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계사 사계절 1318 교양문고 5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이 등장하는 영화 <쇼생크탈출>에는 주인공인
팀 로빈스가 간수들이 없는 틈을 타서 마이크에다 대고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이라는 노래를 틀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원래 이 노래는 서로 계급관계가 다른 두 여자가 가부장적 남성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해 함정을 꾸미는 장면에서 등장하는데요,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는 이 노래를 틀어준 후 팀 로빈스가
탈옥을 음모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쇼생크탈출을 보면서 범상하게 보았던 장면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준 책이 서울대 주경철 교수의 <문화로 읽는 세계사>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빠 역사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건가요?"
라는 프랑스의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의 <역사를 위한 변명>에서 제기된 의문을
공유하는데서 시작한다.

저자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의식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역사는 우리들이 이 세상에서 의미있는 삶을 살려는데  도움을 주며,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곧 기억의 문제로 귀결되고,
기억은 내 정체성의 핵심 요소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일을 열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기억할만한 요소들을 가려 내어 그것들을 어느 정도 가공하고,
다시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의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개인에서 집단으로 확대하면 역사를 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시작하여 그리스,스파르타,알렉산드로스,
로마,바이킹,중세,종교개혁,근세를 거쳐 우리도 더불어 함께하고 있는
디즈니에 이르기까지 익숙하고 친근한 사실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깊이있는 설명이 재미있는 일화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공부는 좋은 사고 연습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생각하고 느꼈는가를
살펴보고 거기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것만큼 좋은 공부가 없다고 한다.

세상이 오직 돈을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데 대하여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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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2-2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주경철씨가 쓴 <테이레시아스의 역사>라는 책을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요. 짱구아빠님이 쓴 단평을 보니까 예전 책 읽은 기억이 나네요. 시간이 한참 지나서

테이레시아스의 눈물로 제목을 잘못 기억하고 있었지만 말이죠~

조선일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손바닥만한 칼럼 화요일에는 최재천, 토요일에는 주경

철 의 짤막한 글들은 사소하지만 읽는데 감칠맛이 있어요.

짱구아빠 2010-02-2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꾸랑님>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습니다. 하지만 엊그제 서재 서핑하다가 님의 서재에
읽을만한 얘기들이 많아 <즐겨찾는 서재>로 등록했습니다. 근데 오늘 제 서재에 댓글을 달아주시고, 제가 즐겨읽는 주경철 교수님의 다른 책(테이레시아스의 역사)도 읽으셨다니 더욱 반갑습니다. 사실 주교수님 책중 <대항해 시대>를 완독해야 하는데, 다른 책들보다는 좀 어렵다는 느낌도 있고 두께가 만만치 않아 저의 주된 독서 장소인 지하철에서 읽기에도 수송상 난점이 있어 서재 한켠에서 먼지만 쌓이는 안타까움이 있네요..저는 조선일보 끊은지가 대략 10여년이 되어서 주 교수님께서 조선일보에 기고한다는 건 몰랐네요.. 언제인가 주교수님 책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비판하는 글을 읽었는데, 비판의 주 요지 중에 하나가 시오노 나나미가 "극우"라는 점을 들었던 걸 기억하면 조금은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합니다.

다이조부 2010-02-22 20:54   좋아요 0 | URL
저의 별 볼일 없는 공간을 즐겨찾기 해주시고 고맙습니다.

원체 신통치 않은 협소하고 보잘곳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몇 분

이 즐겨찾기 해주셔서, 그 분들이 누굴까 궁금해 했는데, 다들 자신의 신분을

숨기셔서, 두 분 정도만 짐작만 할 수 있었는데, 짱구아빠님은 노출시켜

놓아서 방문해 봤습니다 ^^

일본만화인 <짱구를 못 말려>를 즐겨 봤던지라 닉네임이 친근감이 가네요~

짱구아빠님의 영화평도 읽어보고 이곳 저곳 기웃거려 봤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챕터는 <읽어볼만한 판례>였어요.

저희 집은, 어머니가 중학생부터 조선일보를 보셔서 어쩔수 없이 저에게는

신문선택권은 없어요 흑~ 대학에 입학하고 2달 동안 한겨레를 받아봤는데

기숙사로 들어간 사이에 다시 조선일보로 바뀐걸 보고 좌절했지요.

정말 신문은 습관적인 구석이 있어서, 보던것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조선일보가 악의적이고 나쁘다는 생각을 자주 하지만, 얄밉게도

신문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는 생각도 동시에 가지게 됩니다.

<대항해 시대>는 잘 쓰여진 책이라고 소문은 들었지만, 게을러서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에 좋은 책은 넘쳐 나고, 저는 게을러서

읽어야 할 책은 넘쳐나네요.


짱구아빠 2010-02-2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꾸랑님>짱구아빠라는 닉네임은 저희 큰넘(지금 벌써 초딩 6학년이 되었네요)이 소싯적에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와 비슷한 악동 짓을 하고 다녀서 붙여본 닉네임이구요.. 요새는 좀더 멋진 닉네임으로 바꾸어볼까 생각중입니다. 근데 워낙 오랜 시간 사용한 닉네임이라 쉽게 바꿀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때 안티 조선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지금은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네요.. 그만큼 벽은 높고 두텁다는 이야기겠죠.. 하지만 항상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여유있고 차분하게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면 언제가는 큰 변화를 추동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블루레이] 색, 계
이안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여전히 머리 한구석이 복잡하고, 가슴 저림이 풀리질 않는다.
결혼 생활 13년째.. 남녀 간의 그렇고 그런 거는 대충 알고 산다는 자부심(이런 것도 자부심이라고 해야하나?)을 갖고 살아왔는데, 때 지난 영화 한편을 보고 끙끙 앓고 있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책을 보면서도 연 이틀 "색계"의 수렁에 빠져 나오질 못하고 있다.
업무도 밀리고 있고, 요모조모 의사결정하고 레포트 작성하는 등 집중하고 고민해야 할 일거리들이
산적해 있는데, 억제를 해도 자꾸 색계의 장면장면이 떠올라 제대로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말로 나의 느낌을 다른 이에게 설명하기에는 어휘력과 표현력이 달리고, 별거 아닌 수준의 글 몇줄로나마 나에게 남아있는 감정의 여운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극중의 "이"(양조위 분)가 이런 얘기를 한다. "세상에 별 거 아닌 일은 없다"고..)

줄거리는 단순하고 많이 들어 보았음직한 내용이다.
시기는 대략 1940년대, 이 영화의 주무대는 홍콩과 상해..
우리의 대학시절처럼(비록 전쟁상황이고, 조국은 일제의 침략에 곤경에 처했지만) 꿈많고 착하고, 순진하고,불의에 분노하고 조국을 사랑할 뿐, 세상 물정을 도통 모르는 청년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당시의 시국을 연극이라는 수단을 통해 동포들에게 조국에 대한 사랑을 설파하고, 큰 호응을
얻는다. 성공리에 공연을 마치고 뒷풀이 후 빗속에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선 희망과 기쁨이 넘쳐 흘러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에 비하여 너무나 강한 욕심을 갖게되어 파멸에 이르는 자동차의
시동을 건다..
친일파로 구성된 남경정부(아마도 일제에 의해 수립된 괴뢰정부) 첩보기관 간부를 제거하기 위해
의기투합하여 암살을 모의하고, 연극부원 중 한 여인(극중 이름은 왕지아즈-탕웨이 분)이 그 기관의
간부를 유혹하기 위한 미인계에 동원된다.
그녀는 연극부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한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고(그 마음은 한참 뒤에
드러난다.. 이때 드러냈으면 또 그녀의 인생역정은 얼마나 다른 길을 걸어갔을지...), 이제 막 그 사랑이
싹트려 하는데, 남자는 연극에 만족하지 못하고, 암살이라는 급진 강경노선을 택했고, 그의 행동에
동참한 그녀의 인생 흐름도 역사의 격랑을 따라 급격하게 바뀌어 버린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돈 많은 수출입업자를 남편으로 둔 귀부인("막부인"이라고 불린다)으로 위장하여
첩보기관 고위관료인 "이"(양조위 분)의 부인에게 접근하여 호감을 산다.
("이"의 부인이 과거 "져지 드레드(실베스터 스탤론,다이안 레인이 출연했던 법관이 경찰권과 사형집행권까지 행사한다는 만화를 원작으로한 만화스런 영화)"에 출연한 미모의 중국배우 조안첸이다. 이 영화에서는 과거의 미모는 찾아볼 수 없고, 중년 고위층 부인으로 등장하는데, 도도한 듯하면서 속물스러운 부분에 집착하는 연기가 훌륭하다.)

"이"는 신중하고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으며, 일정을 그의 부인조차 모를 정도로 극도로 보안에 신경을 쓰는 전형적인 국정원 패턴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고수 앞에 왕지아즈를 비롯한 암살단(?)은 정말로 보고 있기 안타까울 정도로 순진하고,
아마츄어적인 집단으로 비춰진다. 그들이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모든 행위들은 중경정부와 남경정부
정보기관에게 일거수 일투족이 파악되는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신분을 위장하기 위하여 고급 저택과 차를 빌리기 위해 돈을 쓰고,왕지아즈는 마작(마작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마작을 하면서 나누는 대화로 엔딩 부분을 처리할 정도로 이 영화에서 마작 장면은 자주 등장하는데, 도박이라면 고스톱의 룰조차 제대로 숙지되지 않을 정도의 젬병이라 마작장면에서 도박 문맹의 설움을 잠시 느꼈다)을 하면서 계속 돈을 잃어 자금난에 허덕이고, 사격 훈련에서는 권총을 수십발 발사해 겨우 병 하나를 맞출 정도의 형편없는 사격실력에..
항일 운동에 나선 조직치고는 열정에 비하여 실력이 너무나 따라주지 않아 차라리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마눌님과 같이 보면서 가장 어이없었던 장면은 "이"에 대한 왕지아즈의 유혹이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자,성경험이 전혀 없는 그녀를 위해(?) 동료 중 유일하게 성 경험이 있는 친구를 섹스파트너로 정해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서로에게 호감도 없고(그녀와 관계를 가진 남자 친구가 호감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하지만 처음 섹스를 하기 위해 방에 들어온 그가 입고 있던 옷은 난닝구라고 불리는 런닝 셔츠, 나중에 등장하는 "이"의 벗은 몸에 비하면 남자 친구는 너무나 후줄근하고 없어보인다) 섹스를 하면서도 전혀 흥분을 느끼지 못하는 무미건조함.....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부천서 성고문 사건에 대해 당시 정권이 "혁명을 위해 성을 도구화한다"라고 거짓 선전을 떠들어 댔는데, "친일파 처단을 위해 성을 도구화" 하도록 결정해 버린 암살단을 보며,
항일 운동을 위해 이 정도의 "도구화"는 감내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리 항일 운동이 중요해도 이건 너무한 거 아냐라는 혼란한 감정이 동시에 솟구쳐 왕지아즈에 대한 연민의 강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다른 동료들은 변변히 역할을 하는 게 없어, 이 집단에서 제몫을 하는 사람은 왕지아즈 밖에 없어 보인다. 그와 같은 왕지아즈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바램과 달리 "이"일행은 전화 한통화 남기고 상해로 돌아가 버린다.
그들의 계획은 온전히 실패로 판정났고, 힘없이 철수하는 이들에게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바로 "이"에게 "막선생과 부인"을 연결해 준 앞잡이가 이들의 집을 찾아내 폭로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자 분노한 암살단원들이 그를 잔혹하게 살해한다. 그런데 그 잔혹함은 이들이 잔악무도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이 살아온 인생에서 누구 하나 제대로 때려보지도 못했을 이들이 사람을 칼로 찔러죽였을 때 겪었을 정신적 충격의 무게가 어찌 가벼울 수 있을까?
 
 3년 동안 상해에서 경제적 곤궁과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는 굴욕감을 견디며 죽은 듯 지내던 왕지아즈에게 옛 친구가 나타나 재도전을 권유한다. 이제는 그도 그리고 그의 어설픈 암살단 친구들도 제대로 훈련받은 첩보원이 되어 중경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왕차이즈도 동참한다.
 왕지아즈에 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신중함인지 망설임인지 별다른 사고를 차지 않았던 "이"는 3년만에 재회한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결국 그들은 긴 시간동안 서로에 대해 펼쳤던 탐색전(이게 색계의 "계"라고 한다)을 끝내고,본격적인 색에 탐닉한다. 처음 벌이는 그들의 정사... 로맨틱하거나 에로틱하지 않다. "이"는 왕차이즈를 강압적으로 다룬다. 벽으로 밀어 붙이고, 집어던지고 가죽 혁띠로 때리고 묶고...그들의 첫 정사는 새디스틱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들의 정사...많은 이들에게 회자된 부분이 이 정사장면이나, 여기서부터 왕지아즈의 불행이 암시되어 (사실 그녀의 불행은 암살에 동참한 그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겠지만)슬픔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그녀는 정사를 통하여 "이"의 마력에 빠져들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흔들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변심은 결국 파국을 부르는데... 

 체포된 왕지아즈와 그의 친구들을 탄광으로 보내라는 지시에 그래도 "이"가 왕지아즈에게 일말의 정은 남아있었나 보다 했는데, 탄광은 그들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검디검은 어둠의 공간이었음을 마눌님의 한숨소리와 함께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비롯한 동료들을 죽음의 길로 인도한 왕지아즈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배신감, 회한, 후회, 그리움, 안도감.... 그녀의 대책없는 사랑이 너무나 안타깝고 아픈 영화였다.
왕지아즈의 웃음을 짓는 듯 마는 듯 하는 묘한 표정이 아련함을 더한다....   

 모든 부귀와 영화를 초개와 같이 내던지고, 자신을 불사른 이름모를 수많은 전사들..그리고 사랑이라는 전사가 가져서는 안되는 심성을 가져 자신과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어버린 미워할 수만은 없는 우매함....

공감할 수 없는 역사관이 녹아들어 있지만, 이 영화는 나에게 역사에 대한 영화로 읽히지 않는다.
너무나 깊은 슬픔이 이 영화를 뇌리에서 지우질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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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04-1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씁쓸한 작품이죠. 신념, 이념. 욕망과 어리석음이 마구 뒤엉켜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짱구아빠 2009-04-1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zydevil 님> 이 영화보고 저 혼자만의 생뚱맞음이 아닌가 싶어 인터넷의 영화평 등을 뒤져보았는데, 주로 양조위와 탕웨이 간의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정사에 포커싱 되어 있어서 서운한 감이 조금 들었습니다. 신문기사에서도 주로 정사의 노출 수위 (진짜로 관계를 가졌네 말았네 같은)와 이 영화로 인하여 탕웨이가 중국 정부에 의하여 영화 출연을 금지당했다는 소식, 탕웨이가 결국 홍콩 시민권(영주권 일수도 정확치 않습니다)테스트에 합격하여 홍콩에서 영화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정도의 소식만 접했습니다...
영화 본김에 지난 주에 원작인 장아이링의 소설집 "색계"까지 질렀는데, 소설은 영화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오히려 저는"못잊어"가
더 기억에 남더군요. 지긋지긋하게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주변의 악성인자를
끝내 이겨내지 못하는데서, 장아이링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왕지아즈를 비롯하여 비극의 화신들만 모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나 영화 속에서 충격적이었던 집단 난자 장면은 등장하지도 않고,영화
말미에 몇시인가 알려주는 종소리에 양조위가 흠칫 놀라며 마지막 남은 사랑의 여운을 보여주던 장면도 등장하지 않더군요.. 결국 원작의 "이"선생은 철저히 자신의 본분과 역할에 충실했던 캐릭터로 비추어져, 장아이링의 "색계"와 이안의 "색계"는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 서로 완전히 다른 맛을 내는 요리란 생각을 갖게 합니다. lazydevil님이 써주신 한줄의 댓글이 색계에서 제가 느겼던 복잡다단한 감정이었네요...
 
인듀어런스 -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 보급판
캐롤라인 알렉산더 지음, 김세중 옮김 / 뜨인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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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스님의 페이퍼에서 이 책에 대한 호평을 접하고
서슴없이 질러대기는 했으나, 책 사놓고 물경 1년 넘게 책꽂이 한켠에
모셔만 두었었다.
목 디스크 증세로 어깨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수시로 찾아오는 통증으로
고통스러워 하며, 일주일째 앓고 있는 감기 몸살(축농증 증세까지 생겨버렸다)로
짜증과 심술이 오른 시점에 손에 집어 들었다.
책을 산 직후에 앞부분을 조금 읽었는데, 어니스트 새클턴이란 영국인이 탐험대를
조성해서 남극지역을 인듀어런스호란 배를 타고 출발한다는 정도의 비교적
평이한 흔히 탐험 떠나는 사람들에 이야기로 별반 흥미를 갖게 할만한 요소는
많지 않은 듯 했다.
그러나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 (인듀어런스 호가 부빙에 의해 파손되어 결국 침몰하게 됨)
부분부터는 새클턴 탐험대가 처한 상황 그 자체가 위기의 연속이라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켜가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어내려 갔다.
침몰 후 3대의 구명 보트와 부빙에 의존하여 수많은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엘리펀트 섬에 도착한 탐험대는 곧 그 섬이 적합한 피난처가 아님을 알았고,
새클턴 대장을 필두로 별도의 소규모 특공대를 조직하여 포경기지가 있는
사우스 조지아 섬으로 향하게 되는데,길이 6미터의 조그만 배로 무려 1000킬로미터..
그것도 사나운 파도와 태풍,부빙의 위협이 있는 남극 바다를 헤쳐나가야 하는
무모하기 이를데 없는 시도를 한다.
조그마한 파도에도 구역질과 배멀미로 고생하는 경우가 다반사(그래서 난 다시는
바다낚시 안 가기로 결심하기까지 했다)인데 집채만한 파도를 뚫고 목적지에 도달하기는
차라리 하늘의 별따기가 쉬워 보일 정도로 어렵고 위험한 행로였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당초 목적했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장엄하기까지한 실패의 웅장한 드라마가 펼쳐졌다.
나도 쪼매난 질병에 굴하지 않고 좀 담대하게 살아야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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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7-2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내 앞에 놓인 일이 세상의 전부인것 같단 생각이 들때가 있지만 좀 더 넓은 세상이 있단 걸 보여주는 책들이 있어요. 비록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로 해결해주진 못하더라도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바꿔주죠. 그래서 책을 읽는 것 같아요. ^^
이렇게 아프셔서 어떻게 해요. 일요일이라도 푹 쉬셔서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네요.

짱구아빠 2007-07-2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파시오나리아님> 어제,오늘 푹 쉬었습니다. 완치는 아니지만 염려해주신 덕에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빨리 나아서 저도 열심히 뜀박질해서 해적님 따라 잡아야겠죠??ㅋㅋㅋ
점심 무렵에 처형 식구들이 놀러와서 북악 스카이웨이 방면으로 다녀왔는데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수풀도 우거지고 공기도 좋더군요... 점점 이 동네에 정이 붙네요
 
어 퓨 굿맨 - 아웃케이스 없음
롭 라이너 감독, 톰 크루즈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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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톰 크루즈,잭 니콜슨,데미 무어,케빈 베이컨,키퍼 서덜랜드....
이 배우들 중 한명만 섭외가 되어도 만만치 않을 터인데,
이 들을 <어퓨 굿맨>이라는 한편의 영화에서 몽땅 만날 수 있다.
관타나모 기지에서 쿠바군과 불과 몇 백미터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미군 해병부대에서 발생한 산티아고라는 군인의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잭 니콜슨 vs 톰크루즈,데미 무어 간의 불꽃튀는 대결이 펼쳐진다.
극우 보수적인 성향을 보유하고 있으나,예의 강력하고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제섭 대령 역의 잭 니콜슨...
제 멋대로이고,변호라는 본업보다는 야구를 더 좋아하는 캐피 중위 역의 톰 크루즈,
샤프하고 약자에 대한 애정이 강하지만 법정 경험이 딸리는 조 갤러웨이 역의 데미 무어,
캐피 중위와 위트가 넘치고 유머러스한 대화를 무기로 대결하는 잭 로스 대위 역의
케빈 베이컨, 제섭 대령의 충실한 집행자 역할을 수행하는 켄드릭 중위 역의 키퍼 서덜랜드...
산티아고 일병에 대한 살인,음모,직무유기 혐의로 체포된 사건에서 수석 변호사인
캐피 중위는 간단히 징역 12년으로 유죄협상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가 상급자인 캔드릭 중위의 명령에 의한 코드레드(우리 식으로 하면
왕따 혼내주기 정도라고 해야하나??)로 밝혀지면서 적용 양형은 6개월로 줄어든다.
더 이상 법적으로 다툴 것 없이 6개월 그까이거 대충 때우다 나오면 되니
받아들이라는 캐피 중위의 권고에 피의자인 도슨 상병은 해병으로써 자신들의 명예와 신조가 달린 문제이며,아무런 잘못 없음을 근거로(상급자의 명령을 수행한 것) 무죄를 주장하며, 그 뜻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등 떠밀리듯이 재판을 치루게 된 캐피...
고구마 줄기 캐듯 파고들어간 마지막 핵심에는 국가안보위원 물망에 오르내리는 거물인
제섭 대령이 있었다.
캐피와 제섭 대령의 용호상박스런 싸움...
결론을 얘기하면 짱돌로 테러당할까봐(그래도 꽤나 지난 영화라 다들 알고 있겠지만)
언급하지 않지만,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냉혈한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제섭이 막판에
열받아버린 건 좀 납득하기 어렵지만, 캐피가 공격한 부분은 제섭대령에겐 목숨보다
소중한 부분이니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고 본다)
한번 보고 치우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다...못봐도 10번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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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7-0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면서 상당히 탄탄한 구성이라 생각하며 봤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도 이상하게 전쟁이나 군대 영화는 두 번 보게 되지 않드라구요. ^^;

Mephistopheles 2007-07-0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정이 무대인 영화들은 피가 튀고 살이 뭉게지는 액션장면이 없어도 극적인 긴장감은 대단해요..^^ 저도 이영화 마지막 잭 니콜슨이 법정에서 성질내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짱구아빠 2007-07-1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파시오나리아님> 댓글 지각이네요 ^^;;;... 이 리뷰 올려놓고도 두번 더 보았습니다.
성격이 좀 다르지만 유사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되는 크림슨 타이드(해군이 등장하는 건 유사하고, 상부의 명령을 수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좀더 적극적인...)와 데블스 애드버캣(법정이 등장한다는 건 비슷하고,둘중의 하나를 선택했을 때 닥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듯)도 추가로 더 보았네요...
메피님>간혹 느끼는 거지만, 다들 힘들다고 하는 업무(군대로 치면 해병이나 특전사, 회사내에서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보직)를 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자부심과 아울러 그런 업무를 하지 않는 이들을 무시하고 깔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여요...
잭 니콜슨이 부대로 방문온 톰 크루즈와 데미 무어를 대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라 생각되는데요,고생을 하는 만큼 대접을 받는 것은 틀리다할 수 없으나, 지나친 자부심 또는 자만심으로 선악의 개념마저도 모호해져 버린 인상을 받네요...
 
큰돈 없이 집도 사고 돈도 버는 재개발투자 - 완전 개정판
신영균.김경태 지음 / 원앤원북스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ㅇㅇ동으로 이사하고 나니 아주 조금의 여윳돈이 생겼다.(빚도 다 청산하고...)
2000년에 분가한 이후로 항상 빚에 쪼들리는 생활을 했으니,물경 7년만에 이룬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분가하고 나서 매년 1년씩 이사를 다니며,부동산을 사고파는 재테크를 몸으로 해왔으니 이래저래 몇 푼의 돈땜시 피곤하게 살기는 했다.
어떤 재테크 책인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자신의 자산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만들라고 해서 2년전 부터 매월 자산현황을 체크하고 있기는 하다. 매일매일 쓰는 걸 원칙으로 하는 가계부는 적성에도 안 맞고(그다지 꼼꼼한 성격 못됨),매일매일 챙기는 게 너무 부담스럽지만 월별로 작성하는 거는 그럭저럭 해볼만 하였다. 빚을 정리한 후 작성한 월별 대차대조표를 점검하여 각 재테크 수단별 수익율을 대충 따져보니 금융기관(은행,투신사)에 넣어 놓은 돈들이 새끼를 쳐나가는 규모가 엄청 소박하여 답답함에 속이 터질 지경이 되었다.(소액투자자에 불과함에도 욕심만은 고액투자자 ^^)
두어달을 그렇게 흘러가자 차라리 금융기관에서 비몽사몽 거리고 있는 돈들을 깨워 전쟁터에 내보내야 겠다는 욕심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다.(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고 했는데,나는 완전히 보수적인 투자자는 못되나 보다..그래서 항상 맘도 안 편하다)
하지만 새로이 아파트를 사서 재차 이사를 가는 방식은 향후 5년동안 말도 꺼내지 말라는 짱구엄마의
강력한 저항이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도 다시 이사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끔찍한 일이라,가급적 움직이지 않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았다. 그렇다보니 확보된 유동성(실탄)만으로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색하는 와중에 포착된 게 이 책이다.
큰돈이 없어도 된다는 말에 혹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에 뿅 가버렸다.
(물론 이 책 한권으로 위의 모든 사항이 해결되는 게 아님은 당연하다.. 다만 길잡이 역할일 뿐이다)
낡고 오래되어 사람이 살기에는 적당치 않은 불량 노후 주택을 부수어 버리고, 그 자리에 번듯한 아파트를 지어올리는 게 내가 갖고 있는 재개발의 기본 개념이었다.
거기다 조금 더 얹어서 재개발은 각종 이해관계의 대립을 수반하며 조합원들간의 분쟁과 다툼이 끊이지 않으며, 시간 또한 차라리 신규 분양을 받고 기다리는게 낫지(물론 경쟁율이 치열한 데서는 신규 분양도 하늘의 별따기다) 어영부영 깨먹는 세월의 길이가 짧게는 3~4년에서 길게는 10년을 훌쩍 넘어간다고
하니 전 재산을 들고 들어가서 승부를 걸기에는 너무 위험성이 커보였다.
다시 나의 상황으로 눈을 돌리면 당분간 이사가기는 죽어도 싫지,돈도 별로 없지,그렇다고 현재 주거 환경에 완전히 만족하는 것도 아니지(술 먹고 집에 걸어들어갈 때면 그 험한 언덕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등등을 고려할 때 당장 큰돈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향후 새 아파트를 하나 마련할 수 있는 재개발을 선택하기로 했다.
짱구엄마도 나의 제안에 공감해서 두루 알아본 다음 얼마 전 재개발 구역이 지정된 지역의 조그마한
빌라를 하나 계약했다.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이 책이 많은 참조가 되었고, 저자가 운영중인 www.9114.co.kr 사이트를 통해 현재의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흐름도 파악할 수 있었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기초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재개발과 재건축시장은 많은 타격을 입었다고 연일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와중에 재개발 주택을 매입한 나의 선택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솔직히 두려움이 대단히 크다. 하지만 재개발 진행이 초기인 지역이고,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경거망동하는 경향(뭐 반대로 정책 따라서 시장이 잽싸게 움직인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을 보이고 있기에
은행에 돈 넣어놓고 갑갑해 하는 것 보다는 낫지 싶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진중하니 기다려 보고자 한다.
집 걱정 안 하고 돈 걱정 안하는 세상이 오기는 어려울 듯하여 진흙탕에서 힘껏 굴러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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