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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신부 (2disc)
임찬상 감독, 신민아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본 영화 한 편.
결혼기념일이라 모처럼 남편과 호텔에 가서 하룻밤 자면서 마침 TV에서 이 영화가 나오길래 같이 봤다.
생각보다 재밌다.
제목부터 좀 유치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기자기 하고 대사의 맛을 잘 살려 흥미롭게 봤다.
여주인공 신민아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남주인공 조정석도 처음에 대사가 좀 어버버 해서 전달력이 떨어진 것 빼고는 소시민적 남성상을 잘 그려낸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친구들은 좀 산만하다.
긴장 관계를 일으키는 윤정희 캐릭터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결혼 전에 봤으면 별 재미가 없었을텐데 만 5년의 결혼 생활 끝에 본 영화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이 공감했다.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처음에는 알콩달콩 행복한 신혼을 영위하지만 같이 살면서 사소한 것들이 부딪치기 시작하고 내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의 무신경함에 서운하게 되고 소소한 갈등이라도 누적되게 되면 대체 왜 이 사람과 결혼해서 우울한 삶을 사는 건가 회의가 든다.
그런 회의감이 오래 가면 자연스럽게 헤어질까 이런 생각도 해 보고, 그러다 보면 행복했던 시절, 열렬히 사랑했던 지난 날이 떠올라 다시 미안해지고 그런 패턴의 반복이 계속 되는 것 같다.
전에는 신혼 부부가 치약을 밑에서부터 짜서 쓰지 않는다는 걸로 싸우는 장면을 보고, 누가 저런 허접한 걸로 싸우냐, 비현실적이다 생각했는데 정말 결혼해 보니 그런 사소한 일로 맨날 다투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불 끄는 문제로 정말 많이 다퉜다.
남편은 집에 오면 온 방의 불을 전부 켜고, 끌 줄을 모른다.
나는 전기나 가스불에 약간의 강박증이 있는 사람이라 콘센트마다 중간 차단기까지 전부 설치해 놓을 정도라 이 문제로 정말 많이 싸웠다.
반복되다 보면 날 무시하나, 왜 내가 그렇게 강조해서 말하는데도 그게 뭐가 힘들다고 안 해 주나, 날 사랑한다면 그 정도 작은 습관은 고쳐 줄 수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이 이어져 싸움이 커진다.
지금은 그냥 포기하고 산다.
남편 말에 따르면 전기세 엄청 싸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막 쓰라고 해서 전기세가 무려 한 달에 10만원이 나오는데 그걸 포기하고 나니 싸울 일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영화에서는 이런 작은 감정 싸움들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준다.
남주인공이 시인으로 등단하고 여주인공은 잊고 있던 꿈을 찾아 화가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먼 판타지에 불과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그런 촌스러운 결말은 아니었지만, 누구나 뻔히 예측할 수 있는 결론, 아이 낳아 열심히 사는 걸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