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새해 목표가 무엇이었냐! 

바로바로, "월 2권 사고, 5권 읽기" 였습니다. 

정확히는 2권 이하로 사고, 5권 이상 읽는 것입니다. 

많은 서친님들이 앞부분 '2권 이하로 사고' 부분에 말도 안 된다고 하실 것 같습니다만, 1월에 저는 성공하고야 말았습니다! 

물론 이건 쌓여가는 책을 둘 자리가 없고,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 늘어가는 것이 부끄러우니 

산 것 읽고, +쌓인 책 처리하자는 취지라, 음.. 예외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원칙대로 산 2권! 

<남성됨과 정치>는 여성주의 책읽기 1월 도서라 샀지만.. 못 읽고.. 12월 책 <여성과 광기>를 겨우 끝내가는 형편 ㅠㅠ 

<긴긴밤>은 애들 책이라고 우겨보려 했으나(애들책은 예외임) 글밥이 많아 전혀 안 되겠더라구요? 이 책 참 좋았습니다.

















예외 1. 아이들책

<콧구멍을 후비면>은 안 좋은 습관을 가진 아이들에게 장난스럽게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책으로, 추천받아 삼.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좋아하긴 했다.

<웬델과 주말을 보낸다고요?>는 좋아하는 케빈 행크스라 구매. 이 작가 책은 다 괜찮다. 

요즘 폴리에 빠진 둘째를 위해 폴리 세트.. 첫째를 위한 스크래치. 아이들이 매우 좋아함. 














예외2. 오디오북

오디오북은 자리를 안 차지하니까...! (전자책도 같은 이유로 예외로 칠까 했으나, 있는 종이책들 읽어 치우자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뺐다)

오디오북 낭독 수준이 참 훌륭하다. 그런데 다 그런 건 아니어서, 꼭 미리듣기를 해야 할 듯하다. 아래 책들은 모두 낭독 훌륭.
















이 원칙을 지키다 보니 곤란해진 것이 중고책 구매다. 

알라딘 직배송 중고가 아닌 이상 한두권으로는 배송비 해결이 안 됨 ㅠㅠ 

그래서 중고책도 예외를 둘까?했으나, 제도(?)의 취지에 너무 맞지 않아 포기했다.

아이들책 괜찮은 게 있으면 액수 채워서 사는 걸로.


예외3. 선물용 책

예외4. 전자책구독서비스 등에서 읽은 후 소장용으로 구매하는 책


사는 건 이렇게 샀고, 읽은 건 이래저래 하다 보니 9권이다. 

북플에서는 별점을 짜게 주지는 않는 편이라 5별이 많은데, 새로 사용하게 된 '북적북적'어플에는 별점이 0.5개 단위로 줄 수 있어서, 5개를 주기가 참 힘들다.. 웬만큼 좋았어도 4.5 

그래도 <긴긴밤>은 별 5개 주었다. 좋은 책이다. 








































요 북적북적 어플. 쌓는 재미가 있네? 




다음 달에도 월 2권 구매, 5권 읽기는 계속됩니다.. 성공하고 말테얏! 

2월의 첫 날, 음력 새해 첫 날!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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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01 23: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반갑네요! 넘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낭독이 훌륭하다니 궁금해요ㅎㅎ 저도 이번달은 구매참꼬 사놓은책과 읽다만책 파먹기 하려고요. 괭님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독서괭 2022-02-01 23:42   좋아요 5 | URL
방금 미미님 서재에 댓글 달고 왔는데 찌찌뽕입니다~ ㅋㅋ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조금 듣고 뒤가 궁금한데 휴일이라 못 듣고 있어요(퇴근길에 들으니). 미미님이 과연 구매를 참을 수 있으실까요?ㅎㅎㅎ 감사합니다. 미니님도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2-02-02 00:06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예외 3. 선물용 책

이 조항을 적용한다면, 나에게 선물한 책도 선물용 책이니 독서괭님을 위해서 두권 이상 사셔도 될거 같아요 ^^

북적북적 제법 재미있어요 ㅋ


독서괭 2022-02-03 22:19   좋아요 2 | URL
으악 새파랑님 천재..?? 아니아니!! 아니됩니다. 나에게 선물 같은 건 예외로 치지 않겠어요!
북적북적 쌓고 싶어서 빨리 완독하고픈 마음이 들어요 ㅋ

페넬로페 2022-02-02 02: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는 책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로 정했습니다. 저의 책으로 같이 사는 가족의 영역을 더 이상 침입하지 않기로 정했어요.
일단 집에 있는 책 중 읽지 않은 책 위주로 읽기로 했습니다.
근데 오디오북은 왠지 집중이 안되어 걱정이예요.
분명 공간을 줄일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해서 고민중입니다^^

독서괭 2022-02-03 22:21   좋아요 3 | URL
같이 사는 가족의 영역.. 중요하죠..! 저도 그래서 이미 있는 책장 범위는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ㅜㅜ 과감히 처분하지 않으면 좀 힘들 것 같지만요.
오디오북 저도 운전하다가 잠깐씩 딴생각 하며 놓칠 때도 있습니다^^; 눈으로 읽어도 놓치는 부분은 있게 마련이라며 위로를... 저처럼 책을 읽을 수 없는 시간이 있다면 활용해보실 만하지만 굳이 따로 시간내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공간 줄이는 건 전자책으로^^

mini74 2022-02-02 11: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콧구멍을 후비면 이 책 반갑네요 ~ ㅎㅎ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미미님 괭님 추천이라니 ㅎㅎ 저도 찜 합니다 ~

독서괭 2022-02-03 22:22   좋아요 2 | URL
오 미니님도 <콧구멍을 후비면> 보셨군요 ㅋㅋㅋ 콧구멍 이따시만해지는..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전 아직 시작 부분이라 ㅎㅎ 이게 좋아하는 분이 꽤 많은가봐요. 다 들으면 소감 남기겠습니다^^

기억의집 2022-02-02 2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아들까지 만화책 사 들이고 있어서 책의 미니멀리즘은 포기 했어요. 그냥 어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살려구요. ㅎㅎ 막판에 일괄 버리거나 팔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가장 맘 아픈 게 제가 그렇게 애정을 가진 책들이 나중에 저 죽으면 폐지로 남는다는 거 그게 슬퍼요!!!!

독서괭 2022-02-03 22:23   좋아요 2 | URL
만화책은 권수가 깡패라ㅜㅜ 저도 만화책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 좀 있었는데 굳게 맘먹고 거의 처분했어요. 끝까지 남긴 것도 몇 세트 있지만요^^ 애정을 가진 책들이 폐지로 남는 게 슬프다니. 저는 그런 생각은 못해봤어요. 그냥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아쉬울 것 같단 생각만 했네요 ㅎㅎ

건수하 2022-03-11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권 사고 5권 읽기 좋네요! 저도 벤치마킹 해보겠습니다~ ^^

독서괭 2022-03-13 20:21   좋아요 1 | URL
오 수하님 도전?? 알라딘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네요ㅎㅎㅎ

건수하 2022-03-13 20:44   좋아요 0 | URL
아 그런데 이번 달은 안되겠어요 ㅎㅎ 이미 xx권 사버려서 ㅎㅎ 다음달부터 해야겠어요 :)
 
[전자책] 엄마에 대하여
김이설 외 지음, 성 진 낭독 / 다산책방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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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으로 들은지라 발췌독이 힘들어,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리뷰를 빨리 써야하는데..하는데.. 

조금 늦어졌지만, 이달이 가기 전에 쓰련다. 

이 책은 '엄마와 딸'이라는 주제 + 엄마 세대의 대중가요 히트곡을 모티프로 주어 여러 작가들에게서 작품을 받아 묶어낸 작품집이다.


결혼식 멤버, 結婚式のメンバー … 한정현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 조우리
긴 하루 … 김이설
놓친 여자 … 최정나
우리 만남은 … 한유주
핑거 세이프티 … 차현지


위와 같이 6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이 작가들 중 한명도 읽어본 적이 없다;; 

6편 중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과 <긴 하루>가 가장 좋았다. 가장 아팠던 건 <핑거 세이프티>였다.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 구조가 잘 짜여 있고 여섯 작품 중에 가장 경쾌하여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나'는 어렵게 준비한 여행길에 오르기 직전에 엄마로부터 수술을 받는다는 전화를 받는다. 나의 동성 파트너가 대신 간병을 가주기로 하고, 엄마 곁에 있으면서 엄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는다. 동성커플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은 은근하고 세련되면서 전달도 효과적이다.


<긴 하루> - 이삿짐센터 일을 하며 고되게 살아가는 유순. 그녀는 엄마의 반대를 무릎쓰고 사랑을 좇아 집을 나와 딸을 낳지만, 사기로 돈을 날리자 무너진 남편과 헤어져 홀로 아이를 키우며 힘겹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녀의 딸이 꼭 그녀 같다. 유순이 남자친구를 반대하자 딸은 집을 나가버린다. 딸만큼은 내 꼴 나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유순의 마음에 너무나 공감이 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핑거 세이프티> - 일전에 페이퍼에 한번 썼으므로 그대로 가져온다. 소설 속 아빠는 이것저것 사업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사업 수완이 좋은 엄마가 생계를 책임진다. 늘 바쁘고 피곤한 엄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 먹을 음식을 해 놓지만 정서적 돌봄은 미약하다. 아빠는 술을 마시고 잠적하기 일쑤다. '나'는 늘 엄마 편이었지만 엄마에게 그 마음은 잘 전달되지 않았고, 어느 날 아빠가 할머니에게 "아들 낳아줄 여자 찾죠 뭐. 어차피 딸년들 뿐인데"라는 말을 하는 걸 들은 '나'는 그 말을 듣게 한 엄마를 용서하지 못한다. "이 집에서 욕 들을 만한" 유일한 사람이었던 아빠를 집에서 쫓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그 후에는 "이 집에서 잘못한" 유일한 사람인 엄마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성인이 되고서도 '나'의 안에는 "죽여도 죽여도 영원히 죽지 않는" 12살의 내가 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돌고 돌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재현되는 신화 같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현실이다. 愛와 憎이 그토록 밀접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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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1-29 0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이설 작가님 단편도 궁금하고,
라인업이 궁금한 작가들이네요!!^^
독서괭님 설 연휴,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독서괭 2022-01-30 07:31   좋아요 1 | URL
저도 특히 김이설 작가님은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감사합니다, 나무님. 나무님도 행복한 설 연휴 보내세요~^^

새파랑 2022-01-29 0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돌고 돈다는데 공감이 되네요~! 오디오북을 듣고 다 기억해서 리뷰 쓰신다는건 대단하거 같아요 ㅋ 명절 잘 보내세요 ^^

독서괭 2022-01-30 07:32   좋아요 1 | URL
기억이 잘 안 나서 알라딘 책설명 들어가서 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슬쩍 생략했답니다^^;;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기억의집 2022-01-29 2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은 시도을 해 본 적 있는데.. 안 되더라구요. 최근에 파란여우님이 고양이r 오디오로 내셨길래 구매해 듣다가 다시 브런치 들어 가 읽었어요. ㅎㅎ 며칠 전에 걷다가 모녀로 보이는 두 분이, 한 분은 80 넘어 보이셨고 그 옆에 딸은 육십 정도?? 할머니가 갑자기 멈춰 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계시니깐 그 옆에 딸이 할머니 옆에 서서 할머니 앞잔머리 치워주시는데….. 뭉클했어요.

살다보면 모녀간 갈등이 있을 수 있어요. 저도 그렇고… 저도 좀 맘을 넓게 써야 하는데
.. 안되네요!!!!

독서괭 2022-01-30 07:35   좋아요 0 | URL
기억님은 눈으로 읽으시는 걸 선호하시는군요! 확실히 듣는 것보다 읽는 쪽이 기억에 잘 남긴 합니다. 저는 운전하면서 들어요^^ 할머니 앞잔머리 치워주는 그 마음, 정말 잔잔하게 뭉클하네요. 그 분들 사이에 어떤 역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년에 이른 지금 따뜻한 감정만 남아 있다면 좋겠습니다.
맘을 넓게 써야 하는데에 공감합니다 ㅜㅜ 기억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mini74 2022-01-29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증의 관계 맞는거 같아요 ㅠㅠ 핑거 세이프티 재미있겠어요 ~ 독서괭님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

독서괭 2022-01-30 07:35   좋아요 0 | URL
애가 더 크냐 증이 더 크냐의 문제일 것 같아요. 핑거 세이프티 한번 읽어보세요^^ 미니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전자책] 나의 가련한 지배자 - 엄마와 딸, 엄마 됨에 관한 원망과 이해의 사적인 역사
이현주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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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엄마와 딸 중 어느 한쪽의 역할을 맡아봤다면, 혹은 둘 모두를 경험했다면, 이 책을 읽으며 할 얘기가 아주 많을 것이다. 작가는 세대를 이어 내려오는 딸들의 상처를 읽어내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 꾹꾹 눌러삼켰던 핏덩어리들을 토해내듯 절절해서, 그에게 애썼다고 위로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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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1년전 피드가…
아마 이때 쭈루룩 한줄평을 올렸던 것 같다.
그중 줄리언반스가 있길래 공유합니다😋

http://bookple.aladin.co.kr/~r/feed/1717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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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에도 여전히 비의료인 지식인들은 ‘성교육‘에 대해 발언권을 가졌으며,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의학적 전거를 동원했다. ‘불순혈설‘을 둘러싼 논쟁은 지식인 그룹 내부에서의 담론의 혼재를 잘 보여준다. ‘불순혈설‘은 여성이 한 명 이상의 남성과 성관계를 하면 혈액 중에 이미 성관계를 한 남성의 혈액이 남아 ‘순혈한 혈통‘의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이론으로 1920년대 조선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

1934년 《조선일보》 상담코너 "엇지하리까?"란에는 '불순혈설‘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연이 등장한다. 사연의 주인공은 본처와이혼하고 "과부장가"를 든 29세의 남성으로, 그는 재혼한 아내가 이미 한 번 결혼한 경험이 있는 "과부"로 정조를 파괴한 일이 있다는 점 때문에 이것을 항상 "더럽게 생각"해 불만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고통은 최근 《조선일보》 학예면에 실린 ‘불순혈설‘ 관련 기사를 읽은 후로 한층 더 심해졌고, 이에 대응책을 질문하기 위해 편집부로 사연을 보낸 것이었다. 

(...)

이 청년의 질문에 대해 상담자는 준엄한 꾸짖음으로 답했다.
왜 당신도 한 번 장가를 들었던 남자인데 과부된 부인만을 흠으로 잡으십니까? (…) 옛날의 썩은 정조를 버리고 새로운정조론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그리고 서양 학자 중에서 남자의 정충이 화학 작용을 일으키고 그 화학 작용이 오래 보전되어 새 남편에게서 낳은 아이들이 전 남편의 모습을 닮는 수도 있다고 떠든 사람이 있습니다. 본지에서는 그말이 하도 재미있으니까 그저 그런 학설도 있다고 소개한 데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학설을 반대하는 학자가 더 많습니다. 그런지 안 그런지도 자세히 모르는 학자님네의 잠꼬대에 속아서 당신의 전 가정을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과부장가 드는 사람이 당신 이외에도 좀 많습니까? 왜 당신 혼자만이 불안을 가지고 고통을 느낄 것은 무엇입니까?? - P185~
187


'불순혈설'이라니 ㅋㅋㅋ 넘 어이없고 황당한데, 상담자의 준엄한 꾸짖음이 통쾌했다. 1930년대에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있었던 것이다!! 

이책 재밌는데, 차에 놔두고 하도 찔끔찔끔 읽었더니 아직도 읽는 중이다.. 조만간 마무리를 해야겠다. 




물론 남자들이 하는 짓은 그게 무엇이든 여자들이 하는 짓보다 중요하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확실히 남성 동성애자가 레즈비언보다 사회적·법적·경제적으로 보다 공공연하게 처벌받아왔던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남성의 성적인 공격성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남성의 신체적인 힘에 대한 두려움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남성 동성애는 이 두 가지 형태의 힘이 강력하게 결합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말하자면 남성 동성애자는 보다 허약하거나 어린 남성에게 이런 힘을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마찬가지의 위협이 대다수 여성에게는 일상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성애자 남성은 그들의 신체적인 힘과 성적인 힘을 이용해 모든 여성,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 여성을 위협한다. 하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이성애자 남성들이 그런 위협을 가한다고 해서 그들을 처벌하거나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 P361


내가 그런 말을 하자 치료사가 말하더군요. "자신을 설득해봐요. 다른 사람의 손을 만져봐요. 남자의 손길이 닿는 걸 받아들여봐요. 남자들이 당신을 죽이기라도 하겠어요? 남자들이 당신을 죽이진 않아요!" 그래서 내가 대답했어요.
"난 정말로 남자들이 무서워요. 알잖아요, 난 남자들에게 당했다고요. 내 인생에서 정말 고통스러운 사건이었어요." 심리치료사가 설득했어요. "그래도 남자들이 당신을 죽이진 않아요, 그들이 당신을 죽이진 않는다고요."
 - P377


아니, 이 치료사야. 무슨 근거로 남자들이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것이냐.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전 남친/남편, 현 남친/남편, 얼굴만 아는 남자, 그냥 지나가던 남자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는지 너는 정말 몰랐느냐.. 

<여성과 광기>, 인터뷰 읽는 재미가 있다. 인용한 부분은 '레즈비언'을 다룬 장. 




그런데 엉뚱하게도 나는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성적 비하와 조롱을 보면서 ‘수지 김 사건‘이 떠올랐다. 노동자든, 살인의 피해자든 여성이면 그가 노동자이거나 살인의 피해자라는 것은 어느새 무시되고, 여성이라는 이유 그 자체로 쉽게 모욕당하고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다. 1977년대의 여성 노동자들은 많은 경우 집안의 살림 밑천 노릇을 하기 위하여 어린 나이에 상경한 공장 노동자가 많았다. 입 하나 줄이는 것은 덤이었다. 공장노동자로 일하다, 돈을 더 벌기 위하여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집안에 돈이 필요할 때는 ‘살림 밑천'이나 '효녀’라는 고상한 표현으로, 국가경제를 살리는 데 노동력이 필요할 때에는 산업 역군으로 표현되었지만, 결국은 ‘공순이(못 배우고, 험한 일 하는 얕잡아 봐도 되는 여자)‘였고, 행실을 바로 하지 못한 술집 여자가 되고 마는 것이었다. 어린 여공들이 폐병에 걸려가며 만들어내던 물건들을 팔아, 기지촌 여성들이 ‘양공주‘ ‘양색시’ 소리 들어가며 벌어들인 달러를 밑천 삼아 이룩한 번영인데, 그것을 누리면서 돌려주는 것은 조롱과 멸시였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왜 싸우고 있는지, 왜 죽었는지 진실은 어느새 중요하지 않게 된다. 여자라는 그 이유 하나로. - P236, 237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자. 그러고도 간첩의 누명을 써야만 했던 여자, 수지 김. 

이 책을 쓴 김수정 변호사는 마지막 꼭지에서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투쟁과 수지 김 사건을 연결하면서, "헌신을 했든, 투쟁을 했든, 엄청난 성취를 이루었든 '여성'이라는 자체, 그것이 문제다."(243쪽)라고 지적한다. 

"여성을 위한 변론은 끝나지 않았다."는 짧은 후기가 더욱 감동적인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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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1-19 1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체적으로 죽이지 않으면 된다니ㅋㅋㅋ읽었던 내용이지만 새삼 놀랍습니다. 이런 의식이 은근히 통용되어 왔던것으로 보여요. 우리나라에서도요. 성범죄나 가정내 폭행에 대해서 말이죠. 심리적 상처와 죽음에 관해서 그만큼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겠죠.ㅠ

독서괭 2022-01-25 13:22   좋아요 1 | URL
아, 전 이거 읽고 ˝진짜로 죽이는데?˝라고만 발끈했는데, 신체적으로 죽이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죽이는 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점이 더 문제로군요! 미미님 댓글 보고 큰 깨달음!

새파랑 2022-01-19 13: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 상담코너 사연은 너무 어이없네요 ㅋ 저런걸 진지하게 믿다니 ~~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부당대우를 받는게 언젠가는 없어지길 바래봅니다~!!

독서괭 2022-01-25 13:23   좋아요 2 | URL
어이없기도 하고 좀 재밌기도 합니다. 무지와 편견이 만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이 책에 많이 나와요. 언젠가는 없어지겠죠?^^

기억의집 2022-01-19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 치료사 도대체 자격증은 어떻게 받은 건가요? 화 나네요. 죽이는 거죠. 영혼을 다 죽였는데.. 개소리 하고 앉아있네요!!

독서괭 2022-01-25 13:25   좋아요 1 | URL
기억님도 영혼을 죽이는 걸 문제삼지 않는 것이 문제임을 캐치하셨군요! ㅎㅎ 레즈비언이 될 바에는 ˝죽이지는 않는˝남자랑 고통받으며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나 봐요. 레즈비어니즘에 대한 부정적인식이 그렇게나 컸던 것 같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