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 20개의 언어로 떠나는 세계 문명기행
가스통 도렌 지음, 김승경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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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쪽은 내가 어려워 하는 부분이라 약간 긴장했는데 생각보다는 재밌게 읽었다.

옮겨 적는데 시간이 꽤 걸리지만 다시 한 번 음미해 볼 수 있고 베껴 쓰다 보면 좀 더 정확히 이해되는 것 같아 좋긴 한데 정말로 힘들다.

왜 수도원에서 수사들에게 책을 베껴 쓰는 일을 시켰는지 충분히 이해가 갈 정도다.

나는 손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자판으로 옮기는데도 손가락이 너무 아프다.

인상적인 문장 한 부분만 표시를 해 두고 옮겨 적는데 적다 보면 맥락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앞뒤 문장도 계속 옮기다 보니 시간이 한도 없이 늘어나게 되는 게 문제다.

필사는 충분히 가치가 있으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책도 꽤 많은 부분을 옮겨 적었고 언어와 문자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바벨이라는 제목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언어 20가지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한국어도 19위에 랭크됐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큰 나라인 모양이다.

나는 성격이 급해 책도 매우 빨리 읽는지라 영어책 같은 걸 못 본다.

빨리 읽고 싶은데 독해력이 부족하니 답답해서 포기해 버리는 식이다.

그래서 한글의 발명이 너무나 대단하게 생각되고 세종대왕에게 정말로 무한히 감사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문자란 마치 언어와 같아서 필요에 의해 다양하게 변화될 수 있는 듯하다.

아주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발명이라기 보다는 말을 글로 남기기 위한 다양한 수단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글만 독창적인 발명품이라 생각했는데 각 민족마다 자기들이 쓰는 언어를 글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문자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인도 같은 경우 워낙 언어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 언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자도 매우 많다.

아랍 문자 같은 경우 자음으로만 되어 있는 게 이해가 안 되고 후진적인 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놀랍게도 모음이 별로 없는 자음 위주 언어이기 때문에 굳이 표기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모든 언어가 자음과 모음이 똑같이 필요한 게 아닌 모양이다.

서양 언어의 경우도 알파벳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자신들의 언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문자가 자동차 같은 발명품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한국어에 가장 알맞는 한글이라는 익히기 쉬운 표현도구가 있다는 점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중국어를 정확히 발음하기 위한 일종의 발음기호로 만들었다는 말도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로 다양한 소리가를 적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같다.


<오류>

143p

가장 중대한 사건은 17세기 아랍인들이 페르시아로 들여온 이슬람교의 발흥이다.

-> 17세기가 아니라 7세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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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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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전문적인 학자가 아니라 앞서 읽은 각종 실록 시리즈에서도 충분히 실망을 했기 때문에 안 읽으려고 했는데 역시나 흥미로운 주제 때문에 고르게 됐다.

소재는 참 흥미롭지만 실록에 나와 있는 사례들 소개에 그치고 있어 조선시대 의학사에 대해 정보를 얻기는 매우 어렵다.

기억에 남는 저자의 주장을 굳이 들자면 조선시대 왕들이 비교적 단명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꼽았다는 점이다.

종기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는 자주 언급된데 비해 만기친람 해야 하는 왕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사인으로 꼽은 경우는 많이 못 본 것 같아 신선하다.

유일하게 왕위에 있으면서 회갑을 맞은 이가 영조 뿐인데 온갖 스트레스를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풀어서 해소한 덕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남 앞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지만 자기 본모습을 드러내도 되는 가족 앞에서는 마음껏 화를 발산한 게 아닐지.

영조는 정신분석학적으로도 연구해 볼 흥미로운 케이스 같다.

60대 이상 산 왕들 중 정종과 광해군, 고종은 왕위에서 물러난 후 장수했다는 점도 의미있는 분석 같다.

정종은 동생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했고, 광해군은 반정으로 쫓겨나 그 험하다는 제주에서 평생을 보냈으며, 고종도 나라를 외세에 빼앗기고 하야했으니 울분이 많았을 것 같은데도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천수를 누린 게 아닐까 싶다.

실록의 기록이 워낙 단편적이니 조선시대 의학사에 대해 알기는 쉬운 일이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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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역사지리학자와 함께 떠나는 걷기여행 특강 1
이현군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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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런 책들은 그만 읽어야겠다.

비슷한 수준의 옛 지리 이야기들이 반복되어 신선하지가 않다.

목표 권수를 채우려고 가벼운 책을 골랐는데 너무 진부한 내용들이라 아쉽다.

분단으로 나눠져 옛 수도인 평양과 개성을 가보지 못함은 무척 아쉽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수도로 자리잡고 가장 가까운 시대의 수도였던 만큼 서울의 옛 지형들이 자세히 연구되고 직접 가볼 수 있는 점은 참 좋다.

남산 올라갈 때 걸었던 성곽이 기억에 남는다.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보여 시원하면서도 그냥 걸어도 힘든 이 산길에 돌을 쌓아 성곽을 지으려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옛 사람들의 고단함도 느껴졌다.

기계의 힘 없이 순전히 사람이 등에 지고 날라서 완성했을텐데.

기회가 되면 성곽 답사도 좋을 것 같다.


<인상깊은 구절>

136p

원래 조선 초기에는 도성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산성과 남한산성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산성입니다. 도성은 궁성, 내성, 외성의 3중 구조로 형성되는 것이 원칙인데 한성은 궁성과 내성에 해당하는 도성만 있는 상태로 세워졌고 외성은 없었습니다. 조선시대 도성은 군사적 목적, 즉 전투를 위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도성만 있던 상황에서 왜란, 호란, 이괄의 난 등 전란이 발생합니다. 전란의 경험을 통해 도성은 군사적 방어기능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죠. 뿐만 아니라 명나라가 건재한 상황에서는 조선과 중국의 우호적 관계 때문에 한성부 서북부 지역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병자호란이 발생하고 도성을 방어할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죠. 그래서 전란을 겪은 이후 조선 후기에 도성을 재정비하느냐 아니면 산성을 새로 구축하느냐에 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결국 도성 재정비와 산성 구축이 함께 이루어지게 되는데, 북한산성은 숙종 대에 완성됩니다. 그리고 북한산성과 한양 도성을 연결하기 위해 탕춘대성을 만들게 됩니다. 

214p

서울의 시가지 확산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이었겠습니까? 바로 도성이라는 물리적 장애입니다. 한양 도성은 북악, 인왕, 남산, 낙산을 연결해서 쌓았고 그 안에 분지가 도성 안이었죠. 성 밖이 시가지화되는 것은 바로 자연지형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분지를 넘어 시가지가 확산되는 것이죠. 결국, 인구 증가와 시가지 확산에 따라 도성이 해체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일제에 의한 도성 파괴는 도성 계획상의 장애 제거와 조선의 상징물 해체라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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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문자를 찾아서 - 문자 덕후의 발랄한 세계 문자 안내서
마쓰 구쓰타로 지음, 박성민 옮김 / 눌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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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깜찍하고 예쁜데 솔직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발간된 책들을 보면 확실히 이 사람들은 오타쿠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알라딘 신간 코너에 제목만 대충 보고 세계 문자의 기원에 관한 책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한 문자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야겠다.

한글에 너무 익숙해서인가, 어떤 문자를 봐도 한글 외에는 전부 낯설고 어려고 저자와는 달리 배우고 싶은 생각이 1도 안 생긴다.

성격이 급하고 많은 지식을 흡수하고 싶은데 한글처럼 한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아 더 그런 탓도 이는 듯하다.

빨리 읽기에 대한 강박 때문에 찬찬히 글을 보지 않아서 외국어를 더욱 싫어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문자나 언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리스 문자에 자음이 추가된 것이 대단한 발명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아랍어는 모음이 별로 없어 자음만으로도 충분히 뜻이 표현된다고 하니 언어의 세계는 과연 넓다.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우리 한글을 마치 발음기호와도 같다는 저자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쓰지 못하는 말이 없다고 한 모양이다.

세종대왕이 중국어 발음을 확실히 표시하기 위해 한글을 발명했다는 말도 얼핏 진실이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문자란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일종의 약속이므로 언어에 맞는 다양한 문자들을 나름대로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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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가야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3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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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백제편은 뻔하다는 느낌이 들어 다소 실망스러웠던 반면, 이번 가야편은 기대 이상으로 유익했다.

한 편의 책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느낌이나 남의 학설 늘어놓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나의 생각, 나의 주장,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설명하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한 책이다.

저자는 전문적인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위키백과에서 볼만한 자료들을 긁어 모아 편집북 수준으로 만드는 일부 저자들과는 한차원 높은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청화자기 책 읽었을 때부터 실망시키지 않는 분이다.

내친 김에 이 시리즈도 쭉 읽어 봐야겠다.

여담이지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 같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무엇보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독서의 적은 유튜브 같은 오락보다는 일상의 크고 작은 복잡한 문제들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근심 걱정 없이 책만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천국에서나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천국은 거대한 도서관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책은 지상에도 넘치게 많아 굳이 천국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골라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가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3국에 비해 거의 모르는 편이라 금방 정리가 안 됐다.

낙랑-가야-왜의 무역로를 장악하고 철기를 수출하고 중국 문화를 수입해 오는 과정에서 금관가야가 낙동강 수로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주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참조도서를 보니 과연 그 전시회 도록이 있어서 반가웠다.

그 때도 도록을 읽으면서 가야의 실체가 바로 이런 중계무역이었구나, 너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낙랑과 대방이 고구려에 의해 쫓겨난 후 내륙 수로가 막히자 자연스레 가야도 무역로를 상실하고 쇠퇴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신라에게 밀리는데 이 때 400년 고구려 광개토왕의 원정이 결정타가 되어 결국 금관가야는 신라에게 합병되고 만다.

저자의 주장 중에서 눈에 번쩍 띄었던 것은, 김수로왕 신화에 나오는 6가야가 가야 당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0세기 무렵 신라 말기에 김해 지역 호족들이 조상 숭조 과정에서 너도나도 자기 조상들을 끼워 넣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6가야가 원래 있었던 게 아니고 나중에 만들어진 신화라는 점이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 놓아라, 는 구지가를 별주부전과 연결시킨 점도 독특하다.

신라의 성씨 김이 원래는 금이었는데 황금의 나라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점도 신선하다.

좀 더 가야에 대해 공부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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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明 2021-07-2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0년대 이후로 육가야라는 개념은 역사학계에서 비판을 받아서 거의 쓰이지 않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