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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잭 리처의 하드웨이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알라딘에서 다부장님으로 통하는 이웃분이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잭 리처를 언급하시는 통에 언젠가는 읽게 되리라 예상했는데, 얼마 전 올리신 글에서 '클리넥스 휴지보다 얇은 피하지방층'(?) 문구를 보고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시리즈물이 있으면 웬만하면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성격이라 북클럽에 있는 것 중 가장 먼저 나온 것으로 보이는 하드웨이부터 선택.
여성과 아이가 납치되는 사건에 그야말로 우연히 목격자가 되어 휘말리게 되는 잭 리처.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의뢰인과 다른 방향으로 사건 해결을 주도해 나가게 되는데...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일단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열었을 때 기준이긴 하지만 900페이지가 넘어서 깜짝 놀랐으나, 며칠 만에 읽어버렸다. 결말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이긴 하지만 그 결말까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경찰과 관련 없이 행동하며 법의 테두리 밖에서 활동하는 점에서 추리소설과는 다르지만 잭 리처가 예리하게 포착한 단서들을 조합해 나가는 과정은 추리에 해당하고, 뒷골목에서 은밀히 이루어지는 폭력과 부정거래 등을 다뤘다는 점에서 범죄물의 요소도 갖고 있다. 정의를 추구하며 행동한다는 점과 주인공의 비현실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히어로물이라 할 법하다. 액션히어로물 답지 않게(?) 읽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려고 하기보다는 건조하고 담담하게 사실적시 위주로 글을 풀어내기 때문에 하드보일드소설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스토리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리처의 매력포인트를 꼽아 보자.
1. 무엇보다 약자를 보호하려는 정의 감정이 있다. - 100만 달러를 받으면 모두 피해자의 치료를 위해 쓰겠다는 점이 매우 비현실적인 히어로물 답다.
2. 여성에 대한 태도가 정중하고, 특히 여성파트너를 대하는 태도에 신뢰가 깔려 있다. -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행동하게 되는 폴링을 여성이라고 무시하거나 보호하려는 태도를 취하기 보다는 파트너로서 존중하고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폴링도 빼지 않고 똑같이 경계근무 서는 거 너무 좋아.
3. 인간적이다. - 단서를 놓쳐 실수하기도 하고, 실수했다는 사실을 굳이 털어놓지 않기도 한다. 사건 해결까지 쉼 없이 달리는 게 아니라 피곤하다고 쉬기도 하고 그 와중에 섹스도 한다 ㅋㅋ
4. 미사여구나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5. 피지컬.. 이 책에서는 클리넥스 어쩌구 묘사는 나오지 않지만 장신에 거구이며 상당히 매력적인 용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책을 읽는 도중에야 깨달았는데 옛날에 <잭 리처> 영화를 봤었다. 톰 크루즈가 나왔고 재미있었고 마지막에 지하철에 리처가 혼자 앉아 있는 장면이 뭔가 고독하면서 허무한 느낌이라 인상적이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생각이 난 뒤부터 책을 읽으며 게속 톰 크루즈 얼굴이ㅜㅜ 피지컬은 너무 안 맞는데 얼굴은 너무 잘생겼고. 근데 이 얼굴로 손가락양치를 한다고 하니 홀딱 깨다가.. 이런 뭐랄까 인지부조화를 겪었는데, 어 그런데 비행기 여행을 하게 되면서 리처가 짐가방은 안 챙겼지만 주머니에 칫솔은 챙겼다는 말이 나온다. 두 번 이상 나온다. 다른 건 몰라도 칫솔은 품에 챙겨두는 남자. 인지부조화는 해결되었다. 그렇다면 다부장님이 말한 손가락양치는 어떻게 된 거지? 하드웨이 이후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당신은 손가락으로 양치하는 사람이 된 것인가.. 그게 너무 궁금해서 다음 시리즈를 읽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리처에게는 특이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언제 어디서든 시간(그리니치 표준시)을 정확히 맞춘다는 것이다. 이게 뭔 쓸모가 있나 싶지만(본인도 시계가 필요없다는 것 외에 딱히 쓸모가 없다고 말한다), 결국 이 능력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준다. 어제 아이를 재우려고 누워 있으면서 시간이 궁금해서 저 능력이 좀 부러웠는데, 갖고 싶은 신기한 능력 목록을 작성해 본다면 이 능력은 순위권 밖일 것 같다...