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속한 세계 마음이 자라는 나무 29
야스다 카나 지음, 고향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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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다룬 애니메이션처럼 예쁜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 책입니다. 청소년 문학에서 자주 다루는 청소년들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하고 책을 읽었는데 전혀 색다른 내용에 놀랐네요. 사실 청소년 문학의 주제는 대부분 비슷한 내용입니다. 청소년들이 갖는 고민들이 비슷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같은 주제라 할지라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하고, 식상함도 없습니다. 바로 푸른숲주니어 《네가 속한 세계》가 그런 책이었습니다. 지금껏 읽어본 희망이라는 주제를 이 책에서는 두 주인공을 통해 색다른(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전달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가즈마는 초등 저학년때는 칭찬을 받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서 겉돌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잘난체 한다는 이유로, 아빠가 의사이기에 부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이를 안 아버지는 사립 중학교에 가기를 권했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들어가기 어려운 명문 남학교에 들어가지만 뛰어난 아이들 틈에서 뒤쳐지다가 중3이 되서는 결국 공립으로 전학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더 강해져서 사립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라고 다그칩니다.

 

이쓰키네 가족은 초등 5학년 때 취한 상태로 산길을 달리다 벼랑 아내로 떨어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다행이 기초 생활 수급비를 받게 되면서 부족하지만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약한 엄마는 우울증에 걸렸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태어난 동생 육아와 집안일은 이쓰키의 몫이 되었습니다. 이후 기초 생활 수급비를 받는 아이라는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이쓰키는 스스로를 고립시킵니다. 더군다나 사회복지사의 말을 들은 이쓰키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저축을 할 수도 없고, 대학을 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모든 희망을 묻어버렸습니다.

 

물인 줄 알고 마셨는데 알고보니 매실주였던 탓에 잔뜩 취한 가즈마가 육교에서 절망하고 있을 때 이쓰키는 자살하려는 줄 알고 가즈마를 구해냅니다. 이쓰키는 자신이 자주 다니는 '카페 안식처'에 가즈마를 데려가고, 사립 중학교에서 뒤쳐져 전학왔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웠던 가즈마는 술에 취해 이를 발설하고 맙니다. 이쓰키는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자신을 따르는 아벨의 공부를 도와달라고 협박하지요. 그렇게 가즈마는 일주일에 두 번씩 카페에 오가며 아벨의 공부를 도와주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쓰키의 사정을 알게 된 가즈마는 기초 생활 수급비에 대해 알아보며, 이쓰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이쓰키는 새로운 희망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일련의 사고 인해 가즈마의 부모는 가즈마가 거짓말을 하며 카페를 드나드는 걸 알게 되고 가즈마는 절망에 빠집니다.

 

어찌 생각하면 나는 지금 자유로워진 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족을 철저히 배신하고 실망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이래야 한다-.'고 설정된 아들의 상을 산산이 박살내 버렸으니까. (중략)
마침내 풀려난 거다.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거다. (본문 210p)

 

가난하기에 꿈꿀 기회조차 빼앗기는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두 주인공은 꿈을 꿀 권리를 찾아나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초 생활 수급자에 대한 주변의 시선들이 얼마나 곱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 시선을 딛고 이쓰키가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서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지네요. 아벨과 이쓰키와 함께 하면서 집이 아닌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찾게 된 가즈마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내용으로 희망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전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어요. 이 책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부조리한 제도, 타인의 잘못된 시선, 부모의 강압적인 교육, 부모의 나약한 보육 등 다양한 측면으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희망''용기'가 무엇인가를 너무 잘 나타낸 책이기에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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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들려줄게 단비어린이 문학
조연화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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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를 도와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나라가 되었지만 오래전에는 정말 작고 가난한 나라일 뿐이었죠. 그런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에 많은 나라들이 참전해서 도와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미국, 영국, 터기, 캐나다, 호주, 그리스, 필리핀 등 많은 나라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에티오피아에서도 우리를 돕기 위해 먼 곳에서 왔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사실 이 동화책이 아니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거에요. 우리나라를 도왔던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과 감사함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강뉴부대가 참전한 이유가 주는 감동까지 선사하는 동화책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뭉클함이 오랫동안 남아 있는 여운있는 이야기, 바로 단비어린이 《내 이름을 들려줄게》입니다.

 

선생님이 우리 가족 자랑거리 이야기를 숙제로 내주자 강뉴는 머리가 하얘집니다. 5월 내내 가족 이야기만 해서 학교 오는 게 죽을 맛인 강뉴는 다문화 자녀입니다. 갈색 푸들보다 더 얼굴이 까맣고, 머리카락도 푸들처럼 꼬불거려서 푸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에티오피아 가난뱅이를 줄여서 '티뱅'이라고 부릅니다. 강뉴 할아버지는 세상 최고로 가난한 나라 에티오피아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런 별명이 싫어 이름을 불러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강뉴는 에티피오아 이름도 싫어 그런말조차 꺼낼수가 없네요. 아빠가 대한민국을 지키는 육군 원사,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인 해준이는 벌써부터 신이 났습니다. 반면 같은 다문화 가족인 채리는 엄마가 뉴욕에서 모델이었던 탓에 인기가 많아 만날 놀림 받는 강뉴와는 처지가 전혀 다릅니다.

 

할아버지는 89세인데다 장애인이라 엄마는 늦게까지 장사를 합니다. 강뉴는 늦는 엄마 대신해 할아버지에게 자랑거리 비슷한거라도 알려달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황제와 나라를 지키는 최고의 황실 근위병이었다고 말합니다. 에티오피아와 대한민국을 지켜냈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눈이 빛났지만 강뉴는 할아버지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에 화를 내죠. 할아버지 때문에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만날 혼자일 뿐이라고. 그날 저녁,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참전국가에 대해 알아보던 강뉴는 춘천에 참전기념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다음날 혼자 길을 나섭니다. 그런데 뜻밖에 해준이를 만나게 되고 해준이는 강뉴를 따라 오네요. 그렇게 뜻밖에 동행을 하게 되면서 강뉴는 해준이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죠. 춘천에서 강뉴와 해준이는 에티오피아 기념관을 방문하게 되고,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이름이 에티오피에서 한국전쟁에 파병한 군대인 '강뉴부대'의 이름에서 따온 것임을 알게 되죠.

 

 

모두들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참전했지만, 에티오피아는 달랐다. 에티오피아는 강대국의 침략으로 고통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들 힘없는 나라의 요청을 외면했다. 결국 식민지가 되어 한동안 자유를 잃고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름도 몰랐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전한 것이었다. 오직 '약한 나라, 약한 사람들도 똑같이 자유를 누려야 한다.'라는 신념 하나로 말이다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휴전선 최전방에서 싸웠다. 그리고 전승의 기적적인 승리를 이끌어 냈다. 강뉴(칵뉴)라는 그들의 이름처럼, 한국의 자유를 위해 '이길 때까지! 이기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싸워 적을 초전박살'낸다는 그들의 오토대로 이룬 것이다. (본문 73p)

 

그리고 그곳에서 전쟁 고아들을 돌보는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 사진을 발견하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최고로 멋진 군인, 아니 영웅이라는 것을 이제사 알게 된 것입니다. 이제 강뉴는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자기의 이익이 아닌 작고 가난한 나라의 자유를 위해 달려와준 나라, 전쟁이 끝나서도 전쟁 복구를 도와주느라 한국에 오래 남아 있었던 나라, 아무 상관도 없는 나라를 위해, 끊임없이 나오는 전쟁고아들을 위해서 고아원을 세우고 보살펴줬던 강뉴부대 용사들. 짧은 동화책 속에는 아주 크고 넓은 용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우리의 일부 잘못된 시선들에 대해 꼬집음과 동시에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참전국가인 에티오피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이 동화책을 너무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함과 미안함을 담아 고개숙여 인사드려 봅니다.

 

(이미지출처 : '내 이름을 들려줄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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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엄마 단비어린이 문학
신은영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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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품에 꼭 안은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표지가 정말 따뜻하게 느껴지는 동화책입니다. 책 제목과 표지만으로는 어떤 내용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던 터라, 책을 읽으면서 훅 들어온 예상치 못한 감동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이 추운 겨울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동화책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주인공 랑이는 진주가 자신의 간식 사먹을 돈을 포기하고 길고양이들을 챙겨 주는 진주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얀 솜털뭉치의 새끼 고양이를 제 볼에 비비는 진주를 보니 순간 부러워지긴 했지요. 엄마와 동생과 달리 랑이와 아빠는 동물을 싫어해서 솜털뭉치의 털을 어루만져 보고 싶었지만 손만 움찔거릴 뿐이었죠. 그렇게 진주와 헤어져 집을 가던 랑이는 엄마가 다쳐서 병원에 있다는 아빠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아빠는 엄마가 뭘 사러 가다가 사고가 난 것 같다며 동생 솔이를 잘 챙기고 있으라며 서둘러 전화를 끝습니다.

 

내일이 자신의 생일이라 케이크를 찾으러 가다가 사고가 난 게 아닐까 싶어 랑이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그러다 난데없는 경적 소리에 급히 몸을 돌리니 자동차 한 대가 다가오는 중이었죠. 랑이는 얼른 벾에 붙었지만, 얼룩덜룩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는 그대로 앉아 있네요. 화가 난 운전자 아주머니가 고양이에게 물건을 집어던지는 게 불쌍해서 랑이는 초코파이로 새끼 고양이를 유인하여 구해냅니다. 집에 돌아와 솔이를 돌보던 랑이는 아빠에게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슬픔에 젖어있는 두 아이에게 이모는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엄마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할거라고 이야기해줍니다.

 

"별의 내부에서 나온 원자들이 생명이 되었고, 진화를 거둡한 거지. 그 진화 중에 인간도 있었고 말이야. 그러니까 원자가 모여서 생명이 되었다가, 흩어지면 죽는거지. 그런데 그 흩어진 원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또 다른 형태로 어딘가 존재할 거란 말이지. 진짜로 살아 있다는 뜻이 아니라, 흩어졌던 원자가 모여서 다른 존재가 될런지도 모른다는 거야.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는 뜻이지. 우리가 게속 사랑하기만 한다면,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지 않을까? 저렇게 멀리 떨어진 별들도 우리와 연결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본문 40,41p)

 

그렇게 엄마를 떠나보내고 일주일이 지나고, 아이들은 엄마가 좋아했던 여일당이라는 이름을 지닌 한옥집에서 늦게 오는 아빠를 기다립니다. 엄마가 떠난 후 아빠는 일부러 더 일에 매달렸어요. 랑이, 솔이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주방에서 늘 허둥대는 자신의 모습도 싫었고, 식탁에 둘러앉아 텅 빈 엄마 자리를 마주하는 것도 불편한 탓에 아빠는 일을 핑계 삼아 집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있었죠. 그렇게 아빠를 기다리던 두 아이는 마당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그 고양이는 일전에 랑이가 구해준 새끼 고양이였고, 솔이는 대번에 고양이를 마음에 들어했죠. 동물을 싫어하는 아빠를 피해 두 아이는 고양이에게 얼룩소라는 이름을 붙혀주고 돌보아주었죠. 그런데 이 새끼 고양이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 의자에 앉아 마당을 내다보았고, 어디선가 엄마의 물건을 찾아오곤 했지요. 솔이는 얼룩소가 엄마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돌보는 걸 아빠에게 들키게 되고 아빠는 얼룩소를 길고양이 보호소에 보내기로 합니다.

 

이 동화책은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담뿍 담겨져 있기에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읽어봐야 할 것만 같아요. 아이들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 약간의 판타지를 섞어 잘 그려진 작품입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슬픔을 이해시킨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이 동화책은 이야기를 통해 엄마를 잃는 아이들에게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저도 랑이처럼 고양이 만지는 걸 무서워하는 편인데, 왠지 이 책을 읽고나니 고양이가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오늘부터는 길고양이를 만나면 눈인사라도 건네봐야겠습니다. 그 고양이 역시 누군가의 그리움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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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주인공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미나 뤼스타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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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표지가 왠지 사춘기 소년소녀의 첫사랑을 이야기하듯 보인다. 작가의 이름이 왠지 눈에 익은 듯하지만 더 알아보려하지 않은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학교 신문사에서 역대 가장 뛰어난 능력자로 인정받는 편집장인 마가 선배가 구독수가 줄어든 것에 대한 회의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 등을 예견하여 자극적인 제목으로 조회수를 늘여야 하는 것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다행이 마리에가 맡은 <졸업 후에는 무엇을 할 건가요?>라는 칼럼이 조회 수가 가장 높기에 마가 선배는 학교에서 '잘생긴 또라이'로 인기가 높은 축구부의 타리예이 선배의 인터뷰를 마리에에게 요청한다.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마리에는 우연히 에스펜을 만나게 되고, 에스펜 옆에 있는 레아와 함께 어색함을 느낀다. 잠깐! 마리에와 에스펜이라고? 낯익은 작가이름과 주인공 이름들, 이들은 작년에 재미있게 읽었던 《#좋아요의 맛》의 작가와 주인공이 아니던가. 《소문의 주인공》은 《#좋아요의 맛》의 뒷이야기였다. 왠지 더 반가운 느낌이 들어서 책이 더 술술 읽힌다.

 

인터뷰를 걱정하던 타리예이 선배와의 인터뷰는 걱정과 달리 잘 진행되었고, 마가 선배는 구독수를 늘리기 위한 더 자극적인 제목을 권한다. 마리에가 차기 편집장이 될 수 있는 기회라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 함께. 결국 마리에는 부모님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바란다는 인터뷰 내용으로 '부모님 때문에 무너진 프로 축구 선수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고, 높은 조회수를 얻어낸다. 마가 선배는 자극적인 제목에 화가 난 듯 마리에를 찾지만, 다행이 그 기사로 인해 마가 선배는 원하는 축구를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후 타리예이 선배가 함께 영화를 보자고 한 것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지고 선배의 고백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타리예이 선배의 친구인 예스페르 선배는 그런 마리에를 못 마땅해한다.

 

스포츠 인터뷰를 대신 하게 된 마리에는 에스펜을 만나게 되고, 이 또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조회수를 늘린다. 그러던 어느 날, 타리예이 선배와 더욱 가까워진 마리에에게 에스펜이 집으로 찾아오고 레아와 헤어졌다는 에스펜은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다. 그리고 또 다시 에스펜과의 인터뷰를 하게 된 마리에는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에스펜에 대한 마음을 전하게 되고, 에스펜은 마리에 쪽으로 몸을 기울이지만 놀란 마리에는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지켜보던 예스페르 선배로 인해 마리에는 타리예이와 에스펜 사이에서 어장관리를 하는 인물로 기사가 나면서 타리예이 선배는 다시 보지 말자고 얘기한다.

 

"이런 건 가짜 뉴스 전문인 너희 신문사에서 터뜨리는 게 제격이잖아? 안 그래도 마가한테 사진을 보냈더니 아주 좋아하더라고." (본문 128p)

 

종이신문보다는 인터넷 신문을 보게 되는 요즘, 기사 제목으로 클릭을 하게 된다. 자극적인 제목은 당연하듯 클릭하게 되는데, 막상 내용은 제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인 경우가 태반이다. 이 거짓 뉴스로 인해 피해보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는 만들어지고, 그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은 클릭을 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여전하다. 사실보다는 보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하는 요즘의 현실을 이 소설에서는 학교 신문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거짓을 바로잡는 일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사실이 밝혀진다해도 사람들은 자극적이었던 거짓을 더 많이 기억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만드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가 진실에 주목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소문의 주인공》은 《#좋아요의 맛》의 후속 이야기라는 점이 꽤 흥미를 주었다. 전작에서 궁금했던 이후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어서 개운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까. 사춘기 소년소녀의 달달한 첫 사랑이라는 가벼운 이야기부터 거짓에 대한 책임을 묻는 묵직한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는 잘 짜여진 작품이다. 그런데다 청소년 소설에서 잘 볼 수 없는 연작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물론 《#좋아요의 맛》을 읽지 않아도 이 작품을 읽어도 읽기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두 작품을 같이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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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반짝 라임 청소년 문학 46
라라 쉬츠작 지음,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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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식을 둔 부모인지라 아무래도 청소년 문학을 자주 접하게 된다. 다양한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을 읽는 편이지만 특히 라임 《청소년 문학》시리즈는 꼭 챙겨읽는 편이다. 다양한 주제로 청소년의 고민들을 잘 풀어낸 시리즈인 탓인데 이번에 읽어보게 된 《사랑이 반짝》은 청소년들의 고민 중의 하나인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물론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는 탓에 식상한 주제인만큼 내용면에서도 특별함을 기대하기는 어렵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 풀어내고 있다.

 

유방암일까봐 걱정하는 이제 막 가슴이 자라기 시작한 열네 살의 생일을 앞둔 구스타프는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결심한 소녀이다. 구스타프는 요즘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부모님의 갈등, 사춘기로 까칠하고 온통 남자 생각 뿐인 언니들, 단짝이었지만 남자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이 반짝거리기 시작한 아니나와의 관계 등으로 일상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름방학이 되면 항상 덴마트에서 여행을 보냈었지만, 이번 여름방학에는 부모님의 갈등으로 인해 여행이 취소되었다. 더군다나 엄마는 친구 마렌을 만나기 위해 마요르카로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된 탓에 이제 방학동안 구스타프는 무력한 아빠와 신경질적인 언니들과 지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비록 치매를 앓고 있지만 늘 함께했던 반려견 모래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다. 무료한 방학을 보내기 위해 가게 된 시내의 야외 수영장에서 구스타프는 공병을 모으고 있는 전학생 문을 만나게 된다. 구스타프는 문이 자꾸 신경쓰이게 되고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진다.

 

"우리는 어차피 반쪽인 채로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는 이론이 있어. 원래는 하나였는데 반으로 나뉘었대. 그래서 돌아다니면서 사라진 반쪽을 찾는다는 거야. 그 반쪽을 발견해야만 온전하다고 느낀다나?" (본문 118p)

 

《사랑이 반짝》은 이제 막 사춘기를 시작한 구스타프의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만, 그 안에는 권태기를 느끼는 중년 부부의 이야기와 친구와의 사랑, 반려동물과의 사랑까지도 잘 녹여내고 있는 작품이다. 아니나의 반짝거림이 제임스 때문이라는 사실에 절친에게 "너희가 짝짓기에 열 올리는 모습 지켜보는 거 정말 토할 것 같아."(본문 33p)라며 화를 냈던 구스타프는 그 반짝거림이 제임스로 인한 것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가족, 친구, 이성 등의 복잡미묘한 사춘기의 심리를 구스타프를 통해 잘 녹여낸 작품이다. 스펙타클함은 없지만 잔잔한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주는 듯한 평온함은 있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투영해볼 수 있을 작품이기에 읽어보길 추천한다. 

 

구스타프는 그저 아니나의 반짝임을 조금 나눠 갖고 싶었던 것뿐이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오로지 자기만을 위한 몫을. 그리고 자기도 아니나를 위한 반짝임을 언제나 간직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문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본문 2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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