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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이야기 ㅣ 카르페디엠 19
안케 드브리스 지음, 박정화 옮김 / 양철북 / 2005년 11월
평점 :
나의 어린 시절과 그 시절을 겪으면서 형성된 지금 나의 모습,아버지로서 내가 아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할지 등등.. 두루 고민하게 만든 책이었다.
유디트는 집에서 엄마한테 지독한 학대에 시달렸지만,학교에서는 친절한 친구(미하엘은 어쩌면 연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와 유디트에 대하여 많이 배려하고 걱정해주는 선생님이 계셨다.
그러나 나의 학생시절로 돌아가면 당시 나를 지도하셨던 선생님들은 많이 섭섭하겠지만, 유디트의 담임같이 사려깊게 배려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쏟은 분을 별로 만나지 못했다.
우리 때 한창 말이 많았던 과밀학급 문제 때문에 한반에 6~70명씩 몰아넣고 그도 모자라 오전반,오후반으로 운영되던 시절이었으니 유디트와 같이 엄마한테 두들겨 맞고 수시로 결석을 하면 문제아로 학교에서 마저 낙인찍혔을 것이다. <두친구 이야기>에서 묘사되는 학교의 풍경과 내가 다녔던 그리고 내 아이들이 다녀야할 학교의 풍경은 하늘과 땅만큼의 거대한 간극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두친구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유디트는 학대받는 아이들 중에서는 그나마 학교와 미하엘이라는 탈출구가 존재함으로써(제대로된 탈출구가 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그나마의 탈출구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학대받는 아이들에 비하면 좀 처지가 낫다는데서 위안을 삼아야할까?
더군다나 <두친구 이야기>에서는 오로지 유디트의 엄마만 악역을 전담하고 있지만,(그외에는 너무나도 착한 사람들 뿐이다. 미하엘의 아버지만 해도 개과천선의 전형이지 싶다) 내가 겪었던 현실에서는 학교 가 가장 가혹한 폭력행사 기구였다.당시만 해도 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렇게 살았있고, 두발이나 복장이 자율화 되었다지만, 조금이라도 이를 위반하면 가혹한 처벌이 뒤따랐다. (두발 위반시에는 학생부 선생이 가위를 들고와 머리를 한 움큼 구멍내버리는 걸 숱하게 보았다.아침 자습시간에 늦었다고 대걸레 자루로 맞고, 학교를 확장한다고 건물짓고 운동장 조성공사 대충해놓고 학생들을 동원해서 삽질하고,리어카에 돌 싣고 나르는 말 그대로 노가다를 시키질 않나...그런 거 한다고 투덜대면 자세가 글러먹었다고 집단 얼차려를 받고.....두발 단속에 항의하는 편지를 교장선생한테 보낸 친구는 상담실에 가서 거의 반 죽도록 맞고....)
학대와 폭력의 주체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 어린이 및 청소년기에 겪는 학대와 폭력의 기억은 유디트 가 비록 주변의 도움으로 안 맞고 사는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잊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나에게도 학생시절의 기억들은 추억이라 할만한 것은 소수를 점하고 있으며,악몽이 다수를 점하고 있음은 위와 같은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것이다.
맞아본 사람은 안다... 맞아서 고통을 느끼는 것도 괴롭지만, 무엇보다도 맞는 사람을 자기 모멸감에 빠지게 한다는 것을... 이게 더 나쁜 거다. 또한 그냥 매만 때리는 사람은 없다. 매를 때리게 되는 행동을 정당화하는 발언과 매를 맞는 사람에 대한 비난을 통하여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종종 매를 들고 때로는 감정에 못이겨 때린 적이 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고, 자식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방편이라 해도 설득을 통하여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도록 하는 바르지만 힘든 길을 택하지 않은 결과이다.
이 책은 나한테 그러한 힘든 길로 가는 것이 올바른 것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