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칸트의 황금 복숭아 - 대당제국의 이국적 수입 문화
에드워드 H. 셰이퍼 지음, 이호영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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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이라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일종의 박물지 느낌이랄까?

중앙아시아의 사막 지역까지 세력권을 넓힌 대제국있던 만큼 온갖 기이한 물건과 문화들이 소개되고 그만큼 당의 문화도 다채롭고 풍성해졌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양의 서양처럼 상공업이 주도권을 잡는 상업 제국은 전혀 아니었고 황제라는 강력한 전제 군주가 넉넉한 마음으로 온갖 이국적인 것을 다 품어 주는 느낌이다.

현대인의 관점으로 보는 개방성과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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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고고학 - 선사시대 폭력의 민낯 한강문화재연구원 학술총서 11
장 길렌.장 자미트 지음, 박성진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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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신간 신청했던 책인데 대학 교재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그런데 역자 서문에도 나온 것처럼 이 책은 프랑스 고고학자가 대중서로 쓴 책이고 내가 읽어 봐도 일반인이 읽기 쉽게 잘 쓰여진 교양서로 보인다.

왜 도서관 사서는 이 책을 대학교 교과서로 판단한 걸까?

책은 아주아주 흥미롭다.

역자가 고고학 전공자이고 프랑스에 유학까지 하신 분이라 번역도 매끄럽고 역주도 성실하게 달아서 읽는데 도움이 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앞서 읽은 <원시전쟁>과 주제는 똑같지만 미국책들이 하나의 이론을 정립하고 현대 사회의 관점에서 분명한 결론을 내리는 반면, 프랑스 책은 당시의 고고학 현장을 보여주는 데 더 중점을 둔다는 역자의 의견이다.

그래서인가 평화롭고 착한 야만인은 없었다는 선사시대 폭력성에 대한 결론은 같으면서도 <원시전쟁>이 뭔가 시원했던 반면 이 책은 재밌으면서도 약간 모호한 느낌이 든다.

하나의 유적을 두고도 여러 해석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은 아무래도 명쾌한 결론을 원하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한 해석을 이해할 수준이 안 되는 탓에 좀더 단순한 결론을 바라게 된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본성이 호모 사피엔스 이후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재된 폭력성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오히려 사회적 규칙이나 합의가 완성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 폭력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시대 법을 다룬 책만 읽어 봐도 일상 생활의 폭력성에 깜짝 놀라게 된다.

힘을 가진 권력층이 서민에게 일방적으로 행하는 폭력은 물론이고, 같은 서민들끼리도 언성을 높이다 쉽게 살인을 저지르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정 폭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고 만연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함께 살기 위해 수많은 규칙이 정해지고 지나친 폭력성을 지닌 사람들을 배제시킴으로써 안정을 추구해 온 덕분에 현대인들이 온순해 보이는 것일 뿐 인간에게 내제된 좋은 의미의 투지와 전사 본능은 당연해 보인다.

목이 잘리고 화살촉이 박혀 집단 살해된 무덤들이 이렇게나 많이 발견됐나 놀랍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시신을 버려두지 않고 한꺼번에 매장을 했다는 것도 신기하다.

시신에 대한 식인 행위도 종종 행해졌는데 영양 섭취를 위해서인지 의례 행위인지는 구분이 쉽지 않으나 중요한 것은 둘 다 가능하다는 점이다.

긴뼈를 갈라 골수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의례 행위로 죽은 동료의 뇌를 먹다가 광우병에 걸린 부족의 예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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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0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21-07-21 11:47   좋아요 0 | URL
제가 이용하는 도서관이 두 군데인데 다른 구에서 희망도서로 선정해 줘서 감사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무척 재밌어요. <원시전쟁>과 주제는 똑같은데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요. 역자가 처음에 밝힌대로 미국과 프랑스 학계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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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신간에 계속 밀렸고, 드디어 읽게 됐다.

서양 기자가 쓴 책인가 보다.

약간 시의성에 떨어지는 얘기도 있지만 전 세계를 다 아우르면서도 통일성을 갖고 비교적 응집력 있게 기술한 것 같아 만족한다.

한국과 일본에 관한 챕터가 따로 있어 관심을 갖고 먼저 읽었는데 너무 피상적이라 아쉽다.

특별히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용감하게 북한이 왕조 국가이고 정치범 수용소가 있는 최악의 인권 탄압 국가라 명시한 것은 인상적이다.

북한 뿐 아니라 이슬람 국가들의 인권 의식을 비판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에드워드 사이드 식의 오리엔탈리즘으로 비판받을까 두려워 보편적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일갈이다.

중국의 티베트 점령이나 신장 위구르 탄압에 대해서는 안보라는 중국적 관점을 견지하는 점도 특이했다.

단순히 서방 기자들처럼 인권만 떠드는 게 아니라 왜 중국이 강력한 태도를 취하는지에 대해 오랜 집단주의 역사관과 지리적 특성을 덧붙여 설명한다.

역시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것은 지리인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대로 미국은 축복받은 나라 같다.

하천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가 교역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큰 폭포와 거친 강이 있는 아프리카, 남미의 강은 오히려 국토 발전을 저해한 측면이 있다.

반대로 미국의 미시시피 강 같은 경우는 내륙 수송을 아주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이 하천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교역을 통해 성장했다.

역시 지리가 국운에 중요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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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의 배신 - 길들이기, 정착생활, 국가의 기원에 관한 대항서사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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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을 때의 기쁨이란!

큰 기대없이 그냥 고른 책인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훌륭한 석학들의 책은 수준과 상관없이 논리적 흐름의 일관성과 광범위한 지식 체계를 하나의 주제로 응집시키는 힘이 대단해 마치 한 편의 재밌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사람을 빨아 들이는 것 같다.

시간이 없어 한 번에 쭉 읽지 못하고 조금씩 토막내서 읽었는데도 앞뒤 맥락이 전혀 끊기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역자 후기에 쓰인대로 번역하는데 고생을 좀 했을 것 같다.

약간은 어색한 번역투의 문장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독자에게 하고자 하는 주제들이 잘 전달된다.

제목만 조금더 인상적으로 지었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훌륭한 책의 진가가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제목이 아쉽다.

앞서 읽은 일본인 학자의 <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와는 다른 관점의 책이라 비교가 되니 더욱 흥미롭다.

사실 이 책의 주장에 100% 전부 공감하는 건 아니다.

저자는 국가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절대적인 권한을 인류 초기 시대부터 행사했던 것은 아님을 밝힌다.

우리가 야만이라고 명명하던 시대는 사실 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있었을 뿐 우리가 생각하는 암흑과 무질서의 세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역자가 밝힌 바대로 나 역시 유목민이라고 하면 막연히 제대도 된 문화도 없이 떠돌아 다니는 무리라고만 생각했었다.

오히려 그런 유목민들이 어떻게 몽골과 청나라 같은 거대한 국가를 이루게 됐나 그 점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우리의 편견이고 최근까지도 (저자에 따르면 1600년 전까지) 국가는 그저 곡물을 세금으로 징수할 수 있는 극히 적은 부위만 통제하고 있었을 뿐 그 주변은 자유로운 변방인들의 세상이었다는 것이다.

농경의 시작과 함께 국가가 생긴 것이 아니고, 농경 이외의 다양한 방법으로 여전히 살아가는 집단들이 국가의 변방에 존재했고, 오히려 국가는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농민들이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게 하려고 방벽을 세웠고 부족한 인구를 보충하기 위해 전쟁을 수행했다고 본다.

전쟁은 자산의 획득, 그 중에서도 특히 노예를 획득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역사를 봐도 노비제가 19세기까지 존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노동력이 가장 큰 생산의 원천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노예제가 사라지고 인류가 평등하다는 것이 당연시 된 것은 생산의 원천이 인간이 아닌 기계로 대체됐기 때문에 더이상 노예제는 효율적이지 못하게 바뀐 탓이리라.

농경의 확산과 국가의 기원과 유지, 그리고 야만의 정의에 대해 살펴본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좋은 책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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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나카오 사스케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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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 문고 시리즈 너무 좋다.

200 페이 정도의 짧은 분량이면서도 수준이 상당하다.

주제를 압축시켜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느낌이다.

분량이 적어서 가볍게 생각하고 고른 책인데 솔직히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이런 쪽은 내가 정말 약한 분야다.

열심히 옮겨 적으면서 읽다 보니 거의 절반은 필사한 것 같다.

핵심 문장만 옮기다 보면 애매해지는 느낌이라 앞뒤 문장을 같이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거의 한 페이지를 다 옮기 쓰는 식이 되버린다.

팔만 안 아프면 필사는 아주 좋은 집중 독서 방식인데 정말 힘들다.

문화의 원래 뜻이 단순히 교양이나 사회 제도, 예술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직접 농사를 짓는 재배라고 밝힌다.

농경의 시작이 바로 인류 문화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야생벼와 밀 같은 잡곡이 어떻게 인간에 의해 품종 개량을 하고 식량으로 재배되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그러고 보면 신석기인들은 경험을 통해 터득한 놀라운 육종가였던 셈이다.

벼를 중심으로 한 사바나 농경문화, 밀을 중심으로 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지중해 농경문화, 타로감자와 바나나, 얌 등을 재배한 근재 농경문화, 옥수수 중심의 신대륙 문화 이 넷으로 나뉜다.

보통 농사의 시작은 메소포타미아의 밀 재배로 알려졌지만 저자는 이 네 문화가 독립적으로 발전했고 가장 빠른 시작은 말레이 지역의 열대 우림이라고 한다.

타로감자, 사탕수수, 바나나, 얌 이 네 가지 식물, 즉 근재 농경문화가 생산성이 가장 높았고 종자를 심는 게 아닌 영양번식 등의 무생식 농업이 먼저 일어났다는 것이다.

생산성이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문화적으로는 가장 뒤쳐졌다는 점이 아이러니 하다.

요즘 한국에서도 쌀 소비량이 줄어서 큰일이라는데 저자는 소맥에 비해 쌀의 식감이 월등해 앞으로는 식량의 대세를 이룰 거라 전망한다.

또 사탕수수의 칼로리가 매우 높아 열대 농업 지역이 발전하면 미래의 주요 식량으로 떠오를 거라는데 사탕수수가 설탕 외의 식량으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 약간 의아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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