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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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형사 부스지마에서 만났던 독특한 캐릭터의 부스지마 형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작가 형사 부스지마가 제법 인기를 끌었던 걸까? 아님 작가가 부스지마란 캐릭터에 애착이 있었던 걸까? 작가 형사 부스지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이 출간되었다(2020년 작품으로 금번(2021)에 북로드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은 부스지마 형사가 아직 형사의 자리에 있을 때, 마지막으로 맡게 된 사건을 그려내고 있다.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자들이 출퇴근하는 사무실 거리에서 연쇄 총기사건이 벌어진다. 피해자들에겐 어떤 연관성도 없다. 그저 둘 다 취업에 실패한 자들이라면 부러워할만한 회사 직원이라는 점 외에는. 이런 연결고리를 귀신 같이 파악하고 접근하는 자가 바로 형사 부스지마다. 누군가 취업에 실패한 자의 묻지마 총격 사건이라는 것을. 명문대학을 나오고 마땅히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 여겼지만, 계속되는 취업의 실패, 그리고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도 성실치 못한 자세로 인해 아르바이트마저 힘겨운 인생, 그런 인생이 버젓한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들을 향한 원망과 적의를 품게 되고 묻지마 총격사건을 벌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그 뒤에 교수라는 존재가 도사리고 있다. 남 탓하려는 인생에게 적의를 심어주고, 적의를 실천으로 옮길 방법을 알려준 교수라는 존재가 말이다.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이번엔 출판사들 로비에서 연쇄폭파사건이 일어난다. 과연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부스지마 형사는 역시 귀신 같이 범인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를 알아챈다. 누군가 신인문학상에 응모를 하지만, 매번 탈락하는 자, 그러면서도 실상은 소설을 쓰고자하는 열정은 없는 누군가가 자신의 무능과 실패를 타인 탓으로 돌리며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잡은 범인 뒤에도 또 다시 교수라는 존재가 있다.

 

귀갓길 여성들이 연쇄적으로 염산 테러를 당한다. 또한 누군가 3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의 가해자들을 찾아다니며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다. 혹시 이들 범인들 뒤에도 교수라는 존재가 도사리고 있는 걸까?

 

이렇게 부스지마 형사와 미지의 교수와의 싸움이 진행된다. 과연 교수는 누구일까? 자신의 손에는 피 한 방울 안 묻히면서 잇따라 범죄를 성공시키는 자. 모든 것을 뒤에서 조작하고 지시하면서도 정작 범행을 저지른 당사자들은 자신의 주관적인 행동으로 범행했다 믿게 만드는 교묘한 악질. 단지 남의 불행을 즐기기 위해 범행을 교사하는 쾌락범. 과연 교수는 누구일까?

 

부스지마 형사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단연 가장 독특한 캐릭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검거율을 자랑하는 형사이지만, 정작 자신은 승진 시험을 거절하며 승진하지 않는 별종 중의 별종이다.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을 떠나 용의자의 인권은 쓰레기통에 버린 건지, 용의자를 괴롭히는 데는 도가 튼 형사다. 그것도 말 빨로만 말이다. 아무리 냉정한 용의자라 할지라도 부스지마의 심문 앞에선 흥분하여 자신의 죄를 모두 고백하게 되는 그런 독종이 바로 부스지마다. 실제 부스지마란 이름의 한자어 표기는 독도(毒島). 독의 섬, 독한 섬 부스지마, 얼마나 독종이기에 이름마저 毒島일까. 그 독한 성격은 용의자들을 심문할 때 여실히 발휘된다. 어떤 용의자도 부스지마 앞에선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다. 독설의 달인 부스지마의 활약이 재미나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인터넷 뒤에 숨어 먹잇감을 발견하면 교묘한 말로 악의를 표출해내는 익명의 사람들이 바로 교수라는 캐릭터로 대표된다. 그렇기에 익명이란 이름 뒤에 자판을 두드리는 숨어 있는 자들이야말로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자신들의 지질한 모습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를 발견하도록 말이다.

 

교수라는 건, 즉 익명성의 범죄자예요. 인터넷 뒤에서 이거다 싶은 사냥감을 발견하면 교묘한 말로 악의를 불어넣고 선동하고 사냥감과 다른 사람이 파괴되어 가는 걸 보고 기뻐해. 자신은 안전지대에 있어서 누구한테도 비난받지 않고 추궁 받는 일도 없어. 자기 손은 더럽히지 않은 만큼 필시 죄악감도 없어. 단지 게임 감각과 기분 전환만 있겠죠. 그리고 이런 녀석은 정신구조가 어려서 실패하거나 질릴 때까지 게임을 반복해. 이쯤에서 숨통을 끊어놓지 않으면 꼭두각시 인형은 계속 생겨나게 돼.”(241)

 

솔직히 작가 형사 부스지마보다는 이 책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이 재미 면에 있어선 훨씬 낫다. 또한 이 책에서는 부스지마가 왜 형사를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 형사 부스지마 이야기에서는 부스지마의 부사수로 이누카이 형사가 등장한다. 살인마 잭의 고백으로 시작되는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이누카이 형사에게 큰 영향력을 준 사람이 바로 부스지마 형사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를 찾아 읽어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캐릭터인 부스지마 형사의 활약이 계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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