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드라마를 재방송으로 볼 때가 있다. 재방송을 봄으로써 드라마를 두 번 보면 좋은 점이 있다. 처음에 봤을 때 놓쳤던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내 생각을 예로 들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여주인공이 버스에서 지갑을 놓고 내리게 만든 것은 남주인공을 만나게 하기 위함이군. 결국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잃어버린 지갑을 갖다 주잖아. 저 부분에선 왜 비가 오지? 아하... 두 남녀를 또 우연히 만나게 하기 위함이군. 비를 맞고 가는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이 우산을 씌워 주잖아. 그리하여 이 드라마는 두 남녀의 연애를 다루겠다는 거잖아. 저 부분에선 왜 감미로운 음악이 나오지? 아하...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침으로써 어떤 감정의 교류가 있었다는 걸 말함이군. 왜 하필 그 만남은 해질 무렵에 이뤄지지? 아하... 그래야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을까요?” 하는 요 따위의 대사를 말할 수 있는 거지. 여주인공은 왜 거절하지? 아하... 너무 쉽게 만남이 이뤄지면 재미가 없잖아. 아니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저 여자는 왜 남주인공에게 반한 듯한 표정을 보이지? 아하... 그렇지. 훼방꾼이 있어서 삼각관계를 이뤄야 드라마가 흥미롭게 전개되지.

 

 

이 뻔하고 유치한 드라마를 앞으로 계속 보겠어. 뻔한 삼각관계의 러브스토리를 드라마 연출가가 얼마나 그럴듯하게 만드는지 보겠어. 왜냐하면 말이지, 중요한 건 큰 물줄기가 아니거든. 큰 물줄기의 바탕 위에서 어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을 빨아들일지가 관건이거든. 어떤 맛깔스러운 대사로 시청자들을 빨아들일지가 관건이거든. 삼관관계를 다룬 드라마는 많았어. 그런데 왜 어떤 드라마는 성공하고 어떤 드라마는 실패하는가. 이것은 이런 작은 물줄기가 만드는 법이거든. 이때 사소함은 ‘결코 사소하지 않음’인 거지. 작은 시비가 큰 싸움을 만들듯이 뭐든 시작은 작은 것에서 출발하는 법이니까.  

 

 

라고 페크가 생각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게 되었는데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재방송을 시청하는 것의 좋은 점에 관한 것이었다. 재방송을 시청할 때의 좋은 점은 처음에 놓쳤던 것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점이 되겠다. ‘여유’를 ‘안목’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어떨까.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책도 두 번 보면 처음보다 꼼꼼히 읽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음의 글이 그걸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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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가 쓴 글을 보고 어쩌면 이렇게 꼼꼼하게 분석할 수 있는가 하고 놀라는 분들이 있다. 어쩌다가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슬쩍 누설하는 비밀은 이것이다. “평론가가 여러분보다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그들의 비밀은 작품을 여러 번 본다는 데 있습니다.” 소설이건 영화건 그 무엇이건, 한 번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영화평론가에게 들은 적이 있는 말인데 좋은 영화를 최소 세 번은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에는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고, 두 번째에는 비로소 구조가 보이기 시작하고, 세 번째쯤 돼야 영상과 음악 등에까지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것. 문학작품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한 번에 다 파악할 수 있는 천재도 있기는 할 것이다. 나는 천재가 아니라서 보고 또 본다. 보일 때까지 말이다.(389쪽)

 

확실히 작품은 사람과 비슷하다.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말하자면, 한 번 보고는 아무것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390쪽)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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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 뒷부분에 자신이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노벨라 베스트 6’이라는 제목으로 추천한 책의 목록에 눈길이 쏠린다. 저자는 책 여섯 권을 뽑은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고 한다.

 

 

첫째, 소설일 것.
둘째, 시적일 것.
셋째, 짧을 것.

 

 

멋지다. 소설이면서 시적이면서 분량도 많지 않은 책이라니!

 

 

나는 다 사 보고 싶어서 검색해 봤다.

 

 

다음의 책들이다.

 

 

마루야마 겐지, <달에 울다>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다다를 수 없는 나라>
아고타 크리스토프, <어제>
배수아, <철수>
파스칼 키냐르, <로마의 테라스>
황정은, <백의 그림자>

 

 

 

 

 

 

 

 

 

 

 

 

 

 

 

 

 

 

 

 

 

 

 

 

 

 

 

 

 

 

 

 

 

 

 

저자가 추천한 책들이 이 밖에도 많은데
내가 이런 책들이 유독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문장이 시적이라서 좋고
분량이 적어 두세 번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

 

 

 


어제 신문에서 본 것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에 소설가 이승우, 시인 문태준.
수상 소설집 - 이승우, <모르는 사람들>
수상 시집 - 문태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상금은 각각 6천만원.

(이 자리를 빌어서 두 분께 축하드립니다.)

 


 

 

 

 

 

 

 

 

 

 

 

 

 

 

 

 

 

 

 

 

 

읽고 있는 책
정혜신, <당신이 옳다>
녹색평론 통권 163호 - 2018년 11월~12월

 

 

 

 

 

 

 

 

 

 

 

 

 

 

 

 

 

 

 

 

 

읽으려는 책
움베르토 에코, <제0호>

 

 

 

 

 

 

 

 

 

 

 

 

 

 

 

 

 

 

 

 

 

 

자주 들춰 보는 책
블레즈 파스칼, <팡세>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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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는 게 아쉬워서 사진을 많이 찍어 두었습니다.
두 장만 골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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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복해서 읽는 독서에 대하여...
    from Value Investing 2018-11-24 02:19 
    페크 님의 글에 적극 공감합니다. 드라마든, 영화든, 책이든, 음악이든, 반복해서 보거나 들을수록 더 자세히 알게 되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일견 너무나 당연한 얘기 같지만, 유독 책의 경우에는 반복해서 읽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교과서를 열심히 반복해서 읽는 경우가 아니라면요.)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쉽게 생각하자면 '한 번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책들을 너무나 많
 
 
hnine 2018-11-23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책은 안읽어봐서 몰라도 마루야마 겐지의 달에 울다 는 위에 말씀하신 세가지 조건에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마 그 책을 읽은 많은 분들도 그리 생각하실것 같아요.
안읽은 책을 읽은 것처럼 얘기하기도 하는 세상에 같은책을 여러번 보는 일은 그책이 정말 좋거나 프로 정신이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요?

페크(pek0501) 2018-11-24 13:05   좋아요 0 | URL
달에 울다, 부터 사 봐야야겠군요. 무지 궁금하군요.
이승우 저, <생의 이면>을 여러 번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참 좋았거든요. 지금도 읽으면 좋을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여행지에 가서도 읽었죠. 이미 읽은 것을요.
어떤 페이지는 아마 열 번도 넘게 읽었을 겁니다. 그 다음에 또 그 작가의 책을 사 보았는데 그땐 실망이 되더라고요.

읽을 책이 많아 좋다고 생각하기로 합니다. 마음먹기에 달렸으니까요.
좋은 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stella.K 2018-11-23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라마는 재방송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냥 정말 마음에 드는 드라마는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한 번
돌려봐야겠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그것도 생각뿐 될지 모르겠어요.ㅎ
영화는 2,3번 본 작품이 있긴 하죠. 정말 달리 보이는 게 있긴 하더라구요.

정말 평론가들은 그렇게 보는군요.
그러니 얼마나 슬픕니까?
그것을 거듭해 볼 때까지 다른 건 볼 수도 없을테니...ㅋ
노벨라 베스트 목록은 저도 읽고 싶네요.
전 솔직히 너무 얇은 책은 손이 안 가던데
반복해서 읽고, 시 같은 소설이라면 얇은 책이 좋을 것 같아요.
오늘도 유익한 글이었습니다. 고맙슴다.^^

페크(pek0501) 2018-11-24 13:10   좋아요 1 | URL
드라마 재방송 보면 재밌어요. 처음부터 다시 보는 것도 재밌더군요. 아, 저렇게 만났었구나, 그땐 서로 사랑했었구나, 근데 나중에 이혼하게 된거구나, 뭐 이러면서...
거꾸로 보는 게 재밌어요. 저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나중에 친구 사이에 원수가 된 거구나 하는 것도 흥미롭고요.

저는 예전에 학생들한테 두 권을 읽을 시간에 같은 책을 두 번 읽어라, 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작품 이해를 위해서죠. 저는 잘 실천하지 않으면서... 늘 새로 산 책이 있어서 그거 뒤적거리느라 같은 책 보기가 쉽지 않지요.

팡세와 차라투스~ 는 밑줄친 부분을 반복해서 읽기 좋아합니다. 읽은 글인데도 새롭게 느껴집니다. 저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좋아하고 사유 깊은 글이 많아 배움이 즐거워서요. 이것만큼은 한 번 읽는 걸로 끝나지 않더군요.
고맙습니다. 굿 데이~~

카알벨루치 2018-11-23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이 거기에 열렸네요~가을입니다 ㅎㅎ감기가 잘 안떨어지네요 흑흑

페크(pek0501) 2018-11-24 13:11   좋아요 0 | URL
감이 안 떨어지고 저렇게 붙어 있는 게 신기했어요. 까치가 먹기도 할 터인데...
불과 며칠 전 사진이랍니다.
앙상한 가지에 붙어 있는 감. 운치 있어 보였어요.
고맙습니다. 굿 데이 보내시길...

서니데이 2018-11-23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도 그렇지만,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번 보아도 한번도 못 본 것 같은 장면이 나올 때가 있어요. 여러번 보아도 그런 장면이 있으면 어? 하는 기분이 듭니다. 재미있어서 여러번 보는 것과 달리 평론가들의 경우에는 조금은 숙제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오늘은 날씨가 조금 더 차갑습니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오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11-24 13:13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경험을 합니다. 이런 문장을 처음 보는데 내가 읽었단 말이지? 이러면서
내 기억력을 의심하죠. 원래 인간의 기억력이란 보잘것없음, 이죠.

오늘 친구와의 점심 약속 있었는데 서로 깜빡 해서 약속 다시 정하는 걸로 문자 서로 주고받고 있어요. ㅋㅋ

차가운 날씨 건강하게 지냅시다. 고맙습니다.

북프리쿠키 2018-11-24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짪을 것!! 맘에 듭니다 ^^

페크(pek0501) 2018-11-24 13:15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점이 맘에 듭니다. 9백 쪽 분량의 위대한 유산 1, 2를 다 읽었더니
함부로 그런 두꺼운 장편은 사지 말자, 가 되더군요. 읽을 땐 재밌고 좋았지만
그거 읽는 동안 다른 책을 못 보니까 말이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한 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