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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반짝 ㅣ 라임 청소년 문학 46
라라 쉬츠작 지음,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0년 11월
평점 :
청소년 자식을 둔 부모인지라 아무래도 청소년 문학을 자주 접하게 된다. 다양한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을 읽는 편이지만 특히 라임 《청소년 문학》시리즈는 꼭 챙겨읽는 편이다. 다양한 주제로 청소년의 고민들을 잘 풀어낸 시리즈인 탓인데 이번에 읽어보게 된 《사랑이 반짝》은 청소년들의 고민 중의 하나인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물론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는 탓에 식상한 주제인만큼 내용면에서도 특별함을 기대하기는 어렵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 풀어내고 있다.
유방암일까봐 걱정하는 이제 막 가슴이 자라기 시작한 열네 살의 생일을 앞둔 구스타프는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결심한 소녀이다. 구스타프는 요즘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부모님의 갈등, 사춘기로 까칠하고 온통 남자 생각 뿐인 언니들, 단짝이었지만 남자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이 반짝거리기 시작한 아니나와의 관계 등으로 일상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름방학이 되면 항상 덴마트에서 여행을 보냈었지만, 이번 여름방학에는 부모님의 갈등으로 인해 여행이 취소되었다. 더군다나 엄마는 친구 마렌을 만나기 위해 마요르카로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된 탓에 이제 방학동안 구스타프는 무력한 아빠와 신경질적인 언니들과 지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비록 치매를 앓고 있지만 늘 함께했던 반려견 모래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다. 무료한 방학을 보내기 위해 가게 된 시내의 야외 수영장에서 구스타프는 공병을 모으고 있는 전학생 문을 만나게 된다. 구스타프는 문이 자꾸 신경쓰이게 되고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진다.
"우리는 어차피 반쪽인 채로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는 이론이 있어. 원래는 하나였는데 반으로 나뉘었대. 그래서 돌아다니면서 사라진 반쪽을 찾는다는 거야. 그 반쪽을 발견해야만 온전하다고 느낀다나?" (본문 118p)
《사랑이 반짝》은 이제 막 사춘기를 시작한 구스타프의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만, 그 안에는 권태기를 느끼는 중년 부부의 이야기와 친구와의 사랑, 반려동물과의 사랑까지도 잘 녹여내고 있는 작품이다. 아니나의 반짝거림이 제임스 때문이라는 사실에 절친에게 "너희가 짝짓기에 열 올리는 모습 지켜보는 거 정말 토할 것 같아."(본문 33p)라며 화를 냈던 구스타프는 그 반짝거림이 제임스로 인한 것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가족, 친구, 이성 등의 복잡미묘한 사춘기의 심리를 구스타프를 통해 잘 녹여낸 작품이다. 스펙타클함은 없지만 잔잔한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주는 듯한 평온함은 있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투영해볼 수 있을 작품이기에 읽어보길 추천한다.
구스타프는 그저 아니나의 반짝임을 조금 나눠 갖고 싶었던 것뿐이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오로지 자기만을 위한 몫을. 그리고 자기도 아니나를 위한 반짝임을 언제나 간직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문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본문 20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