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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제로 ㅣ 철도 네트워크 제국 3
필립 리브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7월
평점 :
행성과 행성 간에 기차를 통해 순간이동하게 된다는 설정의 SF소설 『철도 네트워크 제국』 3권이 제법 오랜 시간의 기다림 끝에 가람어린이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2권이 출간된 것이 2018년이니, 제법 오랜만에 출간되었네요. 그래서 3권인 「스테이션 제로」를 읽으면서 걱정했던 것은 1,2권의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답니다. 그런데, 책장을 펼치니 그런 걱정은 괜한 기우였음을 알게 됩니다. ‘레일헤드’이자 좀도둑이었던 젠이 등장하면서 전편들의 내용이 어렴풋 생각나기 시작합니다. 구체적 내용은 잊혔을지라도 그 세계관이 기억나니 3권을 읽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게다가 1,2권을 읽고 3권을 읽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꼭 전편들을 안 읽은 독자라 할지라도 3권을 읽는데, 큰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좀도둑이자 도망자의 신세였던 젠은 이제는 제국에서 어엿한 상류층 유명인사가 되어 안락하고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젠은 이런 안정된 생활보다는 모험을 그리워합니다. 그런 젠에게 어느 날 이상한 메시지 하나가 전달됩니다. 메시지가 젠에게 전달됨과 함께 그런 메시지가 전달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삭제되어 버린 의문의 메시지. 그 메시지는 다름 아닌 젠의 연인이자 로봇인 노바에게서 온 메시지입니다. 노바가 우주 어딘가에 살아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젠은 또 다시 모험의 길을 떠나게 됩니다. 이렇게 모험을 나서게 되는 장면이 또 다시 신나는 모험을 기대하게 하며 독자의 마음을 들썩이게 만듭니다.
우여곡절 끝에 노바를 만난 젠, 노바는 젠에게 레일창조자의 데이터를 찾길 요구합니다. 레일창조자는 가디언들에 의해 파괴되면서 자신의 백업복제본을 어딘가로 전송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백업자료는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우연히 한 인간의 몸에 다운로드 되었다는 거죠. 그 사람이 바로 레이븐이라는 겁니다. 즉, 레이븐이 곧 레일창조자라는 것이 바로 노바의 주장입니다. 노바는 젠과 함께 레이븐의 인격 복제본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그 데이터를 찾아 철도 네트워크 제국의 모든 것이 시작된 스테이션 제로, 그 중에서도 지구라트에 도려주려 하는 겁니다. 과연 레이븐은 노바의 주장처럼 레일창조자가 맞을까요? 젠은 이 일을 무사히 잘 마치게 될까요?
『철도 네트워크 제국』의 대장정이 이렇게 3권으로 마치게 됩니다. 그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 주인공 젠은 어떤 모습으로 끝을 맺을까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젠의 모험도 신나지만, 트레노디의 각성도 재미납니다. 눈 가문의 왕이지만, 자신의 뜻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존재, 그런 트레노디는 젠의 도망을 통해, 그리고 젠과 함께 얽히면서 각성하게 되고, 진정한 황제로 거듭납니다. 그것도 ‘철도 네트워크 제국’ 전체의 황제로 말입니다. 그런 과정 역시 통쾌하고 흥미진진 신납니다.
소설 속에서는 두 개의 사상이 대립합니다. 하나는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진보적 사상과 안정을 원하는 보수적 사상입니다. 진보적 사상은 레일창조자가, 보수적 사상은 철도제국의 신처럼 군림하는 가디언들이 그 대표격입니다. 그런데, 이 가디언들의 논리는 참 허무맹랑하고 이율배반적입니다. 변화와 파괴로부터 세상을 지켜내고 안정을 찾기 위해 레일창조자를 파괴하는 그 모습이 말입니다.
소설 속엔 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이 소설의 밑바닥에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복제된 인격은 진짜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젠은 드디어 사랑하는 연인이자 로봇인 노바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노바는 자신의 복제품을 잔뜩 만들어 놨답니다. 도합 239명의 노바, 과연 이들은 진짜 노바인걸까요? 아님, 처음 젠과 함께 모험을 하고 상처 난 그 금속 몸을 입은 노바만이 진짜일까요?
참 재미난 SF 소설을 만난 기쁨을 간직하며 책장을 덮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