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젯밤 방 안에 들어온 벌레를 살려주려고, 쓰레받기에 쓸어 담고 창을 열어 던져주었어요. 그 틈에 나방 한 마리가 들어와 휘젓고 다니기에, 빗자루로 때려잡아 바깥에 내버렸어요. 지금까지 제가 한 좋은 일은 늘 그런 식이었어요.
- 이성복, <무한화서>에서. 
   

 

 

 

 

 

 

 

 

 

 


            

2.

 

 

 

 

자동차나 기차로 이동 중에 통화를 하다가 중간에 끊기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전화가 잘 안 된다며 마구 짜증을 낸다. 왜 그런 일로 그렇게 짜증을 낼까? 어찌 보면 휴대폰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휴대폰이 작동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로울 수 있는 것 아닐까?
-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에서.

 

 

 

 

 

 

 

 

 

 

 

3.

 

어느 날 소냐는 자신에게 천성적으로 없는 파토스를 가볍게 실어서 꿈꾸듯 말했다.
“우리가 이기고 전쟁이 끝나면 즐거운 삶이 시작되겠지?”
그러면 남편은 건조하고 따끔하게 말했다.
“그런 꿈을 왜 꿔? 우리는 이미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 그리고 이기든 지든 문젠 말이지...... 사람 잡아먹는 놈들이 누굴 이기든 말든 그냥 우리는 항상 지기로 하자.” 그는 이상한 표현으로 어둡게 말을 끝냈다. “내가 우리 선생한테서 배운 건 말이야. 녹색이건 파란색이건, 파르물라리우스이건 스쿠타리우스이건 그 어느 편도 들지 말라는 거야.”
-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소네치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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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2-1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인간이 하는 좋은 일이란 그런 것 같아요.ㅋㅋ

페크pek0501 2016-02-14 20:59   좋아요 1 | URL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제가 한 일에 대해서 그렇게 느낄 때가 많았기에 공감이 갔답니다.

서니데이 2016-02-14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전에 밖에 나갔다왔는데, 바람이 차갑게 부는 날이예요.
pek0501님, 따뜻하고 좋은 주말 되세요.^^

페크pek0501 2016-02-14 21:00   좋아요 2 | URL
어젠 어찌나 덥던지 겉옷을 벗고 싶었는데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춥다고 하니 단단히 껴입고 나가야겠어요.

고맙습니다.

hnine 2016-02-14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하는 좋은 일이라는게 늘 그런 식이라는 걸 최소한 깨달았다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요. 보통은 그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걸요. 저도 눈이 번쩍 뜨이는 글귀이네요.
저에게도 모두 좋은 글을 읽고 갑니다 덕분에요.

페크pek0501 2016-02-14 21:01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저도 눈이 번쩍 뜨이는 글귀였어요.
밑줄을 긋는 것만으로 부족해 이렇게 글을 올렸답니다. 확실하게 기억하게 될 듯해요.

고맙습니다.

[그장소] 2016-02-14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 님 좋은 밤 되세요 ㅡ (서니데이님 버전!^^)

페크pek0501 2016-02-14 21:01   좋아요 1 | URL
님도 굿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꾸우벅^^

아무개 2016-02-15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인간이 하는 일이라는게....

페크pek0501 2016-02-17 12: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이군요. 반갑습니다.

예. 인간이 하는 일이 그런 식이라고 봐요.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한 일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어리석은 일일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 인간은 똑똑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같은 일도 시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고 말이지요. 그러니 확신은 금물인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cyrus 2016-02-1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벌레를 발견하면, 가만히 놔둘겁니다. 그런데 요즘에 나오는 책에 책벌레를 만나는 것이 힘들어요. 인간 책벌레는 엄청 많기만 하고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6-02-17 12:04   좋아요 0 | URL
예전엔 말이에요. 제가 친정에 있는 오래된 전집(세로줄로 읽는) 중 하나를 빼와서
읽노라면 간혹 책벌레가 기어다니는 걸 발견할 수 있었죠. 벌레는 일단 오래된 책에
있을 것 같아요.

인간 책벌레는 으음... 행복한 존재죠.

반가웠어요. 또 봐요.

2016-02-16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7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6-02-18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 님 좋은 꿈 꾸세요~ - (서니데이 님 버전 2)

페크pek0501 2016-02-19 11:33   좋아요 0 | URL
ㅋㅋ
이 시간은 밤이 아니니 좋은 꿈 꾸시라고 할 수 없고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말씀드려요...

야무 님, 따뜻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서니데이 님 버전 3)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