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가 속한 세계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9
야스다 카나 지음, 고향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1년 1월
평점 :
로맨스를 다룬 애니메이션처럼 예쁜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 책입니다. 청소년 문학에서 자주 다루는 청소년들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하고 책을 읽었는데 전혀 색다른 내용에 놀랐네요. 사실 청소년 문학의 주제는 대부분 비슷한 내용입니다. 청소년들이 갖는 고민들이 비슷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같은 주제라 할지라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하고, 식상함도 없습니다. 바로 푸른숲주니어 《네가 속한 세계》가 그런 책이었습니다. 지금껏 읽어본 희망이라는 주제를 이 책에서는 두 주인공을 통해 색다른(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로 전달합니다.
공부를 잘하는 가즈마는 초등 저학년때는 칭찬을 받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서 겉돌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잘난체 한다는 이유로, 아빠가 의사이기에 부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이를 안 아버지는 사립 중학교에 가기를 권했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들어가기 어려운 명문 남학교에 들어가지만 뛰어난 아이들 틈에서 뒤쳐지다가 중3이 되서는 결국 공립으로 전학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더 강해져서 사립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라고 다그칩니다.
이쓰키네 가족은 초등 5학년 때 취한 상태로 산길을 달리다 벼랑 아내로 떨어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다행이 기초 생활 수급비를 받게 되면서 부족하지만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약한 엄마는 우울증에 걸렸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태어난 동생 육아와 집안일은 이쓰키의 몫이 되었습니다. 이후 기초 생활 수급비를 받는 아이라는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이쓰키는 스스로를 고립시킵니다. 더군다나 사회복지사의 말을 들은 이쓰키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저축을 할 수도 없고, 대학을 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모든 희망을 묻어버렸습니다.
물인 줄 알고 마셨는데 알고보니 매실주였던 탓에 잔뜩 취한 가즈마가 육교에서 절망하고 있을 때 이쓰키는 자살하려는 줄 알고 가즈마를 구해냅니다. 이쓰키는 자신이 자주 다니는 '카페 안식처'에 가즈마를 데려가고, 사립 중학교에서 뒤쳐져 전학왔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웠던 가즈마는 술에 취해 이를 발설하고 맙니다. 이쓰키는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자신을 따르는 아벨의 공부를 도와달라고 협박하지요. 그렇게 가즈마는 일주일에 두 번씩 카페에 오가며 아벨의 공부를 도와주면서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쓰키의 사정을 알게 된 가즈마는 기초 생활 수급비에 대해 알아보며, 이쓰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이쓰키는 새로운 희망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일련의 사고 인해 가즈마의 부모는 가즈마가 거짓말을 하며 카페를 드나드는 걸 알게 되고 가즈마는 절망에 빠집니다.
어찌 생각하면 나는 지금 자유로워진 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족을 철저히 배신하고 실망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이래야 한다-.'고 설정된 아들의 상을 산산이 박살내 버렸으니까. (중략)
마침내 풀려난 거다.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거다. (본문 210p)
가난하기에 꿈꿀 기회조차 빼앗기는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두 주인공은 꿈을 꿀 권리를 찾아나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초 생활 수급자에 대한 주변의 시선들이 얼마나 곱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 시선을 딛고 이쓰키가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서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지네요. 아벨과 이쓰키와 함께 하면서 집이 아닌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찾게 된 가즈마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내용으로 희망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전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어요. 이 책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부조리한 제도, 타인의 잘못된 시선, 부모의 강압적인 교육, 부모의 나약한 보육 등 다양한 측면으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희망''용기'가 무엇인가를 너무 잘 나타낸 책이기에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