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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 바이킹의 바다, 북유럽의 숨겨진 보석 ㅣ KMI 세계의 바다 시리즈 1
김융희 외 지음 / 바다위의정원 / 2017년 10월
평점 :
정말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는 막연히 바이킹 이야기 내지는 발트해 연안 나라들의 역사 이야기인가 했다.
그런데 막상 실물을 받아보니 300 페이지 정도의 적은 분량이지만 도판이 정말 선명하고 여러 필자들이 모여 발트해의 역사와 각 나라들의 문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써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The Ocean>이라는 잡지에서 발간한 책이라고 한다.
출판 양식이 너무 신선해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막연히 발트해라고 하면 바이킹의 나라, 추운 북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한자 동맹으로 대표되는 중계무역의 꽃이었다.
대서양 무역만 조명됐던지라 그 윗쪽에 이렇게 활발한 무역이 이루어졌는지 처음 알았다.
확실히 나도 서유럽 중심의 세계사를 배우긴 한 모양이다.
박물관 소개나 예테보리와 말뫼의 도시 재생 사업, 크루즈 여행 등도 역사 못지 않게 흥미로웠다.
도자기와 청어 요리 소개도 신선했다.
조용준씨의 유럽 도자기 여행을 참 재밌게 읽었는데 여기 실린 글은 그 책에서 그대로 가져와 다소 아쉽지만 너무나 매혹적인 북유럽 도자기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잡지사에서 만든 책이라 그런가 도판이 정말 훌륭하다.
<인상깊은 구절>
82p
러시아산 곡물이 노동자의 가계에 가장 중요한 식비를 안정시켜 임금 상승의 동기를 지연함으로써 영국의 산업혁명이 순항할 수 있게 도운 셈이었다. ... 값싼 폴란드산 곡믈이 아니었다면 네덜란드는 더 많은 인력과 자본을 농업에 투입해야 했을 것이고, 러시아의 목재, 아마, 대마 없이 영국의 세계 항해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러시아의 수지, 곡물 등이 없었다면 영국의 산업혁명은 좀 더 지체됐을 것이다.
100p
1830년과 1848년에 프랑스 파리의 시민은 정부군을 무력으로 제압해서 혁명을 일으켰다. 이때만 해도 정부군과 봉기 시민의 무장에는 큰 격차가 없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는 1871년 파리코뮌이 보여주듯 봉기 세력이 아무리 용감하더라도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기술을 응용해 만든 첨단 무기로 무장한 정부군을 이길 수 없게 되었다. 시민이 군대를 무력으로 제압하던 시대는 지나갔지만, 이때의 군대는 용병대가 아니라 국민개병제 원칙에 따라 징집된 국민군이었다. 계기만 마련되면 국민군이 시민 편에 설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았다. 20세기 군대는 혁명 세력에게 제압이 아닌 회유의 대상이었다. 지난 300년 동안 그토록 굳건히 체제를 지켜온 군대가 1917년에는 오히려 체제를 무너뜨리는 혁명의 진앙이 되었다.
271p
르네상스 시대의 상인이 직물산업 위에 피렌체를 세웠듯이, 네덜란드는 16세기 말 상인 자본으로 청어산업 위에 근대국가를 세우고 에스파냐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