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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엄마 ㅣ 단비어린이 문학
신은영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월
평점 :
두 아이를 품에 꼭 안은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표지가 정말 따뜻하게 느껴지는 동화책입니다. 책 제목과 표지만으로는 어떤 내용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던 터라, 책을 읽으면서 훅 들어온 예상치 못한 감동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이 추운 겨울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동화책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주인공 랑이는 진주가 자신의 간식 사먹을 돈을 포기하고 길고양이들을 챙겨 주는 진주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얀 솜털뭉치의 새끼 고양이를 제 볼에 비비는 진주를 보니 순간 부러워지긴 했지요. 엄마와 동생과 달리 랑이와 아빠는 동물을 싫어해서 솜털뭉치의 털을 어루만져 보고 싶었지만 손만 움찔거릴 뿐이었죠. 그렇게 진주와 헤어져 집을 가던 랑이는 엄마가 다쳐서 병원에 있다는 아빠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아빠는 엄마가 뭘 사러 가다가 사고가 난 것 같다며 동생 솔이를 잘 챙기고 있으라며 서둘러 전화를 끝습니다.
내일이 자신의 생일이라 케이크를 찾으러 가다가 사고가 난 게 아닐까 싶어 랑이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그러다 난데없는 경적 소리에 급히 몸을 돌리니 자동차 한 대가 다가오는 중이었죠. 랑이는 얼른 벾에 붙었지만, 얼룩덜룩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는 그대로 앉아 있네요. 화가 난 운전자 아주머니가 고양이에게 물건을 집어던지는 게 불쌍해서 랑이는 초코파이로 새끼 고양이를 유인하여 구해냅니다. 집에 돌아와 솔이를 돌보던 랑이는 아빠에게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슬픔에 젖어있는 두 아이에게 이모는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엄마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할거라고 이야기해줍니다.
"별의 내부에서 나온 원자들이 생명이 되었고, 진화를 거둡한 거지. 그 진화 중에 인간도 있었고 말이야. 그러니까 원자가 모여서 생명이 되었다가, 흩어지면 죽는거지. 그런데 그 흩어진 원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또 다른 형태로 어딘가 존재할 거란 말이지. 진짜로 살아 있다는 뜻이 아니라, 흩어졌던 원자가 모여서 다른 존재가 될런지도 모른다는 거야.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는 뜻이지. 우리가 게속 사랑하기만 한다면,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지 않을까? 저렇게 멀리 떨어진 별들도 우리와 연결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본문 40,41p)
그렇게 엄마를 떠나보내고 일주일이 지나고, 아이들은 엄마가 좋아했던 여일당이라는 이름을 지닌 한옥집에서 늦게 오는 아빠를 기다립니다. 엄마가 떠난 후 아빠는 일부러 더 일에 매달렸어요. 랑이, 솔이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주방에서 늘 허둥대는 자신의 모습도 싫었고, 식탁에 둘러앉아 텅 빈 엄마 자리를 마주하는 것도 불편한 탓에 아빠는 일을 핑계 삼아 집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있었죠. 그렇게 아빠를 기다리던 두 아이는 마당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그 고양이는 일전에 랑이가 구해준 새끼 고양이였고, 솔이는 대번에 고양이를 마음에 들어했죠. 동물을 싫어하는 아빠를 피해 두 아이는 고양이에게 얼룩소라는 이름을 붙혀주고 돌보아주었죠. 그런데 이 새끼 고양이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 의자에 앉아 마당을 내다보았고, 어디선가 엄마의 물건을 찾아오곤 했지요. 솔이는 얼룩소가 엄마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돌보는 걸 아빠에게 들키게 되고 아빠는 얼룩소를 길고양이 보호소에 보내기로 합니다.
이 동화책은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담뿍 담겨져 있기에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읽어봐야 할 것만 같아요. 아이들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 약간의 판타지를 섞어 잘 그려진 작품입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슬픔을 이해시킨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이 동화책은 이야기를 통해 엄마를 잃는 아이들에게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저도 랑이처럼 고양이 만지는 걸 무서워하는 편인데, 왠지 이 책을 읽고나니 고양이가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오늘부터는 길고양이를 만나면 눈인사라도 건네봐야겠습니다. 그 고양이 역시 누군가의 그리움일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