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속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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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출발하여 런던 크로이드 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 속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고리대금업계의 대모라고도 불릴 수 있는 재력가인 지젤 부인이 비행기 속에서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그곳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독침과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독화살대롱. 과연 누가 지젤 부인을 살해한 것일까?

 

마침 사건 현장에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명탐정 포와로가 그곳 비행기 속에 타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행기멀미로 인해 잠들어 있었지만 말이다. 마치 영화 <오케이 마담> 속의 국정원 요원인 김남길이 비행기 안에서 수많은 사건들이 진행되는 동안 끝끝내 잠들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니, 포와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잠들어 있어 살인을 목격하지 못한 것뿐이다. 포와로는 현장에서 독침을 발견하고, 또한 죽은 말벌을 발견한다. 그리고 독침을 쏘는 도구는 대롱도 다른 이에 의해 발견된다. 그것도 포와로의 좌석 앞에서. 실제 이 일로 포와로를 의심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이미 포와로의 명성이 그런 의심을 쉽게 해결해 버린다(솔직히 이런 부분은 조금 어설프긴 하다.).

 

포와로는 아무런 목격자가 없는 구름 속 비행기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풀어나간다. 그곳 현장에 있던 인물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소거해나가며 말이다. 소설에서 사건을 풀어가는 방법은 이처럼 소거법이 사용된다. 지젤 부인이 죽음으로, 또는 이 살인사건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지 찾아내기도 하고. 좌석의 배치 상 살인을 벌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을 골라내기도 한다. 하지만 살짝 스포하자면, 이런 소거법이 반드시 사건에 적합한 수사방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범인은 오히려 이 일로 인해 손해를 본 사람이니까. 이게 바로 소거법을 사용하는 저자의 트릭이다. 아울러 좌석 배치 상으로 살펴보는 것 역시 살인 수단이 다른 것이라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작업이 되니 말이다. 이렇게 작가는 일부러 범인이 누구인지 쉽게 찾지 못하게 빙빙 돌린다. 그럼 이것도 서술트릭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소설은 마지막 순간까지 오리무중이다. 포와로는 형사들에게 비행기에 타고 있는 인물들의 소지품 목록을 만들게 한다. 그 목록이 소설 속에 쭉 나열되는데, 과연 이 속에서 어떤 물건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까 궁리하며 살펴보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물론, 이 목록은 범인이 누구인지 오리무중에 빠뜨리는 작가가 독자들을 향해 최소한으로 정당한 승부를 하는 척 하는 수단이 되긴 한다. 하지만, 이 목록만으로 의심하기엔 쉽진 않다.

 

그러니 그저 소설을 쭉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다보면 아주 야비한 범인 녀석이 누구인지 포와로가 추려내 줄 테니 말이다.

 

아마도 포와로는 범인이 누구인지 제법 이른 시기에 의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 속에서 포와로가 어느 남녀를 괜스레 한 자리에 있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뒤로도 또 다시 둘을 함께 하게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며, 혹시 이 사람이 의심스러운가 싶기도 하고, 반대로 이런 작업이 굳이 필요할까 싶기도 했었는데, 아뿔싸, 이 작업이야말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살짝 힌트를 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니 포와로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명탐정이군. 그런데, 정말 명탐정일까? 마지막까지 명확한 부분도 없이 뱅뱅 돌기만 하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명쾌하게 범인을 골라내는 부분은 역시 명탐정이라고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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