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고고학 - 선사시대 폭력의 민낯 한강문화재연구원 학술총서 11
장 길렌.장 자미트 지음, 박성진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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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신간 신청했던 책인데 대학 교재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그런데 역자 서문에도 나온 것처럼 이 책은 프랑스 고고학자가 대중서로 쓴 책이고 내가 읽어 봐도 일반인이 읽기 쉽게 잘 쓰여진 교양서로 보인다.

왜 도서관 사서는 이 책을 대학교 교과서로 판단한 걸까?

책은 아주아주 흥미롭다.

역자가 고고학 전공자이고 프랑스에 유학까지 하신 분이라 번역도 매끄럽고 역주도 성실하게 달아서 읽는데 도움이 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앞서 읽은 <원시전쟁>과 주제는 똑같지만 미국책들이 하나의 이론을 정립하고 현대 사회의 관점에서 분명한 결론을 내리는 반면, 프랑스 책은 당시의 고고학 현장을 보여주는 데 더 중점을 둔다는 역자의 의견이다.

그래서인가 평화롭고 착한 야만인은 없었다는 선사시대 폭력성에 대한 결론은 같으면서도 <원시전쟁>이 뭔가 시원했던 반면 이 책은 재밌으면서도 약간 모호한 느낌이 든다.

하나의 유적을 두고도 여러 해석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은 아무래도 명쾌한 결론을 원하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한 해석을 이해할 수준이 안 되는 탓에 좀더 단순한 결론을 바라게 된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본성이 호모 사피엔스 이후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재된 폭력성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오히려 사회적 규칙이나 합의가 완성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면 폭력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시대 법을 다룬 책만 읽어 봐도 일상 생활의 폭력성에 깜짝 놀라게 된다.

힘을 가진 권력층이 서민에게 일방적으로 행하는 폭력은 물론이고, 같은 서민들끼리도 언성을 높이다 쉽게 살인을 저지르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정 폭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고 만연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함께 살기 위해 수많은 규칙이 정해지고 지나친 폭력성을 지닌 사람들을 배제시킴으로써 안정을 추구해 온 덕분에 현대인들이 온순해 보이는 것일 뿐 인간에게 내제된 좋은 의미의 투지와 전사 본능은 당연해 보인다.

목이 잘리고 화살촉이 박혀 집단 살해된 무덤들이 이렇게나 많이 발견됐나 놀랍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시신을 버려두지 않고 한꺼번에 매장을 했다는 것도 신기하다.

시신에 대한 식인 행위도 종종 행해졌는데 영양 섭취를 위해서인지 의례 행위인지는 구분이 쉽지 않으나 중요한 것은 둘 다 가능하다는 점이다.

긴뼈를 갈라 골수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의례 행위로 죽은 동료의 뇌를 먹다가 광우병에 걸린 부족의 예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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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0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21-07-21 11:47   좋아요 0 | URL
제가 이용하는 도서관이 두 군데인데 다른 구에서 희망도서로 선정해 줘서 감사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무척 재밌어요. <원시전쟁>과 주제는 똑같은데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요. 역자가 처음에 밝힌대로 미국과 프랑스 학계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