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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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어쩌면 추앙받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누명이란 작품은 작가 스스로 자신의 80여 편의 작품 가운데 베스트 10 가운데 하나로 뽑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50번째 장편작품이기도 한 이 작품은 크리스티가 창조한 대표적 명탐정 포와로도 마플 양도 나오지 않는 작품입니다. 그럼 누구 탐정 역할을 할까요? 바로 아서 캘거리라는 사람이랍니다.

 

소설은 캘거리 박사가 서니 포인트란 저택으로 향하며 시작됩니다. 그곳은 아질 가문의 저택인데, 23녀를 둔 아질 가족이 사는 곳으로 아질 부인이 살해된 곳입니다. 아질 부인을 죽인 범인으로 평소 품행이 좋지 않던 막내아들이 지목되었고, 막내아들은 그만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시간이 흘러 끔찍하던 상처가 아물어가던 저택에 캘거리 박사가 찾아와 놀라운 사실을 전합니다.

 

막내아들은 법정에서 자신의 알리바이를 주장하며, 자신을 태워준 차량이 있음을 강하게 주장했었지만, 결국 차량 운전자가 나타나지 않음으로 범인으로 몰려 감옥에서 죽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캘거리 박사는 뒤늦게 바로 자신이 그 운전자임을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캘거리 박사는 사건이 벌어지던 그 시간 막내아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줬고(그로 인해 막내아들은 사건 현장에 있을 수 없다는 알리바이가 형성됩니다.), 그 뒤 사고를 당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며, 그 뒤 남극 탐험단에 곧바로 참여하여 2년간 남극에 다녀온 상태입니다. 그랬기에 영국 전역을 뒤흔든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겁니다.

 

이렇게 캘거리 박사는 감옥에서 죽어간 아들의 누명을 벗겨주는데. 문제는 이로 인해 아질 가정은 또 다른 상황에 직면합니다. 막내아들이 누명을 썼다면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인걸까요? 외부에서 범인이 들어올 수 없는 저택의 상황. 그렇다면 당시 저택 안에 있던 가족이나 관계자 가운데 범인이 있다는 뜻인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이로 인해 가족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크리스티가 창조한 대표적 명탐정 포와로도 마플 양도 나오지 않는 작품, 그 빈칸을 캘거리가 멋지게 채워줍니다. 과연 캘거리는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던 아질 부인은 그렇게 죽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평생을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사용했던 부인이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가정의 23녀 역시 어려운 상황 가운데 처한 아이들을 입양하여 자신의 아이로 성심껏 양육한 부인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부인에게는 이들 아이들이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부인의 그늘 아래 살아가던 가족들, 그들 가운데 과연 누가 부인을 죽일 마음을 품었던 걸까요? 과연 그 살의의 동기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가족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다보면 모두 부인을 죽일 이유가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아질 부인이 죽어야만 할 이유는 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상대에겐 죽일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점, 이것이 소설 전면에 흐르고 있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지 소설의 마지막까지 책장을 넘겨야만 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선한 일이라 할지라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어쩌면 선한 일도 무기가 되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역시 추리소설의 여왕다운 작품이란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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