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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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겐 들키고 싶지않는 자신만의 이상한 면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얼핏 읽은 뉴스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정신이상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큰아이가 4개월쯤인가 잠시 침대위에 올려놓고 감기약을 준비하러 부엌에 간 사이 침대에서 떨어진 아이때문에 우리집은 침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 뒤로 우리 집은 그냥 이불을 사용하게 되었고, 한동안 침대가 아닌 잠자리때문에 불편함을 느꼈었다.

나는 이불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방을 닦지 않으면 절대 이불을 펴지않는 이상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방을 걸레로 박박 깨끗이 닦아야만 이불을 편다는 것이다.

깨끗한 이불에서 자겠다는 의지의 표명인지, 이불이 더러워지면 빨아야하는 수고를 하기싫다는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걸레질을 다 마쳐야만 이불을 깔았다. 이제 이것은 10년동안 늘상 해온 습관이 되었다.

남편이 더욱이 이해못하는 것은, 대걸레는 방 구석구석 모서리를 닦을 수 없기때문에 못 미더워하는 나의 태도때문이다. 힘들더라도 무릎꿇고 구석구석 걸레로 박박 문질러야하는 나의 이상한 습관때문에 남편은 가끔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곤 한다.

방을 닦으면서 여름엔 더워서 헥헥~ 거리고, 이젠 늙어서 헥헥~ 거리는 모습이 한심하다는 듯.

책을 읽으면서 "이라부 선생"을 한번 만나서 나의 이런 이상습관에 대해 상담을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책을 읽는 동안의 나의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조금이라도 슬픈 내용이라면 만화책이건 동화책이건 눈물이 나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읽는 내내 웃으면서 책에 빠져든다. "공중그네"를 읽는 동안 내내 미소를 머금은 것처럼...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이라부 선생의 상담은 어찌보면 치료와 별로 상관이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이라부 선생님의 행동속에서 각각의 환자들의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가게 되는 것으로 보아 이라부 선생님의 치료방법은 탁월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내용 자체는 재미있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이였지만, 내용 속에 담은 환자들의 모습 하나하나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다루고 있기에 결코 웃긴 이야기는 아니다.

조직내 중간 보스는 뾰족한 물건만 보면 숨이 막히고 식은땀이 난다. 최고의 곡예사였던 고짱은 매번 공중그네에서 추락하게 되고,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는 사위, 최고의 야구선수에서 추락해져가는 신이치, 자신감을 상실한 여류작가.....

이들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심적불안감들은 대변하면서 이라부의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잠시 잊었던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 변해버린 사회, 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자를 이겨야만 하는 현실, 점점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듯한 느낌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 사회적 지위때문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감추고 살아야하는 억압과 자신의 위치를 빼앗기고 싶지않아 몸부림치는 사람들....

내가 지금 무엇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는지를, 내가 잊고 지냈던 것은 무엇이였는지를, 지금 외면하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지금 달려온 뒤를 한번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하는 책, 그리고 웃음을 선사하는 책...

책 속에 환자들에게서 책을 읽는 독자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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