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에서 배울 점

















안정효,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이번엔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122쪽부터 170쪽까지 읽고 ‘글을 잘 쓰기 위해 알아둘 점’을 발췌해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설의 제목을 만드는 방법, 인물의 이름을 짓기, 인물을 만드는 방법 등 소설 창작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이 연재를 통해 서평이나 칼럼 등의 에세이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만 요점을 간추리고 싶었으므로 소설 창작에 관한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소설을 쓰고 싶은 이들은 이 책을 직접 읽기를 권한다. 



다음 글은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를 쓸 때도 유용할 것 같아 옮긴다. 



1-1 멋을 부린 표현을 삼가라 



『멋을 부린 표현이 이렇게 눈과 귀에 거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멋’이 겉치장이기 때문이다. 겉멋은 아무리 열심히 꾸미더라도, 내면의 성실성을 보여주기는커녕 더욱 가리고 감추기만 한다. 멋진 단어의 나열은 귀로 듣거나 눈으로 보라고 과시하는 행위여서, 그런 표현은 마음(心性)이나 두뇌(논리)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어려운 글이 왜 좋은 글이 되기 힘든지 그 이유를 여기서 찾아야 한다. 추상적인 표현은 비논리가 심하고, 영화나 문학에서는 신선한 독특함을 말초적인 겉멋에서만 찾으려고 해서는 짧은 첫인상의 차원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말재주와 말장난도 분명히 문학적 재능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경박한 기발함의 대중화가 철학이나 감동을 낳기는 무척 힘들고 어렵다.』(안정효, 132~133쪽)


⇨ 장황한 묘사를 선호하는 시대가 있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읽을거리가 많아진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더욱이 바쁜 현대인들은 짧은 시간에 핵심 내용을 빨리 파악하고 싶어한다. 간결한 문장으로 써야 하는 이유다. 




1-2 줄일 수 있는 건 최대한 짧게 쓰라



다음 글을 기억해 두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매우 중요하다), ‘주목에 값한다’(주목할 만하다),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규제를 피할 수 없다)는 표현도 모두 괄호처럼 바꾸어야 한다.』(한겨레, 등록:2005-12-25)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 매우 중요하다

주목에 값한다 ⇨ 주목할 만하다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 규제를 피할 수 없다





2. <고종석의 문장>에서 배울 점















고종석, <고종석의 문장>



2-1 ‘-에게’와 ‘-에’를 구별하라


『유정명사와 무정명사 얘기가 나온 김에 여격 조사 ‘-에’와 ‘-에게’에 대해서 잠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격 조사 ‘-에게’는 유정명사 다음에 붙고 ‘-에’는 무정명사 다음에 붙습니다. 그래서 ‘철수에게 물을 주다’ ‘소에게 물을 주다’라고 말하는 반면 ‘꽃에 물을 주다’ ‘돌에 물을 뿌리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전문적 글쟁이들 가운데도 이걸 구별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이거 꼭 기억해 두세요. 여격 조사 ‘-에게’는 유정명사, 즉 사람을 포함한 동물 뒤에 쓰고, ‘-에’는 무정명사, 곧 식물과 무생물 뒤에 씁니다!』(고종석, 164쪽)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철수에게 물을 주다 ⇨ ‘에’라고 쓰지 않음

에게 물을 주다 ⇨ ‘에’라고 쓰지 않음


물을 주다 ⇨ ‘에게’라고 쓰지 않음

물을 뿌리다 ⇨ ‘에게’라고 쓰지 않음




2-2 같은 조사를 연속해서 쓰지 마라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되도록 같은 조사를 연속해서 쓰지 않는 게 좋다. 왜냐하면 글을 읽을 때 연속해서 같은 조사가 나오면 어색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 



『한 가지 물렁한 지침이 있다면, 같은 조사를 연속해서는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나는 철수가 행복하기를 바라’ 이게 자연스럽지 ‘나는 철수는 행복하기를 바라’ 하면 좀 어색합니다.』(고종석, 179쪽) 



다음 중 어떤 게 나은지 보자.


1) 나 철수 행복하기를 바란다

2) 나 철수 행복하기를 바란다



같은 조사가 연속해서 쓰지 않은 1)번이 낫다. 




2-3 ‘바래’가 아니라 ‘바라’가 올바른 표기다


참고로 ‘나는 철수가 행복하기를 바라.’라고 쓰면 문법에 맞게 쓴 문장이고, ‘나는 철수가 행복하기를 바래.’라고 쓰면 문법에 맞지 않게 쓴 문장이다. 이를 틀리게 쓰는 사람이 많으니 잘 알아 두자. 



(예문)

나는 철수가 행복하기를 바래.(x)

나는 철수가 행복하기를 바라.(o)

그의 바램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x)

그의 바람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o)




2-4 ‘가운데’와 같은 군더더기를 빼라


『아, 그리고 이 지적은 앞으로 계속 반복될 텐데요.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운데 하나는’ 할 때 ‘가운데’는 무조건 빼 버리세요. ‘그들 상당수는’이 훨씬 깔끔합니다. (중략) ‘가운데’는 군더더기입니다.』(고종석, 188쪽)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 그들 상당수는


‘가운데’라는 말은 불필요하니 뺄 것.


 


 

3.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에서 배울 점















트리시 홀,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다음 글을 기억해 두자.


『많은 필자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이야기를 한결 강렬하게 만들어 주고 설득력을 훨씬 높여 줄 세부적인 이야기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더욱 많이 하는 실수 말이다.』(트리시 홀, 96쪽)


 

『누구에게나 들려 줄 이야기가 있다. 가장 강렬한 이야기,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이야기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필자의 개인적인 사연을 드러내는 것일 때가 많다. 그것이 전 지구적인 이슈거나 엄중하게 다뤄져야 할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그렇다. 

관심이 가는 뉴스 기사를 본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접목해 풀어 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당신이 사는 곳에서 낙태를 금지시켰는가? 당신의 어머니가 여러 자녀를 출산한 후 낙태를 했고, 이후 이 결정이 당신의 가정에 영향을 미쳤는가? 그 이야기를 글로 써라. 도로에 생긴 큰 구멍 때문에 열여덟 살 때 오토바이 사고를 겪었는가? 국가의 망가진 기반 시설로 입은 개인적 피해와 의료비용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트리시 홀, 99쪽) 





4. 쓰지 말아야 할 것들


다음 글은 대학 입시의 ‘논술 시험’을 볼 학생들에게 글쓰기 방법을 제시하는 신문 기사에서 발췌하였는데, 에세이를 쓸 때도 유용하니 알아 두자.  



『‘어쨌든’, ‘아무튼’, ‘좌우지간’ 같은 표현도 써서는, 아니, 쓸 여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는 글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제대로 연결이 안 될 때 어쩔 수 없이 쓰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즉, 그런 접속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글이 비논리적이라는 점과 현재로선 도저히 논리적으로 연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양심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한겨레, 등록:2005-12-25)


⇨ 쓰지 않아도 되는 접속어를 쓰지 말 것.




『또한 결론 부분에서 “우리는 다 함께 노력하여 건강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또는 “ 정부와 농민이 타협을 통해 서로 조금씩 양보한다면 농업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식의 하나마나한 소리나 ‘국민교육헌장식 표현’도 금물이다. 이는 ‘나에게는 아무런 대안이나 해결방안이 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한겨레, 등록:2005-12-25)


⇨ 누구나 쓸 수 있는 뻔한 얘기를 쓰지 말 것.



 


5. 띄어쓰기를 공부하자


5-1 다음 중 띄어쓰기를 바르게 한 것은 몇 번인가? 

1) 하기는커녕

2) 하기는 커녕



5-2 다음 중 띄어쓰기를 바르게 한 것은 몇 번인가? 

1) 기억해 두시오 

2) 기억해두시오



5-3 다음 중 띄어쓰기를 바르게 한 것은 몇 번인가?

1) 나는 동생에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주었다. 

2) 나는 동생에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주었다. 





정답은 모두 1)번





.....................<후기>


이 글을 쓰기 위해 책을 보면서 저자가 띄어쓰기를 잘못한 부분을 발견했다. 그것을 내가 바르게 고쳐 위에 썼음을 밝혀 둔다. 



띄어쓰기를 고쳐 쓴 것 중 몇 개만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고종석의 문장>의 164쪽에 있는 ‘기억해두세요’가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기억해 두세요’로 바르게 고쳐 썼다.   

2) <고종석의 문장>의 188쪽에 있는 ‘빼버리세요’가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빼 버리세요’로 바르게 고쳐 썼다.

3)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의 96쪽에 있는 ‘만들어주고’가 가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만들어 주고’로 바르게 고쳐 썼다.

4)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의 96쪽에 있는 ‘높여줄’이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높여 줄’로 바르게 고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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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12 1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아앗ㅋㅋㅋㅋㅋ걸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ㅋㅋ
적어놔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1-12-12 19:11   좋아요 4 | URL
저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요...ㅋㅋ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이런 말을 너무 애용해 왔어요.
갈수록 태산입니당~~

새파랑 2021-12-12 2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다 걸립니다 😅 이번에 리뷰쓸 때 잘 참고해야 겠어요. 그래도 안고쳐지는게 문제지만 ㅎㅎ

페크pek0501 2021-12-13 15:37   좋아요 2 | URL
저도 모르는 게 많아 글 쓸 때 네이버 사전에 여러 번 들어가며 씁니다.
맞춤법, 띄어쓰기 등 한 쿡 어, 어렵습니다. ^^

얄라알라 2021-12-12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중간에, 엇! 유정명사가 뭣이더라?^^;;;; 한국어인가? 했습니다^^;;;;;

페크pek0501 2021-12-13 15:38   좋아요 2 | URL
유정명사는 몰라도 될 것 같아 에, 와 에게, 로 정리했어염.
어려운 글쓰기입니당^^

페넬로페 2021-12-12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많이 배웠어요.
저도 다 걸리네요^^
그러다 글 쓰면서 ‘에고 모르겠다‘가 되고 있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21-12-13 15:39   좋아요 2 | URL
저도 정리하면서 많이 배운답니다.
저도 에고 모르겠다, 가 될 것만 같아요. ㅋㅋ

mini74 2021-12-12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쓸모 있다는 띄워쓰고 쓸모없다는 붙여쓰는게 쓸모없다가 훨씬 많이 쓰여서라고 ㅠㅠ 충격이었어요. 쓸모 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

페크pek0501 2021-12-13 15:42   좋아요 1 | URL
헐 ~~ 저도 충격 받음.

우리가 습관적으로 많이 쓰는 건 붙여 쓰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마음속, 가슴속, 이란 건 붙여 쓰고 숲 속, 마을 속, 은 띄우고요.
그냥 하나로 통일했으면 좋겠어요. 복잡한 문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훌륭한 언어가 되는 건 아니니까 외국인들도 배우기 쉽게 고쳐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희선 2021-12-13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가운데 이런 거 가끔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지 않는 게 더 나은 거였군요 페크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시고 좋은 한주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2-13 15:43   좋아요 2 | URL
어쨌든 첫 주가 시작되는 오늘 월요일부터 잘 보내 보자고요.
희선 님도 즐거운 한 주를 열어 가세요. ^^

stella.K 2021-12-13 13: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역시 언니여요.ㅋㅋ
잘 알았습니다. 기억하고 잘 쓸지 모르겠지만 하나라도 잘 쓰면되는 거죠?
수고하셨슴다.^^(사실 이런 인사도 틀린 건데 말입니다.ㅋ)

페크pek0501 2021-12-13 15:45   좋아요 1 | URL
저, 원숭이 아닙니다. 절대... 네버...
배울 땐 완벽하게 배우고. 글을 쓸 땐 생각나는 것만 지키기로 히히~~
수고하셨다는 말은 아랫 사람에게만 하는 거라고 하지만
가끔 저도 저보다 나이 많은 윗사람에게 쓸 때 있어요. 어쩔 수 없이 사용할 때가 있더라고요. 굿 데 이~~

stella.K 2021-12-13 15:51   좋아요 1 | URL
오, 아뇨. 고종석과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을 쓴
사람들이 원숭이라는 거죠. 언니는 문제점을 잡아내신 거잖아요.
오해하심 안 되요.ㅋ

아, 수고하셨단 말은 아랫 사람한테 하는 거군요.
그럼 윗분들한텐 뭐라고 해야하는 건가요?

페크pek0501 2021-12-13 16:06   좋아요 1 | URL
아, 쬐송합니당~~~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ㅋㅋ 저의 착각질 용서 하시옵소서.ㅋㅋ
그렇죠. 작가들 책 보면 엉망인 거 많아요. 그럴 땐 출판사에 책임을 전가하게 되어요.
그것도 못 잡아 내고 뭐 하냐고요. 저 위엔 쓴 거 말고도 많답니다. 몇 개만 공개했어요. 쓰기 귀찮아서요.ㅋㅋ

수고하셨다, 를 쓸 수밖에 없을 땐 애쓰셨다가, 가장 가까운 말일까요?
저도 잘 몰라서 그냥 쓰게 될 때가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