했다. 거기서도 시고니 위버가 실험에 실패해 병에 담긴 자신의 분신을 보면서 격렬한 반응을 보였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앨리스는 전 세계의 숨어있는 엄브렐러 사에 전쟁 선포를 보낸다.
마지막 장면은 진짜 멋있었다. 조금 섬뜩하기도 했지만, ‘오오~’하면서 감탄했다.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뚜렷한 자의식으로 자기 앞길을 개척해가는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이 좋다. 그래서 이 영화와 에일리언 시리즈를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주인공이 둘 다 내 취향이다.
좀비와 모래 폭풍이 휩쓸고 간 미래는 참으로 암울했다. 어째서 자유의 여신상과 에펠탑이 같은 장소에 있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혹시 그들이 간 곳이 설마 영화 세트장?
중간에 히치콕의 영화 ‘새’를 연상시키는 장면은 ‘역시 까마귀는 흉조구나’라는 세상의 소문을 확고히 해주었다. 아니, 서양에서만 흉조던가? 하지만 그 장면을 보면, 충분히 ‘까마귀 = 재수 없는 새’라는 공식이 저절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편은 좀비들의 외모가 더욱 더 흉측해졌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최종 보스 격인 놈은 참으로 끔찍하고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미친놈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진짜 그러고 싶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보면서 이놈의 자식들은 뇌 구조가 어떻게 생겼기에 저런 짓을 하는 거냐고 욕하다가, 애인님에게 고운 말 쓰라고 잔소리를 들었다. 쳇, 이건 다 엄브렐라 사 때문이다. 나쁜 놈들! 죽을 때까지 용서하지 않겠다! 저주하겠어!
모든 것을 인공위성을 통해서 관찰하고 조종하고는 그들을 보면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제목이 뭐더라, 윌 스미스가 나왔던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Enemy of the State’가 떠올랐다. 정부나 인공위성을 보유한 기업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볼 수 있던 영화.
문득 저게 다 허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위성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는 이미 구글 지도가 처음 나왔을 때 논란이 되었던 문제이다. 그러니 신약 개발에 따른 부작용도 무조건 영화라고 뻥이라고 여길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하니, 미래가 참으로 암울했다. 많은 SF 작가들이 왜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상상했는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몫일 것이다.
으음, 격투기를 배워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