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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엄마에 대하여
김이설 외 지음, 성 진 낭독 / 다산책방 / 2021년 9월
평점 :
오디오북으로 들은지라 발췌독이 힘들어,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리뷰를 빨리 써야하는데..하는데..
조금 늦어졌지만, 이달이 가기 전에 쓰련다.
이 책은 '엄마와 딸'이라는 주제 + 엄마 세대의 대중가요 히트곡을 모티프로 주어 여러 작가들에게서 작품을 받아 묶어낸 작품집이다.
결혼식 멤버, 結婚式のメンバー … 한정현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 조우리
긴 하루 … 김이설
놓친 여자 … 최정나
우리 만남은 … 한유주
핑거 세이프티 … 차현지
위와 같이 6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이 작가들 중 한명도 읽어본 적이 없다;;
6편 중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과 <긴 하루>가 가장 좋았다. 가장 아팠던 건 <핑거 세이프티>였다.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 구조가 잘 짜여 있고 여섯 작품 중에 가장 경쾌하여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나'는 어렵게 준비한 여행길에 오르기 직전에 엄마로부터 수술을 받는다는 전화를 받는다. 나의 동성 파트너가 대신 간병을 가주기로 하고, 엄마 곁에 있으면서 엄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는다. 동성커플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은 은근하고 세련되면서 전달도 효과적이다.
<긴 하루> - 이삿짐센터 일을 하며 고되게 살아가는 유순. 그녀는 엄마의 반대를 무릎쓰고 사랑을 좇아 집을 나와 딸을 낳지만, 사기로 돈을 날리자 무너진 남편과 헤어져 홀로 아이를 키우며 힘겹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녀의 딸이 꼭 그녀 같다. 유순이 남자친구를 반대하자 딸은 집을 나가버린다. 딸만큼은 내 꼴 나게 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유순의 마음에 너무나 공감이 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핑거 세이프티> - 일전에 페이퍼에 한번 썼으므로 그대로 가져온다. 소설 속 아빠는 이것저것 사업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사업 수완이 좋은 엄마가 생계를 책임진다. 늘 바쁘고 피곤한 엄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 먹을 음식을 해 놓지만 정서적 돌봄은 미약하다. 아빠는 술을 마시고 잠적하기 일쑤다. '나'는 늘 엄마 편이었지만 엄마에게 그 마음은 잘 전달되지 않았고, 어느 날 아빠가 할머니에게 "아들 낳아줄 여자 찾죠 뭐. 어차피 딸년들 뿐인데"라는 말을 하는 걸 들은 '나'는 그 말을 듣게 한 엄마를 용서하지 못한다. "이 집에서 욕 들을 만한" 유일한 사람이었던 아빠를 집에서 쫓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그 후에는 "이 집에서 잘못한" 유일한 사람인 엄마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성인이 되고서도 '나'의 안에는 "죽여도 죽여도 영원히 죽지 않는" 12살의 내가 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돌고 돌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재현되는 신화 같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현실이다. 愛와 憎이 그토록 밀접한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