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뜨는 내일이 매일 있다.
새해 들어 여러 일간지에 발표된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약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소설, 시, 시조, 희곡, 동화, 평론 등 각 분야별 당선자 중에는 젊은이가 많았지만 50대와 60대도 있었습니다. 해마다 발견하는 건 당선자 중에는 나이가 적지 않은 이가 반드시 있다는 점입니다. 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번에 당선되지 못한 이들은 낙담했겠지요. 그런 낙선자들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제 이야기부터 해야겠군요. 저에게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살아 온 긴 세월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여름에 저의 첫 책인 생활칼럼집이 출간되었을 때 기뻤습니다. 책이 많이 팔리느냐 적게 팔리느냐 하는 건 그다음 일이고 제 글을 담은 책이 세상에 나왔고 그 책이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책 한 권의 저자가 되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고 보람이었습니다.
사실 제 책을 출간하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했고 결혼한 뒤에 글을 쓰고 싶었지만 글쓰기에 몰두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10년을 보내야 했고, 14년 동안은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요. 아이들이 다 성인이 되고서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어 제 책이 완성된 것입니다. 뒤늦게 출간하게 된 책이어서 기쁨이 배가되었습니다. 앞으로 제 생활에 활력을 줄 글쓰기를 하며 조금씩 나아가고자 합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옷 적시는 가랑비의 힘을 믿으려 합니다.
아쉽게도 저는 글쓰기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함도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 재능은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꾸준히 쓰며 살아갈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제가 오르고 싶은 곳에 도달할 수 없더라도 지금보다는 목표점 가까이 가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태양을 향해 쏜 화살은 태양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손에 쥔 화살보다는 멀리 간다는 건 확실할 테니 말입니다. 이는 낙선자 여러분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인생 전체를 오전과 오후로 나눈다면 저는 제 인생의 오전을 다 살았고 현재 인생의 오후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노후를 편안히 보내기 위해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게 생겼습니다. 다음과 같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몸과 마음이 건강할 것. 둘째, 돈 걱정이 없을 것. 셋째,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가질 것 등입니다. 이 글에서 저는 세 번째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신춘문예 낙선자들은 글쓰기 취미를 이미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완결해서 투고할 정도의 실력까지 갖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들입니까. 글쓰기의 매력을 알고 있는 이들은 큰 복을 하나 가진 셈입니다. 왜냐하면 마음이 허전하거나 근심 걱정이 있거나 또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때 글쓰기가 그것들을 견디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사례로 10대 소녀가 전쟁의 공포를 느끼며 좁은 은신처에서 글을 써서 <안네의 일기>라는 유명한 작품으로 탄생한 경우를 들겠습니다. 그 당시 그녀는 글을 쓰면서 그 어두운 시간들을 견디는 힘을 얻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모 일간지의 신춘문예 시상식이 어제 있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낙선자 여러분이 떠올라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고 지금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는 건 아니겠지요. 오히려 재도전의 기회를 얻었다고,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또 한 번 얻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목표를 두고 노력하며 산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열심히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 능력이 더욱 향상되어 꼭 신춘문예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찾게 될 것으로 압니다.
여러분에겐 새로운 해가 뜨는 내일이 매일 있습니다. 미래의 꿈을 안고 재도전을 준비하는 여러분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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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