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참 가관이로군. 너희들 농부에 대해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걔들이 무슨 부처인 줄 알아? 웃기지들 말라고, 농부만 한 독종이 또 있는 줄 알아? 쌀 내놓으라고 해봐, 보리 내놓으라고 해봐! 다 없다고 할걸? 하지만 있지, 없는 게 없을걸? 마룻바닥 뜯어내고 파보시지그래? 거기에 없다면 다음은 헛간을 뒤져봐. 나오고말고. 암, 나오고말고. 벽 속에 숨겨놓은 쌀, 소금, 콩, 술, 저기 한 번 가보란 말이야! 거기에 다 숨겨놓았다고! 선량한 얼굴을 하고선 넙죽거리면서 거짓말은 잘도 치지! 모든 걸 속이려 들어. 어디 전쟁 났단 소리를 들으면 죽창을 만들어 들고선 오치무샤 사냥을 하지! 내 말 잘 들어. 농부란 말이지. 농부란! 참을성 없고!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하고! 울보, 심술쟁이, 머저리에, 살인자라고! 제기랄, 웃겨서 눈물이 다 나오는군.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도대체 그런 괴물을 만들어낸 게 누구야. 누구냔 말이야? 네놈들이라고, (전쟁을 일삼은) 바로 사무라이라고! 이 나쁜 자식들아!”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사무라이들은 빠르게 뉘우친다. 마을 사람들과 단합한 7인의 사무라이는 도적 떼와 결전을 치른다. 그리고 마침내 마을을 지켜낸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는 그런 영화다.』(244~245쪽)
- 허지웅, <살고 싶다는 농담>에서.
...............
나의 코멘트 :
인간은 아무 일도 없는데 스스로 괴물이 되려고 작정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 농민을 괴물로 만든 것이다. 농민은 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때로는 심술을 부리고, 때로는 독종이 되어야 했다. 전쟁이 자꾸 일어나니까 강한 괴물이 되어야 했다. 자기를 그리고 가족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