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젯밤 방 안에 들어온 벌레를 살려주려고, 쓰레받기에 쓸어 담고 창을 열어 던져주었어요. 그 틈에 나방 한 마리가 들어와 휘젓고 다니기에, 빗자루로 때려잡아 바깥에 내버렸어요. 지금까지 제가 한 좋은 일은 늘 그런 식이었어요.
- 이성복, <무한화서>에서.
2.
자동차나 기차로 이동 중에 통화를 하다가 중간에 끊기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전화가 잘 안 된다며 마구 짜증을 낸다. 왜 그런 일로 그렇게 짜증을 낼까? 어찌 보면 휴대폰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휴대폰이 작동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로울 수 있는 것 아닐까?
-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에서.
3.
어느 날 소냐는 자신에게 천성적으로 없는 파토스를 가볍게 실어서 꿈꾸듯 말했다.
“우리가 이기고 전쟁이 끝나면 즐거운 삶이 시작되겠지?”
그러면 남편은 건조하고 따끔하게 말했다.
“그런 꿈을 왜 꿔? 우리는 이미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 그리고 이기든 지든 문젠 말이지...... 사람 잡아먹는 놈들이 누굴 이기든 말든 그냥 우리는 항상 지기로 하자.” 그는 이상한 표현으로 어둡게 말을 끝냈다. “내가 우리 선생한테서 배운 건 말이야. 녹색이건 파란색이건, 파르물라리우스이건 스쿠타리우스이건 그 어느 편도 들지 말라는 거야.”
-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소네치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