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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7월
평점 :
좋아 하는 작가들 가운데 몇몇 작가들의 경우 책 명단을 쭉 뽑아놓고 하나하나 읽어가며 지워나가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그 대표적인 책들입니다. 그 가운데 아직 읽지 못해, 가까운 시일 내에 꼭 읽어봤으면 싶었던 책 가운데 하나가 『비밀』이란 작품이었습니다. 두 권으로 나와 있던 책인데, 이번에 소미미디어에서 한 권 합본으로 나왔습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미스터리입니다. 말 그대로 증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미스터리입니다.
사촌오빠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친정으로 향한 아내 나오코와 딸 모나미, 이렇게 둘을 처가로 보낸 헤이스케는 퇴근 후 저녁을 먹으며 틀어놓은 tv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뉴스를 보게 됩니다. 바로 처가 마을 스키버스가 추락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사고입니다. 열차표를 구하지 못한 아내, 하지만, 스키버스 표를 구해 편하게 고향에 갈 수 있겠다고 좋아했던 아내, 하지만, 그렇게 아내와 딸은 사고의 희생자가 되어 병원의 신세를 지게 됩니다. 사실 둘 다 가망이 없는 상황, 단지 딸 모나미는 몸엔 상처 하나 없이 뇌에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데.
둘 가운데 아내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딸 모나미는 기적적으로 아무런 상처 없이 회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딸이 아닙니다. 몸은 딸인데, 놀랍게도 아내 나오코의 영혼이 딸 모나미의 몸속에서 살아난 겁니다. 이렇게 둘만의 “비밀”이 시작됩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 둘은 남들 앞에선 부녀관계이지만, 둘만 있는 집에선 부부입니다. 물론, 여전히 몸은 초등5학년인 딸의 몸이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미스터리와 같은 동행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문제로 인해 갈등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아내는 딸의 몸을 입고 초등5학년 과정부터 학교생활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한 회한까지 담아 최선을 다하며 공부하는 아내.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처음엔 응원하지만, 점차 남편은 아내를 질투하게 되고, 더 나아가 의심하게 됩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딸의 몸,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아내의 영혼. 남편 헤이스케가 생각할 땐, 점차 아내의 영혼은 젊음을 만끽하는 기분입니다. 점점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아내, 하지만, 점점 장년의 아저씨가 되어만 가는 자신, 과연 이런 상태에서 헤이스케가 아내를 질투하는 것이 이상한 걸까요?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질투와 의심으로 인해 아내 나오코 역시 점점 힘겨워 하게 됩니다.
과연 이 둘만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요? 아니 어떤 결과를 향해 가야만 하는 걸까요? 점차 생활 역시 아빠와 딸로 고착화되어 가는데, 딸에게(실제는 아내지만 말입니다.) 질투를 하는 한심한 아빠 또는 남편으로 남게 되는 걸까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엔 다양한 감정에 휩싸였답니다. 먹먹함도, 슬픔도, 그러면서도 흐뭇함이나 안도감도 갖게 됩니다. 반면 애틋함과 안타까움도 갖게 되는 결말. 그런데, 바로 이 결말에 진정한 “비밀”이 감춰져 있답니다. 그래서 더욱 묘한 감정을 느꼈답니다.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60여 편 읽었는데, 그 가운데 top10을 뽑으라고 한다면, 이 책 『비밀』을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책 표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신이 던진 미스터리, 인간의 균형추로 꿰맞추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책장을 덮으며 이 표현이 딱 맞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